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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이 한글화 되는 그날까지"
한글화 출시의 명가 'H2인터렉티브' 이정환 팀장
뉴스일자 : 2013년09월30일 17시45분


 

"정말 잘 팔릴까?"

불법복제가 성행하면서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진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수의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하며 게이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유통사가 있다. 바로 'H2인터렉티브‘.

H2인터렉티브는 2002년을 기점으로 이미 사장되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 국내 PC, 콘솔 게임 시장에 ‘바이오쇼크:인피니트’, ‘아르마3’, ‘SSZ', ’스나이퍼:고스트워리어2‘에 이어 최근 발매된 'GTA5'까지 총 15종의 굵직한 한글화 타이틀을 쏟아내며 한글화 가뭄에 시달리던 유저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키지게임의 한글화 발매는 ‘밑져야 본전’이었다. 이익은 없을지언정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제는 ‘잘해도 손해’다.

불리할 대로 불리한 한글화 게임 유통의 여건 속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한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포커스는 H2인터렉티브 라이선싱 총괄 이정환 팀장과 만나 게임 유통과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올해로 H2인터렉티브에 입사한지 4년차로 라이선싱에 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라이선싱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됐으며 다른 여러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과 게임 출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8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크게 라이선싱과 영업 부분으로 나누어 일을 처리하고 있다.

Q. 최근 많은 한글화 게임을 출시하며 주목받고 있는데 한글화 게임의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가능하면 모든 타이틀의 한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선싱을 진행하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타이틀만 선정하여 출시할 수는 없지만, 상품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출시가 결정되면 무조건 한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되도록 많은 타이틀의 한글화를 추진 중이다.

무조건 한글화를 진행한다고 해서 판매량이 높은 것은 아니다. 게임성과 유저층이 부족한 타이틀인 경우 판매량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파트너사의 협력적인 관계도 고려해 한글화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간혹 “재미없는 게임을 한글화 하지 말고 재미있는 게임의 한글화를 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그게 쉬운 것이 아니다(웃음).

Q. 게임의 한글화 과정은 어떻게 진행 되나
한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된다.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한글화와 유통사인 우리가 개발사에 판매량에 대한 개런티와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한글화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타이틀에 대한 라이선싱 계약이 완료되면 개발사로부터 게임 내 사용되는 모든 언어, 인게임 텍스트를 포함한 로컬라이징 킷(lockit)을 수령 받게 되는데 우리가 직접 번역을 해 번역본을 넘기면 개발사에서 그것을 게임 내에 구현 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어테스트(LQA)를 진행하고 번역과 관련된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국내 패키지 출시를 위해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승인 후 유포하게 된다.

Q. 모든 타이틀의 직접 한글화는 무리가 있을 텐데 외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가
외주라고까지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한글화 작업에 있어 주로 모집하는 팀이 있는데 그 팀에게 부탁하거나 직접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번역 업무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준 높은 번역을 위해 어느 정도 경력을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 번역을 외부에 맡겼다고 해서 무조건 전적으로 모든 부분을 맡기는 것이 아닌 내부 라이선싱 팀원들과 함께 번역에 대한 업무를 같이 해나간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대사나 게임의 분위기를 현지 언어에 맞게 더 잘 살리기 위해서다.

Q. 한글화 작업의 비용문제는 어떻게 처리 되는가
앞서 말했듯 한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결국 금액적인 비용은 우리가 충당하게 된다. 그들 입장에서도 굳이 시장 크기가 작은 한국에 개발 리소스를 투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경향이 많아 한글화와 관련해서도 협의나 조율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글화 협의를 진행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예상 판매량을 알려 줄 수 있는가?”라고 문의하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경우 그들이 보는 한국 시장은 그리 탐탁치 않을 것이다.

Q. 한글화를 거친 작품의 실제 판매량은 대략 어느 정도 되는가
게임의 퀄리티나 장르, 그런 부분에 따라 판매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세하겐 말할 수 없으나 ‘문명’ 같은 경우에는 한글화 출시와 함께 간디의 유혈사태 등 사회적인 이슈가 몰리면서 인지도가 확산, 비교적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도 그런 이슈가 있던 시절보다는 판매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꾸준히 팔리는 타이틀로,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수명이 길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게임이 사회적인 좋은 이슈와 맞물리면 덕을 보는 경우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성이 받쳐줘야 된다는 점이다.

Q. 일부에선 굳이 손해를 보면서도 왜 한글화를 하려고 하는지 의아해 하는 시선도 있는데
어떤 게임을 출시하든 외국어가 능통하지 않은 이상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한글화가 절실하다. 우리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최소한 유저들에게 편의성과 접근성만은 높여주고 싶었다. 한 명의 올드게이머로서의 내 사상이나 회사에서 추구하는 이념이 비슷해 시장 상황이 열약함에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한글화 게임을 출시하면서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반대로 “이런 게임을 한글화 하지 말고 다른 게임을 한글화 해라”라는 의견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다. 

또한, 일부 유저들은 한글화를 두고 특정 유통사를 비하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 우리는 파트너십 관계에 있어서 최대한 많은 타이틀을 한글화 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비용이면 좀 더 유명하고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을 한글화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여러가지 내부적인 사정도 있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봐주시지 말고 많이 고민하고 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장르와 타이틀의 이름값과 상관 없이 모든 게임에 대한 한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직접 한글화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게임이 있었나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는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페이데이2’를 꼽고 싶다. 전작인 ‘페이데이’가 게임성을 인정받았기도 했고, 차기작인 페이데이2 도 국내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Q. 아마추어 제작자들이 직접 한글 패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내 정식 출시됐지만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게임들에 대한 한글패치를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아니다. 한글패치라는 것이 국내 게임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크게 상관은 없다고 본다. 다만 정식 유통권을 가진 업체들의 입장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또한 한글패치는 모두가 알고 있듯 불법복제와 관련한 음지의 파이가 훨씬 크다는 점이 문제다.

유저들이 불법복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 되면 나중엔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상이나 음원은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게임은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 웹하드 사이트 역시 제휴 콘텐츠 시장이 아님에도 게임 카테고리가 있다.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률이나 게임관련 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Q. PC게임의 부흥기였던 약 10년 전과 현재, 한글화 게임의 판매량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절대 비교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며 대부분 그 시절만큼 판매량이 나오지 않는다. 그 당시는 일반 유아용 게임도 평균 5천장 이상 팔리던 시절이다. PC, 콘솔 할 것 없이 모든 타이틀의 판매량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PC패키지는 아주 미세하게 늘어나긴 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PC사양 자체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지금도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Q. 게임 구매에 대한 소비자 인식 문제,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치적인 부분만을 놓고 볼 때 개선되고 있지 않다. 많은 게임 유저들이 한글화를 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모든 유저들이 정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 저작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일례로 한 아마추어 제작팀이 한글화 패치를 공개해 조사를 해 봤는데 판매량은 1도 안되는데 그 패치를 받아가는 사람이 99더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일부 유저들에 의해 ‘한글화 타이틀은 구매하자’는 움직임이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국내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크게 영향을 주고 있진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소비자들이 좀 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갖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면 이와 같은 흐름이 좀 더 커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판매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발매하고 나니 의외로 판매량이 낮았던 타이틀이 있는가
비한글화타이틀까지 모두 포함해서 ‘맥스페인3’를 꼽고 싶다.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기대를 했던 타이틀이었는데 기대치가 커서 그랬는지 몰라도 판매량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다소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게임성은 확실하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인데도 안 팔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됐다. 같은 맥락으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도 마찬가지다. 

Q. 해외 콘솔기업들이 모바일로 전향하고 있는데 모바일게임 유통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예전부터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고 현재 협의 중인 업체들도 있다. 다만 아직은 협의단계이기 때문에 계약이 완료되고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면 공개하게 될 것이다. 

Q. 차세대 콘솔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런칭 타이틀 혹은 출시에 대비해 정식 한글화 유통을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가
우리도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협의가 되거나 한 부분은 없다. ‘플레이스테이션4’가 올해 말 출시 예정인데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니가 자체 한글화 타이틀도 발매하고 있는 만큼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좀 더 많은 한글화 타이틀이 쏟아져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Q. 차세대 콘솔 게임의 국내 유통과 관련해 미래를 전망한다면
확실히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적어도 낙관적이지 않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다. 성장률 역시 내년까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다시피 국내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사인 우리도 노력하고 있고 주체인 소니와 MS도 노력하고 있으니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Q. 향후 서비스할 정식 유통 라인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테이크 투 타이틀인 ‘NBA 2K14'와 ’WWE 2K14', 칼립소 미디어의 ‘라이즈 오브 베니스’, 트로피코 4 컬렉터즈 에디션‘ 등 올해 중으로 최소 7개 이상의 타이틀을 정식 유통할 계획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유저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

Q. 유저들에게 한마디
앞서 말했듯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타이틀을 한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할 것이다. 다만 우리의 노력과는 별개로 비한글화로 정식 출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일방적인 비난 보다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유통사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양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국내 정식 출시되는 많은 게임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H2인터렉티브 내부

대표님 방 옆에 있는 게임 진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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