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이종주 PD '찐팬' 맞더라 "원작 스토리에 플러스 알파 더해지는 게임될 것"

등록일 2023년05월11일 10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영웅전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많은 팬들에게 '추억의 작품'으로 기억되는 시리즈 안의 시리즈, '가가브 트릴로지'가 모바일게임으로 나온다. MMORPG로 명성을 쌓은 파우게임즈에서 제작중인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그 주인공으로, 2024년 출시 예정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영웅전설' 3편부터 5편까지의 '가가브 트릴로지'는 1990년대 RPG 마니아들을 울고 웃게 만든 팔콤의 걸작 RPG 시리즈.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파우게임즈가 '가가브 트릴로지' IP를 확보해 개발중인 신작 타이틀이다.

 

장르는 '캐릭터 수집형 RPG'로,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세븐나이츠' 총괄 PD와 '그랑사가' PD를 역임한 이종주 PD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영웅전설' 시리즈 1편부터 즐기기 시작해 꾸준히 즐겨온 기자는 처음 발표 당시부터 기대반 우려반으로 개발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크게 2가지 방향의 오해(?)고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IP 홀더인 팔콤의 콘도 대표가 팬들의 '가가브 트릴로지' 리메이크 요청에 늘 "자력으로 하긴 힘들고 외부의 요청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답해온 만큼, 드디어 리메이크가 성사됐다는 오해와 파우게임즈가 개발하는 만큼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되어 팬들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것인데...

 

기자의 경우 장르가 캐릭터 수집형 RPG라는 것, 그리고 이종주 PD가 기자와 마찬가지로 '영웅전설' 시리즈를 1편부터 즐겨온 게이머라는 것은 전해듣고 있었기에 그런 오해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진이 제대로 IP를 이해하고 개발하고 있는지, 게임의 방향성이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지 우려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개인적 욕망과 유저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이종주 PD를 만나러 판교로 달려갔다.

 



 

실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종주 PD는 플레이한지 오래되어 지명과 캐릭터 이름이 가물가물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가가브 트릴로지'의 세계를 사랑하는 동지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하얀 마녀'의 이야기를, '주홍 물방울'과 '바다의 함가'의 감동을 접하고 '가가브 트릴로지'의 매력적인 세계와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길 바라는 개발자였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옮겨본다.

 

'가가브 트릴로지'로 모바일게임을 만들게 된 과정
이혁진 기자: 가장 먼저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IP를 선택한 이유, '영웅전설' 중에서도 '가가브 트릴로지' IP로 신작 개발에 나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종주 PD: 2022년 8월에 파우게임즈에 합류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RPG팩토리 시절부터 시작해 이광재 대표님과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다 최근 2~3년 정도 잠시 다른 길을 잠시 간 뒤 다시 함께하게 됐습니다.

 

파우게임즈에는  신규 프로젝트를 하고 싶던 차에 기회를 주셔서 합류했는데, 처음에 어떤 게임, 장르를 만들까 고민부터 시작해서 한달 정도 시장조사 기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게임들을 해보고 지표도 살펴보며, 어떤 것이 경쟁력이 있을까를 고민해 장르를 3개 정도 후보로 압축한 뒤 그 중 캐릭터 수집형 RPG로 장르를 픽스했습니다.

 

캐릭터 수집형 RPG에서 중요한 것은 일단 다양한 캐릭터 풀입니다. 이 부분을 자체적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고 팀 세팅에도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반이 될 IP를 찾아보자고 접근했는데, 처음에는 웹툰, 애니메이션 등을 찾아보는데 해볼만 한 IP는 이미 소모가 많이 된 것이 많았고 쉽게 찾을 수가 없었죠.

 

저희가 원한 IP의 기준은 이제까지 한번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사용된 적이 없는 IP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캐릭터 수집형 RPG 장르에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2가지였습니다. 이 두 조건에 부합하는 것을 찾아보니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웹툰들은 먼치킨 주인공 원탑 스타일의 설정이 많아 캐릭터 수집형 RPG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던 중 근래 고전게임 IP를 활용해 성공한 게임들을 참고해 고전게임 중 가능해 보이는 IP들을 리스트업하고 보니 '영웅전설'이 딱 눈에 들어왔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해야할지, 고전게임 중 제가 가장 긴 시간 플레이한 게임인데 바로 떠오르지 않던 것이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죠.

 

3편 '하얀 마녀'부터 5편 '바다의 함가'까지 '가가브 트릴로지' 세 작품을 합치면 캐릭터 풀이 충분히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일단 결정한 뒤에는 대표님께 보고드리고 네오위즈 도움도 받아서 팔콤 측과 연락해 빠르게 진행이 되어 확정이 됐습니다.

 



 

팔콤에도 다녀오셨다던데 방문해 보니 어떻던가요
이종주 PD: 네. 올해 1월에 팔콤에 다녀왔습니다. 업무를 떠나 오랜 팬으로 설레는 마음을 품고 갔는데, 사진도 많이 찍었고 제가 30년 전부터 즐겨온 게임들을 만든 그 게임회사 답다고 해야할지,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도 개발 과정에서 영감을 얻을 때 게임에 들어가서 실제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떻게 표현했나를 찾아보곤 하는데, 팔콤 게임들에선 장인정신이 느껴지죠. 그런 분위기를 회사에서도 느꼈습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개발을 발표하고 국내 유저들의 반응은 어떻게 느꼈나요
이종주 PD: 많이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유저들 반응이 대개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혹한 과금을 요구하는 매운 맛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 같고요. 시리즈 원작 팬들은 아무래도 모바일보다 PC, 콘솔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임을 구입해서 플레이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유료화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분도 있을 겁니다. 원작 훼손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이 봤습니다. 추억을 그대로 보전해 주지 않고 굳이 꺼내서 망치려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죠. 많은 오해를 하고 계시는구나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발자이자 팬으로서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인 '가가브 트릴로지'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오해도 풀고 싶던 차에 저와 마찬가지로 시리즈를 즐겼고 팬인 기자분이 인터뷰를 요청주셨다고 해 이렇게 만나뵙고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90년대에 나온 시리즈로, 그 뒤에 리메이크도 되지 않아 젊은 게이머들은 생소하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가브 트릴로지'의 IP 인지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종주 PD: '영웅전설' 3, 4, 5편이 발매되던 당시는 국내 게임 시장이 굉장히 작았습니다. PC 타이틀인데 PC를 보유한 가구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죠. 마니아 층에서는 굉장한 명작이라는 기억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많은 유저들이 체험하지 못한 IP, 그런데 이름 자체는 굉장히 친숙한 IP입니다.

 

사실 '영웅전설'이라는 타이틀은 영웅과 전설이 합쳐져서 너무 친근한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하고요. '가가브 트릴로지'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고전게임인 1, 2편을 접해본 사람, '궤적' 시리즈를 해본 분들까지 '영웅전설'을 해본 분은 많을 겁니다. 나름의 IP 파워가 있다고 보고, 어린 시절 플레이했거나 게임잡지 등을 통해 접해본 분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나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원작 게임이 워낙 세계관과 스토리가 좋은 게임이라 잘 해석해서 제시하고, 유입만 된다면 리텐션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원작 스토리 온전히 담고 팬들이 바랄 추가 스토리 더한다
2023년 초부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2024년 말 출시 정도로 예상하면 될까요. 게임의 전체적 방향성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종주 PD: 2024년 출시 목표는 맞는데, 말보다는 조금 빠를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주변에 추천하고 그렇게 보게된 친구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하는 그런 식으로, '함께 즐기는 게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재미있게 했는데 체험하지 못한,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경험시켜 주고 싶다는 거죠.

 

그를 위해 원작을 활용하되 현대적 방식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성입니다. 원작의 스토리, 가가브가 왜 생겼는지부터 해서 가가브 트릴로지의 모든 스토리를 구현할 예정이고, 당연히 원작 팬들이 궁금했던, 더 보고 싶었던 부분까지 구현할 계획입니다. 원작 스토리를 기본적으로 다 구현하려는 것은 원작 팬들의 추억,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면도 있지만 당시 환경 때문에 접하지 못한 분들이 체험하고 같은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 팬들은 다른 방식의 게임에서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구나'라고 비교해보기도 할 것이고, 처음 접하는 유저들도 원작의 스토리를 즐기며 가가브 트릴로지의 엔딩을 봤을 때에는 가가브에 동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원작 스토리 후에 펼쳐질 저희 파우게임즈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팔콤과 협의해 만들어 제공할 예정입니다.

 

'가가브 트릴로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미첼인데, 시리즈 전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죠. 미첼이 대마도사 올테가인데 올테가로서 활약하는 것도 그리고 싶습니다. 마법을 쓰면 생기는 응집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마법 체계를 채플과 칸드로 정리한 것이나 요술사 게페우스와 대립하는 과정, 화해하고 악마를 물리치는 스토리, 게임 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등등 표현해 보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토마스의 활약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궁금하죠. 도서관이나 특정 책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풀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빈과 마일은 신을 물리친 다음 어떻게 지냈을까, 그냥 평화롭게 살았을까 아니면 새로운 모험을 떠났을까... 3편과 5편 사이에 50년 정도 시간차가 나는데 5편의 캐릭터들은 그 50년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그런 것들을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다루고 설정, 추측으로만 존재하던 것을 오피셜로 구현하고 싶은 야망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작 팬들에게는 이미 알던 스토리에 더해 추후 서브 스트리로 궁금하던 부분을 채워주고 신규 유저들에게는 원작 스토리 자체로 충분히 몰입시켜 주려는 생각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팔콤과의 협업이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종주 PD: 현재도 설정 감수를 받고 있습니다. 30년 전 오리지널 스나리오를 쓰시던 분은 퇴사해서 직접 도움을 받지는 못하지만 물론 위에 언급한 것들을 실제 만들게 되면 팔콤의 감수를 받게 됩니다. 저희가 주도적으로 이렇게 하고싶다는 방향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지만 기본적으로 '가가브'라는 대륙 바깥은 다루지 못하고 가가브라면 다 다룰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모바일게임은 일반적으로 엔딩이 없이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게 되지만 큰 틀의 엔딩이 있고 거기를 향해 천천히 진행해도 될 것입니다. 팬들의 경우 이미 알고있는 원작의 스토리를 길게 늘여뜨려 놓으면 지루할테니 원작 스토리 제공 면에서는 천천히 전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작 스토리의 엔딩은 빠르게 표현해 주고 그 다음에 할 이야기가 많으니 계속 더해가자는 쪽으로 개발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가가브 바깥도 검토는 해 보신 거군요
이종주 PD: 산맥이 너무 험해 아무도 못 넘었다는 설정인데, 기술이 발전하면 미첼의 도움을 받아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는 식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팔콤 측에 문의해 보니 가가브 세계관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해 그 방향은 포기하고 대신 트릴로지에서 다뤄지지 않은 지역이 많으니 그런 부분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해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정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룰만한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지도에 존재하지만 게임에서 다뤄지지 않은 지역들, 언급이 되는데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지역들을 모험할 수 있을 것이고, 다양한 동굴이나 이계 공간들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미 수년 분량의 스토리 방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상태입니다.

 

구 '가가브 트릴로지'와 '신 영웅전설' 시리즈도 모두 활용 가능한 건가요
이종주 PD: '가가브 트릴로지'와 관련된 모든 캐릭터, 설정, 환경을 사용 가능합니다. 그게 안 되면 서두에 이야기한 다양한 캐릭터풀이 성립이 안되죠. 시리즈 당 주요 캐릭터가 15~20명 등장하는데 트릴로지가 아니면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웅전설' 시리즈를 즐긴 분들 중에도 3, 4편만 해봤다거나 4, 5편만 해봤다거나 한 작품만 플레이해 봤다는 분이 많고 의외로 세 작품을 다 플레이한 분은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가가브 트릴로지' 경험을 하나로 묶어서 하는 것이 시장성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미첼을 꼽으셨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종주 PD: 평소 깜짝 등장해 도와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가가브 트릴로지에서 그런 묘사가 많았고 특히 미첼이 딱 그런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3, 4, 5편은 다른 테마를 담았지만 기승전결이 흡사한 왕도물 구조입니다. 마지막에는 이제까지 만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엔딩까지 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그 부분이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해도 너무 반갑습니다. 그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캐릭터들이 기억에 남는데, 미첼이 특히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 연출 제대로 할 것, 팔콤 고전게임들과 콜라보도 하고파
세계관으로는 가가브만 다룰 수 있지만 팔콤의 다른 게임들과 콜라보는 가능하겠죠
이종주 PD: 팔콤 자체 콜라보는 꼭 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매우 좋아하는 시리즈가 '영웅전설' 1, 2편- 이셀하사 편이라 언젠가 꼭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세리오스와 아트라스를 캐릭터로 구현하고 싶다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리즈 중 3편 '하얀 마녀'를 가장 좋아하게 됐습니다만 어린 시절 '영웅전설' 1, 2편을 하고 3편도 당연히 시리즈가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른 세계를 그려서 이 게임을 해야하나 고민하다 플레이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1, 2편의 콜라보레이션은 꼭 하고 싶고 그를 위해서도 게임을 잘 만들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게임 출시 시점에서는 원작 스토리를 어디까지 보여줄 계획인가요
이종주 PD: 개발팀의 목표는 오픈 시점에서 원작 세 작품의 스토리를 다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방향성은 그림 한장, 글 몇줄 보여주는 식으로 그저 흉내만 내는 정도가 아니라 원작을 정말 제대로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 마을마다 이어지는 이벤트 등이 다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평범한 캐릭터 수집형 RPG에서 표현하는 방식대로 일러스트 한장 보여주고 대사와 연출 정도로 표현해서는 전달력이 약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표현해서는 스토리를 대부분 스킵할 텐데, 가장 큰 강점을 포기하고 가게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원작처럼 마을을 다 만들고 이벤트 연출을 일일이 다 만들기에는 리소스가 너무 많이 필요하죠.

 

지난해 9~10월 경 IP를 확정하고 올해 1월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해 3~4개월은 게임 전체에 대한 구상, 기획 단계였습니다. 처음에는 장르의 평범한 방식으로 간다는 전제로 기획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팀에 합류한 개발자들에게 '가가브 트릴로지' 세 작품을 정주행시키고 하는 모습도 보고 플레이 끝내고 경험도 들어보니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게 스토리가 좋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스토리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제대로 마을도 만들고 이벤트 컷신도 함축해서 넣어야 스토리 전달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작을 경험하지 못한 유저들도 재미있는 게임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가가브 트릴로지'를 명작이라고 자부하던 팬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려면 리소스가 얼마나 필요하건 제대로 구현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죠. 그러고 나니 역시 시간이 문제라 여전히 목표는 오픈 시점에 원작 스토리를 모두 제공하는 것이지만 최소 목표는 트릴로지 중 2개 작품 스토리를 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개발팀 전원이 원작을 플레이한 뒤에 개발에 착수한 것이군요, 도중에 합류한 개발자도 역시 원작 플레이부터 시작하게 되나요
이종주 PD: 우리가 어떤 게임을 구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원작을 경험해야 하니까요. 기획자는 세편 다 클리어했고 다른 직군도 최소 한 작품 이상은 클리어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작 IP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원작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될텐데, 원작을 모르면 일단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원작 플레이를 한달 정도 하고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길게 보면 개발 기간을 몇개월은 더 단축시켜줄 것이라 봅니다.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어야 유저들에게 잘 전달될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원작 플레이 과정을 이어가고 있고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스토리 순서는 연대순으로 가나요, 아니면 게임 넘버링 순으로 가나요
이종주 PD: 처음 시나리오 몰입감을 생각해서 시작은 같이 하고 중간에 분기가 언락되는 식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일단 4 스토리로 시작하되 4 엔딩을 봐야 다음이 열리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다른 스토리로 나아갈 수 있는 분기형으로 생각중입니다. 이런 방식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도 조금 되고요.

 

'옥토패스 트래블러'같이 각 캐릭터 별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게임은 왔다갔다 해도 큰 지장이 없겠지만 '영웅전설'은 전체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괜찮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계획은 분기형으로, 준비가 잘 된다면 세 작품의 스토리를, 적어도 두 작품의 스토리는 온전히 다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오픈 시점에서 두 개 작품의 스토리를 제공하게 되더라도 나머지 하나의 스토리가 너무 긴 텀을 두고 추가되진 않을 겁니다.

 

전투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요, 3편의 자동전투가 당시엔 호오가 갈렸지만 지금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종주 PD: 시대를 너무 앞서갔죠. 처음 플레이하는 팀원들이 멧돼지와의 전투에서 굉장히 많이 실패하더군요. 3편의 운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전투는 당시 호오가 갈렸는데, 팔콤이 RPG의 전투 방식을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4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뒤 5에서 가다듬어 완성시켰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투 시스템 면에서 캐릭터 수집형 RPG의 전투는 보는 맛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유저의 피로도가 너무 크면 안되고 나의 액션이 성취감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자동전투는 들어갈 텐데 직접 조작했을 때 클리어가 쉽거나 보상이 더 커야한다는 생각이라 그런 방향으로 구현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웅전설 4'의 턴 베이스 전투가 보는 맛도 있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전투 흐름을 판단해서 하는 맛이 있어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는 자동전투 베이스에 개입 가능한 요소를 넣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투 연출에서는 원작의 비주얼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넉백 처리를 넣고 마법, 스킬을 쓸 때의 규칙이나 한칸 한칸 전진해서 부딪히는 비주얼을 참고했습니다. 시스템 면에서는 '영웅전설 5', 비주얼 면에서는 '신 영웅전설 4'의 자동전투를 돌릴 때의 느낌과 비슷해질 것 같습니다.

 

팬들 우려 이해, '찐팬'이 만들고 있다는 것 이해해주시기 바라
원작에서 친숙한 것은 캐릭터 일러스트보다는 역시 SD캐릭터일 텐데,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아직 자세히 공개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종주 PD: 그렇죠. SD 캐릭터가 나와야 고전게임을 재해석했구나라고 납득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디자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1월부터 본격 개발을 시작한 뒤 아트풍, 배경풍을 다 새로 잡는 중입니다. 이런 느낌이라고 이해하실 수 있게 일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시장부터 도전하실 계획인가요, 아니면 글로벌 도전에 바로 나설 계획이신가요
이종주 PD: 한국과 일본 시장을 메인으로 보고 있는데, 우선은 국내 출시에 먼저 집중한 다음에 일본이나 글로벌로 나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시장도 크고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 대한 시선, 상황도 한국과 비슷할 것 같은데, 한국보다 팬층이 두터울 것 같아서 제작 과정에서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기 전에 원작 팬들의 우려를 이미 알고 계신 상황이니, 그런 우려에 대해 먼저 한말씀 해 주시지요
이종주 PD: 추억을 훼손하지 말라, IP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잘 아는 IP라 접근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검토하며 '왜 이 IP가 아직 모바일게임으로 안 나왔을까, 캐릭터 수집형 RPG에 딱 맞는데 왜 안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가 많고 캐릭터 풀도 충분한데 말이죠. 매력적인 세계관에 멋진 BGM. 세계관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작업인데 왜 이제까지 아무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보니 개발자들 중 '영웅전설'을 정말 좋아하고 이것을 메인으로 내가 만들어야겠다 판단할 만한 PD, 대표 레벨의 개발자가 적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운 좋게 시리즈 팬인 제가 만들 수 있게 된 것으로, 좋은 IP를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했던 그 세계를 잘 표현해서 기존 팬들은 물론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고 원작 팬 여러분이 '그래도 영웅전설을, 가가브를 아는 개발자가 개발하고 있구나', '우려가 100%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몇%라도 줄어들었다'고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원작의 제목은 들어봤지만 경험해보지는 못한 분들이 많고 그런 분들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를 즐겨주실 유저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게임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저희 제작 방향입니다. 그러려면 원작에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제대로 잘 표현해야겠다는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이고 그것만 제대로 해도 원작 팬 여러분에게도 좋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봅니다.

 

원작 IP가 좋아서 그걸 가져와 게임을 만든다고 바로 명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재미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토리가 중요한데 그 부분은 믿고 가면 되는 것이고 거기 더해 재미있으려면 성장 과정과 성장에 대한 성취감, 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할 겁니다. 밸런스적인 부분도 크고 게임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전개하는지가 중요한데 그런 재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시연 빌드를 제작해 올해 지스타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지스타에서 재미를 느끼실 수 있게 빌드를 만들어 피드백을 받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들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IP에 걸린 기대가 크다보니 꾸준히 관심갖는 팬도 많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소통 방향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종주 PD: 이번 인터뷰가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어떤 게임인지 밝히는 첫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내년 출시 전에 진행상황을 공개 가능질때마다 알려드리고 소통하는 노력을 하려 합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5~6월 사이에 '영웅전설' 등 고전게임을 플레이하는 개인 방송자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답변을 드리고 싶어 추진중이며, '가가브 트릴로지'의 팬으로서 다른 팬 여러분과 교류도 해보고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고 지스타도 그 일환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개발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모바일게임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으니 해봐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말해주면 고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에는 굉장히 대작을 만들어야겠다기보다는 IP를 잘 활용해서 만들어 보자는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주변에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기대가 굉장히 커져서 이 게임은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느낌입니다. 정말 제대로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도 유저 여러분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최대한 반영해 가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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