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명온라인'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여전히 온라인게임에 가능성 있어"

등록일 2014년12월12일 14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이슈메이커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내외 게이머들은 물론, 세계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진의와 상관없이 지난 2011년 콘솔 게임에 대해 했던 발언은 지금도 세계 게이머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엑스엘게임즈의 게임들 역시 송재경이라는 이름과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4에서 신작 '문명 온라인'을 선보였다. 지스타가 끝난 후에는 문명 온라인 2차 CBT를 진행해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송재경 대표는 지스타와 문명 온라인 2차 CBT가 끝나고, 2015년 문명 온라인의 다음 행보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개발에만 매진할 계획이다. 엑스엘이 개발중인 모바일 게임 개발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코딩도 직접 하고있고, 문명 온라인 개발에도 계속해서 힘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칩거'에 들어가기 전 문명 온라인 2차 CBT를 마치고 한숨 돌린 송 대표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송재경 대표는 게임업계 대표 오타쿠인 기자와 만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취미와 게임 개발, 미래 전망을 들려줬다.

 

물론 오랜만에 지스타를 둘러본 소감과 모바일 게임 개발을 해 본 감상, 문명 온라인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여기에 많은 게이머들이 궁금해 할, 몇 년째 그를 따라다니는 '콘솔 발언'의 진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지스타 2014와 문명 온라인
게임포커스: 지스타에서 송대표님을 뵌 것은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로 지스타에 나온 2010년 이래 4년 만이었습니다. 이번 지스타, 어떻게 보셨나요?
송재경 대표: 네. 아키에이지로 나간 후에 한참 쉬다가 이번에 문명 온라인으로 BTC 부스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4년 만에 가 보니 왠지 2000년대 게임쇼들에 비해 활력이 좀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뭐랄까 쇠락해가는 제국의 끝자락을 지켜보는 듯한,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회사들이 BTC 부스를 내지 않게 되었죠. 다시 온라인 게임회사들이 부스를 채웠습니다.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은 큰 비용을 들여 부스를 꾸리는 게 회사 입장에서 의미가 좀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BTB 부스는 활기가 넘치고 잘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 게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더 커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임포커스: 지스타에서 문명 온라인을 선보이고, 지스타가 끝나자마자 2차 CBT를 진행하셨죠. 문명 온라인의 완성도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고 개발팀에 어떤 피드백을 주셨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송재경 대표: 전체적인, 본질적인 게임의 큰 그림, 큰 틀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저 여러분들도 오랜만에 좋은 게임, 참신한 게임이라는 평들을 해 주셔서 좋았죠.

 

개발과정이다보니 당연히 디테일한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것 같고, 특히 처음 게임을 접한 분들은 게임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차 CBT를 경험하신 분들은 시작하자마자 뭘 해야할지 알고 착착 하시는데 처음 하시는 분들, 늦게 들어오신 분들은 더더욱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여러모로 개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포커스: 이번 2차 CBT 전후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시즌제 MMORPG에 대한 논의가 좀 이뤄지더군요
송재경 대표: 사실 시즌제 MMORPG는 '아 우리가 이런 걸 해야겠다'고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2K와 연결이 되어서 문명 IP로 문명이라는 걸작 패키지 게임의 에센스를 살리는 쪽으로 개발을 하게 되었고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까 이런 형태가 된 거죠.

 

결과적으로는 정체되어 있던 비슷한 게임 위주의, 물론 퀄리티는 매우 높아졌습니다만 그런 MMORPG가 주류가 된 온라인 게임시장에 새로운 경험, 게임을 선보이게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게임포커스: 지스타에서 유저들의 반응을 직접 지켜보니 어떻던가요?
송재경 대표: 그 자리에서 바로 뭐라고 피드백을 주는 분은 없지만, 뒤에서 지켜보니 아직 불편하거나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이렇게 하겠지 하고 만든 걸 5분 10분씩 헤매는 유저도 있고, 도우미가 안내를 해 줘야 넘어가고. 그런 것들을 앞으로 더 많이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포커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과금에 대한 부분이더군요. 시즌제 MMORPG면 과금을 어떻게 해야하나? 정액제도, 부분유료화도 잘 감이 안 오는 게 사실입니다.
송재경 대표: 사실 과금제는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 맞아요. 게임의 내용이 많이 다르다보니까 기존 방식대로 과금을 하거나 부분유료화를 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능하면 과금요소가 승패에 영향을 안 주면서도 유저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쓸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할 텐데 연구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게임포커스: 이번에 공개된 아즈텍 군주나 기존 이집트 하트셉수트를 보면 아키에이지 때와 달리 이번에는 소위 '모에'를 수용한 것 같은데 어떤가요? 개발팀 구성에서 문명 온라인 쪽에 오타쿠가 더 많아서 그런 걸까요?
송재경 대표: 팀을 그렇게 따로 모은 건 아니고 아키에이지에 있는 분들이나 문명 온라인에 있는 분들이나 그런 면에서 취향과 실력이 비슷하게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키에이지 때에는 그런 면을 좀 억제하도록 디렉션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개발팀도 불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명의 경우에는 그런 쪽으로 가능하면 아무말 안 하고 꾹 참고, 기획 쪽으로만 관여를 하다 보니 개발팀의 덕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는 유저들 좋아하고 저도 좋고 그렇습니다.

 

게임포커스: 공개된 문명 군주 중 누가 제일 좋으세요?
송재경 대표: 이집트 하트셉수트가 제일 좋습니다.(단호)

 


 

게임포커스: 내년에는 문명 온라인 정식 상용화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송재경 대표: 2015년 중 상용화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게임포커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신다는 느낌을 받는데, 문명 온라인 다음에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실 건가요?
송재경 대표: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은 느끼는데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아직 없습니다. 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 당위성은 많이 느끼고 있어요.

 

모바일 게임 코딩, 직접 해 보니
게임포커스: 요즘 모바일 게임 개발팀에서 직접 코딩을 하고 계시다던데 사실인가요?
송재경 대표: 모바일 팀 가운데 앉아있기는 한데 직접 실전 배치될 코드를 짜는 건 아닙니다. 취미생활 비슷하게 서버 쪽 코드를, 새로운 언어도 배울 겸 살살 짜고 있는 수준이에요.

 

게임포커스: 모바일 코딩은 재미있으신가요?
송재경 대표: 아주 재미있습니다.

 

게임포커스: 아직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다니 놀랍습니다. 개발과 상관없이 외국어,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송재경 대표: 사실 스페인어는 게임 스타일로 잘 나온 앱이 있어서 가볍게 단어, 문장 공부를 하는 수준입니다. 하트를 3개 주고 3번 틀리면 처음부터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인데 게임한다는 느낌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그걸로 스페인어를 할 수 있게 될지는 의심스러워요.(웃음)

 

새로운 개발 언어를 배우는 건 재미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코딩하던 건 10~15년 전인데 그 동안 세상이 많이 변해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좀 익혀보려는 것이고, 오랜만에 머리를 쓰니 재미있네요.

 

게임포커스: 그러고 보면 최근 스페인에 다녀오신 적이 있죠?
송재경 대표: 장기근속 휴가를 받고 스페인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왔는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시간나는 분은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날씨도 좋고 깨끗한 환경을 볼 수 있는데, 한 달을 걷는 게 고생스럽긴 해도 할 만 했습니다. 스페인어를 좀 더 익히고 가면 경험이 더 풍부해질 것 같아 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가 볼 생각입니다.

 

게임포커스: 언젠가 대표님이 실전 배치될 코드를 짤 날도 오는 건가요?
송재경 대표: 실전 배치된다는 의미는 라이브 상황에 도입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고 버그를 고치고 하는 거죠. 해야하는 일도 많은데 그 부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나와서 뭘 하는 건 생활 패턴상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고... 대표로서 할 일도 많다 보니 코딩을 하다가 다른 바쁜 일이 생겨서 손을 놓을 수도 있고 그러면 다른 분이 메인테넌스를 해야하는데, 다른 사람이 짠 코드를 맡기는 게 그 프로그래머한테도 민폐라고 생각하고요.

 


 

게임포커스: 온라인 게임 개발만 쭉 해오다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지켜보니 어떠신가요?
송재경 대표: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사고방식이 PC 온라인, MMORPG처럼 오랫동안 게임을 하고 보상도 느긋하게 받는 스타일인데 모바일 게임은 턴어라운드가 빠르고 호흡도 짧고 잠깐잠깐, 5분 정도 했다가 접고 하는 식이죠. 이런 스타일에다가 조작도 불편하니 결국 다 자동전투로 갈 수 밖에 없고, 저는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게 도와주는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맡겨서 잘 만들게 하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포커스: 아키에이지 모바일 게임은 어떤 형태인가요?
송재경 대표: 온라인 게임과 연동되는 앱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세계관과 IP, 활용 가능한 에셋을 활용해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보려는 것으로, 아키에이지는 워낙 콘텐츠가 방대하고 시스템이 많으니 전부 가져오긴 힘들고 모바일에 맞게 재미난 콘텐츠만 추려서 개발할 것 같습니다.

콘솔 발언의 진실
게임포커스: 좀 당황스러우실수도 있겠지만 이제 묵혀둔 이야기를 좀 풀어 보죠. 송 대표님이 콘솔 관련 발언을 하실 때마다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사실 처음 발단이 된 학생 대상 좌담회 때에도 발언의 계기나 앞뒤가 잘려서 소개가 된 감이 있었고, 그 뒤에는 재미삼아 물어보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고 대표님도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의도적으로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콘솔 게임은 끝났다'고 하신 것으로 알려진 당시를 떠올려 보면 콘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의 "콘솔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신 내용이었습니다.
송재경 대표: 그 때 질문한 학생이 콘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의도의 질문을 했고 그에 답한 게 맞습니다. 말을 하다보니 제가 흥분도 좀 하고 해서 심한 말을 하게 되었던 감은 있고요.

 

당시 제가 해주고 싶었던 말은 우리나라에는 콘솔, 당시 플레이스테이션3이나 Xbox360 플랫폼으로 본격적인 개발을 하는 개발사가 없으니 일본이나 미국으로 직장을 알아보시는 게, 허들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한 것이었죠.

 

그런데 말하다 보니 평소 제가 느끼던 한국 사람들의 컴플렉스, 선진국, 미국, 유럽, 일본에서 잘 되는 게 좋은 것이고 그런 논조에 따라 콘솔은 선진국에서 팔리니까 콘솔 게임이 온라인 게임보다 우월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떠오르며 흥분을 했던 거죠.

 

온라인 게임도 기술 수준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더 뛰어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단지 주는 경험의 성격이 콘솔 패키지 게임과는 많이 다른 것이죠. 콘솔 패키지 게임은 잘 짜맞춰진 시나리오와 훌륭한 드라마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고, 온라인은 그런 걸 보여주기엔 어려운 포맷입니다. 반대로 다른 유저와 함께 놀고 겪는 데에서 나오는 감동과 드라마가 있을 텐데, 어느 쪽 플랫폼이 우월하다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포커스: 사실 그 당시에는 서구권에서도 그런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에픽게임즈 제이 윌버 부사장을 이번 지스타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최근에야 서구권에서도 온라인 게임에서 콘솔 수준 그래픽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 면에서 한국 개발사들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송재경 대표: 그 때 하고 싶던 말을 제대로 다시 하자면 한국의 현실적 여건이 콘솔은 잘 안 되고 개발사도 없으니 온라인 게임 개발자로 좋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온라인 게임은 만들기 싫다'는 문화사대주의가 아니라 순수하게 콘솔 게임이 좋아서 콘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해외에서 직장을 찾는 게 좋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겁니다. 온라인 게임에도 좋은 면이 있고 감동을 주는 면이 있으니 한국에서 개발자로서 노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거죠.

 

게임포커스: 송 대표님도 콘솔을 정말 끝장났다고 보시거나 콘솔을 싫어하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지스타를 보면 콘솔로 나아가는 한국 회사들이 많이 나왔고 기존 게임을 컨버팅하며 시험해보려는 데가 많더군요.
송재경 대표: 물론입니다. 우리 엑스엘게임즈도 여유가 되면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명 온라인을 개발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콘솔 플랫폼에서 뭔가를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장래엔 모르는 거죠.

 

게임포커스: 일부 보도와 캡쳐만 보고 송 대표님이 콘솔 게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믿던 이들에게는 '변심'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송재경 대표: 하하. 사람은 변하는 존재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나 돌같은 무생물 뿐이겠죠.

 

사실 요즘 콘솔은 CPU도 X86이고 PC와 개발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단계까지 왔습니다. 비교적 포팅이 쉬워진 것도 보고 있고요. 개발 가능하냐 여부보다 시장성이 더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회사들의 메인 타겟인 한국과 중국에서 아직 콘솔 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콘솔에서 제대로 승부를 하려면 미국과 유럽에 도전해야 하는데 한국 회사들이 아무래도 기존 콘솔 회사들에 비해 베이스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승부가 힘든 면이 있을 겁니다. 중국에서 콘솔 시장이 커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4가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콘솔인데 세계적으로 1000만대 정도 팔렸죠. 하지만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억단위로 깔려 있습니다. 같은 노력을 들인다면 이왕이면 넓은 마켓을 가진 플랫폼에서 개발하는 쪽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전망
게임포커스: 현재 엑스엘게임즈의 주력은 아무래도 온라인 게임이죠. 내년,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2014년에 정체기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송재경 대표: 좋은 게임이 나오면 안 하던 사람도 게임을 하게 될 테니 모바일 게임시장의 성장도 더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반적 추세가 사람들이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죠. 예전에는 게임을 꼭 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별 일 없으면 PC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자는 게 일반적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활패턴이 바뀌었어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집에 들어가 PC 앞에 앉기는 싫고,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모바일 기기,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뭔가 하는 쪽이 일반적이 된 것 아닌가 해요. PC 앞에 앉는 사람도 아직 있지만 전반적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PC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아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지 않으면 사람을 다시 PC 앞으로 불러오기가 힘든 시기가 되었어요. 모바일은 카톡도 하다가 페이스북도 하다가 트위터도 하다가 손에 이왕 모바일 기기를 들은 김에 게임도 한판 하고. 그리고 다시 카카오톡이 오면 다시 대화를 하고, 늘 손에 쥐고 있으니까 시간쟁탈전에서 절대우위에 있습니다. PC가 좀 불리하죠. 우리는 '야 그거 내려놓고 와서 앉아 봐, 재밌는 거 있어~'가 되는 거니까 말이죠. 뭐 하나 깔기도 힘들고 결제도 힘들고. 결제만 모바일만큼 쉬워져도 도움이 될 텐데 요원하죠.

 

게임포커스: 그래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계시잖아요.
송재경 대표: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갖고 있던 PC를 아직 처분할 정도까지 온 건 아니니까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PC를 갖고 있습니다. 좋은 게임,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책상 앞으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바일보다는 힘든 게 사실이죠. 비슷한 퀄리티면 모바일을 하지 온라인 게임을 굳이 하지 않을 겁니다.

 

게임포커스: 온라인 게임은 더 높은 퀄리티와 확실한 재미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송재경 대표: 그렇죠. 적당한 퀄리티로는 안 됩니다. 정말 재미있고 질 높은 게임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캐주얼한 게임들을 굳이 PC에서 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예를 들어 '스리매치 퍼즐' 게임을 이제 PC로 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어요? 같은 스타일, 퀄리티로 모바일과 승부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MMORPG 같은 무거운 게임은 모바일에서는 조작도 힘들고 제한이 많아서 충분히 재미있게만 나온다면 다시 와서 할 거라고 봐요. 캐주얼한 쪽은 경쟁이 많이 힘들 것 같고요.

 

물론 모바일로도 무거운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고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직은 온라인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정도죠.

 

게임포커스: 그런 의미에서 엑스엘게임즈는 늘 무거운 게임만 만드는 개발사 아닌가요?
송재경 대표: 트렌드에 맞게 즐겁게 가볍게 할 수 있는 것도 만들고 있습니다. B급 게임 대량 양산도 가능한데, 지금 이미지가 엑스엘게임즈는 걸작만 만들고 예술하는 개발사라는 식으로 되어 있으니 하하. B급 브랜드를 하나 론칭해 거기서 돈을 벌어 엑스엘은 계속 예술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인터스텔라에 감동, 차기작은 SF로!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송 대표님 취미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영화도 즐겨보시는 걸로 아는데 최근 재미있게 보신 영화는 뭔가요?
송재경대표: 인터스텔라죠. 처음 볼 때는 '뭐야?'라고 욕이 나왔던 것 같은데 두번째 볼 때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감동도 두번째 감상 때 오더군요. 인터스텔라를 본 후 상대성이론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SF 게임은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제가 SF 게임을 만들어 속설을 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뭐 안 되면 해외에서 SF 장르는 인기가 좋으니 해외시장을 노려도 될 테고. 게이머들도 매일 용 잡고 하는 거 지겨우니 SF도 슬슬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든 생각이, SF게임이 잘 안 되는 건 사람들이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하는 거였죠.

 


 

게임포커스: 사실 SF 장르문학이 한국에서 잘 안 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분석이 있더군요. 그건 그렇고, 위에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엑스엘게임즈에도 오타쿠 개발자가 많은 것 같은데, 실제 개발에서 그 쪽 방향으로는 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 면접에서 대표님이 미소녀 게임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는 증언도 들었는데 어떤가요?
송재경 대표: 흔히 미연시라고들 하는 미소녀게임은 대개 2D 그래픽에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죠. 그런 게임은 즐겨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좀 더 하드코어한 작품들은 재미있게 즐겼죠.

 

한국에 사회적, 법적 제약이 없다면 그런 류의 MMORPG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그래픽 기술력을 쏟아부으면 일X전 같은 회사보다 훨씬 좋은 퀄리티로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쉬워요. 위에 농담처럼 이야기한 B급게임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거기에서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가끔 합니다. 우리가 인X소X 온라인 같은 걸 만들면 정말 엄청난 게 나올 텐데...

 

사실 포르노 제작, 배포가 불법인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습니다. 당연히 지켜야 할 선은 있고 어느 정도 제한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허용이 되죠. 콘텐츠로 먹고사는 입장에서 보면 포르노를 허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포르노를 못 만들게 한다고 문화가 고급이 되는 건 아니죠. 포르노도 나오고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그 위에 더 고급 문화가 나올 수 있는 법입니다. 미국, 일본, 유럽의 문화생태계를 보면 포르노가 합법이라고 해서 포르노만 쏟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가 다 포르노를 허용하는 나라에서 나온 것들이죠.

 

자유를 줘야 그 위에서 더 좋은 것도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정부의 규제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같은 거라고 봅니다. 사회적으로 포르노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나는 대상을 혐오하더라도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피해를 안 준다면 관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임포커스: 정말 공감합니다. 그 부분을 오타쿠로서 간단하게 표현할 말도 있죠...
송재경 대표: 취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하하.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갈 길이 더 먼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많이 올라왔는데 아직 나머지 면에서는 글로벌에서 물질 순위만큼은 못 올라온 것 같아요.

 

게임포커스: 이야기가 좀 많이 나아갔네요. 진열해 두신 피규어들 중에서 '세이버'가 특히 눈에 띕니다. 저도 구하고 싶던 건데 못 구한 피규어네요...
송재경 대표: 피규어는 사실 작품이나 캐릭터를 따라 사지 않는 편이고요. 조형이 잘 된 보기 좋은 것 위주로 삽니다. 나중에 값이 오를 것 같다 싶은 생각으로 사는 감도 좀 있는데 물론 실제 처분하는 일은 없고요. 이사를 가게 된다면 좀 처분해야할 것 같긴 해요.

 

게임포커스: 이사가시게 되면 연락 주세요. 세이버 등 인수하고 싶은 게 몇 개 있습니다
송재경 대표: 연락 드리겠습니다.

 

게임포커스: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여기에서 애매하지만, 문명 온라인을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한 말씀 하시고 마무리하죠.
송재경 대표: 흠흠. 저희 개발팀이 오랫동안 고생해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에 대한 안내가 안되어서 적응을 못한 분도 많으신 것 같아 죄송하고요.

 

익숙해진 분은 굉장히 즐겁게 즐겨주신 것 같은데, 부족한 부분은 잘 보완을 해서 내년에 오픈할 때는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관심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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