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뛰어난 완성도로 주목받는 '펭귄 하이웨이', 이시다 감독이 말하는 제작 이야기

등록일 2018년10월16일 15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오는 18일, 흥미로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인기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을 영상으로 멋지게 옮겨낸 '펭귄 하이웨이'가 그 주인공.

 

펭귄 하이웨이는 지브리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 등의 작화감독을 맡았던 아라이 요지로가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만든 스튜디오 콜로리도에서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최근 국내외 영화제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일본의 실력있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은 다 콜로리도에 갔다고 해 궁금하던 차에 그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가 국내에도 소개되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확인해 본 결과 캐릭터 조형, 움직임, 배경과의 조화, 작화 퀄리티 등 완성도 면에서는 흠잡을 부분이 없는 수준이었다. 원작의 장단점이 다 담겨 있으면서도 제작사와 감독의 개성도 확실히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펭귄 하이웨이'가 첫 장편 작품이었음에도 노련한 거장이 만든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원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개봉에 앞서 이시다 감독이 한국을 찾았기에 만나 '펭귄 하이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의 결말에 대한 감독의 해석 등 스포일러가 될 부분은 개봉 전임을 감안해 이번 기사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펭귄 하이웨이' 원작과 제작사에 대한 이야기

이혁진 기자: 부산영화제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오셨고, 서울에서도 GV에 참석하셨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무대 인사 때에 한국어로 '다들 안녕하세요~' 하니 관객 여러분도 '안녕하세요~'라고 화답해주셔서 '대단하다,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주고 기뻐해 주시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극장이 가득 찼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네요. 바다를 건너와서 이렇게 환영을 받으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영화제 관계자나 업계 분들과 만나 이야기해 보면 일본의 젊고 재능있는 분들이 스튜디오 콜로리도에 모여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더군요. 스튜디오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콜로리도는 2011년 설립된 회사로 저는 크리에이터로 1호 사원입니다. 입사하던 당시는 대학을 막 졸업한 23세였는데요 합류해서 '히나타의 아오시구레'(陽なたのアオシグレ)라는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히나타의 아오시구레'를 만들 때에 일본에서 유명해진 그림 투고 사이트 '픽시브'에서 함께 작업할 스탭을 모집했습니다. 이러이러한 작품을 만들 건데 참여할 스탭 없냐고 하니 실력있는 학생, 세미프로들이 몰려들었지요.

 

모두 20대 전반 정도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흐름이 이어져 지금도 회사의 스튜디오 콜로리도의 평균 연령대는 25~6세 정도입니다만, 젊은 스탭들로 단편 작품이나 CM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었죠. 유튜브로 내보낼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있었고요.

 

'퍼즐앤드래곤즈' 같은 게임 CM이나 맥도날드, 마루코메 된장국 CM 등 다양하게 해 왔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해 오는 동안 조금씩 이름이 알려졌고 장편 이야기가 나오며 이번 '펭귄 하이웨이'로 이어졌습니다. 그 동안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면 어떠냐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단편만 만들다 장편을 만드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펭귄 하이웨이'와 만나며 각오가 정해졌습니다. 지난 2~3년 동안은 '펭귄 하이웨이' 제작에 온 힘을 쏟아 만들어 이런 형태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시다 감독님은 단편 작품들로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이름이 알려졌지만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모르는 관객도 있을 겁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본인 소개를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콜로리도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학에 다니며 만든 자주제작 애니메이션을 몇 편 웹에 공개했습니다. 대학 3년생 시절, 21세 때 만든 '후미코의 고백'을 유튜브에 공개해서 다양한 분들이 봐주시기도 했고요.

 

'후미코의 고백'과 4학년 때 만든 졸업작품도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영화제에도 출품해 상도 좀 받고 한 덕인지 대학 졸업 후 콜로리도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이런 작품을 만든다면 우리와 함께 상업 작품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대학 졸업 후 콜로리도에 합류하기 전 2년 정도는 상업 작품 제작을 도와준 시기도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공개된 '부도리의 꿈' 제작에 참여했는데, '부도리의 꿈'을 만드신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님은 대학 시절의 은사라 그 관계로 졸업 후 도와드리러 가게 되었죠.

 

거기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님은 늘 함께 작업하는 작화팀이 있고 하나같이 굉장한 실력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 팀에 들어가서 쭉 일하는 길도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결국 콜로리도에 오게 되었습니다. 가끔 거기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합니다만, 여기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펭귄 하이웨이'는 인기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森見登美彦)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작으로 '펭귄 하이웨이'를 선택한 이유와 원작에 대한 이시다 감독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모리미씨의 작품으로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 모리미씨의 작품들을 대학생 시절 재미있게 읽은 팬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들도 봤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두 작품은 모두 일본의 쿄토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실은 저도 쿄토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보니 작품의 이야기와 캐릭터들과 싱크로해서 거기 나오는 장소 하나하나에서 '이건 내가 가본 곳이야' 같은 느낌을 받으며 봤습니다. '아, 저기서 나도 저런 짓을 했었지' 같은 생각을 하며 보게 되었죠. 매우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장편을 만든다고 하면 역시 그런 세파에 찌든 어른들보다는 순수한 소년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순수한 소년을 통해 보는 클리어한 세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년이 갈수록 다양한 '처음 경험하는 일'을 만나며 그런 경험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다다미'나 '아가씨'의 주인공들은 이미 세파에 찌든 어른들이지요. 그런 세파에 찌든 어른의 모습을 즐기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마음도 잘 이해합니다. 한국 분들은 다다미나 아가씨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대학생활을 경험한 저로서는 '그래, 나도 저런 바보같은, 치사한 짓을 했었지'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며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모리미씨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면 역시 '펭귄 하이웨이'의 아오야마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아오야마군도 바보같은 행동도 하지요. 가슴 연구라거나 스즈키군과 벌이는 유치한 다툼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때묻은(?) 대학생과는 다른, 순수하고 진지하게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모리미씨의 다른 작품들보다 '펭귄 하이웨이'에 끌린 이유입니다. '이 아이는 진지하구나'라는 느낌이 좋았던 거죠.

 

모리미씨와도 만나셨을 텐데 어떤 말을 하던가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모리미씨는 작품 제작에 대해 이것저것 자세히 말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모리미씨에게는 다른 작품들보다 소중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리미씨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반영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작품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애니메이션 제작을 허락해 달라고 기획서를 보냈다가 처음엔 거절당했습니다. 모리미씨도 감독이 너무 젋다는 점을 우려하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기획서를 보낼 때는 지금보다 더 어려서 27세 때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아오야마군에 대해 더욱 파고들어 다시 작성한 기획서를 보내니 허락해 주셨습니다.

 

모리미씨를 만났을  때 유일하게 말하신 내용은 '아오야마군이 천재소년이라는 점'만은 살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오야마군이 영리한 소년이라는 것과 거기 더해 그래서 나오는 순수하고 진지한 모습을 포함한 것이겠지요. 그게 어긋나면 다른 게 모두 어긋나 버리니까요. '펭귄 하이웨이'는 아오야마군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세계이고요.

 

그게 유일하게 제작에 대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거만 지키면 나머지는 어레인지해도 괜찮다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원작과 가장 달라진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원작 소설은 아오야마군이 1인칭 시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형식입니다. '나는 이런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한다'고 자기 마음을 쭉 이야기하는 느낌의 작품이죠. 아오야마군이 멋지다고 하면 '멋지구나'라고 독자도 그대로 캐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역시 1인칭 시점으로 아오야마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쪽으로 가서 아오야마군에게 멋지다고 말하도록 만들지를 생각해 봤는데, 이왕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큰 화면에서 그림을 보게 만드는 것이니 말보다는 그림으로 대변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대사를 많이 바꾸게 되었습니다. 아오야마군이 멋지다고 말하게 하는 대신에 관객들이 멋지다고 느낄, 아름답다고 받아들일 마을 풍경을 그려내자고 생각했죠. 아오야마군의 신비와 수수께끼도 설명보다는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해, 관객 역시 비주얼만으로도 신경쓰이도록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를 멋지게 그리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아오야마군의 기분을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비결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도 이번이 처음이셨죠.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네. 아무래도 장편 작품은 참여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가 대부분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유명한 분들, 뛰어난 분들이 많이 참여했고 제가 어린 시절 본 애니메이션을 만든 분들, 동경하던 분들과 함께 '펭귄 하이웨이'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어떻게 부탁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더군요. 일을 부탁할 때 리스펙트를 담아야 했고, 아니 원래부터 존경하는 분들이었지만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만들고 싶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어려움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걸 할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제대로 설명해서 '이런 의도가 있으니 이런 그림을 만들고 싶다'고 설득했습니다. 힘든 작업이었죠.(웃음)

 

아무래도 장편 감독이 처음이라 작업지시나 스케쥴 등에서 혼도 났지만 납득해 주시고 만들어 주셔서 생각보다 멋진 화면이 나온 부분도 잔뜩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생각은 없었나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처음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오리지널 작품도 포함해 고민을 했습니다. 몇달 동안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제 실력이나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맞아떨어져서 '지금은 오리지널보다는 먼저 원작물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원작을 뭘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펭귄 하이웨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오리지널 작품을 꿈꿀 것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해 보자'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 작품에서 오리지널로 할 거냐고 하면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건 오리지널 작품이건 제가 작품 속 세계에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다면 어느 쪽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오야마 군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하셨고,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누나'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 특히 중간에 방에서 체스를 두는 장면에서의 복장까지 '에반게리온'의 미사토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많더군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영향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에반게리온'을 매우 좋아했고, 주변에서는 레이냐 아스카냐 말이 많았지만 저는 미사토씨같은 누님 캐릭터들에게 반했었죠.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미사토파이신가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지금도 변함없이 미사토씨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경에 특히 공을 들여 리얼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판타지로 전개되는 후반에 판타지와 리얼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예전 '히나타의 아오시구레'를 만들 때나 그 전에 만든 단편들도 그렇습니다만, 좀 더 판타스틱한 표현이라고 할까요, 아트 면에서 리얼한 배경보다는 좀 더 색을 선명하게 넣어서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펭귄 하이웨이'는 일상 생활 속에 펭귄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들어오는 것으로 일상 생활을 리얼하게 그리지 않으면 펭귄의 이질감이 뚜렷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표현해 달라고 주문한 게 맞습니다. '히나타의 아오시구레'와는 다르게 색감을 리얼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작중 마을 풍경은 현지 취재를 통해 수집한 풍경들을 넣어서 그려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하고 미술 파트에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 미술 쪽에서 굉장히 힘들어했죠.

 

그러면 배경이 되는 마을은 실제 있는 마을인 건가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하나의 마을을 그대로 옮겨왔다기보다는 다양한 마을의 풍경을 섞고 변경하며 창조해낸 것입니다. 찍어온 사진을 그대로 옮긴 컷도 일부 있었고요.

 

일본에서 도시 개발로 발생한 교외의 뉴타운을 상정해 만든 마을입니다. 작중 묘사된 마을이 그런 마을의 표준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요. 조금 붕 뜬 느낌이죠. 좀 더 시골같다는 느낌을 받는 분도 계실테고, 집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지 않고 다양한 색을 가진 집이 떨어져서 존재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묘사는 리얼하게 그려냈지만, 마을이라는 면에서는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야겠네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친숙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사건이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얼을 좀 더 추구한 작품들은 따로 있고 '펭귄 하이웨이'는 그렇게까지 리얼을 추구한 작품이 아니라고 해야할 것 같기도 하네요.

 

펭귄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그렇고 움직임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더군요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펭귄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는 이 작품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펭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작품 내용에 먼저 끌린 후에 펭귄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조사해서 직접 그려 보기도 하고 펭귄을 보러 가기도 하는 와중에 좋아하게 됐습니다.


작품의 제1보는 좋아하는 거라는 점을 크게 느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도 좋아하게 되고 왜 좋아하게 되었나를 생각해서 배워가는 거죠. 일단 펭귄은 귀여우니까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펭귄이 왜 귀여운가를 생각하며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를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펭귄을 좋아하게 되어 매력을 그려내고 그런 이미지를 스탭들과 공유해서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펭귄의 매력을 모아달라고 해서 걷는 모습, 달리는 모습 등을 관련 애니메이터들과 사진을 찍어 그려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건 아오야마군이나 누나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죠. 아오야마군과 누나는 원래 좋아하던 캐릭터들이었고요.

 

아오야마군은 어리지만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하는 부분, 그리고 남성이라면 반할 수 밖에 없는 누나의 매력(이런 사람을 따라가고 싶다는 기분)을 심플하게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까를 스탭과 공유하며 같이 그려갔습니다. '이건 아니다' 라는 말을 몇번이고 하면서 이미지를 발전시키고 매력을 중첩시켜서 현재의 디자인과 움직임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도 시간이 꽤 들었습니다.

 

사실 제 안에서의 냉정한 평가로는 그런 기분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누나와 아오야마군의 작화는 아직 저희의 미숙함 탓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힘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여기서는 좀 더 움직임을 주고 싶었다거나 여기서의 포즈는 좀 더 이렇게 했어야 누나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아오야마군의 기분을 좀 더 표현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재 결과물이 우리의 실력이니까, 그건 이제부터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흐름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만, '펭귄 하이웨이'는 데뷔작임에도 그런 느낌 없이 잘 이어간다고 느꼈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원작이라면 아오야마군이 화자로 일기처럼 읽어가는 형식이라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 형태라면 아오야마군의 기분을 바로 알 수 있으니까, 읽으면서 받아들이면서 같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2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영화로 만들면 길이 제한도 있고 원작과 같은 구성에 그저 늘어놓기만 해서는 관객들이 따라가기 힘들어집니다. 영화란 보는 사람이 어느 정도 감정의 파도를 타면서 따라가는 것일 텐데, 그걸 고려해 원작의 내용 중 어느 장면을 사용하고 배치할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어 처음에는 순조롭게 가다가 침울해졌다가 다시 힘내서 나아가 마지막 장면까지 나아가는 것이죠. 아오야마군이 누나에 대한 감정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아오야마군의 감정의 기복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제1명제로 '펭귄 하이웨이' 영화를 만들며 추구했던 것입니다.

 

각본, 콘티 등의 작업을 해 나가며 몇번이나 벽이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감동할 파도를 만들려면 여기서 이 장면은 없애자거나, 이 장면은 그냥 가져가면서 여기와 여기를 붙여서 같은 의미를 남기지만 시간은 줄일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장면 장면의 아이디어로 넘어갔다는 느낌입니다. 그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영화는 역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히나타의 아오시구레'의 주인공 히나타군은 자기가 생각한 감정은 그대로 입 밖으로 내 버리는 캐릭터였습니다만, 아오야마군의 경우 '저는 스마트한 어른입니다'라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싶어하는 친구죠. 그러다 보니 감정을 쉽게 내놓지 않고 자기 감정을 남들에게 들키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마음 안에서 해결해버리고 참는 소년이 아오야마군입니다. 그런 소년의 감정 기복을 파도를 타기를 바라는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보이는 게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냉정하게 보면 제대로 못 한 것 같다는 자기평가를 갖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니까요. 이걸 관객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까를 지켜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음악은 아베 우미타로씨가 맡아 주셨습니다. 멋진 분과 만난 게 행운이고 장면에서 그림으로 표현한 아오야마군의 기분, 화면 분위기를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밸런스도 잘 맞춘 좋은 곡들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오야마군이 웃는 장면, 즐거운 장면과 슬픈 장면의 감정 표현을 BGM으로 명확히 해 주는 동시에 깊이를 가진 음악을 제대로 담아 주셨습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음악 느낌이 아닌 곡도 여기저기 들어 있는데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장면과 잘 맞으면서도 곡에 기품이라고 해야 하나, 아베씨의 취향도 담겨있는 느낌이 들고요.

 

'여기서는 분위기가 고양되게 해 주세요' 라거나, 여기서는 진지한 방향으로, 또 여기서는 슬픈 방향으로 가져가 달라는 식으로 세세한 주문을 했는데 그런 주문을 수용해 콘트롤하면서도 음악가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주셨습니다.

 

엔딩 테마는 우타다 히카루씨가 불러 주셨는데, 우타다씨는 역시 프로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엄청 프로페셔널했습니다. 우타다씨에게는 아베씨에게 한 만큼의 세세한 오더는 드리지 않고 이 작품에 맞게 해 달라고 적당히 맡겼습니다만, 그것을 그렇게 굉장히 잘 맞는 곡으로 답해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역시 우타다씨의 목소리는 신비롭습니다. 이 작품에서 원하는 감정의 기복을 제대로 강조하며서도 원작을 읽고 감상도 담아주셔서 기품있는 곡이 되었습니다.

 

작품 마지막에 우타다씨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다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그렇지요. 그렇지요.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이 작품은 저희가 원작이 가진 멋진 점과 긍정적인 부분을 받아들이고 저희의 애정과 표현을 더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아오야마군은 귀엽고 누나는 매력적입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활발하고 귀엽죠.

 

작품에서 표현한 스케일이 큰 공간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펭귄도 귀여워요!

 

이런 묘사와 매력도 있지만 그 전부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 아오야마군의 시점입니다. 아오먀아군이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가, 어떻게 멋지다고 생각하고 연구하는지 그런 모습을 담은 작품이니 일단 아오야마군의 시점이 되어서 봐 주신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어른의 시점으로 보면 '뭐야 멍청하게, 한심하다'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한심한 짓을 열심히 하는 순수한 이 소년의 진지한 모습, 자기가 생각한 멋진 것을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 이것이 우리 어른들이 잊어가는 부분일 겁니다.

 

영화를 봐도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보실 때에는 그런 부분을 꼭 봐주시기 바라고 그래도 모르시겠다면 제 실력 부족이라는 의미이니 더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펭귄 하이웨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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