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게임 수출국가에서 게임 유통국가로 전락할 위험 있다"

등록일 2017년03월26일 2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기자클럽,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게임개발자연대,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게임인연대 등 6개 협단체는 지난 25일 서울 디캠프(D.CAMP)에서 게임업계 관계자와 각 대선 캠프 정책담당자들을 초청해 게임 및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는 대선 캠프 정책 담당관과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재 게임 업계 생태계의 현황과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 및 토론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토론 및 질의응답에 앞서,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최승훈 정책보좌역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게임산업의 위기와 게임산업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재 국내 게임생태계의 현황과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낮아지는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과 개발역량,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최승훈 정책보좌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2011년 18.5%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2017년 이후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 세계 게임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만 보더라도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 정책보좌역은 하락세인 성장률 외에도 양극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표를 통해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매출을 살펴보면, 상위 3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달한다"라며 "2016년 국내 게임 기업 중 82%가 연 매출 1억 미만이라는 한콘진의 조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콘진의 조사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시장 양상은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중소 제작사들이 어려운 상황이고, 매출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더불어 그는 국내 게임사가 게임 개발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창작 역량이 저하된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정책보좌역은 "2000년대, 또 2010년대 초 중반만 하더라도 중소 규모의 개발사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역량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최근 '좋은' 게임들이 없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게임들의 주목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위기, 정부 규제가 원인인가
이러한 게임업계에 드리운 위기 국면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인가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최 정책보좌역은 "지난 수년간 게임 업계, 언론 및 전문가들은 이러한 게임업계의 위기를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서 그 이유를 찾아왔다"라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최 정책보좌역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법의 개정은 법률개정 18회, 시행령 개정 31회, 시행규칙 개정 11회 등 총 60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이를 분석한 결과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9회에 불과했다. 특히, 9회의 규제 강화 개정안 중에서도 5회는 아케이드 게임장 관련 규제였으며, 4회만 온라인게임 및 모바일게임에 해당하고 이 또한 게임 과몰입 관련 규제와 사행성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은 총 13회로, 9차례는 온라인게임 및 모바일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 정책보좌역은 "게임법의 개정 방향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흘러왔는지 자료를 놓고 살펴보면 알 수 있다"라며 "지난 9년간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심각한 규제를 단행한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며, 정부의 규제가 게임산업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위기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아이폰' 출시와 게임산업진흥원의 해체, 변질된 사행성 규제 정책
최 정책보좌역은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잘못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측의 잘못 또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지적했다.

그는 "애플 '아이폰'의 출시(2008년 7월)부터 앱 마켓 등급분류 특례 적용(2011년 4월)까지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와 모바일게임사, 한국형 모바일 인터넷 표준인 'WIPI'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아이폰'이 출시되지 못하면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고, 나머지 1년 반 정도는 게임법의 심의 시스템 때문에 앱스토어가 서비스되지 못해 허비됐다"라며 "이 시기가 국내 게임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지만, 정부의 정책 때문에 국내 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즉,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기술력이 충분히 축적된 개발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가로막혀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바뀌는 과도기를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

더불어 최 정책보좌역은 게임산업진흥원이 해체된 것도 큰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게임산업진흥원이 해체되고 한콘진에 강제 통합됐다. 당시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전환, 산업 구조 양극화, 활발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창업 등 중요한 산업적 분기점이었다"라며 "게임산업진흥원의 해체는 곧 게임산업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게임과 사행성을 엄격하게 분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행성 게임물 결정제도'의 예외가 생겨 게임의 사행화가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도 잘못된 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최 정책보좌역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게임산업법 시행령을 제정해 고포류 게임에 대해 일정 정도의 사행성을 제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사행성 게임물 결정제도의 예외를 만들었다"라며 "허용되는 사행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게임사들은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규제를 완화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만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예외 정책이 업계 전반에 잘못된 신호를 주었고,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숙주로 한 게임의 사행화가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산업구조의 양극화와 '5대 몰락'
이어 최 정책보좌역은 산업 구조의 양극화에 대해 "온라인게임에서도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퍼블리셔들이 포털 형태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라며 "그러나 모바일게임의 경우, 마켓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퍼블리셔로 이어지는 위계적 시장질서가 중소 개발사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러한 수익배분 구조 자체가 대기업과 중소제작사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에 대해 최 정책보좌역은 중소개발사의 몰락, 핵심 역량의 몰락, 콘텐츠 경쟁력의 몰락, 공정성의 몰락, 노동환경의 몰락 등 총 다섯 종류의 전개 양상을 '5대 몰락'이라고 표현했다.

설명에 따르면, 먼저 제작 역량이 충분한 중소 개발사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원천적으로 차단, 또는 협소화 되어 중소 개발사들이 몰락한다. 또, 이에 자연스럽게 핵심 역량(인력)이 몰락한다.

최 정책보좌역은 "게임이라는 상품과 게임 개발사는 제조업이 망하듯이 제품 제작 라인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런데 게임 개발사가 몰락하게 되면 사람이 직업을 잃고 제작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게 된다. 즉, 핵심 인력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라며 "경력 15년가량의 40대 개발자들이 현재 핵심 인력이지만, 중소기업이 몰락하면 이러한 핵심 인력도 함께 몰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 게임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게임성을 목각한 획일화된 게임들이 양산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콘텐츠 경쟁력이 하락한다. 또, 양극화된 시장에서 대기업이 자본을 축적하면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광고 물량 공세 등 경쟁 제한 행위를 하거나 중소개발사를 수직계열화하게 된다. 공정한 시장 경쟁의 기회 자체가 사라져 시장 공정성이 몰락하게 되고, 이러한 양상이 기업 고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

최 정책보좌역은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될 경우 제작 기반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게임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제작 기반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다. 이것이 국내 게임산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만약 이러한 제작 기반이 무너질 경우 한국은 게임 제작국가에서 게임 유통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임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적 방향은
국내 게임 업계의 위기에 대해 상세히 진단한 최 정책보좌역은 지난 2009년 해체되며 한콘진에 통합된 게임산업진흥원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장 자체의 힘으로 보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며 "생태계를 잘 이해한 기관만이 이러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게임산업을 전담하는 기관의 신설을 주문했다.

또한, 중소 개발사와 마켓사업자, 플랫폼사업자, 퍼블리셔와의 수익분배구조 정상화, 자율등급분류제도의 전면 실행을 가로막고 있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의 폐지, 게임과 사행성 있는 게임의 분리, 확률형 아이템 BM의 금지 검토 등 다양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늘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게임산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몇백억 원 정도에 그친다"라며 "매년 중소개발사와 핵심 개발인력에게 더욱 많은 금액이 투입되어야 만이 기울어진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게임산업진흥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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