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시하고 액션은 거들 뿐인 이색 히어로무비 '원더 우먼 1984', 본연의 모습을 보인 걸까

등록일 2020년12월30일 15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신작 영화들의 개봉이 미뤄지는 가운데 가뭄의 단비같은 히어로무비 '원더우먼 1984'가 개봉해 관람하고 왔다.

 

원더우먼 1984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크게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직접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바로 되었다. 원더우먼 1984는 기존 히어로무비들과는 방향성이 크게 다른, 정반대에 있다고 해도 좋을 그런 영화였다.

 

히어로무비를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인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개 좋아하는 영웅 캐릭터의 멋진 활약과 화려한 볼거리, 박력있는 전투와 강력한 빌런과의 대결 같은 '볼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마블 영화들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은 최근의 DC 히어로무비들도 내용은 둘째치고 도시가 무너지고 지형지물이 파괴되는 박력넘치는 액션신과 대규모 전투 같은 화려한 볼거리 면에서는 충분히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더우먼 1984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멱살잡이 수준의 드잡이질 두어번과 총을 몇 발 쏘는, 이게 지금 전투신이었나 그냥 지나가는 한장면이었나 구분하기 힘든 정도의 소규모 전투신이 스쳐지나갈 뿐 전투를 하지 않는다.

 

개봉 전 홍보한 '두 명의 빌런'도 빌런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이고 주먹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히어로무비에서 늘 무수히 희생되는 민간인 희생도 0에,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불살 히어로 원더우먼이 콜래트럴 대미지를 회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덕분에 민간인은 물론 악당도 단 한명도 목숨을 잃지 않는 평화롭고 안전한 사상 첫 희생자 0 히어로무비를 보게 됐다.

 



 

히어로무비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 인류애와 구원을 담은 20세기 디즈니영화를 보고나온 느낌이다. 드라마에 치중해서 보고 영화에 감동한 관객들도 이해가 되고, 볼거리를 기대했다 2시간 30분을 지루하게 보낸 관객들의 분노도 이해가 된다.

 

어느 정도 볼거리를 기대했던 기자도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내용에는 크게 불만이 없었고 2시간 30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나왔다.

 

코로나19 시대, 절망과 불안이 가득한 이 시대에 인간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이 시대에 필요하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멍한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원더우먼은 폭력과 전쟁으로 일을 해결하는 기존 히어로들과는 다른 방향, 평화와 사랑을 상징하는 영웅이었다지 않은가. 하지만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원더우먼도 결국 폭력으로 해결하는 영웅으로 그려져 왔고.

 

이번 원더우먼 1984는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의 본연의 모습을 살려 폭력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안 통하는 빌런과는 싸워야하지만 말이 통하면 대화로 해결한다고 하면 꽤 그럴듯 하게 들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하지만 이러면 주류 장르가 되어 앞으로도 몇십년 더 이어져갈 것으로 보이는 히어로무비 장르의 안티 테제가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래저래 찬반이 나뉠 작품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DC 히어로에게 '고뇌' 속성을 부여한 후 10여년... 놀란 이후 히어로무비를 가장 '제멋대로' 만들어 보여주는 작품이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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