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5'의 화두 'VR', 현직 게임개발자의 진솔한 체험기

등록일 2015년11월27일 13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5의 최대 화두는 단연 'VR'이었다. 소니, 오큘러스, HTC, 삼성의 VR 기기와 VR게임들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유저들과 현장에서 만나 본격적인 VR 시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게임포커스는 기자들이 유저의 입장에서 쓴 VR 체험기와 사업 측면에서의 전망을 전한 데 이어 실제 게임 개발자가 지스타에서 VR 체험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본문은 넥슨 인수 전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 개발로 경력을 시작해 다양한 온라인, 모바일게임 개발에 참여한 베테랑 개발자 오영욱씨의 기고문을 편집방침에 맞춰 일부 수정한 것임을 밝혀둔다.

NDC 2013에서 오영욱 개발자가 강연중인 모습

이 글을 쓴 나(오영욱 개발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게임 프로그래머이고, 오큘러스 DK1과 DK2를 구매해 사용했던 사람이다. DK2에는 립모션을 붙여서 이런 저런 데모를 돌려본 만큼 VR에 어느정도 익숙한 개발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지스타 2015에는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 VR을 가지고 온다기에 기대하고 있던 차, 섬머레슨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모든 VR을 체험해보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경험해 본 4가지의 VR 체험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메이플스토리 VR (NCM)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서 메이플스토리를 테마로 만든 부스에 메이플스토리를 VR로 옮겨놓은 코너를 준비해놓았다. 같은 콘텐츠이지만 상호작용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볼 수 있는 삼성 기어VR 체험과 오큘러스 리프트 DK2에 립모션을 붙여 실제 메이플월드에서 주황버섯과 거대 머쉬맘을 물리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두가지 체험으로 구성됐다.

소감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정된 시간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메이플스토리를 VR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지금까지 주어진 VR체험의 경우 대부분 조작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립모션 같은 경우 정확도가 높지 않고 립 모션만으로 얻을수 있는 손가락, 손의 좌표만으로는 게임 내 이동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메이플스토리 VR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된 동선으로 이동은 자동으로 진행하도록 구성했으며, 립모션으로 인식한 손의 움직임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처리를 했다. 그나마 립모션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실제 오큘러스 리프트 VR 중앙에 립모션을 붙여서 사용할 경우 손은 반드시 오큘러스 정면에 위치해야 함) 립모션 센서를 오큘러스 리프트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아마 중앙에 놨을 경우 오른손의 휘두르는 것을 인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된다.

따로 게임 개발팀이 없는 박물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여기까지 시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2D게임이었던 메이플스토리를 VR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이플스토리의 올드팬들은 감회가 새롭지 않았을까.


섬머레슨 (SONY)
간단하게 소감을 두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1. 사람과 대화를 잘 못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필자는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편인데, VR미소녀의 눈도 못 마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 하라다의 의도대로 완전히 놀아났다.

다른 소니 데모를 제외하더라도 VR 데모들이 거의 다 기승전결을 잘 못 맞추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사실 거의 테크데모 느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포 장르를 제외하면 가장 강렬한 경험을 주는 데모가 섬머레슨이었다.

다른 조작계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플레이스테이션 VR 기기에 헤드셋만 추가한 형태였는데, 머리의 움직임만으로 데모를 진행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 사실 플레이 하는 동안은 긴장해서 이런 생각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

머리로는 '헤드셋 이외에 다른 조작기기는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손을 내밀거나 움직이는것은 무의미하다. 게다가 내 눈엔 안 보이지만 옆에 사람이 보고 있다'라는 것 덕분에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인다던가, 대답하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고 힘들었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저기 실제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굉장히 강렬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불편한 거리를 캐릭터가 왔다 갔다 하면서 내 긴장도를 들었다 놨다 했다는 것을 데모가 끝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야 깨닫게 되었다. VR이다! 신난다! 섬머레슨이다! 하고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쓰고 플레이하러 들어가서 결국 하라다의 의도대로 움직인 셈이다.

캐릭터가 무언가 찾을 때 눈앞에서 그냥 주워서 건네주면 좋을 텐데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 점과, 성능이 좀 떨어져서 나중에 하라다가 우물안으로 밀어넣었을 때 우물 벽이 너무 번쩍거려서 리얼리티가 부족했다는 것 정도가 단점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도 보였는데, 위에서 내려서 쓰는 형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리에 쓴 상태에서 화면을 위로 드는 것만으로 시야를 확보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런 형식이기 때문에 스크린을 썼을 때 아래에 공간이 약간 생긴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하드웨어적인 한계 때문에 VR을 자연스럽게 느끼려면 다음세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진삼국무쌍 VR (SONY)
삼국무쌍 같은 콘텐츠가 VR과 어울릴 것인가에 대해서 좀 의구심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는데, 간단하게 소감을 정리하자면 쾅하고 무쌍난무를 할 때 적병들이 시야밖으로 휙휙 날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시원시원하고 상쾌했다.

하드웨어적 한계 탓인지 진삼국무쌍의 시원한 게임성을 살릴 만큼 병사들이 등장하지 못한 감이 좀 있다. 특히 아군이 부관 한 명 뿐이라는 점이 좀 아쉬웠다. 초반의 부관과의 인터랙션이 좀 약하긴 하지만 데모 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수 없는 것 같고, 진삼국무쌍 역시 VR로 실험을 해보면서 데모를 위해 여러가지 제한을 걸었다.

진삼국무쌍 VR에는 입력장치로 플레이스테이션 패드를 사용하였는데, 첫번째는 사용하는 버튼이 공격버튼 두개, 방어버튼 하나 해서 세개 뿐이었고, 이동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아마 이동속도를 평소의 진삼국무쌍 정도로 한다면 일부 사람들이 멀미를 느꼈을 것 같다. 버튼을 세개로 압축시킨 것은 디바이스를 뒤집어 썼을 경우 사람들이 패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행사용 데모에 맞춰 입력을 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1인칭 화면에서 몰려오는 적들의 느낌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데모버전이라 대미지를 입지 않았는데 대미지를 입고, 경직같은게 생긴다면 꽤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다만 무쌍으로 적병을 날려버릴 때는 정말 상쾌했다.


AIRMECH VR (NVDIA)
엔비디아에서는 그래픽카드 홍보를 위해 두종류의 VR체험을 준비해놓았다. 한가지는 HTC VIVE였는데, 안타깝게도 체험을 해보지 못했고, 오큘러스의 크레센츠베이로 체험대에서 EVE 발키리와 AIRMECH VR 중 한가지를 선택해 체험해볼 수 있었다.

입력기기는 Xbox 패드였는데, AIRMECH는 위에서 올려보는 테이블 형태의 RTS게임이고, 주인공 비행기를 이용해 포대나 아군 유닛들을 들어다 나른다던가, 비행기를 로봇으로 변신시켜 적과 직접 싸울수 있는 게임이다. 보통 VR데모가 거의 1인칭인 것에 비해 AIRMECH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보드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즐길수 있는데, 이번 데모에서 제공한 형태는 타워디펜스 형태로 길을 따라 몰려오는 적들을 유닛들을 옮겨가며 막아내는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테이블 위만 보면서 게임을 하면 되니 멀미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VR 보드게임의 성공가능성을 느껴볼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테이블이 한 눈에 안 들어오는데다, 실시간이라면 디펜스 게임도 쉽지 않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아군 기지가 무너질 때 테이블 위에 있는 천장도 같이 무너지는 연출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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