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의 성공은 무엇을 말하나, 모바일게임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등록일 2015년04월09일 18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1강(强) 다중(多中) 다약(多弱)'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유일한 상수로 평가받는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3월 출시한 레이븐을 매출 순위 1위에 올리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약 반년 가까이 지배하던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COC)'을 2위로 끌어내린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2위와 3위에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까지 끌어올리며 매출순위 1,2,3위를 모두 독식,(COC는 4위, 구글플레이 기준) 명실상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넷마블 천하를 활짝 열였다.

한 때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리며, 수 많은 모바일게임사들이 경쟁하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적어도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보면 1강(强) 넷마블이 독주하고 그 뒤를 다른 수 많은 모바일게임사들이 뒤쫒는 형세가 됐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독주체제를 갖춘 넷마블이 언제까지 독주를 할 것인지에 쏠려있다.

'레이븐'의 성적, 모바일게임 시장 변화의 초석 될까?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TOP 5(4월 6일 기준)

넷마블이 지난해, 자사의 기대작으로 손꼽아 왔던 '레이븐'을 네이버에서 서비스 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넷마블의 선택에 의구심을 가진것이 사실이다. 네이버가 PC 온라인에서 엄청난 영향력 가지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모바일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특히 모바일게임에서는 더더욱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손을 잡은 넷마블의 힘은 한 마디로 엄청났다. 레이븐은 출시 2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5일 째에는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모바일 시장을 장악했다.

이와 같은 레이븐의 성적은 엄청난 광고 마케팅 전략도 주요했다. 넷마블과 네이버는 TV, 인터넷, 지하철 등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대규모 마케팅을 펼쳤다. 가장 광고비가 비싼 황금시간 대 공중파 프로그램의 시작 전, 후 에도 광고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뛰어난 게임성이 밑바침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레이븐'은 지난해를 강타한 이른바 '블레이드'류의 액션 RPG 이지만 다른 게임들과 달리 다양한 콘텐츠와 몰입감을 높여주는 컷씬의 도입, 뛰어난 타격감 등으로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레이븐으로 1위를 달성한 넷마블은 거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오랜기간 넷마블을 효자게임이었던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에도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1주년을 맞은 '세븐나이츠'의 경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매출 순위 2위로 끌어올렸고 곧이어 모두의 마블까지 3위에 입성시키며 부동의 1위 클래시오브클랜을 4위까지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모두의 쿠키', '차구차구' 등 다양한 게임들 역시 중위권으로 올려놓으며 매출 순위 30위까지를 기준(4월 3일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27%를 넷마블 게임들이 점령하고 있다. 단일 서비스사 로는 최대 규모다.

카카오톡 의존도가 높지 않았던 애플의 경우 카카오 게임의 비율이 더욱 낮다

클래시오브클랜이 장기간 집권하며 점점 고착화 되어가고 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관계자들 대부분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위를 탈환한 넷마블 마저 대규모 마케팅을 동원했다는 점과 여전히 대형기업 위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짜여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규모의 모바일게임사들은 더욱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이들 중소 게임사들이 대형 퍼블리셔들의 엄청난 물량공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업은 방치?” 게임 개발사에게 외면 받는 카카오 플랫폼


한편, 이번 레이븐의 성공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지배자였던 카카오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레이븐이 카카오가 아닌 네이버와 손잡고 독주체제를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때 국내 게임시장 점유율 80%이상을 보이며 국내 게임시장을 지배했던 '카카오 게임하기'의 입지가 약화되는 듯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밴드, 아프리카 등 다양한 경쟁자들을 쉽게 따돌리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카카오 신화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 

현재 국내 매출순위 30위를 기준으로 비(非)카카오 게임의 비율은 30개 중 13개, 약 43%나 된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더 이상 카카오가 모바일게임사들에게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모바일게임의 탈 카카오 현상은 플랫폼 서비스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온 높은 수수료의 영향도 적지 않다. 카카오는 "수수료가 과도하게 많다" 모바일게임사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높은 수수료율을 유지해왔고 대안이 없던 모바일게임사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카카오 출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카카오를 통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는 것.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카카오의 한발 늦은 대응도 탈 카카오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실적은 매출 8.984억 원, 영업이익 2,092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42%로 증가한 수치다. 게임매출은 257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후 다음카카오는 게입 사업보다는 핀테크, O2O(Online to Offline) 등의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임사업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지만 합병 전에 비해 게임부문에 많은 힘이 쏠리지 못한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4분기 실적만을 놓고 보면 게임사업의 성장세는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여기에 게임빌, 컴투스, 넥슨 등 다수의 게임사들은 이미 카카오 톡을 등지고 자체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모든 장르에서 카카오 플랫폼을 등진 것은 아니지만 테스트 배드의 성격을 가진 융합형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도탑전기를 필두로 한 중국식 BM을 하나씩 적용시키며 고착화됐던 BM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카카오의 묘수(?) '카카오게임샵', 등 돌린 개발사 눈길 사로잡을까?


최근 이처럼 탈(脫)카카오 현상이 가속화되고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다음카카오는 지난 1일, 자사의 앱 마켓인 '카카오게임샵'을 공개했다.

'카카오 게임샵'은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별도의 마켓이다. 기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통신사 마켓과는 다르게 결제를 '카카오 코인'을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코인은 휴대폰, 문화상품권,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으며 구매 및 충전 금액의 10%가 카카오포인트로 적립된다.

지금까지 카카오 게임의 수익 구조는 전체 매출의 30%를 구글과 애플 등 마켓이 갖고, 카카오가 21%, 나머지 49%를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나눠 갖는 형태였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샵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면 입점 및 결제 수수료 7.5%를 포함해 28.5%를 제외한 전체 매출의 65%를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구매 시 적용되는 사용자 보너스로 적립되는 10%를 유저가 게임 결제에 사용할 경우 개발사는 최대 71.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카카오게임샵 1차 라인업을 통해 넷마블, 네시삼십삼분, 위메이드 등 7개 게임사 15종의 게임이 공개됐다. 오는 14일에는 2차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며 다음카카오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이용자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추가 앱 설치가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카카오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구글, 애플 등 단일 마켓에 출시하면 게임사가 매출의 70%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카카오게임샵의 이용절차가 소비자에게 있어 번거롭다는 점에서 카카오 게임샵이 과연 기대한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결제 및 구매 금액의 10%를 적립시켜주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게임을 단기간만 소비하는 소액 결제 유저들에게 10%는 소위 말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여기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소셜 플랫폼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기반으로 다양해지면서 카카오톡의 유저풀만 바라보는 유저는 더 이상 많지 않다. 게임과 관련한 카톡 알림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 역시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네이버 등도 이미 소비자 적립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도 카카오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요소다.

다음카카오 게임사업팀 박준현 사업부장은 “카카오게임샵은 게임 이용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유통 수수료에 대한 파트너사의 부담을 줄여 전체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며
”카카오게임샵이 충성도 있는 이용자를 모객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손잡은 레이븐의 성공이 과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또 다른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중소 모바일 개발사 대표는 “'COC'가 점령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레이븐'이 물려받았지만 순위만 바뀌었을 뿐 모바일 게임 시장의 의미 있는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소 개발사들의 설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독특한 아이디어 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 정부가 직접 나서 능력 있는 중소 개발사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 정책을 내놓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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