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는 왜 '페이커'에게 시계를 채웠나… 명품 브랜드, e스포츠에 주목하다

명품 입은 e스포츠, 신흥 소비자 젊은 세대 겨냥 마케팅 창구로 발돋움

등록일 2020년07월15일 10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많은 게이머들을 놀라게 한 이색 협업이 성사되었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이 라이엇 게임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대회 우승 트로피 케이스의 디자인을 선보인 것.

 

정통 스포츠 분야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유물이었던 명품 브랜드가 최근 게임과 e스포츠에 주목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최근 해외의 유명 e스포츠 팀 '프나틱(Fnatic)'과의 협업을 통해 팀의 로고를 형상화한 한정판 시계를 선보였으며, '루이 비통'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의류 제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최정상급 e스포츠 선수인 '페이커(이상혁)'에 대한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커' 선수는 2019년 대표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착용하고 화보를 촬영했으며, 올해 4월에는 소속 팀 'T1'이 국내 스포츠 구단 중에서는 최초로 BMW그룹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젊은 층 명품 소비 대폭 증가, 영(Young)한 이미지 원하는 명품 브랜드

 

출처 - T1 공식 트위터
 

멀끔하고 중후한 분위기의 남성 모델이 주로 등장하던 기존 명품 브랜드 광고와 달리,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있는 '페이커'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는 아직 어색하게 느껴진다. 특히 '페이커' 선수는 고가의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40대보다는 아직 구매력이 다소 부족한 10대나 20대 등 젊은 층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어, 자칫 명품 브랜드가 기대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가 e스포츠에 주목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명품 브랜드가 이제는 소위 'MZ세대(밀레니얼, Z 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도 각광받고 있기 때문.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9년 각 백화점에서 20대의 명품 소비액이 평균 29% 가량 증가하는 등 젊은 소비자 층의 명품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자기만족을 위해 큰 금액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위 '가심비(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와 마음을 합친 단어)'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뉴노멀' 사회로 돌입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소비보다는 당장의 심리적인 만족,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통한 자존감의 향상 등이 최근 젊은 세대가 명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명품 브랜드 역시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버리고 보다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켜 새로운 소비자 층을 공략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 층을 공략해 80% 가량 매출을 끌어올린 '구찌'가 대표적인 사례. '구찌'는 기존의 관념을 깨는 디자인, SNS 마케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젊은 소비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매출 감소세를 극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루이비통', '몽블랑'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소위 '아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보다 젊은 이미지를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Z세대 선호하는 e스포츠 공략, 중국 시장 잠재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처럼 명품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고 명품 업계가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e스포츠는 MZ세대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품 브랜드들이 e스포츠를 찾는 이유다.

 

e스포츠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에는 29억달러(한화 약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MZ세대에 대한 파급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2019년 진행된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은 누적 콘텐츠 시청시간 10억 시간을 돌파했으며, 분당 평균 시청자 수가 2,18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e스포츠 시청자 중 대부분인 10대와 20대, MZ세대이기에 명품 업계 입장에서 e스포츠 시장은 새로운 마케팅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특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MZ세대의 명품 소비액이 상당한 수준인 중국 명품 시장이 연일 성장하는 것 역시 명품 업계가 e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컨설팅그룹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인들이 명품을 구매하는데 소비한 금액은 1150억달러(한화 약 133조원)으로, 전 세계 명품 시장의 32%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이중에서도 80년대와 90년대생, 소위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중국의 명품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이들이 선호하고 가까이하는 e스포츠를 마케팅 창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

 


 

명품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e스포츠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 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인 사례가 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리그 초창기, 신한은행이 경기를 후원한 것이 대표적인 e스포츠 마케팅 성공 사례. 신한은행은 2006년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한 후원을 진행했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0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당시 홍보 효과는 약 87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당시 경기를 봤던 젊은 층이 주 고객층으로 성장한 뒤 신한은행을 찾는 등 e스포츠와의 결합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T1 관계자는 “T1은 세계 대회 3회 우승, 미드 시즌 2회 우승, 한국 지역 리그 9회 우승 등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팀 중에서도 세계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페이커 선수 역시 e스포츠 역사상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로 인식된다”라며 “브랜드는 언제나 최고의 선수와 팀과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들이 T1과 페이커 선수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명품 입은 e스포츠, MZ세대 겨냥 대표 마케팅 채널로 거듭날까

 



 

글로벌 전역에서 MZ세대의 명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 층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e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이외에도 패션 업계나 식품 업계 등 산업 전반에서 MZ세대를 겨냥한 e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향후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반적인 브랜드 홍보 모델에 비해 e스포츠 선수의 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는 점은 명품 브랜드가 극복해야할 문제다.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장기간 구축하기 위해 한 모델과 오랜 기간 계약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e스포츠는 그 특성상 평균 선수 활동 기간이 4년에서 5년 정도로 타 직업군에 비해 짧은 편이다. 또한 선수의 수에 비해 최정상급 선수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향후 e스포츠 마케팅이 본격화되면 모델 선정에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명품 브랜드의 e스포츠 사랑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1 관계자는 “브랜드에게 있어 e스포츠 시장의 빠른 상승과 방대한 팬 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시장을 선점하고 e스포츠 시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이제는 많은 브랜드들이 e스포츠화 함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루이 비통'이 라이엇 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의류 상품은 공개 한시간 만에 품절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라이엇 게임즈는 향후 '루이 비통' 이외에도 마스터카드, AXE, OPPO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과의 파트너십을 예고한 상황.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명품 브랜드와 e스포츠가 또 어떤 이색 협업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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