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스팀 단속' 해프닝에 재점화된 정부 주도 '게임물 사전심의' 논란, 정치권도 관심 갖기 시작했다

등록일 2020년06월08일 11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화제가 됐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들의 유통을 제한할 것이라는 소위 '게임위 스팀 단속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주도의 게임물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이번 문제에 주목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주 국내 게임 관련 커뮤니티는 게임위와 스팀을 둘러싼 논란으로 달궈졌다. 게임위가 스팀을 통해 유통 중인 게임 중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안내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진 것.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게임물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오픈마켓이나 플랫폼 사업자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선정, 자체 심의를 통해 게임을 유통할 수 있도록 했지만 스팀은 아직까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신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자칫 스팀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유통 중인 게임들이 국내에서 차단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게임위 측이 스팀 측에 새로운 해외 사업자 등급분류 시스템을 안내했을 뿐 규제나 차단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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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단속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이슈는 곧바로 게임물 사전심의제도로 옮겨갔다.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사전심의제도의 철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제도권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상황. 이에 '바다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어진 게임물 사전심의제도가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외 소규모 개발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국내 심의,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것

 

최근 화제가 된 해외 인디게임 '헬테이커'

 

이번 논란을 접한 게이머들은 게임물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게임 개발의 장벽이 낮아지고 누구나 쉽게 게임을 선보이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을 규제하고 검열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것. 작년 봄,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만든 플래시 게임에 대해서도 등급분류를 요구한 '주전자닷컴 사태'가 논란이 되면서 비영리목적의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가 면제되었지만 여전히 게임물 사전심의제도라는 낡은 규제안이 존재한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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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게임물 사전심의제도로 인해 국내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권리가 침해 받는다는 것이 게이머들이 게임물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목소리를 모으는 이유다. 대형 게임사나 유통사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는 해외의 AAA급 게임과 달리, 해외 소규모 또는 인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국내의 사전심의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는 해외 게임 '언더테일'이나 '헬테이커' 등의 게임도 국내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불법게임물로 규정될 수 있다. 이에 향후 해외의 개발자들이 점차 국내 게임 시장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게 게이머들의 우려다.

 

국내의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국내는 타 국가에 비해 스팀 등의 PC 게임 시장이 작은 편"이라며 "게임위 측이 스팀 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후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해외의 인디게임 개발자들 중 일부는 국내 유통을 포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게임위 주도의 사전심의 제도를 폐지할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한 상황이다. 청원인은 "현행 게임 심의 및 규제와 행정은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라며 "대한민국의 법규를 모르는 해외의 1인 개발자가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심의 준비 절차를 간소화하고 게임 심의 자율화를 조속하게 마무리해달라"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6월 4일 시작되어 6월 8일 기준 약 5만 명 정도의 인원이 동의했다.

 

"정부 주도의 심의, 민간에 돌려야" 정치권에서도 관심 집중… 사전심의제도 변화할까

 

출처 - 대한민국 국회

 

게임물에 대한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제도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번 이슈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각각 게임물의 사전심의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 '바다이야기'를 기저에 두고 그동안 유지되었던 국내의 등급분류 제도에도 변화가 찾아볼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용기 의원 측은 6월 7일 국내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게임물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전 의원은 소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게임 전반에 대한 사전심의와 규제가 도입된 가운데,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가 위헌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그는 정부 주도의 게임물 사전심의가 해외의 추세와 역행하는 갈라파고스적인 규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게이머들의 선택권을 억제하고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다만 전 의원은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을 미루어 볼 때, 사전심의의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온라인 상에 한번 배포된 콘텐츠는 파급력과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국의 'ESRB'나 일본의 'CERO' 역시 사전심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 이 밖에도 전 의원은 '바다이야기'에서 비롯된 대한민국 특유의 심의 가이드라인을 민간기구가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나 심의 비용, 통제력 등 정부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공백을 채울 방법에 대해 게이머들의 의견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출처 - 하태경의 라디오하하

 

국내 e스포츠 생태계의 불공정 계약이 드러난 '카나비 사태' 등을 통해 게임업계와 관련된 사안에 관심을 보인 하태경 의원 역시 이번 이슈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하 의원 측은 6일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민간자율규제시대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문화 콘텐츠를 육성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후진적 검열 제도를 따르고 있다"라며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낡은 제도로 인해 한국 게임 시장의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다. 규제기관들이 완전한 자율규제지원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등급분류 및 자체등급분류사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며, 게임업계 경력을 지닌 정의당 류호정 비례대표 역시 사건이 처음 알려진 6월 4일 SNS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게임위의 입장이 공개되고 정부 주도의 게임물 사전심의에 대한 논란으로 이슈가 움직인 이후에는 류호정 비례대표가 아직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지 않아 게임업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불법 게임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다이야기'가 게임 관련 심의 및 규제 전반에 자리하는 만큼 이번 스팀 사건을 계기로 사전심의제도가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차례 게임산업법을 개정했지만 사전심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미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를 통해 약 99%의 게임 심의를 민간으로 이양한 상태.

 

그러나 작년 '주전자닷컴 사태' 등 사전심의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제도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번 '스팀 단속 논란'이 게임업계의 오랜 숙제인 모든 게임물의 사전심의제도와 관련된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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