[인터뷰]게임 개발은 '랜선 인연'을 타고... '메탈유닛' 개발사 젤리스노우 스튜디오를 만나다

등록일 2020년01월22일 08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랜선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인터넷 등의 인프라가 발달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형태의 관계이지만, 각종 SNS와 메신저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 등이 널리 퍼진 요즘에는 게임 내 길드에서 함께하며 친목을 도모하거나 커뮤니티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파티원을 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실 게임을 같이 플레이하거나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장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이나 '디스코드'의 게임 채널들만 해도 셀 수 없다. 하지만 '랜선'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 본업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던 이들이 우연히 온라인 상에서 만나 함께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젤리스노우 스튜디오의 이야기다.

 

젤리스노우 스튜디오는 횡스크롤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 '메탈유닛'을 개발하고 있는 소규모 인디 게임사다. 처음에는 취미로 , 또는 각자 홀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랜선'을 타고 이어진 인연에 힘입어 온라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불편함, 한국과 캐나다라는 물리적인 거리, 언어의 장벽마저 뛰어넘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2월에는 '스팀' 플랫폼에 얼리엑세스 형태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인디게임 '스컬' 외에, 또다른 네오위즈의 인디게임 퍼블리싱 작품인 '메탈유닛' 개발사 젤리스노우 스튜디오를 게임포커스가 만났다. 팀원 모두가 독특한 인연으로 만나 출시 전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인 '메탈유닛',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직접 들어봤다.

 

좌측부터 유호상 QA 및 테스트 담당, 김태훈 아트 담당, 펠릭스 프로그래밍 담당, 우희도 사운드 담당
 

먼저 간단히 개발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메탈유닛'의 아트를 맡고 있는 김태훈 대표입니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젤리스노우 스튜디오는 개발(프로그래밍) 담당 겸 공동대표인 펠릭스, 사운드 디자이너  우희도 님까지 총 세 명으로 구성 되어 있고요. 게임을 개발한 지는 1년이 좀 넘었습니다. 처음엔 소소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시작했는데 팀이 생기면서 프로젝트가 점점 커졌고, 최근에는 QA 및 테스터를 전담으로 맡고 있는 아주대학교 학생 유호상 군도 합류했습니다.

 

개발팀이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가 상당히 독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우선 저희는 처음부터 게임 개발을 하자고 해서 모인 팀은 아닙니다. 처음엔 각자 혼자 재미로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고, 저 같은 경우 구글 플레이에 묻혀버린 게임 3개(연애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게임, 사무라이)를 출시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게임을 만들다 보니, 그저 간단한 게임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학원 강사 일을 하고 있어서 따로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닐 시간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트위치TV'에서 여러 개발자들의 방송을 보고 채팅을 하며 배우기 위해 노력했죠.

 

개인적으로 게임 개발 공부를 위해 시청하던 방송이 있었는데, 함께 시청하던 사람 중 한 명이 앞서 말한 펠릭스 였습니다. 당시 펠릭스는 WB 몬트리올을 퇴사하고 대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면서 저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펠릭스와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되어 '디스코드'를 통해 이야기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배움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메탈유닛'을 함께 개발하게 됐습니다.

 

우희도 사운드 디자이너
 

최근에 텀블벅 후원을 열었었는데, 이때 저에게 메일을 주신 분이 바로 희도 님이었습니다. 저희에게 먼저 메일로 연락을 하셨는데, 게임이 재미있어 보이는데 돈을 받지 않아도 되니 함께 만들고 싶다고 선뜻 제안을 해주셨어요. 희도 님은 국내 S 게임사에서 현업으로 종사한 경력이 있는 프로 사운드 디자이너인데, 당시 사운드가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던 저희 팀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당연히 펠릭스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펠릭스와 희도 님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이고, 소스 컨트롤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학원을 다니는 학생 중 아주대학교 유호상 군이 게임의 QA와 게임 테스트를 하며 합류했죠.

 

'2019 부스타(Bu:Star) 챌린지 게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들었던 소회가 궁금합니다
4명의 후보 안에 든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당시 행사장에서 대상 발표를 가장 마지막에 했는데, 너무 얼떨떨해서 아무 표정도 짓지 못했습니다. 그 후 펠릭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사진과 상장을 올려줬는데 그때 고마워서 많이 울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대로 게임 개발 외에 각자 본업이 있는데 동시에 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게임을 개발하면서 수입원이 각자 없기 때문에, 본업과 게임 개발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게임 개발만 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작업할 시간이 많아지면, 더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학원에서 학생들이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기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들로 제안을 해오기도 합니다.

 

펠릭스 또한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게임 개발을 하기에 힘겨울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펠릭스 또한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입니다. 시험 문제도 만들어야 하고 방과후 학생들에게 코딩도 알려주고 바빠 작업을 하지 못하는 날도 있죠. 하지만 중국 국적의 학생이 스팀 페이지 중국어 소개 문장을 도와 준다거나, 다른 수 많은 학생들이 피드백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부분이 단점들을 메워주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젤리스노우 스튜디오 펠릭스 공동 대표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개발하더라도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거나 팀이 불화로 해체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팀은 비록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문제인 것이, 제가 영어를 잘 못합니다. 게임을 개발하는데 정말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니까요.

 

한번은 번역기를 통해 대화를 한적이 있었는데, "you have no idea(넌 정말 그 맛을 상상할 수 없을 꺼야)"라는 말을 "너 생각이 없니?"라고 해석해서 땀을 뻘뻘 흘린 일화도 있었죠.

 

하지만 펠릭스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실제로 지금은 한국어를 잘 읽습니다. 저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금은 어느정도 회화가 가능해졌고, 보다 더 자세히 정확하게 의도를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펠릭스와 희도 디자이너가 해외에 머무르고 있으니, 팀원 간에 시차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한국이 밤일 땐 캐나다가 아침이고, 반대로 캐나다가 밤일 땐 한국이 아침이기 때문에 개발을 교대로, 번갈아 가는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처럼, "어제는 이렇게 작업을 해 놓았네? 오늘 내가 여기를 더 꾸며볼까?" 이런 식으로요.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이 덕분에 언어적, 지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아트를 맡고 있는 젤리스노우 스튜디오 김태훈 공동 대표
 

이 외에 실제 게임을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게임을 플레이한 분들이 저희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시면, 아무래도 개발자로서 이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크죠. 게임 개발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메탈유닛'만의 아이덴티티, 핵심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게임의 핵심 가치는 '세상을 지키는 자들' 입니다. 사실 초기에는 게임 이름이 '메탈유닛'이 아닌, '세이브 어스(Save Earth)'라는 이름이었죠. 처음부터 중심 스토리가 '세상을 지키며 싸워가는 것'이었고 이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메탈유닛'의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수많은 국내 게임 퍼블리셔중 네오위즈와 계약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에 대한 비전을 말해주며 '재미있게 게임했다'라는 말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회사들 중에서 가장 체계적이었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도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어를 못하는 펠릭스를 위해 통역과 번역도 항상 친절하게 해주시고, 미팅 또한 철저하게 준비해 주셨고요. 계약을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큰 게임사들에 비해 인디 게임사만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음대로'입니다. 큰 게임사의 '마음대로'는 정말 위험하고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력이 들어간 챕터를 어떠한 한 사람이 무책임하게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게임성을 완전히 바꿔 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열심히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심지어 퇴사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창피해 하는 개발자도 여럿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디 게임 회사의 '마음대로'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챕터를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게임성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시도는 결국 더 잘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이 책임질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빨리 발전할 수 있는 것 같고요.

 



 

픽셀 그래픽 기반의 로그라이트, 로그라이크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 인디계에서 상당히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차별화 전략이나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메탈유닛'에서는 챕터를 진행한 후에 야영지에서 정비를 할 수 있는데, 이 때마다 몬스터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총 3단계까지 올라가는데, 던전을 통한 파밍이나 상점 또는 보급 상자를 이용해서 자신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메카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또, 보통 로그라이트나 로그라이크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상세한 스토리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탈유닛'에서는 챕터 단위로 시네마틱이 있고, 자연스럽게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 때문에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속도감 있는 액션성이 인상적입니다. 개발에 영향을 받은 타이틀이 있나요
2018년도에 화제를 모았던 팀호레이의 '던그리드'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던그리드'를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 했는데, 게임을 개발 하면서도 '던그리드' 특유의 게임성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주로 어떤 피드백을 받으셨나요
우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호쾌한 액션성에 대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픽셀 아트와 미소녀 메카 등의 콘셉트 및 디자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요.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의견과 '에너지'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조작감과 전투 밸런스, 난이도 측면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학원에서 피드백을 해주는 학생들은 다소 어려운 난이도 때문인지 끝까지 클리어 하기 위해 열심히 하더라구요. 실제로 새벽에 갑자기 "선생님 다 깼어요!"라는 문자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웃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저희에게는 정말 소중한 피드백들이었고, 검토 후 중요도가 큰 순서대로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2월에 얼리 엑세스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목표로 한 성적이 있나요
어떤 특정 성적을 생각하고 있다기 보다는, 우선 '부정적인 리뷰'를 받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분명 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분명 알아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횡스크롤 액션 외에, '메탈유닛'의 출시 이후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하실 의향도 있으신가요
현재로서는 '메탈유닛'의 정식 발매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만 오가는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 그리고 아직 게임에 대해 모르고 있던 독자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도 저희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또 이를 수정해, 정말 재미있는 게임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저희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게임포커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24. 4.10일 실시되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선거 운동기간(24. 3.28일 - 4.9일) 중 모든 기사에 대하여 댓글을 차단합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