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트와일라이트'로 한국 찾은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 "후쿠시마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지속되고 있다"

등록일 2019년11월01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를 모으는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이 신작 '트와일라이트'(일본 제목 薄暮)를 들고 10월 진행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찾았다.
 
야마모토 감독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러키☆스타', '칸나기', '프랙탈', '웨이크업 걸즈!'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2019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애니메이션 영화 '트와일라이트'를 선보였다.
 


 
야마모토 감독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2번째로, 10여년 전 업무로 한번 와본 적이 있다고. 이번 신작 '트와일라이트'는 지진 재해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현을 소재로 소년, 소녀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심플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배경으로 한 그의 '토호쿠 3부작'의 마무리로, 그는 이전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은 10여년만의 한국 재방문 소감에 대해 "10여년 전에는 일로 온거라 한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보고 돌아갔는데, 어디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본과 한국 사이에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며 "이번에 영화제에 와서 둘러보니 호화롭고 화려해 '과연~'이라고 생각했다. 10여년 지나니 마을이 발전한 것은 크게 느껴졌고, 일본도 10여년 동안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야마모토 감독에게 신작 '트와일라이트'과 차기 프로젝트에 대해,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재에 대한 시각 등을 들어봤다.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이 '트와일라이트'에 담은 생각
"트와일라이트는 후쿠시마를 소재로 소년, 소녀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로 심플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내용이 너무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만 후쿠시마라는 배경이 중요합니다.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고 원자력 발전소 사고도 있어서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장소입니다.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를 그리려 한 겁니다.
 
그런 배경이 있는 곳이니까 다양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쿠시마는 사람이 못 사는 지역이 아닙니다. 후쿠시마는 죽음의 도시라거나, 오염된 곳이라거나... 오염은 있겠지만 그래도 후쿠시마에는 일상이 있고 거기에는 아직 살아있는 장소가 있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고 아름다운 것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사람들이 사는 곳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후쿠시마에서 비극적 사고는 있었지만 국지적인 것이고 계속 사람들이 살고 있고 청춘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이 작품에 담으려 했다는 메시지에 대한 설명이다.
 


 
후쿠시마에 여전히 일상, 청춘이 있다고 해도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유는 무엇일지가 궁금해 물어봤다.
 
"다양한 안을 구상했지만 통할 것 같지 않은 것이 많았습니다. 일단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있어서 원자력 발전소가 좋으냐, 안 좋으냐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고 정치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후쿠시마를 그리려고 하면 적당히 코믹하게 그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해도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나와버립니다.
 
그래서 스토리는 되도록 간단하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만으로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요.
 
어디까지나 후쿠시마의 지금을 봐달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최대한 심플하게 가져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야마모토 감독은 토호쿠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바라보며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고.
 
그는 대지진 후 현지에 가서 잔해를 치우는 자원봉사 활동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결국 애니메이션 감독이 할 일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일본에는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성지순례'라고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무대를 실제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제효과도 상당하다고 하고요. 토호쿠에도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토호쿠 3부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야마모토 감독은 "BIAF 상영에는 젊은 관객이 많았고, 기대했던 반응이 나와 기뻤다"며 "일본에서는 의외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 많았는데, 역시 청춘물이니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니 좋은 것 같다. 여성 관객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더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펀딩 외에 다른 수단은 없었어, 차기작은 인간의 어두운 면 담을 것
야마모토 감독은 트와일라이트 제작을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차기작도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파일롯 필름 제작을 위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
 
"다른 수단이 없었습니다. 정말 오리지널 작품은 일본에서 하기 어렵습니다. 리스크가 높으니까요. 클라우드 펀딩으로 신임을 얻고 이 정도 기대치가 있으니 만들수 있지 않느냐고 제시하는 재료로 사용한 것입니다.
 
1200여명이 2000만엔 이상을 모아 주셨습니다.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그걸 보고 주위의 관계자, 배급회사 분들의 눈도 바뀌었습니다. '이 정도 숫자 모인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죠"
 
신작에서 다시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덮어놓고 리스크를 두려워한다"며 "후쿠시마라는 소재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차기작은 '쿄애니 방화사건'이 테마 중 하나인데 그런 건 제작위원회 방식으로는 기피대상이 된다. 시끄러워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인데, 그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관객은 보고 싶어하고 지지해준다'는 어필로서 크라우드 펀딩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테마 중 하나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쿄애니 방화사건을 선택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차기작이 그리게 될 내용에 대해서도 들어보기로 했다.
 
"트와일라이트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겁니다. 대강의 스토리는 생각하고 있지만 엄청난 작품이 될 겁니다. 트와일라이트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그렸는데, 차기작 '마법소녀들'에서는 인간의 두려운 면모를 제대로 그려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눈을 뜨지 못 할 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쿄애니 사태에 대해 무서워하고 위기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다들 엄청 겁을 먹었죠. '그런 일이 발생하는 세계가 있어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느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힘든 이상사태였으니까요.
 
그에 대해 맹렬히 반대하고 정말로 '인간이 한 발자국 잘못 나아가면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넘어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이런 이상사태가 이어질거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파일럿 필름은 '이런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한번에 알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야마모토 감독의 설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사라질 수도... 현실안주 끝내고 정신 차려야
다양한 사안에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온 야마모토 감독이 바라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재는 어떨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재는 최저 상태로, 지난 50년 중 최악이라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꿈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 업계인이 현실을 봐야하는 시기입니다. 제작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고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되는 시점입니다.
 
다들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낭 방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정말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국, 중국 애니메이션들에게 정말 간단히 당해버렸다는 미래가 올 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존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수준까지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선 안되는 시점까지 왔는데도 대충 하려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의 대두에 대해서는 "넷플릭스는 정말 무서운 기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침략당하고 당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미국의 하청만 하고있더라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넷플릭스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사는 단계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마모토 감독은 앞으로 판타지, 가공의 세계보다는 현실을 그려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트와일라이트도, 웨이크업 걸즈!도...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판타지나 메르헨, 가공의 세계, 가공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서 '내가 할 일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다음 작품은 판타지 요소도 많지만 끝까지 현실과 대치해 현실을 그려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잊고 놀이로, 내 세계를 즐기게 만들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실을 볼 수 밖에 없는, 진지하고 가혹한 창작 활동을 해 나가려 합니다"
 
현재 트와일라이트는 국내 배급사와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어, 한국 관객들과 정식으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 야마모토 감독은 한국 팬들에게 트와일라이트 추천도를 전했다.
 
"후쿠시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한국 분들에게도 후쿠시마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섭다거나, '괜찮을까'라는 걱정. 그에 대해 후쿠시마는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이렇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은 작품입니다.
 
일본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겠지만 트와일라이트에 그려진 배경은 일본 어디에나 있는 풍경으로 한국이나 동아시아라면 다들 친숙할 논밭이 있는 풍경입니다. 후쿠시마를 보고 자기 고향, 자국 시골을 보는 느낌을 받을 작품을 만들려 했습니다. 이런 점이 유럽, 미국에서는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자기네 시골을 떠올리며 봐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유타카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분리할 수 없는, 자를래야 자를 수 없는 관계"라며 "앞으로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봐 주시고 협력해 주시면 좋겠다. 그와 별개로 트와일라이트를 다른 나라 작품이라기보다 우리도 이런 풍경을 보고 자랐다는 감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