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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20일 15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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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게임, 더 많은 이들에게' 장애인들을 위한 韓 게임 환경, 어디까지 와 있나


게임은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문화콘텐츠이자 여가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젊은이 그리고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 이런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시각이나 청각장애인들이다. 영화, 음악, 방송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비해 아직 게임산업에서는 비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 

게임포커스는 창간 7주년을 맞아 '게임, 더 많은 이들에게'라는 슬로건 아래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우리의 게임산업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살펴봤다.  

장애인들도 누구나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난 2008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제1장 제1조에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 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각종 보조 장치들이 있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 블럭이나 흰 지팡이, 횡단보도의 소리신호기,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상버스 등이 그것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점자나 화면의 글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기 또한 보조 장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장치들의 도움을 통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장애인들의 여가생활, 여전히 쉽지않은 현실
일상생활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넓다. 여기에는 단순히 일이나 사람 사이의 교류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생활과 여가생활도 포함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이러한 문화, 여가 콘텐츠를 향유하는데 있어 제약이 따라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문화 및 여가 생활은 주로 TV 시청(96.0%)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보기 등 가사잡일(58.5%)과 모임에 참여하는 사교일(56.1%)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반면 외식이나 쇼핑 등 가족과 관련된 일은 34.1%,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은 29.1%에 그쳤다. 중복 응답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비율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여가활동의 만족 정도 또한 '매우 만족한다'가 5.4%에 그친 반면, '약간 불만족 한다(39.1%)'와 '매우 불만족 한다(18.0%)'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욱 높았다. 장애인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에 비해 만족도가 상당히 낮은 것이다.

장애인들 접근성 높아진 영화, 음악 등 문화콘텐츠... 그에 비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게임콘텐츠
사실, 영화나 음악, 방송 등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 오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이런 문화콘텐츠들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은 상당히 높아진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계는 갈길이 멀다. 이미 PC와 모바일, 그리고 콘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게임들이 문화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 계층이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수화나 자막 등을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TV와 달리,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문제 또한 존재한다. 특히, PC와 모바일 그리고 콘솔 등의 주요 게임 플랫폼에서는 장애인들이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양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게임과 앱을 개발하는 기업 또한 기존에 알려진 몇몇 개발사들을 제외하면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넷마블이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특수교육원과 매해 개최하고 있는 '장애학생 e스포츠 페스티벌' 등 국내 게임사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장애인들이 보다 게임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회의 종목이 '마구마구', '모두의 마블' 등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개발된 게임들이며, 해당 대회가 콘텐츠 자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국내 장애인을 위한 게임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게임 콘텐츠 개발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 바로 다누온이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과 육성사업'을 통해 설립된 다누온은 시각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게임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다누온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다. 시각장애인이 외출했을 때 불편함을 겪는 요소들을 비장애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악을 소재로 한 리듬게임 '지음', 장애인들이 로봇공학의 힘을 빌어 경기를 펼치는 스위스의 '사이베슬론' 대회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풀 메탈 러너' 등의 모바일게임은 물론이고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플랫폼 'BF Apps'까지 론칭했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는 VR 직업교육 시뮬레이션도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엔씨소프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서울아산병원, 양현재단 '인지니' 공동연구개발팀과 협업해 4년에 걸쳐 개발한 인지기능 개선 게임 '인지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지니'는 18개월~36개월 사이의 인지장애를 가진 아동이 겪는 기억력 저하, 주의집중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와 뇌성마비,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을 극복하도록 돕는 앱이다.

그러나 이 외에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 개발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학술자료나 개발 가이드라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게임은 주로 '기능성게임'으로 일컬어지며 게임이 가진 핵심인 재미보다는 장애 개선에 도움을 주는 측면에서 그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장애인을 위한 게임개발 필요성에는 공감, 그러나 쉽지 않은 개발 현실
문화사회연구소가 발표한 '게임이용 소외계층 웹 접근권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장애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서울지소 회원 26명 대상)들은 '장애인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을 이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77%를 차지했다. 즉, 아직 장애인용 게임의 보급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문화사회연구소 '게임이용 소외계층 웹 접근권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

또,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의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고 답한 사람은 15.4%에 불과한 반면, 스마트폰으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쿠키런' 등의 간단한 게임을 즐긴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이 넘는 57.7%를 기록했다. 특히, '나는 장애인을 위한 게임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에는 65.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비장애인이 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사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에도 76.9%의 응답자가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즉, 콘텐츠 보급 뿐만 아니라, PC와 콘솔 등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접근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장애인용 게임과 별도의 게임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 제1항에서는 '개인, 법인, 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 전자정보를 이용하고 접근함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웹 접근성에 대한 법률 조항은 마련되어 있지만, 게임 접근성(Game Accessibility)에 대한 것은 논의되는 것은 없다.

(출처: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2016년 12월 기준 장애인 등록 현황')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가 발표한 '2016년 12월 기준 장애인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의 모든 장애유형을 포함해 등록되어 있는 장애인의 수는 약 250만 명에 이른다. 미등록 장애인을 고려한다면 현재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임과 앱의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소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과 게임을 개발하는 등 '베리어 프리'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다누온의 김용태 대표는 “자사가 조사해본 결과 전 세계에는 2억 8천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지만 앱 마켓에는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모바일 앱은 2,000개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장애인들이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주요 게임사들이 개발력을 투자하고 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해외 게임업계
반면 해외에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접근성'에 대한 지침, 즉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 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의 'GA-SIG(Game Accessibility Special Interest Group)'는 게임 접근성의 중요성과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팁 그리고 '게임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lity Guideline)'을 지켜 게임을 개발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해당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에서는 시각, 청각, 인지, 운동 장애 등 각종 장애를 크게 4종류로 나누고 각각에 따른 지침을 마련해두었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발에는 텍스트의 색상과 크기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하며, 게임의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읽어주거나 연습 모드를 지원하는 등의 지침이 그것이다.

비영리단체 에이블게이머 재단(The Ablegamers Foundation)은 장애가 있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컨트롤러를 개발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재활의지를 돋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해외 게임 개발사들은 게임을 즐기는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게임에 구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엇게임즈는 유저들의 요구에 맞춰 '리그 오브 레전드'에 '색약 모드'를 추가해 챔피언 체력 바의 색상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유명 게임인 '심시티', '월드 오브 탱크', '스타크래프트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에서도 색상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유저들을 위한 옵션 등을 지원하는 추세다. 밸브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하프라이프'와 '포탈', '레프트4데드' 시리즈에서 각괄호를 사용한 자막을 활용해 각종 효과음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레프트 4 데드'의 좀비들이 내는 괴음을 '[위치가 울부짖습니다!]', '[부머의 신음 소리]'라고 자막으로 띄워주는 식이다. 국내 게임사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색약 보정 필터 등을 업데이트하며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게임 개발을 넘어 컨트롤러 등의 주변기기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베리어 프리'를 위한 게임 콘텐츠 개발 및 접근성 개선 절실
'웹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영국의 컴퓨터 학자 티머시 버너스 리는 지난 2013년 신도림에서 개최된 '서울 디지털 포럼 2013(SDF 2013)' 기조강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인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회적 약자, 장애인 등의 수월한 정보 습득과 문화 향유를 위해 마련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물론이고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또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웹 접근성 또한 명확히 확보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게임 콘텐츠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의의를 고려한다면 장애인들의 여가 생활 향유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들의 재활의지의 확립과 함께,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하는 사회생활이 바로 자유로운 콘텐츠 향유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안드로이드 OS에도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톡백(Talk Back)' 기능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부터 기본 탑재되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아이폰'을 주로 사용해왔다. '보이스오버(Voice Over)'를 필두로 다양하게 마련된 접근성 기능 때문이다. 게임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 개발은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관련 정책 및 제도 마련이 논의되고, 게임 개발사들이 접근성을 고려한 게임 개발 및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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