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MMORPG 개발 '올인'하는 국내 게임업계,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등록일 2018년10월04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모바일게임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 속에서도 인기 장르는 꾸준히 변화해왔다. 캐주얼, SNG, 액션 RPG, 수집형 RPG를 거쳐 기술력의 발전을 토대로 MMORPG 장르가 등장했고, 이제는 그야말로 모바일 MMORPG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수의 MMORPG가 시장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 MMORPG 장르는 본래 PC MMORPG가 인기가 높았던 국내 시장 상황 그리고 모바일 디바이스의 상용화 및 보급과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내 손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실시간으로 MMORPG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일상생활에 치여 PC, 콘솔 게임을 할 시간이 부족한 3040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특히 3040 유저들은 구매력이 높은 편이기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의 게임사들이 이를 각 분기마다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 이후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명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MMORPG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2년 사이에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라그나로크M', '뮤 오리진2', '이카루스M', '테라M', '메이플스토리M' 등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리니지M'과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뮤 오리진2'는 장기간 앱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각 게임사들의 실적을 견인할 정도로 크게 흥행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투입된 모바일 MMORPG들의 시장 독식과 인기 장르인 MMORPG만을 연이어 개발하는 추세가 장기화 되면서, 이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몰개성' MMORPG의 범람…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 다양한 시도 필요해
특히 경쟁력과 관련해, 국내 시장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한 장르에만 '올인'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대만과 같이 기본적으로 RPG 장르의 인기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만 구글 플레이 순위를 살펴보면 '리니지M'과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라그나로크M', '메이플스토리M' 등 다수의 MMORPG들이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큰 규모인 북미와 유럽 시장을 살펴보면 RPG 장르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대신, 퍼즐과 캐주얼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포켓몬고'와 '캔디 크래쉬 사가', '툰 블래스트' 등 캐주얼 게임이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지노 계열의 게임과 전략 시뮬레이션,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장르 편중은 시장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북미,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진출을 통한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모바일 MMORPG의 인기가 높지만, 이러한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
 

실제로 PC 온라인게임 또한 MMORPG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의 게임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인기 장르의 변화가 일었고, 결국 최근에는 이렇다 할 신작 PC MMORPG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시류는 비슷하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장르 다각화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MMORPG '올인' 보다 게임성 끌어올리기 위한 R&D와 글로벌 시장 분석이 더 중요
물론 비인기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는 것 보다는 안전한 길, 즉 MMORPG을 선보이는 것이 게임사에게 있어 부담이 덜하고 '리턴'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유명 IP를 곁들인 MMORPG가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의 매출 순위 상위권에 위치한 모바일 MMORPG를 살펴보면 '리니지'와 '리니지2', '검은사막'과 '뮤', '라그나로크' 등 이미 PC MMORPG로 성공을 거둔 게임들을 모바일 플랫폼에 옮겨온 게임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친 장르 편중은 장기적으로 국내 게임업계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르 다각화와 R&D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게임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모바일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개발력과 기획 등 전반적인 측면이 국내 게임업계보다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또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 모바일게임들은 명확한 유저 타겟, 하나의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기획과 독특한 콘셉트 등으로 중무장해 국내 시장을 공략했고 일부 게임들은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소녀전선'과 '붕괴3rd', '벽람항로'다. 세 게임 모두 수집형 RPG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각각 전략, 액션, 슈팅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이 게임들이 매출 순위 TOP 5 내에서 장기간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MMORPG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의 반대 사례로 들 수는 있다. 완성도가 높고 유저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있다면 MMORPG가 아니어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가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 게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R&D, 그리고 철저한 글로벌 시장조사에 힘을 쏟는다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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