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치크래프트' 9월 출시 확정, 8년간 하나의 게임에 매달린 이석호 대표의 이야기

등록일 2022년08월24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찌감치 콘솔 플랫폼 도전을 선언하고 고딕 액션 어드벤쳐 '블랙위치크래프트'를 개발해 온 콰트로기어가 약 8년에 걸친 개발 끝에 개발을 마무리하고 출시를 준비중이다. '블랙위치크래프트'의 퍼블리셔는 최근 몇년 사이 라인업을 확대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크레스트 컴퍼니로 확정됐으며, 9월 중 스팀으로 선행 출시될 예정이다.

 

콰트로기어 이석호 대표는 당초 '블랙위치크래프트'를 플레이스테이션, Xbox, 스위치, 스팀 등 모든 플랫폼으로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일정 상 PC와 스위치 버전을 연내 출시한 뒤 다른 플랫폼 출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블랙위치크래프트'는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하는 고딕 액션 어드벤쳐 게임으로, 2014년 발표 후 국내외 게이머들의 큰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긴 잠에서 깨어난 검은 머리의 마녀 리지아가 자신이 예정보다 빨리 깨어난 이유가 엘런 포의 소설에 등장해 미스테리 마니아들에겐 친숙한 이름인 '어셔 가의 저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콰트로기어는 2000년부터 '라스트카오스', '썬', '블레이드앤소울', '큐라레~마법도서관' 등 다양한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이석호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독립한 1인 개발사. 2014년도부터 '블랙위치크래프트'를 개발중이며, 캐쥬얼 전략시뮬레이션 '로스트 트리거'를 2018년 모바일(일본만 출시)로, 심해탐사게임 '딥어비스'를 2019년 초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한 바 있다.

 

크레스트 컴퍼니와는 '로스트 트리거'부터 인연을 이어오다 '블랙위치크래프트' 역시 크레스트 컴퍼니를 통해 선보이게 됐다.

 

긴긴 시간 개발에 매달려 마침내 결과물을 유저들에게 전하게 된 이석호 대표와 만나 게임에 대해, 개발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상업 개발 15년 후 인디로, 내가 생각한 '멋진 것' 보여주고 싶었어

이혁진 기자: 시간이 많이 흘러 '블랙위치크래프트'를 처음 들었다는 게이머가 많을 것 같은데, 먼저 그런 분들을 위해 게임의 세계관과 개발을 시작한 이유 등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석호 대표: '블랙위치크래프'트는 '고딕 비쥬얼의 2D 캐쥬얼 액션 JRPG'로, 제 로망이 구체화된 작품입니다.

 

지금은 그런 게임이 다소 늘어나서 기쁘지만 제가 독립해 개발을 시작하던  2014년만 해도 마니악한 소재이다 보니 고딕 비주얼의 게임이 거의 없었고, 제작 비용과 기간 등의 이유로 도트나 3D가 아닌 2D 게임도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로그라이크나 메트로배니아처럼 코어한 액션게임이 대세가 되어가다 보니 캐쥬얼 액션 RPG도 갈수록 다들 안 만드는 추세였기에 오히려 그런, 뭐랄까 트랜드에 역행까진 아니더라도 트랜드와 무관하게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블랙위치크래프트'가 거의 저택 내부에서만 진행되기에 다소 알기 힘들 순 있습니다만, 설정 자체는 빅토리아 시대 후반, 19세기 초를 베이스로 마법이 가미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고딕도 좋아하고, 에드거 앨런 포도 좋아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출시되면 일반적으로 '캐주얼 액션 JRPG' 정도로 분류될 것 같은데, 게임의 장르적 모티브는 '오딘 스피어'- 액션이 강화된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보다는 좀 더 오소독스하고 클래식했던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1, 2 시절의 발판이나 장애물 없는 심플한 배틀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고, 개발 기간이 길어졌지만 노선을 끝까지 유지하며 만들었습니다.

 

마니악하고 올드한 스타일이라 잘 도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저는 그게 하고 싶었습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내가 생각한 멋진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8년 전과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석호 대표: '블랙위치크래프트'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메트로배니아는 전통적 인기 장르니까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이 대중적이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런 류의 게임은 많았고 잘 만든 게임도 많던 상황이라 굳이 나까지 메트로배니아를 만들 것 없이 레벨 디자인 없는 횡스크롤 JRPG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블랙위치크래프트'의 맵은 '오딘 스피어'와 같은 루프형 맵으로 스크롤 개념이 아닙니다.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하는 건 같지만 맵이 루프하는 것으로, 제가 정말 좋아했던 바닐라웨어의 액션 RPG들과 같은 방식입니다.

 

아마도 개발한 제가 언급도 했고 맵 전개 방식도 같아 바닐라웨어 게임들과 비교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열심히 만들었지만 바닐라웨어의 위대한 게임들과 비교가 되는 것만으로도 송구한 느낌이 드네요.

 



 

세계관과 맵 전개방식을 말씀하셨는데, 전투와 성장 요소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석호 대표: 전투는 앞서 말씀드렸듯 액션이 보강된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이 아닌, 원조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의 '오딘 스피어'나 플레이스테이션 1~2 시절의 '테일즈 시리즈' 같은 느낌의, 액션에 약한 게이머라도 편히 즐길 수 있는, 게임오버를 걱정하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캐주얼한 스타일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성장 요소는 레벨 상승에 따라 원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거나, 특성을 통해 특정 스킬을 입수하거나 강화하거나, 특정 스킬의 효과를 변형시킬 수 있거나 몸에 장착하면 특수한 효과를 입수할 수 있는 문양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일까요, 파고들기 없이 엔딩까지 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 궁금합니다
이석호 대표: 블랙위치크래프트'는 총 11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스토리만 쭉 진행할 경우, 첫 클리어까지 대략 8~10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봅니다.

 

플레이 타임은 진 엔딩이나 히든 엔딩을 보려고 하거나, 일종의 던전인 ‘균열’을 돌아다니거나, 특성이나 문양의 다양한 조합을 해보려 하면 더 길어지게 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봤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신 것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개발이 길어진 이유는 뭔가요 
이석호 대표: 제가 15년 가량을 대형 게임사에서 개발을 하고 기획팀장, 디렉터로도 일해 봤습니다만, 그 시절은 상업성과 효율을 우선시해서 개발을 해야 했죠.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 때는 돈을 벌어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니 그게 맞다 보고 다시 그쪽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개발이 정말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니까요.

 

그런데 15년 정도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효율이나 트렌드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온전히 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독립했던 겁니다. '블랙위치크래프트'는 그런 만큼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만큼 만든 게임이 되었죠.

 

아무래도 8년이나 만들다 보니 만들다 버리거나 게임에 넣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게임 3~4개 분량은 개발을 한 것 같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냉정하게 중간에 끊고 출시를 하고, 넣지 못한 것은 다음 작품에 넣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싫어서 독립한 것이었으니까요.

 

'블랙위치크래프트'는 개발 도중에 2~3번 정도 게임이 크게 바뀌었는데,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질릴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개발해 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8년쯤 하니 만족이 되어서 내게 됐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을 것 같고, 그만큼 '블랙위치크래프트'는 다음 게임에 대한 생각 없이 하나만 한다고 생각하고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만든 게임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년만에 유저들에게 게임을 전하게 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이석호 대표: '블랙위치크래프트' 개발을 시작한 2014년 즈음부터 국내 인디게임 신이 활발해지기 시작해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개발을 잘 마무리하고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외부 간섭이나 트렌드, 상업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장기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도 찾기 힘든 희소한 케이스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개발자로서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8년간이었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깨는 정말 죄송하고 잘 마무리해서 출시할테니 한번 플레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Xbox 버전도 꼭 출시할 것

모든 플랫폼에 다 내겠다고 계속 말씀해 오셨는데 일단 PC와 스위치 버전만 발표가 됐더군요
이석호 대표: 다른 플랫폼을 내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스팀에 먼저 내고 스위치로 낸 다음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로도 낼 생각입니다. 소규모로 진행하다 보니 한번에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도 하고, 퍼블리셔인 크레스트에서도 동시에 출시하는 것과 따로 내는 것 사이에 플랫폼 별 유저층이 파편화되어 있어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셔서 순차 출시하기로 확정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로도 꼭 출시할 생각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타깃으로 개발하다 스위치 버전으로 나아갔는데, 아무래도 기기 성능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석호 대표: 말씀하신 대로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개발킷을 모두 받아 플레이스테이션4를 타깃으로 진행했습니다만, 현재 인디게임 신의 중심은 스위치인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말씀대로 개발이 쉽진 않았는데, 반년 정도 최적화에 힘써서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처음 스위치에 게임을 올리니 5프레임 정도가 나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성능 기기를 상정하고 풀HD 60프레임 게임으로 개발을 진행했는데 스위치에 그대로 올리긴 힘들어 반년 정도 투자해 풀HD 해상도에 60프레임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스팀 버전과 스위치 버전 사이에 차이는 없나요, 스위치에서 60프레임은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이석호 대표: 스팀 버전과 스위치 버전 사이에 차이는 없습니다. PC 버전을 다르게 해서 가져가려 검토는 해 봤습니다만, 2 버전을 최적화하려니 게임을 2개 만드는 효과와 같아 너무 힘들어 통합했습니다. 아직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버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빠르게 준비하며 현재 버전을 그대로 낼지 뭔가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60프레임 구현을 위해 배경 오브젝트와 애니메이션에 수정을 조금 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픽에 민감한 분이라면 예전에 공개된 영상보다 조금 너프됐다는 느낌을 받으실지도 모르겠는데, 테스트에서는 독모드로 아주 큰 사이즈의 TV에서 플레이하지 않는 한 차이를 잘 못 느끼시더군요.
 

출시 후 업데이트, DLC 계획도 있으신지요
이석호 대표: DLC를 하나 또는 2개 내려고 생각중입니다. 크레스트의 도움 덕에 버그를 잘 잡고 안정적인 게임이 되었기에 버그 패치보다는 콘텐츠 추가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출시 후에 버그가 있다면 패치를 당연히 해야겠지만요. DLC와 별개로 게임에 업데이트를 좀 진행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업데이트를 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인디게임의 이상은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같이 시스템만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시스템과 밸런스, 숫자만 갖추고 제시하는 것이 개발 코스트 면에서 이상적이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블랙위치크래프트'는 JRPG니까요. JRPG라면 이벤트가 있어야 하고 캐릭터 일러스트에 표정도 들어가고 보이스도 들어가야 하죠. 음성에 맞게 립싱크도 다시 해야 하고요. 일본어 더빙을 진행하는데 립싱크를 맞추자니 정말 답이 없는 느낌을 받으며 작업한 기억이 납니다.

 

DLC 첫번째 내용은 구상이 되어있는데, '블랙위치크래프트'가 마들렌 어셔가 와서 오빠를 막아달라고 자신의 몸을 바쳐 리자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첫 DLC로는 마들렌을 조작해 오빠의 음모를 알아내고 막으려다 실패하고, 갖혔다가 까마귀의 도움으로 탈출해 리자에게 오는 프리퀄을 준비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기다려 온 분들에게 한말씀 해 주시고, 향후 계획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석호 대표: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현재 기획외주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블랙위치크래프트'를 출시하고 업데이트하며 좀 더 상황을 볼 생각입니다.

 

사실 제가 멘토링을 가서도 저처럼 하면 안되고 트렌드와 상업성을 중시하고 잘 살펴야 한다고 늘 강조해요. 트렌드를 특히 유심히 보고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개발을 마치고 돌이켜보면 '블랙위치크래프트'도 2017년 경에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출시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니어 오토마타'라는 고딕 비주얼의 걸작이 나오기 전이었다면 좀 더 홍보가 쉬웠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트렌드를 생각하지 않고 개발자가 질릴 때까지 개발한 게임이 '블랙위치크래프트'입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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