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그들의 '열정'을 막을수는 없었다

등록일 2011년08월31일 18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진행자의 "경기 시작" 소리에 경기장의 모든 소리가 줄어들고 '딸각'거리는 키보드 소리만 들렸다.
 
지난 30일, 제7회 전국장애학생e스포츠대회 및 제9회 특수교육 정보화대회가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고 실력을 쌓으며 장애학생의 정보격차 해소및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장애학생의 건전한 여가활동 개발을 위한 취지로 매년 열리는 이번 대회는 특수학교(급) 재학생 및 교사, 일반 학생 등 1,500여명이 참석해 특수학교 4개게임(정신지체-wii sports 볼링, 시각-오델로, 청각-피파온라인, 지체-마구마구), 통합부문(특수학급) 4개게임(특수학급학생+일반학생-에어라이더/마구마구, 특수학급학생+학부모-사천성, 특수학급학생-오목)으로 진행했다.

wii를 이용해 경기를 진행하는 참가자들

가족,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한 이들은 즐거움과 진지함을 함께 보여주며 시종일관 대회 진행상황에서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눈빛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열정으로 빛났으며, 단 한사람도 자신의 게임플레이에 소흘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청각에 의존해 게임을 즐기는 참가자도 있었으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참가자들은 보조공학기기를 이용해 경기에 임했다. 승패를 떠나 이들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청력에 의지해 보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자가 있던 바로 근처에선 보조공학기기를 이용해야 될 정도로 힘겹게 키보드를 누르는 참가자가 열심히 채팅을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해당 참가자에게 다가가 "기구(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지 않으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라고 물으니 "(웃으며)조금 느릴 뿐이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라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후 몇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들의 '열정' 앞에 '장애'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밝게 웃다가도 게임이 시작되면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참가자들의 '열정'에 감동을 느끼고 있을 때쯤 유독 눈에 띄는 한 팀이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다른 참가자의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으며 남은 두 사람이 무언가를 적고 이를 의논했다. 일반인보다는 못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종횡무진 자신의 대회 무대인 '지체마구마구' 시합장을 돌아다니더니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착석, 연습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까지 40여분이 남은 시각, 양해를 구하고 '지체마구마구' 대회에 참여한 대전성세재활학교의 윤성진, 박경훈, 정민호 학생을 만나 인터뷰시간을 가졌다.

'지체마구마구'에 참여한 대전성세재활학교 팀, 좌측으로부터 정민호, 윤성진, 박경훈

*기사의 원활한 전달을 위해 대화체로 작성되었음을 양해바랍니다.

이번 대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요?
학교에서 이번 e스포츠 대회를 한다고 말해줬어요. 저랑 친구들 모두 같이 가고 싶었지만 모두가 갈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학교에서 참가 희망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토너먼트 대회를 진행했는데. 거기서 운이 좋게 저와 친구들이 뽑히게 됬어요.

게임을 하는 자세가 다른 유저와는 다릅니다. 이유가 있나요?
보통 게임을 하기 위해선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쓰잖아요? 근데 전 마음데로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왼손이 불편하거든요. 근데 게임을 하면 오른손보다 왼손이 좀 더 많이 움직이게되요. 처음엔 어떻게든 왼손으로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손이 굳어서 몇 손가락 밖에 사용할 수가 없는지라 한계가 있더군요. 그렇게 고심하다가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를(교차) 바꿨죠. 처음엔 어려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게임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지체장애인이 이와 같은 게임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했다

마구마구 외에 따로 즐기는 게임이 있나요?
피파온라인을 즐겨요. 야구와는 다른 재미가 있는데 피파 온라인 역시 키보드로 즐기는 게임이에요.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추세지만 그렇게 즐길 수 없다보니 최대한 키보드를 이용한 게임을 즐기게 되더군요(웃음).

인터뷰 중에도 끊임 없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게임을 하다보면 불편한 점이 있을텐데...
당연히 불편하죠(웃음). 그래도 이렇게나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정상인들이 즐기는 게임을 똑같이 즐기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에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하루 빨리 정상인들과 비슷하게 게임도 하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게임 내에서 '자신'은 어떤가요?
게임 속에선 우리도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에요. 남들과 같이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그렇게 감정을 공유합니다. 다만 빠르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채팅을 하다가 게임 플레이를 놓친다던지 그런 경우가 조금 있습니다. 그 기계(보조공학기기)는 많이 비싸기 때문에 아무나 사용하기도 쉽지 않아요.

주변을 보면 비슷한 또래의 장애우들이 많은데요. 혹시 이들을 보면서 뭔가 생각한 것이 있나요?
가지고 있는 장애는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이 온라인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공통적인 열정을 가지고 점에서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즐겁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구마구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혹시 목표가 있나요?
당연히 우승이 목표에요. 다른 참가자들 역시 저희와 같은 처지인데(지체장애인)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다른 팀들도 굉장히 잘하네요. 이길 수 있을까요?(웃음)

이날(30일), 1승을 시작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대전성세재활학교팀은 금일(31일) '지체마구마구'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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