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취재]커다란 변화의 길목에 선 日 게임사 '니폰이치'를 가다

등록일 2017년07월21일 12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7월 초, 일본 기후현에서 25년째 영업중인 중견 개발사 니폰이치소프트를 방문하기 위해 무더위 속에 니폰이치 사옥이 위치한 롯켄역을 찾았다. 3년만의 재방문이자, 니폰이치 설립 20주년 인터뷰를 진행한 2012년, 인트라게임즈와 협력해 자사 타이틀을 대거 한국어화 출시하기 시작했던 2016년 초에 이어 3번째 방문이다.

니폰이치 사옥 근처의 유일한 전철역 '롯켄'역. 무인역이다.
롯켄역에는 출구가 하나 뿐이고 출구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가장 높은 건물이 니폰이치 사옥이다

니폰이치는 주력 플랫폼을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위치로 옮기며 창사 후 최초로 게임엔진을 수혈(언리얼 엔진4)하고, 일본 내수에 치중하던 사업방향도 해외시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등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다.

이런 시기에 니폰이치를 이끌고 있는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니이카와 대표는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프로듀서는 물론 게임 시나리오도 집필하는 등 일선에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이번 방문 시기를 7월 초로 맞춘 건 니폰이치에서 매년 개최하는 사내 기획대회, 기획제(祭)도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기획제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현재 일하는 업무 성격과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고 최종 통과가 되면 무조건 게임으로 개발해 출시까지 진행하는 기획제를 통해 매년 니폰이치는 완전 신작 타이틀을 수종 선보이고 있다.

기획제를 통해 개발된 게임들은 완성도가 높고 낮은 건 있지만 하나같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들이다. 그런 아이디어의 원천을 보고싶어 방문 시기를 7월 초로 잡았다.


니폰이치에서는 기획제와는 별개로 니이카와 대표와 현재의 글로벌 시장상황에 대처하는 니폰이치의 전략 및 개발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3번째 방문에선 전에 없던 서비스인 전용 코스터가 제공되어 작은 감동도 느낄 수 있었는데...

니폰이치 니이카와 대표와 직접 만나 니폰이치의 변화와 기획제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기획祭에 대해
올해도 니폰이치 기획제가 열린다기에 직접 보고싶어 기후까지 찾아왔다. 기획제가 어떤 행사인지 한국 게이머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사내에 게임기획을 언제든 제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실제 제안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도쿄가 중심인 일본 게임업계에서 기후현 시골에 있는 니폰이치까지 게임을 만들러 왔다는 것은 게임 개발에 대한 엄청난 정열을 갖고 있을 것 아닌가. 그런 개발자들의 정열을 분출하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건 게임회사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 기획제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행사로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건 기획을 제출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매년 한 작품 이상은 무조건 실제 게임으로 출시하며 좋은 기획이 많다면 복수의 기획이 게임화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부터 기획제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는 무조건 게임으로 개발해 출시한다는 원칙을 정한 덕에 실제 '내 아이디어가 게임이 되었다'는 걸 경험하고 지켜본 사원들의 참여율이 매년 높아져 50~60건 가까운 아이디어가 접수된다.

2017년 기획제의 1차 심사 결과는 어떤 느낌이었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5회째를 맞이한 올해도 50개 이상의 기획이 나와서 즐겁게 심사를 진행했다. 한 명이 복수의 기획을 낸 경우도 있었다. 회를 거듭하며 매년 도전하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도 있는데, 직원들이 성장했다는 느낌도 받았고 작년과 올해 회사에 들어온 신인이 도전한 기획도 있어서 신선한 기분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이번 5회 기획제에서는 게임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스탭의 기획이 최종심사에 꽤 많이 남았다. 이런 걸 보며 기획제가 사내에서 잠자고 있는 직원들의 재능을 일깨우는 의미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회를 시작할 때에는 거기까지 의식하지 못했지만 한해 한해 해 나가며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굉장히 실감하고 있다.

평소 게임 개발에 관여하지 않는 스탭이 재미있는 기획을 내서 2차 심사까지 남은 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보며 게임 개발자들도 자극을 받을 것 같다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사실 개발진은 눈앞에 닥친 게임을 만드느라 머리도 몸도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일정 상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리고 한번 최종 통과가 되어 게임이 출시가 된 사람의 경우 재참가가 안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스스로 다시 참가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해주고 돕는 한편 기획제와 관계없이 자신있는 기획을 회사에 제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이제까지 기획제를 통과한 작품들은 PS Vita로 출시가 된 느낌이다. 앞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4로 나오게 될 것 같은데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이제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PS Vita도 선택지 중 하나로 있지만 역시 현재의 시장을 고려한, 플레이스테이션4와 닌텐도 스위치 중에 고르던가 혹은 두 기종 모두 내는 멀티플랫폼 기획이 많이 제출되었다.

플랫폼들에 대한 니폰이치의 시각
니폰이치의 최근 동향을 보면  플레이스테이션4 플랫폼 게임 개발이 늘고 있고 스팀에 대한 관심도 보인다. 스위치용 디스가이아5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니폰이치소프트웨어는 일본시장, 아시아시장에 게임을 제공하고 미국에 자회사가 있어서 북미, 유럽시장에도 대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 어디든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플랫폼이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위치다. 양쪽으로 대응하는 한편 PC 스팀도 대응해 3가지 플랫폼에서 모두 우리 게임을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는 게 우리 전략이다.

스팀에 대한 일본 게임사들의 관심이 커진 게 느껴진다. 스팀 플랫폼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영어 대응이 중심이 되고 있어 미국 자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는 니폰이치 타이틀만이 아니라 타사 게임도 판매하고 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그렇게 타이틀을 모아서 발매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스팀 대응은 2년 전 시작해서 단계적이지만 순조롭게 타이틀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하게 말해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한 전략이다. 컨슈머(콘솔) 플랫폼 대응은 물론 컨슈머 플랫폼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까지 세계 전역에 우리 게임을 전파한다는 생각에서 PC는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대응해나가고 싶다.

기획제에 출품된 기획들에서 PC 플랫폼을 염두에 둔 게임도 있었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PC 플랫폼 게임도 몇 있었다. 직원 중에는 게이밍의 중심이 스팀인 사람도 있어서 PC를 타깃으로 한 기획도 나와 있는 상태다.

멀티플랫폼 대응의 어려움에 대해
니폰이치도 언리얼엔진 4를 도입한 걸로 안다. 게임엔진을 활용하면 멀티플랫폼 대응은 좀 더 쉬워질 것 같다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일본에서 7월 출시 예정인 '하코니와 RPG'에서 처음으로 언리얼엔진 4를 도입했다. 우리는 이제까지 자사 툴을 만들어 사용해 왔고 자사 툴로 컨슈머와 PC에 모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만들어온 장르의 영향도 있지만 타사 미들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멀티플랫폼으로 전개할 태세는 갖춰가고 있다. 그런 기반 위에서 새롭게 만드는 타이틀에서는 미들웨어 엔진을 사용하는 것도 시험해 봤다.


언리얼엔진 4를 써 보니 어땠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어려운 점도 있었고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가능성을 느낀 부분도 있었다. 고생은 했지만 에픽게임즈에서 서포트를 매우 잘 해 줘서 감사하고 있다.

니폰이치의 타깃 플랫폼은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위치로 보면 되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그렇다. 그 둘이 축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물론 다른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고 메인 플랫폼이 그 둘이라는 의미다.

스위치의 스펙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멀티플랫폼 전개에 난관은 없을까
니이카오 쇼헤이 대표: 스위치의 스펙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을 밸런스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우리의 첫 스위치 타이틀인 디스가이아5는 플레이스테이션4로 처음 만든 타이틀이지만 꽤 무리없이 스위치로 이식해서 론칭 타이틀로 낼 수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스위치의 멀티플랫폼 상성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니폰이치의 개발 방향성에 대해
기획제의 영향도 있겠지만 니폰이치가 내는 게임의 장르가 다양해진 느낌이다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장르가 다양해진 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SRPG 장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회사 1층에 기네스 인증서가 전시되어 있는데 세계에서 SRPG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라는 기네스 기록 인증서다.

그 기록에 부끄럽지 않게 SRPG는 앞으로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 디스가이아는 물론 디스가이아가 아닌 SRPG도 계속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하코니와 RPG로 SRPG와 크래프트 장르를 결합한 게임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SRPG에 도전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과거 시리즈의 리메이크 계획은 여전히 없나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하야리가미처럼 IP가 부활한 시리즈의 경우 어떤 형태로 과거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아이플레이와 스마트폰으로 하야리가미 전작들을 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중인데 그런 형태가 좋을까 싶기도 하고.

구작 하야리가미를 다시 번역해서 인트라게임즈와 협의해 낼지에 대한 부분은 퍼블리싱할 한국 회사에서 제대로 비즈니스가 될까 안될까를 생각해서 판단할 문제다. 우리로서는 다양한 나라에 내는것 자체는 기쁜 일이지만 내서 게임이 팔리지 않으면 파트너에게 폐가 된다.

리메이크의 경우 니폰이치는 리메이크를 하지 않는 회사다. 디스가이아 첫 작품을 스팀으로 낼 때 해상도 등 일부 변경은 있었지만 풀 리메이크는 한 적이 없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회사다. 현재로서는 리메이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친구 중 니폰이치의 올드팬이 있는데 '도키도키 셔터찬스' 리메이크든 속편이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니이카와 쇼헤이: (웃음) 안된다. 안 팔릴 거 알지 않나. 솔직히 그 내용이 지금 시대에 팔릴지 생각해 보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리메이크가 아닌 HD 리마스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마찬가지다. 구작을 하고 싶다면 PS스토어에 아카이브로 올라가 있으니 즐길 수는 있다. 구작의 리메이크나 리마스터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게임을 하나 더 만들자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유저들의 니즈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대응할 가능성은 있다.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하자
니이카와 쇼헤이 대표: 최대한 빠르게 한국 게이머들에게 우리 게임을 전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동시 발매를 추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요마와리 ~ 떠도는 밤: 심연'을 시작으로 향후 과제로 설정해 뒀다. 의식적으로 QA나 한국 파트너의 문의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하자는 생각은 하고 있다.

인트라게임즈에서는 직접 번역팀을 꾸려 번역을 진행하고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트라게임즈와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니폰이치의 타이틀 중 4작품이 한국어화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모두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이다. 재미있게 즐겨주시고 니폰이치를 계속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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