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레슨'부터 '메이플스토리VR'까지, 게임포커스 기자들의 VR체험기

등록일 2015년11월30일 16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5의 최대 화두는 단연 'VR'이었다. 소니, 오큘러스, HTC, 삼성의 VR 기기와 VR게임들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유저들과 현장에서 만나 본격적인 VR 시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게임포커스의 기자들도 VR 기기 앞에서만큼은 특히 순수한 유저의 입장으로 즐길 수 있었다. 단순한 시각적인 자극을 넘어서 유저들을 가상의 공간에 데려다 놓는 미래의 기술을 직접 만났던 지스타2015, 게임포커스 기자들의 솔직한 VR 체험기를 모아보았다.

문재희 기자: 섬머레슨과 HTC 데모로 맛본 미래의 즐거움
지난 지스타 2015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플레이스테이션VR의 체험 기회가 주어졌고 곧 다가올 미래의 기술에 대한 꿈과 희망에 부푼 수많은 이들이 지스타의 SCEK 부스에 줄을 섰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던 체험 코너는 단연 '섬머레슨'이었다.

지난해 SCEJA 컨퍼런스를 통해 공개되었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데모 '섬머레슨'으로 수많은 게이머들이 가슴 설렌지 벌써 1년이다. 여러 해외 게임쇼나 시연회 등을 거치며 섬머레슨의 '간증' 글이 넘쳤고 그 때마다 언제나 한 번 체험해볼 수 있을까 기대감에 부풀었던 것은 기자 혼자만의 바람이 아니었다.

개장 시간 전부터 VR체험 코너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본어 버전과 영어 버전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정확히는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은 교복 소녀와 여름 햇빛과 만나 반짝이는 금발의 짧은 머리가 귀여운 소녀 중 어느 쪽도 포기하기 힘들었다. 신중히 고민한 끝에 첫 번째 버전의 구현 정도와 실내의 공간감을 느껴보고 싶어 일본어 버전을 선택했다.

눈 앞의 사람이 인공적인 존재이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불쾌한 골짜기'(1)와 어색함(주로 인체 비율)을 내내 느꼈다. 직접 체험해보기 전에 자주 봤던 데모 영상과 동일한 질문과 행동을 하는 여자아이가 그래픽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 여자아이와 같은 공간에 실재한다는 착각에 참 쉽게 빠졌다. 데모가 종료될 때 나도 모르게 상대를 향해 손을 흔들어줄 뻔 했으니 말이다.

NVIDIA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던 HTC VIVE의 VR 데모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웠다. 새로운 기기를 접해보는 단편적인 즐거움도 컸는데, 묵직한 컨트롤러를 양손에 쥐고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만도 오래 걸렸다. 가만히 앉아서 상체만 움직여도 충분했던 섬머레슨과 달리 HTC VIVE VR 데모에는 특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들이 많았다.

기기가 설치된 방 안을 돌아다니며 바닷속의 풍경을 감상한다든지,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재밌었지만 가장 기대했던 데모는 밸브의 '애퍼처 사이언스(Aperture Science)'였다.


밸브의 대표작 '포털(Portal)' 시리즈의 배경인 연구센터 애퍼처 사이언스의 로봇을 수리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공간의 제약이 있는 탓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서랍을 열거나 로봇을 해체해서 펼쳐보는 등 가상의 공간에 놓인 사물들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했다.

포털 시리즈를 통해 연구소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즐기던 유저로서 특히 만족스러운 체험이었다. 결코 새로운 공간이 아니고 새로운 사물들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익숙한 안내 음성, 익숙한 케이크!, 익숙한 로봇들을 보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게임 속 세계에 직접 들어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앞서 체험한 섬머레슨 역시 책상과 책, 의자, 책장이 놓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작은 방이라는 공간을 보여주었고, 사용자에게 친숙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가상의 인물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머리를 무겁게 누르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의 무게를 감내한다면 익숙한 공간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었다.

1)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
 

박종민 기자: LONDON HEIST 아직은 갈 길이 먼 VR을 느끼다
사실 기술데모용 VR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경우는 많았지만 순수하게 게임 플레이용으로 개발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미 기술데모를 통해 그 작동 원리와 가능성, 한계를 어느 정도 체험해본 만큼 엄청난 기대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체험에 임했다.

기자들이 체험 가능한 타이틀은 5개였고 그 중 많은 인기를 얻었던 '섬머레슨'과 '키친'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던 타이틀이 바로 소니 런던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LONDON HEIST'였다.

시연버전은 굉장히 단순했다. 차를 타고 도망가면서 플레이어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하는 악당을 물리치는 슈팅 게임이다. 크로스헤어만 없을 뿐 우리가 과거 오락실에서 즐겼던 '타임 크라이시스'와 비슷한 전개로 구성됐다. 오른손과 왼손을 각각 조작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PS무브'가 필요하다. 우려했던 정확도와 반응 속도 부분에서는 100%는 아니지만 적당한 수준의 만족감을 줬다. 탄창을 빼고 다시 재장전 하는 일련의 행위를 직접 해야 하는 만큼 슈팅 자체에 대한 몰입감은 높은 편이었다.


차량 내부의 음료수를 집어 던진다든지 보관함을 열어 본다든가와 같은 작은 재미요소들이 숨어있긴 했지만 '섬머레슨'과 '키친' 같이 명확한 목표가 없는 LONDON HEIST의 시연 버전은 그래도 1%의 참신함을 기대했던 기자에게는 다소 아쉬웠다.

또한, VR하드웨어 전체적인 문제긴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 별 시력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는 것도 아쉽다. 개인적으로 한쪽 눈이 근시, 다른 한쪽 눈은 난시인데 게임 플레이 도중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쾌적한 게임을 즐기기 힘들었다. 안경을 착용하면서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VR 하드웨어 자체가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기인 만큼 부분에 대한 보완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신은서 기자: '메이플스토리 VR'과 '진삼국무쌍'
올해 지스타는 차세대 게임 시장에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다양한 VR 기기들을 만나고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해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의 게임쇼를 통해 공개된 VR 게임 외에도 지스타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된 국내 게임사의 인기 게임을 VR 환경에 맞게 컨버전한 게임도 일부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자가 지스타 2015 현장에서 체험한 VR 게임은 총 2종으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VR'과 소니의 '진삼국무쌍'이었다.

먼저 넥슨이 벡스코 야외에 설치한 '메이플스토리X넥슨컴퓨터박물관' 스페셜 부스에서 즐겨볼 수 있었던 '메이플스토리' VR은 오큘러스 VR과 모션 인식이 결합된 게임이었다. 게임의 내용은 단순히 NPC에게 퀘스트를 받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퀘스트 완료를 보고하면 되는 것으로 이동은 자동적으로 되며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 모션 인식을 통해 공격이 가해지게 된다.


다른 VR 게임과 마찬가지로 유저의 이동 및 시야 이동에 따라 보여지는 화면이 함께 움직이는 것도 자연스럽게 구성됐다. 물론 게임은 데모인 만큼 게임성 면에서는 할 말이 없었지만 적을 공격할 때 별도의 패드나 손에 쥐는 것이 없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문제는 오큘러스 VR 자체였는데 난시 판정을 받고 안경을 쓰는 기자의 경우 오큘러스 VR을 체험하기 위해 안경을 벗고 게임을 즐기다 극심한 현기증을 느껴야 했다. 기본적으로 난시인 만큼 사물이 흐릿하면서도 사물의 잔상이 많이 남는데 기기 자체에서 눈에 착시를 일으키니 눈의 피로와 어지러운 증상이 일반인보다 두 배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기기를 벗고도 후유증이 꽤 심했던 만큼 오큘러스 VR이 상용화 될 때는 시력이 좋지 않은 유저들을 위한 보완책이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반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체험 때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안경을 쓰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경을 쓰고 게임을 즐기는 만큼 눈에 피로는 덜했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안경에 김이 서려 화면이 조금씩 뿌옇게 변하는 느낌은 안타까웠다.

한편, 기자가 플레이스테이션 VR을 통해 즐긴 게임은 진삼국무쌍으로 이 게임은 패드 없이 즐기는 '섬머레슨'과는 달리 시야는 오큘러스 VR을 통해 보지만 실질적인 컨트롤은 플레이스테이션 패드로 가능했다.

패드를 사용하는 만큼 기존 진삼국무쌍 시리즈를 즐겨 조작이 익숙해진 유저들이라면 이미 패드의 어떤 키가 공격 키인지 알고 있으므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초보 유저들은 자신들이 패드에서 어떤 키를 누르는지 볼 수 없는 만큼 향후에 키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VR 기계에 게임을 맞추면서 액션성을 원작과 대비해 크게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VR 게임은 유저의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되다 보니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빠르게 게임이 진행되면 유저들이 멀미가 날 것을 고려해 제작된 게임 속도감으로 보이지만 이 점이 기존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게임성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마상 전투를 포함해 스피디하면서도 호쾌한 '1 대 다' 전투가 특징인데 기기에 맞춰 데모를 만들다보니 이동은 터무니 없이 느려지고 시야가 좁다 보니 내가 공격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지고 방어할 수 있는 범위는 더더욱 좁아져 원작과는 달리 나의 후방 쪽은 무방비 상태로 게임 내내 후방 쪽에서 몰려오는 적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물론 이 게임도 데모이고 VR 기기도 아직 상용화 될 정도로 완성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을 하는 내내 든 생각은 아직까지 VR 기기로 액션게임을 하기에는 멀었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액션 게임도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공포게임처럼 비주얼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타격감인 만큼 VR로 액션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 타격감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현재 데모 플레이를 지원한 진삼국무쌍은 그 점을 잘 살리지 못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혁진 기자: 게임포커스 안에서 VR기기 최다 경험, '섬머레슨'에 1만 점

섬머레슨
이것은 기적이요 복음이라, 하라다 PD는 우리를 위해 강림한 이 시대의 신이다. 이제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하라다 PD가 뭐든 다 해줄 것 같다.

정말 민망하고 즐겁고 최고다. 이것이 미래다. VR에 대해 그냥 3D 영화같은 거겠지 정도로, 별 거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고개를 들어 섬머레슨을 해보기 바란다.


지스타 공개 전 설문조사(100명 대상)를 했을 때는 55명이 금발 버전 섬머레슨을, 45명이 흑발 버전 섬머레슨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 한 결과는 흑발 버전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 높은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두 버전 다 해보기 바란다.

10점 만점에 10000점을 주고싶다.



키친

VR이 적어도 호러게임과 연애게임에선 압도적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 데모였다. '아이돌마스터'의 반다이남코게임즈가 미소녀 데모 섬머레슨으로 나아가고, '바이오해저드'의 캡콤이 호러데모 '키친'으로 나아간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간혹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도 있지만 기자는 정말 무서웠다. 호러게임, 영화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 내성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VR로 본격 호러게임이 나온다면 평면에서 보여주는(3D도 어차피 눈앞에 펼쳐질 뿐이라 큰 차이 없다) 호러는 설 자리를 잃을 것 같다.

10점 만점에 100점 주고싶다.

하츠네미쿠 VR
미래의 하츠네미쿠 리듬게임이 VR로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이번 하츠네미쿠 VR 데모는 게임이라기보다는 하츠네미쿠 콘서트(매지컬미라이)의 미래 모습을 보여준 느낌이었다.

미쿠가 멀리 무대에서 노래하다 내 앞에 다가와 나를 위해서만 노래하고 춤춰주는 느낌은 확실히 임팩트가 크긴 했다.

늘 표를 구하기 힘든 매지컬미라이 등 공연을 VR기기를 통해 이렇게 감상할 길이 열린다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 같다.

10점 만점에 100점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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