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17]'오감'을 통해 체험한 '지스타 2017', 게임포커스 신입 기자의 지스타 체험기

등록일 2017년11월23일 14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17'이 지난 16일(목)부터 19일(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사실 그동안 지스타라는 행사가 매년 꾸준히 열린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출품작에 별로 기대가 가지 않아서였거나 혹은 일부러 부산까지 내려가서 이 행사를 봐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지스타는 나에게 게임매체나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관람객들의 사진이나 후기로 접하는 행사였다.

게임전문미디어 기자로 일하게 된 이후 드디어 말로만 듣던 지스타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많은 이들이 지스타에 대해 그다지 볼 것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4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지스타를 직접 체험하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됐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행사를 체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스타가 13년 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개최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생생한 지스타 현장, '오감' 사람에게 있는 다섯가지 감각으로 지스타를 어떻게 봤는지 적어봤다.

시각 – 다양한 e스포츠 리그와 오프라인으로 보는 인터넷 방송


'지스타 2017'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행사장 왼쪽 전체를 차지한 액토즈소프트의 'WEGL' 부스였다. 이번 지스타 기간 내내 다양한 e스포츠 리그를 개최한 액토즈소프트의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관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셋째 날 진행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경기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부스 너머 뒤편까지 모든 사람들이 경기를 시청했고, 근처 부스의 진행요원이나 대기열에서 기다리던 관객들 모두 WEGL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한 기존에는 e스포츠 리그가 없던 '마인크래프트'나 다른 인디게임의 경기도 진행되어 새로운 e스포츠 종목의 등장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출시 예정인 게임을 즐기고 직접 체험하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지니 더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졌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의 부스도 행사 기간 내내 붐비는 장소 중 하나였다. 이번 '지스타 2017'의 정체 구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트위치부스 주변에는 인파가 몰렸다. 트위치의 무기는 스트리머들의 오프라인 방송 진행과 팬 미팅이었다. 화면으로만 보던 스트리머들을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다.

오프라인 생방송이 진행되는 현장 옆에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사인회나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흡사 연예인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현장 분위기에 스트리머들이 '지스타 2017'의 흥행의 일등공신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밖에도 넥슨과 넷마블, 액토즈의 부스에서도 BJ와 스트리머들을 초청하여 현장에서 게임방송을 하는 등, 직접 인터넷 방송인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청각 – 추억의 라그나로크 OST를 실제로, 그라비티의 시연 부스


행사장에서 귀로 들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그라비티의 부스다. 추억의 게임 '라그나로크'의 모바일 버전인 '라그나로크 M'과 PC 온라인 '라그나로크 제로'의 공개를 앞두고 라이브 밴드를 불러 라그나로크의 OST를 직접 연주했다. 라그나로크를 제대로 즐겨본 기억은 없지만 오며 가며 들었던 추억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왠지 모를 정겨움이 가슴속에 일었다.

넥슨의 PC 레이싱 신작 '니드포스피드 엣지' 역시 손보다는 귀가 기억하는 게임이었다. 레이싱에 어울리는 음악이 게임 도중에 배경으로 깔리는데, 엔진소리와 함께 심장도 두근거렸다. 이밖에도 많은 부스들의 행사소리로 '지스타 2017'의 현장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촉각 – 직접 만지면서 느끼는 '지스타 2017'


멀리서 남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답게 다양한 게임 회사들이 자사의 부스에서 시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연 도중 기자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고 친절히 설명해주는게 처음에는 대단히 어색했다. 혹시나 게임을 못하는 걸 보면 어떡하나 신경이 쓰여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내 현장의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플레이 결과 가장 인상깊었던 게임은 역시나 넷마블의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이었다. 모바일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래픽과 기기에 최적화된 조작 방식에 큰 기대를 느꼈다.

VR 게임 시연 현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VR 기기 특성상 시연대를 크게 마련할 수 없어 대기 줄이 길었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VR 시연 현장은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 게임 행사장으로 나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인터넷에서 비판하던 지스타와 현장의 온도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연 부스 이외에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개당 2만원에 판매하는 피규어 랜덤박스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하던가, 첫날부터 눈에 밟히기 시작한 피규어 랜덤박스는 그 주변을 지나칠 때마다 자꾸만 나에게 유혹을 던졌다.

결국 마지막 날, 2개를 구입하고 말았다. 이리저리 흔들어도 보고 들어도 보면서 스스로의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비록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랜덤박스는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묘한 스릴감을 안겨다 준다는 점을 실감했다.

미각 –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부족했던 먹거리


금강산도 식후경. 이리저리 부스들을 돌아다니고 행사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배가 든든해야 한다. 그러나 '지스타'에 볼거리는 많지만 먹을거리는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벡스코에 위치한 대다수의 음식점들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낮다고 느껴졌다.

특히나 지하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바로 위층의 전시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건물 외벽도 낡다고 느껴졌고 위층보다 어두침침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맛있게 무언가를 먹기 보다는 배가 고파서,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먹었다. 이 때문인지 대부분 관객들은 멀리까지 나가서 음식을 먹는 등 현장의 먹거리가 상당히 부족했다.

지난해까지는 없었다고 하는데 올해부터는 행사장 밖에 푸드트럭이 자리를 잡고 배고픈 관객들에게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푸드트럭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면서 영업 중이었지만 대기열이 매우 길어 한번 먹어볼 시간을 미처 내지는 못했다.

푸드트럭은 많았지만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구매한 관객들이 이를 먹을만한 장소가 따로 없는 것은 아쉬웠다. 푸드트럭이 위치한 광장에는 지스타 대기열이 있었기 때문에 음식을 사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근처 화단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 관객들이 많았다. 서있는 줄은 길지만 과연 이 사람들이 다 어디로 이동해서 밥을 먹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후각 – 너무 좁은 흡연부스, 개선이 필요하다

전체 관람객 대비 흡연부스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그렇게 푸드트럭을 지나 벡스코 입구로 다가가면서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행사장 왼쪽 한 켠에 마련된 흡연부스에서 나는 연기였다. 행사장에 흡연부스가 하나 있지만, 하루에 전체 행사장을 방문하는 관객 수가 8만 명이 넘는 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좁았다.

공간이 부족해 근처의 벤치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떨이도 흡연 부스 안에 있는 것 뿐이라서 꽁초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벤치에 잠시 앉아서 쉬는 어린 관객들이나 가족 단위 관객들도 그대로 담배연기를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음 행사에서는 관객의 규모를 고려해서 흡연부스를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지스타 2017',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평가를 논하지 마라


미흡해서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인생 처음으로 방문한 '지스타'에서는 좋은 기억들이 더 많았다. 아직 아무도 플레이하지 못한 게임을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경험도 즐거웠으며, 혼자만 즐기는 것이라고 느꼈던 게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더불어 인터넷에서 '지스타'에 대해 평가하는 이야기와 현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느꼈다. 가보지도 못한 여행지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평가하거나,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에 대해 맛을 평가하는 글에는 아무도 공감하지 못한다. '지스타'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장의 열기와 관객들의 즐거운 얼굴을 보니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쉽게 '지스타'를 평가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13회 째를 맞이한 '지스타'는 점점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e스포츠 리그와 전문 스트리머들의 참여로 인해 '지스타'에 방문할 관객들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이번 '지스타 2017'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이 내년에 열릴 지스타에서는 다소 개선되기를 바라며 나도 더 성장하고 안목을 넓혀서 '지스타 2018'과 만나는 날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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