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엇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가, 퀀틱 드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록일 2018년05월29일 16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어린 시절 과학 시간에 미래의 삶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인공지능 가정부다. 아이를 대신 돌봐주고 빨래, 청소부터 요리까지 전부 대신 해주는 인공지능 가정부야 말로 인간의 기술이 가장 현실과 맞닿아있는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인공지능 가정부 라는 것이 그저 상상에 불과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에서 기록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인간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행위를 AI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근 미래에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부정론도 확산되는 상황.

 

퀀틱 드림이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기술이 발달해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된 2036년의 디트로이트 시를 배경으로, 인간성에 눈을 뜬 안드로이드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성에 대해 고뇌하는 안드로이드라는 설정 자체는 흔하지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좀 더 우리의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와 물음을 던진다.

 

현실성 있는 세계관

 



 

기존의 안드로이드 물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성 있는 세계관의 설정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약 18년 정도 뒤의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고도로 기술이 발전한 미래 사회를 다루는 기존 로봇 물보다 우리의 현실과 더욱 닮아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모습에 안드로이드들이 더해져 공생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게임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게임 내 잡지나 뉴스, 광고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관도 매력적이다. 일례로 "인간에 비해 신체적, 두뇌적인 측면이 우월한 안드로이드들이 스포츠 계에 진출해 시속 190km의 강속구를 던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나 "안드로이드로 구성된 밴드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등 인간성 같은 철학적인 문제들 이외에도 우리가 직접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설정한 점이 좋았다.

 

선택의 가치와 의미가 살아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진다는 게임성은 '워킹 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텔테일 게임즈나 '헤비레인'을 개발한 퀀틱 드림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게임들은 항상 양 극단의 선택지를 플레이어에게 강요하지만 이에 따른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아쉬운 평가를 들으며 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식의 게임이라는 아쉬운 평가를 들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출시 소식이 공개되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것은 선택에 따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플레이 결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눈에 와 닿을 정도의 결과를 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선택의 의미가 크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조작 캐릭터와 주변 인물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이야기의 무대나 전체적인 진행 상황 등 많은 요소들이 변화한다.

 



 

선택지는 무수히 많지만, 이에 따른 결과들 전부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개연성을 지닌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게임 진행 내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선택지 사이에서 헤매는 경우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게임 내내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이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면 나름대로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수 많은 결말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와 교훈을 담고 있다. 시나리오 작성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강화된 연출과 편의성

 



 

연출은 실사 드라마나 영화를 방불케 한다. 일부 영상에서는 정말 실사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서는 'L1' 버튼을 눌러 드라마나 영화 같은 카메라 워킹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게임이 가지는 몰입도가 상당하다. 기자는 물론 게임을 즐긴 유저 대부분이 게임을 중간에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안드로이드가 감정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초반부의 연출이 이 게임의 명장면이다.

 

편의성 역시 다소 개선되었다. 이동 및 조작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헤비 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시점이 바뀔 경우 이동이 보다 직관적으로, 버튼 액션에서의 버튼 배치 역시 유저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 챕터가 끝난 뒤에는 순서도를 보여주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와 분기점, 다른 가능성과 유저들의 선택은 어떠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선택에 따른 결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특히 원하는 챕터의 분기점으로 돌아가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큰 개선점이다.

 

2회차 플레이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게임의 몰입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결말에 도달하고 나니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게임 내내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이야기 전개가 워낙 긴장감이 넘치지만 정작 결말부에서는 긴장감이 덜해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에 게임 내의 모든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회차, 3회차로 게임을 반복하면서 다른 전개의 이야기들을 따라가야 한다.

 

게임 내에서 분기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게 된다는 점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 지닌 태생적인 문제이다. 분기점으로 바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선택지가 워낙 다양하며 인물간의 대화나 연출 등을 건너뛸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장장 1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 타임 내내 주변에서 키워드를 수집하는 작업 역시 건너뛸 수 없다는 점도 2회차 플레이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때로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선택지 지문이 너무 함축적이라 때로는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점도 아쉬웠다. 퀀틱 드림이 개발하는 어드벤처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등 선택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동정', '긍정', '중립' 등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하려던 말과는 다른 말을 뱉어 의도치 않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급 전개에 따른 부작용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게임 내에서 3명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설명할 수 없기에 일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이야기 전개를 생략하고 있다. 각 안드로이드 주인공들의 각성은 빠르게 지나가고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갈등이 전개되는 부분에 대부분의 이야기를 할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각 인물들의 상황이나 생각의 변화에 빠르게 따라갈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마커스'의 경우 초반부에서 중반부 사이에 빠르게 캐릭터가 변화하는데,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유저들이 다소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런 괴리감은 줄어들지만, 게임의 서사적인 완성도를 평가할 경우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간다운 것'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던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게임을 마치고 나니, 정말로 미드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3명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각자의 개성과 분량을 확실하게 챙겼으며 3명의 이야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과정 역시 자연스러웠다. 고도로 기술이 발전한 먼 미래의 일을 그리는 대신 우리의 현실에 가까운 세계관 설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던 점 역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반면, 게임을 끝낸 뒤에 썩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다. 중간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모든 인물들이 비극을 맞는 결말을 선택했기 때문이지만, 게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도 큰 이유다. 고도로 발전된 지능을 가지고 자유 의지, 가족애, 사랑, 연민 등을 느낄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우리는 '살아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 또 무엇이 '살아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나름대로의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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