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팬을 위한 게임으로서도 무쌍 게임으로도 2% 부족, 반다이남코 '은혼 난무'

등록일 2018년02월08일 1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설정 아래 지구를 지키는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은혼'은 작가 특유의 개그 센스와 패러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은혼'은 만화에서 자조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그동안 게임화와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다. 액션 요소를 담고 있지만 본질은 개그 만화이기 때문에 액션이 주가 되지 못했고, 캐릭터들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드래곤볼의 '에네르기 파'나 원피스의 '고무고무 총' 처럼 게임 속에 녹여낼 만한 상징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은혼'이 마침내 '은혼 난무'를 통해 게임화 되었다. 제대로 된 '은혼' 액션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은혼'의 메인 시나리오인 '시리어스 에피소드'들을 한 게임에 모두 모았다는 점에서 출시 이전부터 '은혼' 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기대를 모은 '은혼 난무'를 플레이 해 봤다.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팬 게임으로도, 무쌍 게임으로도 다소 부족한 면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다. 특히 기자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상점 메뉴 UI가 화면 밖으로 나와있어 상당히 불편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유저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컷 인으로 대체한 무성의한 스토리 연출


'은혼'의 많은 팬들이 '은혼'의 게임화를 통해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원작의 명장면들을 3D 그래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란 것이었다. 물론 기자도 만화에서 보던 명장면들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은혼 난무'는 대부분의 연출을 애니메이션 컷 인으로 대체하고 있어서 무성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홍앵 편'에서도 보스와 등장인물 '긴토키'의 첫 대결도 충분히 게임 내 전투로 연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컷 인 몇 장으로 대체하는 것에서 큰 아쉬움을 느꼈으며, 이밖에도 '은혼'의 명장면들이 그저 그림 몇 장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더욱이 애니메이션 컷인으로 사용된 거의 모든 장면들에서 소위 말하는 '작화 붕괴'가 발생하여 그나마 있는 애니메이션 컷인도 상태가 좋지 않다.

이렇게 이어 붙인 애니메이션 컷인에 나레이션을 통해 자세한 상황의 전말이나 등장인물의 소개를 하는데, 문제는 나레이션의 설명이 너무 간략화 되어있어 '은혼'에 대해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물론, 스토리를 완벽히 꿰고 있지 않는 이상 은혼의 팬이라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또한 몇몇 장면들의 경우 나레이션에서 이야기하는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 애니메이션 컷인 선정에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가 캐릭터는 많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적다


또한 작품 내에 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막상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의 수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은혼 난무' 내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총 13명으로 '해적무쌍' 시리즈 등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다른 무쌍 게임에 비하면 확연히 적다.

플레이어블 13명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전부 '초 긴타마'라고 불리는 일종의 서포트 캐릭터로 등장한다. 일부 캐릭터들은 전장에 직접 등장하여 도움을 주지만,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컷 인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3D 그래픽으로 '은혼'의 캐릭터들을 모두 만나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팬들을 겨냥하는 작품들은 얼마나 많은 원작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은 실망했다

액션 게임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작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다소 있었다. 먼저 캐릭터의 기술 커맨드 설정이 불편해 콤보를 이어나가는 재미가 부족하다. 일반 연속 공격은 네모 버튼과 세모 버튼을 연타하는 것으로 가능하며, 캐릭터마다 있는 고유기는 네모 버튼과 세모 버튼을 길게 누르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타와 고유기를 연달아서 입력하려면 사이에 공격이 끊길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연계가 무쌍 장르의 매력이지만 '은혼 난무'에서는 이런 매력이 부족했다.

여기에 각 동작의 마무리 모션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한번 공격하고 난 뒤에 검을 다시 집어넣거나 자세를 고쳐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 액션 게임보다 훨씬 길다고 느껴진다. 많은 적들을 끊임없이 해치워 나가는 상황에서는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이동 중에 아이템이 들어있는 박스를 부수는 경우나 적 하나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는 게임의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보스전의 전개 양상도 단조로웠다. 등장하는 보스마다 제각기의 패턴을 지니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잘 막고 있다가 반격하는 것뿐이다. 보스들의 경우 플레이어의 공격에도 동작이 취소되거나 넘어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틈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방어 동작을 취해 반격하는 것 뿐이다.

'은혼 난무'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다양한 전투 방식을 적용하였지만, 보스에게는 이런 전투 방식이 전혀 소용이 없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항상 같은 방식으로만 공략할 수 있어 보스전이 단조롭고 금세 지겨워졌다.

원활한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긴파칭코'와 졸개들


이밖에도 '은혼 난무'만의 시스템인 '긴파칭코'와 졸개들의 충돌 판정이 원활한 게임 진행을 방해한다. '긴파칭코'란 전투 도중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할 경우 룰렛이 돌아가고 결과에 따라 랜덤하게 효과를 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룰렛이 화면 전체를 가린 상태에서 돌아간다는 것. 게임이 일시정지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화면이 가려진 상태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나중에는 차라리 '긴파칭코' 발동을 일부러 피하는 등 여러모로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편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졸개들의 경우 일일이 충돌 판정이 있다. 적들을 그대로 무시하고 목표로 돌격하는 방식의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지만, 문제는 졸개들의 체력이 다 없어져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도 충돌 판정을 지닌다는 점이다. 일부 미션에서는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바닥에 누워 길을 막는 졸개 하나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날려보내는 일이 잦아 흐름이 자주 끊겼다.

그래도 외전 콘텐츠는 '은혼' 다웠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은혼 난무'이지만 외전 콘텐츠에서는 '은혼'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본편 이야기의 다른 등장인물이나 다른 시점을 배경으로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여기에서는 원작 '은혼'의 개그 센스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선보였던 성우들의 만담도 담겨있어 좋았다. 특히 '은혼 난무'가 '은혼'의 메인 스토리 만을 다루고 있어 개그 요소가 많이 부족했는데, 이 부분을 외전을 통해서 어느정도 충족할 수 있었다.

영원히 고통받는 '은혼' 게임


드디어 '은혼'이 제대로 된 액션 게임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로 기자를 비롯한 많은 '은혼'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기자는 작화 붕괴가 일어난 애니메이션 컷 인으로 스토리 연출과 명장면을 대체해버린 점이 가장 아쉬웠다. 여기에 불편한 조작 체계와 액션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여러 시스템 등 무쌍 장르 게임으로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개그 만화 장르를 소재로 했음에도 개그 요소가 남아있는 것은 외전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본편보다도 외전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게임이다. 차기 '은혼' 소재 게임에서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지만, '은혼 난무'가 여러모로 혹평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차기작을 만나볼 수 있을까. 오늘도 '은혼'의 팬들은 하염없이 '은혼'의 게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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