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VFX 애니메이션 대가 마이클 코델, VFX와 VR에 대해 말하다

등록일 2019년10월22일 13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헐크버스터가 헐크를 두들겨 패는 장면,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이 캡틴의 방패를 받아내고 착지하는 장면, '퍼시픽림'에서 집시 데인저가 라이주를 일도양단하는 장면.
 
VFX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액션영화 명장면들로, 액션영화 마니아라면 이런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장면들이 머리 속에 떠오를 것이다.
 
이 장면들은 세계 최고의 VFX(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뜻하는 말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림 등에 적용되는 영상제작기법 중 현장에서 촬영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기법) 제작사 ILM(Industrial Light & Magic) 시니어 애니메이터 마이클 코델의 손에서 태어난 명장면들이다.
 
마이클 코델은 순수 조형예술을 공부하다 3D 그래픽의 수업을 듣고 흥미가 생겨 공부해 이 분야의 최고가 된 입지전적인 애니메이터. 유명 상업 영화에 참여하는 한편 2014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미스터 위블로'의 애니메이션 디렉터를 맡는 등 아트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름을 알린 대가이다.
 
위에 언급한 영화 속 명장면들 외에도 최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빅히트한 '알라딘'에서 마지막에 지니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귀여운 동물들, 범블비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명장면들이다. 곧 개봉할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도 참여했다는데...
 
국내에서도 VFX 전문 제작사들이 세계적으로 활약하며 VFX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학생들을 위핸 세미나를 위해, 그리고 부천에서 진행중인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VR 영화' 부문 심사를 위해 마이클 코델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그와 만나 VFX 애니메이터에게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참여한 작품, 작업들에 대한 경험담을 직접 들어봤다.
 
VFX 애니메이터에게 필요한 건 열정과 관찰력
흔히 VFX 하면 성대한 폭발, 우주, 우주선과 로봇 같은 것들이 먼저 연상되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마이클 코델 ILM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로봇과 우주선보다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에 관심이 더 많다고 해 기자를 놀래켰다.
 
"제 전문 분야는 캐릭터, 크리쳐 등 살아있는 창조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창조된 캐릭터들에게 좀 더 독특한 액션을 부여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임의 구성을 잘 조합, 구성해야 좋은 움직임이 가능하므로 큰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우주선과 같은 무기물의 애니메이션 작업은 비교적 선호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창조하는 걸 좋아합니다"
 


 
범블비, 헐크버스터, 스파이더맨, 카이주... 그가 담당한 장면, 캐릭터들을 생각해 보면, 그가 창조한 캐릭터와 액션들이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사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VFX 애니메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이라면 조금 뻔한 답이 될 수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이겠죠. 본인이 연기를 하는건 아니지만,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니만큼 작업 전 캐릭터를 이렇게 움직이면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오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연기로서 성립하는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되는가를 살펴보고 그 부분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찰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멍하니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나라를 방문해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고 그 나라 사람들만의 특별한 움직임, 특정 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자세, 태도, 행동을 살펴보곤 합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소통할 때의 제스쳐 등이 꽤 다릅니다. 저는 대화를 할 때 손짓을 많이 하는 편인데 바디랭기지를 극도로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말만 하는 사람도 있죠.
 
애니메이션에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이렇게 움직인다'가 아니라 독특한 디테일을 담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창조물을 움직이기 전 제가 같은 움직임을 해서 촬영을 해 봅니다. 촬영해서 살펴보면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사실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죠"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열정과 관찰력이라는 설명인데...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일정이 끝난 뒤에도 1주일 가량 한국에 머물며 한국 사람들을 관찰할 것이라고.
 
인상에 남은 두 감독, 고어 버빈스키와 길예르모 델 토로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는 작업에 대해 묻자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킹콩'과 '랭고' 그리고 '퍼시픽림'를 언급했다. 킹콩은 어렸을 때부터의 팬으로 그런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너무 신났다고. '랭고'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퍼시픽림'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 대해서는 "존경스러운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작업 자체는 재미없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웃음)
 
함께 작업한 모든 감독들이 존경스럽고 훌륭하지만 특히 '랭고'의 고어 버빈스키와 '퍼시픽림'의 길예르모 델 토로'는 정말 엄청난 분들이었습니다. 두분 모두 매우 존경스러운 아티스트입니다.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킹콩' 작업과 '트랜스포머' 작업이 있고, 비주얼적으로는 '랭고'가 너무 좋았습니다.
 
VFX를 감독이 이해하고 존중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고어 버빈스키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VFX 작업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어서 일하기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기자의 '퍼시픽림' 작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에 "기자님은 퍼시픽림을 봤느냐"고 반문하더니, 봤다고 답하자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너무 좋았고 일단 퍼시픽림은 '몬스터 무비'인데 몬스터 무비는 애니메이터로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장르지요.
 
원하는 형태의 몬스터를 다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실 퍼시픽림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은 하나같이 어덜트키드였어요. 촬영하러 가면 다들 장남감을 가져와서 서로 자랑하고 갖고 놀고 있는 거죠. 길예르모 감독부터 그랬고요.
 
퍼시픽림에서는 로봇과 카이주가 대결하는 장면의 애니메이션을 맡았는데, 악어 형태의 카이주(라이주를 가리킴)가 반으로 갈라져 죽는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그것도 제가 담당한 장면입니다"
 
길예르모 감독은 퍼시픽림 작업 당시 애니메이터들에게 마음대로 한번 해 보라고 자유를 줘서 애니메이터들이 그야말로 예거와 카이주를 마음껏 잘 갖고 놀았는데, 만든 장면의 1/3 정도가 분량 상 잘려나갔다고.
 
"저뿐만이 아니라 퍼시픽림에 참여한 모든 애니메이터들이 아쉬워했습니다. 물론 일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많이 있긴 하지요. 작업을 많이 했는데 다 잘려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어벤져스'의 경우도 1편에서 작업을 많이 했는데 많이 날아가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어벤져스2'에서는 많이 남아 본편에 실렸더군요. 헐크버스터가 헐크를 두들겨패는 장면 기억하실 텐데, 제가 담당한 장면입니다"
 
VR, 게임과 친숙하지 않은 이들이 게임에 접할 창구 역할 가능할 것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2019년 신설된 'VR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작품을 몇개 봤고, 제가 속한 ILM에서도 VR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와있는 VR 영화들은 '영화'라기보다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내러티브가 아직 약하고, 보고 '재미있다'고 느낄 구조가 아직 정립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뭐든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흥미롭게 추세를 보고 있습니다.
 
VR 자체가 공간 안에 들어간 현장감, 몰입감이 중요한데 영화의 경우에도 시각적으로 인상이 남는 경우도 있지만 사운드로 각인된 영화도 많죠. 그런 효과가 VR에서 극대화된다고 봅니다. VR에서는 비주얼적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운드로 몰입감을 끌어주는 영향이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는 VR 영화에서의 VFX는 아직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HMD를 뒤집어 쓰고 봐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구현될 만큼 장비도 좋아야 하고 아직은 힘든 면이 많지만 기대는 됩니다.
 
영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비디오게임에서는 강한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앉아서 패드를 잡고 하는 것과 HMD를 쓰고 움직이며 플레이하는 건 다른 경험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비디오게임을 접하지 못하고 성장한 세대, 사람도 비주얼적으로 매력을 느낄 것이고, 공간이 구현되면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는 게임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다며 '레드 데드 리뎀션2'를 언급해 기자를 놀래켰다.
 
"사실 저도 어린 시절 비디오게임을 접하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으로 관심은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은 적습니다. 하지만 비디오게임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표현한 것을 보는 건 좋아합니다. 지금은 게임과 영화로 구분하기보다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혼합, 블렌딩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게임 애니메이션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을 위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엄청난 퀄리티에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죠. 미래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정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웨스턴 무비를 좋아하는데 최근 본 '레드 데드 리뎀션2'가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사운드도 엄청 멋지고. 집에서 동생이 하는 걸 지켜보며 '이건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VFX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 관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VFX 애니메이션을 통해 내가 그 캐릭터가 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궁극의 코스츔 플레이지요. 아무리 다른 생명체로 보여도 움직임은 저한테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트랜스포머'의 로봇이 될 수도 있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귀여운 새가 될 수도 있고, 킹콩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한국에는 처음 왔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이참에 관광도 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10년 전 1년 가량 세계여행을 할 때 캄보디아와 중국에는 들렀는데 한국에는 들르질 못해 아쉬웠거든요. 마침내 오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에도 한국 경치를 둘러보고 관광도 할 예정입니다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한국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마이클 코델 시니어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최신작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10월 30일 개봉한다. 마이클 코델 애니메이터가 담당한 장면을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가 담당한 부분을 추리해,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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