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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마니아들 관심 집중 '플라워링 하트', 한 발 먼저 만났다
뉴스일자 : 2016년01월11일 10시40분

2015년 말, '뽀롱뽀롱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 등 3D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적 아동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명성을 쌓은 아이코닉스(ICONIX)가 5년만의 신작으로 여아 대상 2D 애니메이션을 제작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플로링하트'(정식 방영명은 '플라워링 하트'로 결정)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의 PV(Promotion Video)가 공개되자 한국은 물론 해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이 모아졌다.

PV만 공개된 채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자 팬들 사이에서는 '일본에서 인기있는 여아 대상 아이돌 애니메이션 장르일 것'이라거나 '정통파 마법소녀 장르일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코닉스 하면 지금은 뽀로로와 타요로 유명하지만 '꼬마마법사 레미'(Ojamajo Doremi) 시리즈를 수입 방영하고 국내에서 10여년간 상품화 사업을 진행하며 마법소녀 장르 경험도 풍부한 애니메이션 기업이다. 과연 베일에 싸여있는 플라워링 하트가 어떤 애니메이션일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아이코닉스 사옥으로 달려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아이코닉스에서 플라워링 하트 제작을 책임진 사람은 이우진 총감독이다. 꼬마버스 타요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크리에이터지만 예전부터 그를 알고있던 사람들은 이번 플라워링 하트 PV를 보고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SF, 판타지, 마법소녀물 등 TV시리즈부터 지브리, 픽사의 작품과 같은 장편까지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우진 총감독이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기획을 꿈꾸었던 건 아니었다. 학창시절 그의 꿈은 만화가였다. 만화가 지망생에서 애니메이션 기획자로 변신해 SF판타지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다가 좌절을 맛보고 꼬마버스 타요를 만든 후 여아 대상 2D 애니메이션까지 도전하게 됐다.

이우진 총감독은 기자가 존경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선배 오타쿠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지나온 길을 알고 있는 기자는 그가 유아 대상이 아닌 연령을 조금 높인 작품에 도전하는 것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다변화와 향후 마니아 대상 애니메이션도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이우진 총감독과 플라워링 하트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옮겨 본다.

PV를 보고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플라워링 하트의 원래 타깃이라 할 여아들 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데 아마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이우진 총감독에 대해 잘 모를 거에요. 본인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이우진 총감독: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 팬으로 시작해서 만드는 사람이 된 이우진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천리안에서 야구동호회 운영진을 하기도 했지만 애니동이나 게임기동호회에서 더 오래 놀았던 것 같아요.

만화와 게임, 애니메이션을 좋아 하다보니 그 시절 주류였던 일본의 작품들도 즐겨보게 되었고, 팬으로 '나도 아다치 미츠루(*)같은 만화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에 갈 때쯤 대학에 가지 않고 허영만 선생님의 문하생이 되겠다고 선생님, 부모님과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와서 보면 속은 것 같기도 한데, 만화가도 대학을 나와야 잘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대학을 갈테니 그 후엔 만화그리는 걸 간섭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대학에 갔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는 놀게 되더라고요. 술먹고 놀다가 학사경고도 좀 먹고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에 다녀와서 다시 꿈을 쫓자는 생각을 했죠.

* 아다치 미츠루는 '터치', 'H2'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생각대로 되었나요
이우진 총감독: 아시다시피 만화가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진로가 바뀌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노어노문학을 전공했는데 스스로가 언어공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녀보니 제가 좋아하는 건 언어 자체가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한 것도 그때 생각해보니 영어와 일본어가 되어야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진다는 이유였던 거죠.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전반을 좋아했으니까요.

군대에서는 실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평택 미8군에서 어학병으로 일하며 부대원들 사이에서 'Neosoldier' 라는 필명으로 만화를 연재했고 당시 인기이던 국내 만화잡지 공모전도 준비했어요. 복학해서는 개인홈페이지에서 생활툰을 연재하기도 했는데 결국 영상학과를 복수전공하며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인상에 남아있는,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몇개 언급하고 가죠
이우진 총감독: 애니메이션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그 나이 아이들이 즐겨보던 타츠노코와 토에이의 로봇물들과 마크로스, 밍키모모, 크리미마미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야 우리 세대가 다 그렇듯 나디아, 오렌지로드, 터치였고요. 나이를 더 먹은 90년대엔 에반게리온, 자이언트로보 등에 심취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디즈니, 픽사 영화들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근래 재미있게, 관심있게 보는 작품들은 주로 이런 가족물이에요. '안녕 자두야' 같은 작품들도 관심이 가더군요. 도라에몽 극장판도 정말 재미있었고요. 아이가 둘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의 첫 작품을 저는 기억합니다. 아마 독자 중에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에요
이우진 총감독: 그럴까요? 처음 만든 작품 제목은 KBS와 함께 제작한 '트라이킹덤'이었습니다. 처절하게 망했죠.(웃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작품이 되니 만들면서 월급도 안 받고 고생고생한 게 수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트라이킹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좋아한다는 걸 확인한 거죠. 시청률도 안 나오고 투자금 회수도 못하고 사장님은 행방불명이 되고... 뼈저린 실패를 맛봤습니다.

끝나고 남은 건 프로젝트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서 방송까지 시킨 경험 뿐이었는데, 젊은 시절에 그런 경험을 갖게된 건 행운이었습니다. 

그 뒤에 아이코닉스에 합류해 타요를 만들게 되셨죠
이우진 총감독: 당시 아이코닉스에서 제가 있던 회사에 뽀로로 외주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와서 뽀로로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딱 보고 '유아용은 역시 시시해. 애니메이션은 역시 SF 판타지 액션이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제가 있던 회사는 망했는데 뽀로로는 정말 잘 되더군요.(웃음) 그걸 보고 아이코닉스와 일할 기회가 있다면 백의종군해서 처음부터 새로 배우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마침 당시에 제 또래에 작품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사람이 흔치 않았던 덕에 운 좋게 아이코닉스와 함께 하게 되었죠.

'태극천자문'으로 시작했는데 토에이와 합작한 작품입니다. 일본과 프리 프로덕션을 함꼐 하게 되었는데 정말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군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3D로 고생고생해서 3년간 3편 만들었는데 토에이에 가보니 1년에 수백편 이상을 만드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에요. 아이코닉스에서 기획과 사업에 대해서도 충실히 배우고 경험했고 토에이와 합작을 하면서 프리 프로덕션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타요를 만들 때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타요가 롱런하는 IP가 된 덕에 사장님의 지지를 바탕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제가 중심이 된 기획을 실현할 기회도 온 것 같습니다. 전부터 회사에 '미소녀'가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쟝르는 다르지만 '플라워링 하트'로 비슷한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웃음) 

슬슬 작품 소개는 언제 나오나 궁금해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플라워링 하트라는 작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을 해 주세요. 타겟 연령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이우진 총감독: 네. 그래야겠죠?

메인 타겟은 일단 7세에서 9세 정도까지의 여아입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저학년 초등학생 정도를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의 흐름을 중국, 동남아시아가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플라워링 하트는 철저하게 한국 아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이야기로 만들자는 기획의도로 제작했습니다.

작품은 아이코닉스 제작으로 일본의 브릿지(**), 한국의 DR무비와 협력해 작업합니다. 총감독은 제가, 메인 프로덕션 쪽의 감독은 브릿지의 이시히라 신지 감독(***)이 담당하고요.

** 브릿지(ブリッジ)는 2007년 설립된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개구리하사 케로로'를 제작하던 선라이즈 6스튜디오 핵심 멤버들이 독립해 설립했다. '케로로군조', '페어리테일' 제작사이자 '아이카츠'(아이엠스타) 시리즈, '러브라이브', '프리티리듬' 시리즈, '노래하는 왕자님', '토끼드롭스'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 이시히라 신지(石平信司). 일본의 애니메이션 연출가로 '프리큐어' 시리즈, '리틀바스터즈', '소울이터', '강철의 연금술사', '나가토 유키짱의 소실', '워킹!!!' 등 국내에도 팬이 많은 다수의 작품에 콘티, 연출 등으로 참여한 베테랑 크리에이터.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는 '페어리테일', '에어기어', '로그 호라이즌' 등이 있다

기존의 여아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작품이 대부분인데 그 흐름을 보면 상업화가 고도로 진전되며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고 공감을 끌어낸다기보다 상품 마케팅을 위한 CF 성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라고 만든 거라기보다 물건을 팔기 위해 제작되다보니 소재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좀 보이죠. 춤, 노래, 아이돌로 요약됩니다. 초기에 조금 다른 시도를 하던 작품들도 결국에는 아이돌로 가게 되더라고요.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일본의 최근 여아 대상 애니메이션들이 국내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덜한 것 아닌가 합니다.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그런 부분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이거 우리학교, 우리동네, 우리반하고 달라...라는 차이를 느낍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하지 못하는 거에요. 

그 말씀에는 공감합니다만, 여아 대상 애니메이션 시장이 국내에서 성립할지 걱정입니다
이우진 총감독: 확실히 현재만 놓고 보면 남아 시장보단 작지만 여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거라 봅니다. 플라워링 하트는 여자아이들이 공감할 일상의 고민, 자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거든요.

서점에 가 보면 여자아이들 대상으로 친구들과 친해지는 법, 공부 잘하는 법, 옷 이쁘게 입는 법, 미래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관심이 많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소외감부터 학원, 학교, 인간관계까지 소녀들의 현실을 좀 그리고 싶었어요. 학교생활, 친구, 이성교제와 미래, 진로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이돌만이 너희가 갈 수 있는, 가야하는 길이 아니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고요.

여자아이들도 소방관, 우주비행사, 레이서, 해상구조대와 같은 다양한 미래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현실 소녀들이 만들어 가는 마법같은 미래와 그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해외도 염두에 두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우진 총감독: 한국에서 성공하면 동남아, 중국 등으로의 진출은 자연스럽게 될 거라 봅니다. 뽀로로도 동남아, 중국에서 잘 되고 있고요. 한국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와 현실을 작품의 배경, 문화 등에 철저하게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은평구의 은진 초등학교에서 풀 로케이션을 했습니다. 저희 담당 피디의 이모님이그 학교의 선생님이라 특별히 허락해주셨는데 아이들과 수업도 같이 듣고 촬영도 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덕분에 교장실에서 교장선생님과 차도 마셨습니다. 태어나서 교장실에 들어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로케이션을 허락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리의 집은 평범한 중산층 집이라는 설정으로 용인 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직원 집에 가서 취재를 하고 수하는 부잣집 아가씨라는 설정이라 고급주택으로 로케이션을 다녀왔습니다. 민은 부유하진 않지만 구김없는 활달한 소녀라는 설정으로 오래된 아파트인 은마 아파트에 로케이션을 다녀왔고요. 한국 현실의 요소들을 그대로 담고 반영하려 했습니다. 학교 급훈, 숙제, 교과서, 떡볶이 등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의 문화를 그대로 담았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에서도 통할 것 같으신가요
이우진 총감독: 일본에서도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보지만 애니메이션 배급 구조가 달라서 들어가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한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일본에서 원하는 수입사가 있으면 도전해 봐야죠. 

PV에서는 아이돌같은 모습을 보여 아이카츠나 프리파라같은 작품일 거라는 분석들을 하고 있던데요(웃음)
이우진 총감독: 본의아니게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 3~4화의 내용이 주인공들이 '아이돌'로 변신해 활약하는 내용이라 그 신들이 PV에 들어가 있거든요. 1~2화는 신임 선생님, 3~4화는 초심을 잃고 무대에서 도망친 아이돌을 도와주려고 하는 내용이고, 5~6화는 전학을 앞둔 친구에게 고백하는 동급생을 도와주는 패션 코디네이터입니다. 그밖에 경찰, 소방대원 등 2화마다 다양한 직업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방금 이야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녀들이 다양한 직업의 어른으로 변신해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데, 이건 고대에만 존재하던(웃음) 정통파 마법소녀 장르잖아요. 마법의 힘으로 자기의 꿈을 이루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힘을 남을 돕기 위해서만 행사한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이우진 총감독: 맞습니다. 기본 구조는 고전 마법소녀물의 구조와 같습니다. 3명의 친구들이 한 팀이라 소방대원이라면 한사람은 구조대원, 한 사람은 불을 끄는 역할, 한사람은 구급대원 등 다른 역할을 맡게 됩니다.

1~2명만 나올 때도 있고요. 그걸 풀어나가기 위한 주요 콘셉트가 꽃, 보석, 변신, 마법입니다. 꽃은 현실을 가리키죠. 아직 여리지만 순진한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보석은 미래를 상징하는 것으로 당당하고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음을 의미합니다. 변신은 소녀에서 성인으로 변하는 것이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약간의 마법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그리면서 판타지를 철저하게 조미료로 사용하는 게 기존 마법소녀 장르와의 차이점 아닐까 합니다. 플라워링 하트에서 메인은 현실이고 드라마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법은 조미료입니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의 차이가 웹드라마에서 좁혀져 드라마가 좀 더 애니메이션에 가까워졌듯 우리는 애니메이션의 표현방법과 클리셰로 드라마에 조금 가깝게 애니메이션을 만든 겁니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직업과 함께 이런 일도 있고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직업을 적절히 배분해 넣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밍키모모가 떠오릅니다. 마법은 변신까지, 그 후엔 현실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 그리고 마법의 힘은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 등이 말이죠
이우진 총감독: 밍키에 대한 로망은 우리 세대라면 남녀불문 다들 갖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어른이 되는 것까지가 마법이고 그 후엔 현실의 힘만으로, 멋있지만은 않고 쉽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현실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을 해 나가야 하는 거죠. 고전 마법소녀들처럼 말이에요. 물론 가끔 작은 마법의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 해결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으로 하는 겁니다.

방영 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이 되어야할텐데. 위에서 DR무비나 브릿지를 제작협력이라 하셨는데 판권은 어떻게 되나요
이우진 총감독: 아이코닉스가 중심으로 방송사인 EBS와 완구사인 미미월드, IPTV사인 KT와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며 이들과 공동투자로 제작을 진행합니다.

방영시간은 제대로 확보를 했습니다. 주 3회 편성으로 EBS에서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6시 5분에 1차 방송을 하고요. 목요일 오후 4시 30분에 1차 재방송, 일요일 오전 9시 30분에 2차 재방송을 합니다. 메인 타깃인 초등학생 여아들의 점유율이 높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대라면 관심이 있는 언니, 오빠들도 함께 볼 수 있겠군요. 1화는 언제 공개가 되나요
이우진 총감독: 2월 29일부터 방송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1월말에서 2월초 사이에 EBS 특집방송으로 선행 방송을 해 기대감을 키울 계획입니다. 특집방송을 먼저 하고 IPTV나 VOD를 통해서도 공개할 생각이고요. 저희 유튜브 채널이 뽀로로가 월 8000만, 타요가 월 6000만으로 두 작품만으로 월간 1.4억 뷰가 나옵니다. 북미 광고수익만 해도 상당한 편으로 아마 국내에서는 매출 1위일 겁니다.

플라워링 하트 쪽도 별도 채널을 만들거나 해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영어자막 버전은 추후 생각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본방에 제작스케쥴을 맞추는 게 급선무고요. 

전부터 고연령 마니아 애니메이션도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유아용에서 초등학생으로 드디어 대상 연령이 조금 올라왔네요
이우진 총감독: 처음 플라워링 하트를 기획할 때에는 제가 보고싶은 걸 만들려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아이카츠가 시작되기 전 아이카츠와 비슷한 콘셉트로 아이들이 아이돌로 변신해 노래하는 작품을 구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명한 연예기획사와 협업을 타진해본 적도 있는 사심이 살짝 들어간 기획이었죠.

그런데 아이카츠가 딱 나와 버렸고 저한테 딸이 생겼다는 것도 영향을 미쳐 기획이 바뀌었습니다. 제 딸은 아이돌과 공주도 좋아하긴 했지만 성격도 그에 걸맞지 않고 관심사도 매우 다양했어요. 이 또래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려는 거였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투영하려 했던 것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2년정도 준비한 기획을 포기하고 '아이돌' 이라는 콘셉트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저희 딸아이와 같은 여자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작과정에서는 제가 그 시절 좋아했던 작품들의 컨셉을 투영하며 저 역시 즐겁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즐거움들이 시청자들에게 반드시 전해질 거라 믿습니다.

기획을 변경한 후에는 정말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뭘까를 고민하다 그들의 '꿈'과 '현실'을 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3D로 기획을 했는데 결국 2D로 최종 제작 형식을 결정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사내에 큰 3D스튜디오가 있는데 왜 굳이 2D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하느냐는 의문을 갖기도 했어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코닉스는 뽀로로와 타요의 이미지만 있을 것 같습니다. 플라워링 하트에 놀라는 반응은 그런 부분에 기인한 것일 테고요. 2D 애니메이션으로 가기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우진 총감독: 여아물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미세한 감정 표현과 따뜻한 느낌은 3D보다 2D가 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3D 애니메이션, 유아용과는 다른 2D 애니메이션, 여아용이라는 기존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 어렵게 단계단계 밟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PV 공개 후 역시 국내에선 3D 애니메이션이 주류였다 보니 애니메이션 팬들이나 다른 회사들에서도 오랜만에 보는 여아용 2D라 새롭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캐릭터 디자이너로 마니아층에도 인기 있고 인지도가 높은 나르닥님을 기용한 게 눈에 띕니다
이우진 총감독: 이왕 2D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한국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함께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아이코닉스가 오랜만에 신작을 만드는 것이고 하니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을 참여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시나리오는 사내의 PD와 외부의 작가들이 직접 작성했는데 아이코닉스의 작품인 타요나 뽀로로에서 PD는 반드시 시나리오를 직접 쓸 능력을 갖도록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기획을 잘 세우고 그 기획을 철저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이야기의 구조, 사업까지 고려해 내부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가운데 외부에서도 우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에선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들을 총동원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이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기획을 진행하며 조사를 해 보니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TCG 카드 일러스트를 많이들 그리고 계시더라고요. 몇개월동안 조사하고 100여분을 검토하고 미팅해서 최종적으로 플라워링 하트의 이미지에 맞을 것 같은 분 네분을 선정해 캐릭터 시안작업을 맡겼습니다. 찹쌀가면, Nardack, Nokcy, ZIS님이 여자 주인공 시안을, Tyuh님이 남자 주인공 시안을 작업해 주셨습니다. 

마계의 제2왕자 트럼프

시안을 부탁할 때 아이들의 색, 성격, 요소 등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지정해서 부탁드렸습니다. 머리스타일, 체형 등등 모든 게 기획된 부분으로 창작에 대한 자유도가 좀 적었던 것 같긴 해요.

복장은 이분 게 작품에 맞고 악세서리는 이게 맞는 식으로 조금씩 취합도 하며 수개월 동안 고민하고 따져서 최종 시안을 확정했습니다. 총감독인 저도 늘 좋아하고, 팔로우하고 그림만 보고 좋아하던 분들이 여아물 캐릭터를 작업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르닥님은 세일러문의 팬으로 마음도 잘 맞았고요. 시안에 참여한 분들은 모두 함께 플라워링 하트에 참여하는 형식입니다.

지금 언니, 오빠 팬들의 관심이 아주 큰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우진 총감독: 철저하게 여아물을 의식하고 만든 작품이지만 서브컬쳐 마니아들이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일본의 프리큐어 시리즈나 아이카츠 시리즈가 여아들 뿐만 아니라 마니아층에게도 인기있는 것처럼요.

아는만큼 보이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여자아이들이 보면 전형적인 여아물이지만 미소년, 미소녀가 등장한다면 응당 갖는 모에요소들도 들어 있고 캐릭터들의 속성도 잘 구성해 뒀습니다. 기존 TV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 드라마틱한 전개도 볼거리입니다.

고연령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일요일 아침 9시30분에 눈비비며 일어나 보고싶을 정도의 작품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제작 일부를 일본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이우진 총감독: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작 스탭 선정과정에서도 작품에 맞는 탑 크리에이터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본 작품은 한국, 일본 탑 크리에이터들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한국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노스탤직 판타지로 과장과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의 꿈을 아이코닉스가 세상에 내보내는 첫 작품이 될 거라 믿습니다. 

분량에 대한 관심도 많던데, 몇화까지 제작할 생각인가요
이우진 총감독: 현재 26화까지 기획이 되었는데 시즌2 기획에 바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고 내년에는 시즌2도 공개하고 싶네요. 52화까지 한 후에도 관심을 꾸준히 받는다면 오랫동안 이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성우 기용에서도 재미있는 시도를 하셨다던데요
이우진 총감독: 네. 이번에는 아이코닉스가 하던 기존 방식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깃도 유아가 아니라 좀 더 위로 올라갔고 제작방식도 3D가 아닌 2D가 되었죠. 미디어도 EBS를 통해 공중파가 나가지만 뉴미디어도 다양하게 같이할 수 있게 해 보려 합니다.

성우도 어린이 역할은 어린이에게 맡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제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을 캐스팅해서 테스트 중입니다. 실제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소녀 연기를 맡고 변신해서 커지면 프로 성우분들이 연기를 하게 됩니다. 변신을 해서 어른이 되면 목소리도 바뀌는 거죠.

오프닝, 엔딩은 어떻습니까? 애니메이션도 따로 만드실 테고 음악도 제작을 하실 텐데
이우진 총감독: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한창 제작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PV는 본편을 편집해서 만든 것에 불과하고요.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제대로 따로 제작중입니다.

오프닝, 엔딩 곡은 뽀로로 음악감독을 맡아주셨던 동민호 감독님이 만들어주셨고 작사는 제가 했습니다. 동 감독님은 영화, 드라마, CF,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에서 활약중이신 분인데 다행히 플라워링 하트도 맡아 주셨어요.

노래는 안예슬씨가 불렀습니다. 엔딩곡도 마찬가지로 안예슬씨가 담당했고요. 엔딩곡 가사에는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노래를 불러준 안예슬씨는 이번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전중입니다. 플라워링 하트를 보시고 안예슬씨도 많이 응원해주세요.(웃음)

한 발 먼저 1, 2화 감상을 했습니다만 수준이 상당합니다. 좋은 의미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같다는 평가를 받게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오리지널 2D 애니메이션이 나올 날이 오리라곤 생각을 못했던 게 사실이에요
이우진 총감독: 3D가 주류가 된지 오래되다 보니 국내에는 2D가 3D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이 조금 생겨난 것 같습니다.
 
2D 애니메이션을 좋은 기획으로 잘 만들면 탑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고 인력도 양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2D 작품으로도 최고급 작품,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기획을 바꾸고 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잘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돈이 된다는 걸 보여준 다음에는 좀 더 하고싶은 걸 할 수 있습니다.

긴 시간 플라워링 하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긴 노력 끝에 마침내 대상 연령이 올라왔는데, 다음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으신지를 듣고 싶습니다
이우진 총감독: 다음 프로젝트는 극장용 가족드라마를 해 보고 싶습니다. 픽사같은 작품 말이죠.

사실 한국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픽사, 드림웍스와 붙어보겠다는 이야기가 되는거라 쉬운 게 아닙니다. 예산과 배급력에서 픽사, 드림웍스와 경쟁이 안됩니다. 이번에 공개할 타요 극장판은 오리지널 극장용 작품으로 가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또 다른 세계더라고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늘 말했듯 완전 마니아 대상 애니메이션도 해보고 싶습니다. 서브컬처를 쭉 즐겨온 제작자로서 서브컬처 작품을 해보는 것은 숙원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라워링 하트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각자 느낄 수 있는 재미요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다음화를 손꼽아 기다리며 볼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모든 스탭들이 최선을 다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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