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코난과 '원신' 감우의 성우, 그리고 노래와 드라마 출연... 활동 폭 넓혀가는 김선혜 성우를 만나다

등록일 2021년07월13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유튜브에서 우연히 '명탐정 코난'의 '코난' 역할로 유명한 김선혜 성우가 '명탐정 코난' 테마송 중 기자가 매우 좋아하는 곡인 '바람의 라라라'를 부르는 영상을 보게 됐다. 음치 설정인 코난 역할을 맡은 성우라 노래를 부른다는 이미지가 없었는데, 노래를 너무 잘 불러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것인가 찾아보니 리얼사운드 김희성 대표와 김선혜 성우가 함께 진행중인 '코난 팬들을 위한 응원가' 프로젝트 '코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데... 그렇다면 코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궁금해 살펴보니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개봉이 연기되자 아쉬워할 팬들을 위해 응원가를 부르자는 취지로 시작한 기획이었다.

 

'코난 프로젝트'에서는 팬들에게 김선혜 성우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코난 ost' 투표로 세 곡을 선정해 현재 두 곡이 공개되었고 마지막 한 곡을 준비중인 상황. 수록 과정이나 연습과정 등을 담은 V로그 등도 공개해 팬들과 소통 중이다.

 

김선혜 성우는 애니메이션, 게임 마니아라면 설명이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특히 투니버스를 보며 성장한 투니버스 세대라면 목소리만 들어도 어린 시절 사랑했던 캐릭터들이 바로 떠오를 것 같다.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의 랄 미르치, '건퍼레이드 마치'의 미부야 미오, '괴짜가족'의 퉁이, '날아라 호빵맨'의 짤랑이, '다다다'의 지해수, '또봇 V'의 강태양, '로도스도 전기-영웅기사전'의 마알,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의 웨다, '하야테처럼!'의 카츠라 히나기쿠, '학교괴담'의 마리아, '현시연'의 카스카베 사키, 'GTO'의 칸자키 우루미 등등등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주연 혹은 조연으로 활약했으며, 무엇보다 '명탐정 코난'의 '코난' 역할을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는 '코난의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게임에서도 온라인게임, 콘솔게임, 모바일게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는데, '메이플스토리', '테일즈런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사혼곡: 사이렌' 등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본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최근 게임만 돌아봐도 '쿠키런: 킹덤'의 연금술사맛 쿠키'와 '데스티니 차일드'에서의 1인 다역(처용, 데이노, 야가, 다나)이 바로 떠오른다. 게이머들이 '이게 정말 그 '코난' 성우인가'라고 놀라게 만들었던 '원신'의 감우도 김선혜 성우가 담당한 캐릭터.

 



 

코난 프로젝트에 대해, 그리고 '명탐정 코난'과 '코난'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김선혜 성우의 생각을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만나자'는 답이 와 일산에 위치한 리얼사운드 스튜디오에서 김선혜 성우와 대면했다. 연기에 대해, 애니메이션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특히 게임기자이자 게이머로서 궁금하던 '감우' 연기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김선혜 성우, 그리고 동석한 리얼사운드 김희성 대표와의 대화를 옮겨본다.

 

코난 프로젝트, 응원과 소통 위해 시작했어

이혁진 기자: 대부분의 독자들에겐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선혜 성우: 투니버스 4기 성우 김선혜입니다. '코난' 역할의 김선혜이고 '원신'의 감우이자 '반지의 비밀일기'의 응신이입니다.

 

최근에는 '토리코' 재더빙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티나' 역할로 출연한 작품인데 8년 만에 다시 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티나가 매력적인 누님 캐릭터잖아요? 티나 연기를 하니 삶의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토리코가 벌써 8년이나 되었네요. 재미있는 작품이죠
김선혜 성우: 네 8년이나 되었죠.(웃음) 오랜만에 다시 작업을 했는데 토리코가 너무 재미있는 먹방 애니메이션이잖아요. 액션 먹방 장르라고 해야 하나? 먹방 유튜버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에요. 맛에 대한 평가가 너무 재미있거든요.

 

맛에 대한 토리코의 이야기가 예전에는 무심히 봤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맛에 대해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 우주가 느껴지고 세포가 분열되는 맛... 새롭게 즐기면서 작업한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시는 것에 놀라고 너무 잘 부르셔서 또 놀랐습니다. 코난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신 건가요
김선혜 성우: 작년에 '비색의 탄환' 개봉이 연기되고 팬 여러분을 늘 시사회에서 뵙다가 못 뵙게 되니까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리얼사운드 김희성 대표님이 코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팬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주셨어요.

 

내가 연기가 아닌 노래를 한다니 자신이 안 생겨 고사하려 했는데 희성 님이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해서 힘겹게 마음을 먹고 시작했습니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습하는 과정들,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들이 있어 감사했고,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기쁘기도 하고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해 주셔서 감사한데, 김희성 대표님과 감독님 지시를 잘 따랐을 뿐이에요.

 



 

코난이 음치라는 설정이라 담당 성우가 노래를 너무 잘 부르니 조금 어색한 느낌도 듭니다
김선혜 성우: 9기의 노래방 사건에서 코난이 음치라는 묘사가 나오죠. 5기 주제가인 'TRUTH'를 코난이 엉망으로 부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부분은 코난의 일본 성우분이 부른 것으로 아는데, 코난 성우인 타카야마 미나미님은 유명 가수로 노래를 굉장히 잘 하는 분이죠. 노래를 잘 못하는 연기를 너무 잘 하신 것이고, 제가 녹음한 장면을 보니 조금 아쉽기도 하고 지금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현재 두 곡을 공개하셨는데 세번째 곡은 뭔가요
김선혜 성우: '바람의 라라라'와 'Hello Mr. My Yesterday'를 공개했는데, 팬 투표 1, 2위 곡들이었고요. 원래는 두 곡만 하기로 했던 것을 3위 곡이 제가 좋아하는 곡이라 대표님을 졸라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세번째 곡은 9기 주제가 'Tomorrow is the last time'인데, 쿠라키 마이씨가 한국어로 직접 불러주신 곡이죠. 그런데 한국어 가사가 1절 밖에 없어서 가사를 공모도 하고 내부 논의도 거쳐서 풀 버전 가사를 써서 부를 예정입니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팬들과 소통을 하니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도 힘이 납니다.

 

세 곡 부르고 나면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인가요
김희성 대표: 처음부터 음원 수익이나 펀딩이 아니라 팬서비스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김선혜 성우님이 처음부터 팬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셔서 3곡으로 끝내기로 하고 진행했습니다.

 

굿즈를 제작중인데 이것도 상품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로 나눠드리려고 만드는 것이고요. 유튜브 댓글, 작사 이벤트 등으로 30분을 추첨해서 사비로 제작해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캐릭터는 판권이 걸려 있으니까 성우님 얼굴을 넣어서 만드는 제품이에요.

 

김선혜 성우: 아이고. 팬 여러분이 제 얼굴 들어간 상품을 원하실까 의문이긴 해요.

 

김희성 대표: 많이들 기다리고 계시더군요.(웃음) 끝나고 뭔가 더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세번째 곡을 제대로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코난과 평생 함께하고파

코난 덕분에 저도 김선혜 성우님을 뵙게 된 셈인데, 명탐정 코난에 오랫동안 참여하셨죠. 명탐정 코난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요
김선혜 성우: 명탐정 코난의 매력이라면 먼저 남도일, 신이치가 코난으로 살아가게 만든 '검은 조직'과 코난의 관계성인 것 같아요. 검은 조직을 파헤치다 보니 수많은 사건사고와 만나게 되고, 얽혀 있는 많은 인간관계와 사건들을 어떻게 풀고 정리해 나가는지를 그리는 과정,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정말 재미있죠. 코난의 성우 이전에 팬으로서 검은 조직이 나오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그들과 코난의 관계가 너무 흥미진진해요.

 

다음으로 검은 조직이 아닌 일반적인 사건, 사고를 추리하는 자체가 재미있고 신기하죠. 마지막에는 늘 명확히 범인이 밝혀집니다. 현실에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도 많은데 명탐정 코난에서는 황당한 사건도 많이 등장하지만 어떤 사건이라도 늘 범인이 밝혀지고, 범인들이 반성을 합니다.

 

어떤 변명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해도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정의를 보여주고 현실과 다르게 늘 범인이 밝혀진다는 점. 그런 부분이 재미있지 않나 합니다. 제가 원래 추리물을 좋아하기도 해서 팬으로서도 늘 재미있게 보는 작품입니다.

 


 

코난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김선혜 성우: 고마운 선물같은 존재. 과거를 돌아보면 코난과는 애증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코난 덕분에 많은 기쁨과 행복도 얻었지만 인기 캐릭터를 대선배님(최덕희 성우를 가리킴)에게서 이어받아 부족함으로 질타도 받았지요.

 

일생의 선물같은 존재인데 부담도 되고... 처음에 코난 역을 받았을 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더 내 몸에 맞아가는 선물이 된 것 같아요. 선물을 받았지만 제대로 쓸 줄 몰랐다가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내 것이 되어가는 중인 고마운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말은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코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 아닐까. 만화를 봐도 제 목소리가 들린다는 분들이 계신데 너무 감사한 일이고, 성우 일을 하면서 캐릭터 하나로 기억되는 성우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코난은 저에게 너무 감사한 보석같은 존재이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코난으로 기억하는 분이 많을 텐데 '이런 역할도 했다'고 어필하고 싶으신 캐릭터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선혜 성우: 두 캐릭터를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GTO'의 칸자키와 '은혼'의 사루토비 아야메(사라)에요. 둘 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GTO의 칸자키는 똑똑하지만 자신의 출생을 비극적이라 생각해 비뚤어진 아이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입니다. 그 나이 학생다운 재기발랄함도 보여주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좋은 아이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려지지요. GTO는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서 시니컬함과 코믹함, 재기발랄함을 다 보여주는 작품이었어요.

 

다음으로 은혼의 사라는 소위 'M' 요소를 가진 변태 캐릭터로 묘사되죠. '은혼'의 모든 음흉한 것들을 깔고있는 역할로 그 캐릭터를 맡은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 이상한 호흡이 야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표현되고 분위기도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연기와 게임 연기의 차이에 대해

게이머들에게는 아무래도 최근 출연하신 '원신'의 감우 역할이 친숙할 것 같습니다
김선혜 성우: 많은 분들이 감우에게서 코난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고마웠어요. 사실 오래 전부터 누님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감우 캐릭터를 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유튜브 덧글에 '감우 눈나' 같은 덧글도 달리곤 하는데, 다른 캐릭터로 기억해 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요.

 

감우 대사 중에 '심장이 십만육천삼백이십칠번 뛰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인 부분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성우 일이라는 것이 어제는 남자아이 역을 하다가 오늘은 20대 섹시한 여성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죠. 오늘 일을 할 때 어제 한 일이 묻어나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성우의 일입니다. 감우 연기를 평가해 주시니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너무 감사한 마음이고,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조금 생기고요.(웃음)

 

감우는 앞으로도 게임 업데이트가 되고 하면서 꾸준히 오랫동안 팬들과 만나게 될 역할이라는 점도 좋습니다.

 



 

말씀대로 감우의 성우가 코난의 성우라는 사실에 놀라는 팬이 많더군요
김선혜 성우: 오디션 볼 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유능한 비서, 착실하고 차분한 성격의 캐릭터로 평소 맡던 누님 캐릭터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더라고요. 그저 착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약간 엉뚱한 면도 있고. 선인계 인물이라 인간계 생활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수도 하고 약간 엉뚱한 언행도 보이는 사차원적인 면이 있는, 똑똑하면서 엉뚱하고 차분한 캐릭터입니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생각해 보니 '학교괴담'의 마리아가 생각나더라고요. 초등학생이지만 성숙하고 침착한 친구였고, 가끔 엉뚱한 면을 보이는 캐릭터였죠. 한번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지가 매칭되며 그 톤, 그 정서로 연습을 해 보고 오디션에 갔습니다.

 

그런데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학교괴담'의 마리아 같은 느낌으로 해 달라고 해서 '이건 뭐지?' 놀랍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좋아서, 내 생각이 맞아떨어졌구나 하고 정말 편안하게 오디션을 봤습니다. 보통 오디션에선 떨리는 게 당연한데 감우 오디션은 마음 편히 봤고, 감사하게도 감우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녹음하면서 깔끔하게 하기보다는 되도록 침착하게, 차분하게 소리 반 호흡 반으로 호흡을 일부러 빼지 않고 연기하려 했습니다. 감우가 똑똑하지만 엉뚱한 면이 있는 캐릭터인데 깔끔하게만 연기하면 차분함이 사라지고 날카로워질 것 같았어요. 똑똑하고 엉뚱하고 차분하려면 직선의 깔끔한 연기가 아닌 파스텔 톤처럼 펼쳐지는 소리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흡을 나오는 대로 없애지 않고 한 것 같습니다.

 

감우가 소리 반 공기 반으로 말한다는 것을 눈치채는 분도 있던데, 호흡을 일부러 더 넣은 것 아닐까 하는 분도 있더군요. 호흡을 일부러 더 넣은 것은 아니고 없애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고, 그 느낌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차분하면서 여린 면도 있고, 똑부러지게 말할 때는 그렇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고요. 그래서 코난과 다르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코난은 저음이지만 카랑카랑하게 연기하는 캐릭터이고, 감우는 호흡을 많이 넣어서 이야기하니 느낌이 다르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학교괴담'은 꽤 오래된 작품인데요. 오랫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셨는데, 오래전에 연기하신 캐릭터 연기와 느낌을 계속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김선혜 성우: 그건 모든 성우들이 갖고있는 능력일 거에요. 보는 분들은 그 캐릭터로만 기억하지만 성우들은 오늘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한시간 뒤에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잖아요? 연기를 전환하는 순발력을 모두 갖고 있고 다양한 감성, 여러 나이대, 여러 정서를 잃지 않으려고 늘 마음에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만 유지한다면 정서를 늘 바꿔가며 연기할 수 있고, 이 부분이 성우들의 가장 큰 능력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배우들의 변신이 무죄이듯 성우들의 목소리가 변하는 것도 무죄로 당연한 것이죠.(웃음)

 

물론 그냥 되는 것은 아니고, 가령 감우 연기를 할 때마다 감독님이 전에 연기한 것을 들려주며 리마인드를 시켜줘요. 내가 연기를 기억해도 '이런 톤, 이런 정서' 연기했다는 걸 다시 듣고 감독님과 계속 소통하며 캐릭터를 유지하는 거죠. 거기서는 이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여기는 이렇게 소통하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소통하고 늘 공부하며 연기하기에 가능한 겁니다.

 

감우는 말수가 적은 캐릭터인데 그런 부분은 어떠셨나요
김선혜 배우: 게임 작업이 상황 설명으로만 듣고 상상해서 해야하는 것이라 대본을 숙지하고 가더라도 녹음 현장에서 맞춰봐야 하는데요. 감우의 경우 말수가 적은 친구라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 대사가 짧아도 상황이 이러니 이렇게 말해야 한다는 소통이 계속 필요했습니다.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작업이었고요. 이런 상황이라는 걸 파악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으로 말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그 과정이 재미있는 거죠.

 

올드 게이머로서는 초선 역할도 기억이 나는데, 출연하신 게임 캐릭터 중 기억에 남은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요
김선혜 성우: 초선도 최덕희 선배님이 맡던 역할인데 코난과 함께 제가 운 좋게 물려받게 됐죠. '내가 초선 역할을 하다니'라고 스스로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관련 더빙으로는 '테일즈위버'와 '테일즈런너'가 생각나네요. 테일즈위버는 게임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녹음이었는데, 감독님이 뭘 보고 저를 캐스팅했는지 모르겠지만 녹음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남자아이 캐릭터가 아니라 10대 소녀 역할을 맡았거든요.

 

녹음 끝나고 영상을 보니 아주 만족스러웠고, 오래 작업을 했는데 보신 분들이 '이 사람이 코난이야?'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셔서 게임 녹음은 안 했지만 '테일즈위버 다시, 여행을 떠나다'는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이스핀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이 더 나오면 좋겠고 게임에도 불러주시면 좋겠어요.(웃음)

 

테일즈런너에서는 '카인' 역을 맡았는데 흑화하는 캐릭터에요. 담당 캐릭터가 흑화하는 묘미가 있는데, 코난은 흑화할 일이 없으니까 쉽게 경험하기 힘든 역할이죠. 악의 축으로 흑화하는 캐릭터 역할이 너무 재미있어서 '테일즈런너' 카인도 인상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모은 '쿠키런: 킹덤'에도 출연하셨죠
김선혜 성우: '쿠키런: 킹덤'에서는 연금술사맛 쿠키를 담당했는데, 당시 뱀파이어맛 쿠키 역할을 맡은 정재헌 성우가 반말로 메시지를 보냈길래 '재헌아, 나한테 보낸 거 맞니' 하고 물어보니 '현실에선 누나지만 연금술사맛 쿠키는 내 동생이잖아'라고 해서 뿜었던 기억이 납니다.

 

'쿠키런: 킹덤' 같은 최신 게임에서 저를 불러주시다니 신기하다 했는데 담당하는 분들이 투니버스를 보고 성장하신 분들이라 기억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쿵야쿵야'에서 샐러리쿵야 역할도 했고 당시 그런 느낌 캐릭터들을 많이 했는데 연금술사맛 쿠키가 딱 그런 캐릭터라 불러주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똑똑한 캐릭터를 주로 맡는 것 같기도 한데, 연금술사맛 쿠키가 똑똑하고 얄밉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미있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게임을 하다가 '우리 엄마가 연금술사맛 쿠키야'라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성우이자 엄마로서 흐뭇한 경험이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출연하셨는데, 게임 캐릭터 연기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선혜 성우: 연기 자체는 비슷한데, 영상물은 이미 나온 영상에 목소리를 입히는 것이라 보여지는 영상에 소리를 맞춰야 하죠. 게임의 경우 영상을 먼저 보여준다기보다는 캐릭터 설명이 나오고 얼굴 정도만 알고 전체상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하다 보니 캐릭터를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연기에 상상력이 더 많이 들어가고 공을 들여야 하죠. 영상으로 나왔을 때 이게 이렇게 나오는구나 하는 놀라움도 좀 맛보게 되고요. 게임 작업을 할 때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상상력을 넣어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게임 작업은 한번에 오래 작업을 해야 해서 더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김선혜: 한번에 오래해서 오히려 감사하죠.(웃음) 더 힘들다기보다는 게임 캐릭터 연기를 할 때 연기에 '내 생각'이 더 들어가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 영역 넓혀가며 더 다양한 역할 해보고 싶어

노래도 부르시고 '펜트하우스3'에서 연기도 하셨는데, 성우로서 앞으로 '이런 역을 해 보고 싶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김선혜 성우: 코난은 평생 함께하고 싶은 캐릭터이고. 성우로서 주어지는 역할이라면 뭐든 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레이션에도 도전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나레이션은 성우로서 최고 수준 고수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 나레이션도 꼭 해 보고 싶습니다.

 

코난 프로젝트를 하며 영상으로 접하고 제 얼굴을 알게된 분도 많을 텐데, 향후 배우로도 더 만날 수 있다면 제 목소리로 코난을 생각하지 마시고(웃음) 김선혜라는 배우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역할이라도, 배우나 성우로 다양한 것을 해 보고 싶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 특정짓기보다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네요.

 



 

노래도 계속 하셔야죠
김선혜 성우: 계속 열심히 해 봐야죠. 노래를 배우려 한 것은 호흡이나 발성을 더 보완해서 코난 역할, 다른 역할도 더 잘 하고 싶어서 배운 것이에요. 노래를 위한 호흡과 발성을 배워서 코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성공적인 것 같고, 노래도 계속해서 재미있게 즐겨보려 합니다.

 

출연하신 애니메이션 작품 중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선혜 성우: 앞서 언급한 마리아 역으로 출연했던 '학교괴담'은 작년 여름에도 재방영되던데 재미있는 작품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두 작품을 더 추천하고 싶은데, 먼저 성우 김선혜를 알려준 작품인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은 추천하고 싶어요. 웨다 역할을 맡았는데 프리로 처음 한 역할이고 강수진 선배님과 부부역할이라 떨리기도 했고, 김선혜가 저런 캐릭터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정말 이상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그린 작품이라 재미있을 겁니다. 웨다하고 칸자키 역할에는 애착이 있어서 아이디로 자주 쓰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스타벅스 닉네임도 웨다로 등록했었어요 예전엔.(웃음)

 

다른 한 작품은 조금 예전 작품이지만 '울프스 레인'입니다. 투니버스에서 다시 한 번 방영해주면 좋겠어요. 여기서도 똑똑한 박사 역할(셰르 드그레)을 맡았네요. 중심 인물로 출연한 작품은 아니지만 '울프스 레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너무 멋있는 작품이라 다시 한번 소개되고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어요. 영상미가 탁월하고 음악도 너무 좋은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선혜 성우: 코로나 블루 시대에 많은 분들의 마음이 우울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작년 우울하던 시기에 김희성 대표님이 권해주셔서 노래를 하게 되었는데, 우울한 시대이지만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가려 노력하면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시간이 지나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코난 프로젝트도 많이 시청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를 주로 게임에서 접하셨을 게임포커스 독자 여러분이 애니메이션 등 다른 곳에서 한 역할도 많이 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마철에 무더위도 찾아왔는데 건강 유의하시고 늘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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