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콘텐츠 업계 특성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일 2018년06월09일 11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8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콘텐츠산업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최된 토론회는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변경사항과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영화,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광고, 패션, 만화, 대중문화 등 각종 콘텐츠를 다루는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각 업계 전문가와 콘텐츠 분야별 협단체 및 회원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은 주 최대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된다. 특례 제외 업종은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었으나 주 최대 68시간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특례 업종이 기존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먼저 특례가 그대로 유지되는 업종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과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그리고 보건업 등 총 5개 업종이다. 반면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금융업, 우편업, 연구개발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등은 해당 특례에서 제외됐다.

 

광고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등 3개 콘텐츠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해당 업계에서는 작품을 출시하기 전 집중 근무와 촬영 일정에 따른 주말, 야간 근무 등 업계의 특성이 개정안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문체부는 이러한 콘텐츠 업계의 특성을 반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관련 협단체가 참여한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영화, 게임, 방송 등 각 분야별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왔다.

 

오늘 진행된 공개 토론회에서는 영화,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광고, 패션, 만화, 대중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 업계인들을 초청해 실제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과 건의사항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근로시간 52시간으로 축소, 소득감소 충격 완화를 위한 지원 대책도 마련

본격적인 토론 및 의견 공유에 앞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 황효정 팀장이 자리에 올라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변경 사항과 활용 지원제도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실제 근로 기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7월부터 적용해야 하며, 50~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7월 1일,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더불어 30인 미만 기업은 노사간의 서면 합의 시 특별 연장 근로 8시간이 가능하지만, 이는 한시적으로만 인정된다.

 

또한 사실상 연장근로가 무제한 적용되는 특례업종 26개가 5개로 대폭 축소되며 광고업, 영상, 방송업이 특례에서 제외됐다. 명절과 국경일 등 관공서의 공휴일은 민간 기업의 유급 휴일로 의무화하며, 이 또한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된다.

 

특히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른 중소기업의 소득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대책도 시행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실태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빠른 시일 내에 개정법과 관련된 자료를 알기 쉬운 용어로 구성해 책자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양환 정책본부장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차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 정책본부장은 “사실 현장에서는 법 개정 자체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업계의 근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러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근로환경개선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임금 축소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지원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특히나 콘텐츠 업계는 영세하고 5인 미만 사업장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아직 1~2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있는데, 적절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고, 업무생산성을 강화해 삶의 질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기업 경쟁력도 강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대상 게임 관련 사업체는 2015년 통계청의 ‘경제총조사’ 데이터를 기준으로 1,071개, 노동시간 단축 대상 인력은 약 35,5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정책본부장은 “각 사업체에서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 내용을 확인하고, 적용 시기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 규모를 우선 파악해 둘 것을 권한다”라며 “상시근로자를 산정할 때 프리랜서까지 포함해서 시뮬레이션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콘텐츠 업계 “업계 특성 반영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달라” 한목소리

이어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유승호 교수,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 법무법인 수호 이영대 변호사,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이 자리에 올라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발제 및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강원대학교 유승호 교수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한국 사회가 바뀌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콘텐츠는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이기에, 이들의 삶의 질 그리고 콘텐츠의 국가경쟁력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콘텐츠 업계의 고충을 모아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영화계를 대표해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장 사무국장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제대로 된 노동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장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계도 및 컨설팅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또한 독립영화 제작사 등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업무 시스템을 플랫폼화 하는 방법도 함께 제안했다.

 

이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논의가 된 것인데, 단 한번도 업계 의견을 제시할 상황이 없었다. 방송사에 따로 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 드라마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내용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정말 궁금한 내용이나 대답은 들을 수 없어 답답하다”라며 “이러한 토론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방송 업계만 이야기하기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가 있는데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고, 또 모든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늘 토론회가 토론회를 위한 토론회, 보여 주기식 토론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음으로는 법무법인 수호 이영대 변호사가 자리에 올라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수치가 변하는 양적 관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삶에 있어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업계의 특성을 발휘해 자체적으로 해결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독일의 근로시간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짧아지고, 유동적이고, 이질적으로 변해왔다. 단일적인 근로시간 모델로부터는 더 이상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어떠한 시간 테이블이 합당한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이 게임업계를 대표해 이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최 정책국장은 “게임업계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중에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업계의 특수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게임은 공산품이 아니기에 ‘찍어낼’ 수 없으며, 기획과 그래픽, 운영 등 다양한 업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에 노동자의 근무 시간을 획일화 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더불어 문화 콘텐츠가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게임도 문화 콘텐츠에 속하는 만큼, 게임의 출시에 앞서 유저와의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노동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업계의 특수한 업무 환경을 고려해달라고 전했다.

 

또한 최 정책국장은 게임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콘텐츠 관리 측면에서 시차가 존재한다는 특징도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24시간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에 유연 근무제는 게임업계에 적용하기는 다소 어려우며, 프로젝트 수령시 팀이 구성되며 유지 및 보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신규 인력 채용 지원으로는 이를 보완하기 어렵다”며 “물론 큰 게임사들은 내부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시범 운영도 하는 등 개정안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명확한 해석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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