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해 넘긴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 2021년 게임산업 재도약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등록일 2020년12월22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10년간 유지되어 온 게임산업법을 산업 환경에 맞춰 전면 개정하겠다.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재검토하고 다양한 제도들을 법령에 담겠다"

 

2019년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축사를 전한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낡은 게임산업법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속칭 게임산업법은 2006년, 그 이름처럼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처음으로 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진흥을 위해 마련되었다는 법안의 취지와 달리 '바다이야기' 사태에 토대를 둔 탓에 그동안 진흥보다는 규제에 무게가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제정 이후 15년간 낡은 법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빠르게 발전하는 게임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든 비영리 목적의 게임물에 대해서도 심의 규정을 적용해 논란이 되었던 소위 '주전자닷컴 사태'나 국내 게임업계의 숙제와 같은 '셧다운제' 등 그동안 게임산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중심에는 제정된 지 15년이 지난 낡은 게임산업법이 있었다. 이에 문체부 역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산업 진흥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12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국회의원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7월 중 전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8월에서 9월 중에는 설명자료 및 하위법령안을 마련한다는 당초의 계획과 비교하면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향한 문체부의 계획이 올해를 넘긴 가운데, 내년에는 게임산업의 진흥을 도울 법안이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게임산업에서 게임사업으로, 규제와 진흥 기로에 막힌 전부 개정 초안

 



 

박양우 장관이 2019년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축사를 전하기 전인 같은 해 6월, 문체부는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를 중심으로 한 5명의 연구진을 구성하고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위한 협업을 진행했다. 이후 2020년 2월, 문체부는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의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의 초안은 게임에 대한 정의를 확장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 산업의 진흥을 돕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이에 게임'산업'법이던 기존의 제명은 게임'사업'법으로 변경되며, '게임문화의 날'을 지정해 게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문체부의 계획. 이 밖에도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보완이나 불법 광고 규제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게이머의 보호와 의무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공개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야심차게 공개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의 초안은 즉시 업계의 반발을 마주했다. 진흥을 취지로 하고 있음에도 규제의 성격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월 18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이 오히려 산업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초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업계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먼저 게임'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66개 법률 중 사업법은 전무(진흥 및 지원 관련 법 41건, 기본법 15건, 기타 법률 등)하다. 게임산업법이라는 제명이 게임사업법으로 개정될 경우 문체부 소관 유일한 사업법이 되는 셈인데, 이것이 문체부가 아직까지 게임산업을 진흥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증거라는 것. 여기에 문체부 소관의 유일한 사업법이 될 경우에는 사업자들의 불확실성 역시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표기 의무화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자율규제를 두고 법제화를 추진해 게임산업에 대한 문체부의 어긋난 시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게이머들이 지적하는 것은 확률 미표기가 아닌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의 남발이지만 문체부 측이 여전히 확률 표기 자체에만 집중한다는 것. 더욱이 국내 게임사들의 높은 자율규제 준수율에 비해 해외 게임사들의 준수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해외 게임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도 나오는 상황이라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 초안이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던 가운데, 문체부는 올해 5월 중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주요 게임사 및 학계 등 산업 관계자들과 만나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들을 수렴했다. 또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 표기 의무화, 아케이드 게임시장 진흥안, 광고 대응 방안 등 게임산업법 개정에 대한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양우 장관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을 빠르게 개정하고 실효성 있게 규제를 개선하는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예상보다 큰 업계의 반발을 마주했던 탓일까, 올해 7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진행한 게임법 관련 세미나와 12월 중 조승래 의원이 주최한 게임법 개정안 관련 온라인 토론회를 제외하면 이상헌 의원의 대표 발의 이전까지 문체부의 입을 통해 게임산업법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문체부는 게임산업법 개정 관련 전담팀을 운영, 7월 중 전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8~9월에는 설명자료 및 하위법령안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었지만 이런 소식 역시 한해가 끝날 때까지 들려오지 않았었다.

 

일부 개정안으로 '돌려막기'했던 지난 시간, 더 버티기 어렵다

 


 

문체부가 야심차게 선언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이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올 한해에도 게임산업에서는 새로운 문제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동안 문체부는 일부 개정안으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거나,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에 새로운 조항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급하게 상황에 따라 법안을 뜯어고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문체부 측이 입법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6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표 PC 게임 마켓 '스팀'에 입점한 해외의 인디게임에 대해서도 심의를 받을 것을 안내해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스팀 단속' 해프닝은 사전에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2019년 비영리 목적의 습작에 대해 심의 수수료를 매겨 논란이 되었던 '주전자닷컴 사태' 당시, 현행 게임심의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심의 수수료에만 집중했던 탓에 낡은 정부 주도의 게임물 사전 심의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을 감지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간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역시 올해 다시금 논란이 불거졌다. 페이퍼게임즈가 자사가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에서 게임 회원 가입 시 과도한 약관 내용에 대한 수락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게임 출시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것.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이 중국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황당한 주장과 함께 입장문에서는 국내 게이머들에 대한 비난도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중국에 거점을 둔 게임사들이 명백하게 이용자들을 기만하고 금전, 심리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국내법의 테두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국내 대리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마침내 이상헌 의원을 통해 국내 대리인 제도를 담은 전부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입법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탓에 이용자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산재해 있다. 몇 년째 표류 중인 블록체인 게임 관련 심의 문제, 그리고 게임사 내부 직원이 게임에 부당하게 개입해 이득을 챙긴 '궁댕이맨단' 사태, 점점 더 심해지는 허위 및 과장 광고에 대한 처벌 등 2020년에도 게임산업을 둘러싼 각종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2021년 게임산업 재도약 시기 정의한 문체부, 게임법 개정부터 해결하고 나아가야

 


 

올 한해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은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이 2020년을 2주 남짓 남겨두고 드디어 발의된 점은 다행이지만, 이제 1부 능선을 넘은 것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법안이 발의되고 입법되기까지는 평균 수개월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추가로 법안을 가다듬을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수년까지도 소요되기 때문.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은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 면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등 그간 업계가 필요로 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경미한 내용수정신고는 면제하도록 해 게임사들의 수고를 덜어낼 예정. 다만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나 위법 내용의 게임 광고 금지 등 최근 자율규제와 정부 주도의 규제 사이에서 논의가 활발한 사안들도 포함되어 있어 공통된 의견을 끌어내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이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문체부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찾은 문화체육관광부 오영우 제1차관이 "2021년을 게임산업 재도약의 시기로 정의하고 다방면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라고 말한 것. 코로나19로 사회 곳곳이 정체되는 가운데에서도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산업 진흥에 힘을 쏟겠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유례없는 상황에서 게임산업 진흥을 논하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게임산업법이 필요하다. 기존의 낡은 법제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산업의 현실을 감당하기도, 또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문체부가 재도약 시기로 지정한 2021년에 맞춰 법안이 통과될 것인지는 미지수이기에 걱정스러운 시선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올 한해에도 게임산업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가오는 2021년을 대비해 각 게임사들도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인 가운데, 문체부가 준비 중인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이 산업 진흥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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