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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질병코드사태, 게임인 모두 상황 인식을 업데이트 해야한다"

등록일 2019년07월08일 12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이용 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건이 포함된 11차 국제 질병 표준 분류 기준안을 통과시킨 후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에 '6C51'이라는 질병 코드를 부여하고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위원회를 통해 통과된 질병 코드는 2022년 1월부터 WHO 회원국에 적용될 예정이다. WHO의 결정에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도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한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추진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인데...
 
게임 이용 장애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을 두고 '게임이 중독물질로 지정됐다'는 선동적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침으로 게임중독을 치료하겠다'는 사이비 의료까지... 별의별 주장이 다 나오며 관련 논의가 갈수록 산으로 가고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본질적인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게임은 문화이고 질병이 아니다'라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기도 하다. WHO가 애초에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 장애(게임에 과몰입해 게임 이용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문제시했다는 점에서 '허수아비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세계적으로 게임 이용에 대한 자율통제 장애를 문제삼는 흐름은 꽤 전부터 이어졌는데, 국내 대응이 상대적으로 좀 늦은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하며 게임업계에서 자정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을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게임중독과 게임이용장애는 다르다
이혁진 기자: 먼저 현재 상황에 대해 정리해 보자
김환민 사무국장: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다 끝난 다음에서야 이야기를 시작하는 감이 있다. 게임을 하면서 명백히 나타나는 문제적 현상이 있는데 그 동안에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며 무시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세계적으로 여가 시간을 넘어 일상을 게임이 지배해 생활에 장애를 가져오는 수준을 문제삼아 이를 질병으로 관리하겠다는 결론이 나온 것인데, 이미 서구권에서는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에만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던 상황이다. 여가시간에만 하더라도 게임만 하면 과몰입이라는 논의가 나온 것 이다.
 
질병 코드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이 질병이냐'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인 것 같다
김환민 사무국장: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과몰입, 과몰입으로 인한 병증에 대해 질병으로 트래킹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이 중독물질이라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 질병이 되는 게 아니다.
 
게임을 과도하고 하고,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지 게임이니 게임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게 아니다.
 
'게임중독'이나 '게임이용 장애'라는 단어가 무얼 말하는지 금방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작용하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규정한 것인가
김환민 사무국장: '위험한 게임 유형'이라고 있는데, 살펴보니 중요한 부분이더라. WHO에서 정한 것을 보면 '감정적 통제가 안 돼서 키보드 등 기물을 파손하거나, 게임에 졌다고 사람을 때리거나, 게임하다가 온라인 채팅으로 폭언이나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분류한 것이다. 게임을 '그만 하라'고 하면 화내고 폭행하는 경우도 게임이용 장애에 포함된다.
 
이건 반박할 영역이 아니지 않나. 게임 때문에 폭력적으로 됐다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이용 과정에서 장애가 나오는 걸 지적한 것이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당장 해야 하고, 게임을 종료할 시간이 됐는데 끄질 못 해서 약속을 어기고, '일주일에 게임을 한 번만 해야지'라고 정했는데 매일 하게 되고. 이런 통제 장애가 사회생활, 업무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말한 것이다. 게임 때문에 삶의 다른 부분에 흥미를 잃는 것도 포함된다.
 
제대로 된 반박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환민 사무국장: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게임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 기전이 명확히 파악이 안됐기 때문에 게임을 원인으로 이어가면 안된다'라고 반박하고 있는데 (WHO에서는) 애초에 '게임 때문에 발생한 질환'이라고 명시하지 않았고 '게임을 잘못 이용한다거나 게임을 이용하는 데 조절력을 잃는' 것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여기에 대해 반박하려면 의학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
 


 
게임업계에서 이번 질병 코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꾸리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환민 사무국장: 그 동안 게임업계에서 게임 과몰입이 질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게임이 문화로 정착되게 얼마나, 어떻게 노력했을까. 외부를 설득할 요소가 부족하다.
 
WHO와 서구권에서 나온 이야기의 핵심은 '게임을 너무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결하지?'라고 물어보는데 여기에 대해 '게임이 마약이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은 아닌 것 같다.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매출 몇%를 세금으로 걷어간다거나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김환민 사무국장: 우리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목해 봐야할 것은 규제의 방향이다. 여기에 대해 일률적으로 보건세를 징수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누구에게 돈을 내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텐데, 나오는 이야기를 잘 따져보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대해야 한다.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도 문제가 아니던 것을 갑자기 문제라고 하니 수용하기 힘든 면이 있다
김환민 사무국장: 우리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왜 문제라고 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게임을 지나치게 플레이하다 문제가 되는 사례는 실제 보고되고 있고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외부에서 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 까지는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문화 성숙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기도...
해외에서의 반응과 국내 반응의 온도차가 너무 크더라
김환민 사무국장: 우리나라 게임문화가 성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게임을 문화라고 말만 해왔지 성숙한 게임문화를 만들지 못한 반증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 게임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 일부 유저의 반발을 받으면서도 계속 그쪽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게임을 더 많은 이들이 받아들였고 게임이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는 반증이다.
 
이제 게임이 스포츠처럼 메인스트림 문화가 되어가고 있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는 연구 데이터가 없으니 대충 넘어가던 부분들에도 시선이 가게 됐다. 확률형 아이템(루트박스)에 대한 미성년자 차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게임, 게임 커뮤니티에서 밈처럼 쉽게 사용되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요소도 전처럼 가볍게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게임이 더 이상 서브컬쳐가 아니라 메인컬쳐이니 더 강한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고, 서구권 게임업계에서도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왔으니 신경써야 할 게 많다는 걸 수용하는 과정이다.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을 연구하고 사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만화책이 태워지고 게임팩이 망치로 부숴진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런 '탄압'에 대한 기억과 함께 여전히 게임문화 자체를 서브컬쳐로 받아들여 마이너 장르라고 생각한다. 게이머, 게임 개발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수용자도 조금씩 변화해야 하지 않겠나. 게임도 사회에 맞춰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합리적인 반박으로 외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어느 쪽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에 멈춰있다.
 


 
한국 게임업계가 규모는 커졌는데, 문화적 파급력은 약하다는 이야기는 요즘 간혹 들린다
김환민 사무국장: 일본 게임을 하고 일본에 여행을 가고, '어쌔신크리드'를 하고 유럽에 여행을 가는 건 그럴법하다. 그런데 한국 게임이 게임으로서 수준이 매우 높지만 문화적 영향력을 갖고 있느냐고 하면 쉽게 답하기 힘들다.
 
'검은사막'이 정말 잘 만든 훌륭한 게임이지만 한류 콘텐츠는 아니다.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만 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에 호감을 갖게될까'를 생각하면 쉽게 그렇다고 답하기 힘든 게 사실 아닌가.
 
한국 게임은 문화보다는 상품가치에 초점이 맞춰져온 게 사실이다. 규모가 어떻다에서 이제는 그렇게 커진 규모의 산업에서 문화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앞으로의 전망,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해 보자
김환민 사무국장: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상황 인식을 업데이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중독포럼 같은 단체나 학부모 단체들은 논리를 차츰 업데이트하고 게임업계의 문제점에 대해 명확한 이야기를 갈수록 더 할 것이다. 외부에서 게임업계의 문제를 탐구하고 연구비를 받아 의사와 전직 게임 개발자들을 자문으로 불러 서비스 환경, 유저 행태 등을 연구할 텐데 이걸 지켜만 볼 게 아니라 내부 논리를 더 발전시키고 상대방 논리도 연구해 대응해야 한다.
 
중국 게임의 발전을 그냥 지켜보다 역전당해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듯 이 문제도 이대로 가면 논리에 밀려 진짜 게임이 나쁘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소모적이고 불분명한 사실에 근거해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극복하고 게임업계에서는 정말 한국 게임이 문화다, 문화로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부족했다면 앞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런 발전적인 신호를 좀 줬으면 좋겠다.
 
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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