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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VR로 선행 출시될 '건그레이브 VR', "VR 이전에 게임이라는 본질을 잊으면 안된다"
뉴스일자 : 2017년05월23일 09시05분


15년 전, 플레이스테이션2로 색다른 건 액션게임 하나가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당대의 인기 만화가들, '트라이건'의 나이토 야스히로와 '오 나의 여신님'의 후지시마 코스케가 각각 캐릭터 디자인원안과 메카 디자인 원안을 담당해 화제를 모았고,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모았다. 바로 '건그레이브'다.

한국에도 정식 출시된 건그레이브는 너무 쉬운 난이도와 짧은 플레이타임이 조금 아쉬웠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매력적이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함께 그런 개성적인 면이 게이머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아 15년이 지난 지금도 건그레이브라는 제목이 회자되곤 하는 것일 터.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건그레이브 IP를 확보한 한국 게임사가 신작 게임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초 모바일게임으로 개발되던 건그레이브는 VR 전면 대응게임이 되었고 가장 먼저 출시될 플랫폼은 건그레이브의 고향이라 할 수 있을 플레이스테이션(PS VR)으로 결정됐다.

이기몹이 개발해 블루사이드가 퍼블리싱하는 건그레이브 VR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유나이트 서울 2017' 행사를 통해 스테이지 진행 및 보스전 등을 선보였다.

직접 플레이해본 건그레이브 VR은 몸을 많이 움직일 필요 없이 시선 이동과 패드조작으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었고, 적당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일반 구간과 보스전 구간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다. 보스전은 QTE와 건 액션이 적절히 섞여있었고 보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게임의 난이도 부분으로 불사신이라는 설정 하에 그냥 적의 공격을 맞으며 대응해도 충분했던 첫 작품과 난이도를 끌어올렸던 속편 'OD'(오버도즈) 중간 정도에 위치한 느낌을 받았다.

일반 구간에서는 적당히 맞고 적당히 피하며 적들을 처리하면 되었지만 보스전에서는 패턴에 맞게 제대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게임오버 화면을 봐야 했다. 건그레이브는 물론 건 액션게임에 익숙한 기자는 보스전까지 클리어했지만 부스 운영진에 따르면 16일에 보스전까지 클리어한 사람은 기자 뿐이었다고...

건그레이브 VR은 생각보다, 아니 요즘 나오고 있는 VR 건 액션게임들에 비해 훨씬, 제대로 된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이었다. VR 경험이 신기해 한번 잡았다 금방 질리고 할 게 없어지는 게임들에 비해 게임을 먼저 만들고 VR에 대응했다고 해야 할까.

이기몹에서 건그레이브 VR 개발을 책임진 김준호 PD와 김민수 사업이사를 붙잡고 이런 부분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선행 플랫폼을 PS VR로 결정한 이유와 VR보다는 게임성에 방점을 두고 개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김민수 이사는 먼저 VR 개발에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지난해 플레이엑스포에 게임을 가져가 보니 많은 회사들이 콘솔게임 개발을 권하더라"라며 "이 정도 아트웍과 게임성이면 콘솔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왕 콘솔게임으로 가려고 하니 그냥 일반적으로 개발해 내기보다는 신기술을 활용해 PS VR을 타깃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김 이사는 "모바일 버전과 PS VR 버전의 건그레이브를 동시에 개발했지만 PS VR 선행 출시가 확정된 만큼 VR 쪽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한국 등 건그레이브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소개된 나라들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건그레이브가 IP로 가장 힘을 발휘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을 메인 타깃으로 가져간다는 점도 플레이스테이션과 PS VR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김민수 이사는 게임성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VR에 접근하던 시기 많은 회사들이 '버츄얼 리얼리티'에 집중해 VR 구현을 우선시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VR에 '와~'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의 특성 상 VR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해외의 VR 게임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고 싶어 일본과 북미 게임사들, VR 전문 개발사들의 스튜디오를 돌아봤는데 제대로 준비하는 곳들은 VR 이전에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하더라. 우리도 게임성이라는 토대 위에 VR을 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개발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VR 대응을 정말 훌륭하게 해둔 캡콤의 '바이오하자드7' 정도를 제외하면 '이것이 VR게임이다'라고 자신있게 권할만한 타이틀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김 이사의 설명은 룸 스케일을 지나치게 의식해 너무 많은 움직임을 요구하는 VR 타이틀이나 VR 맛만 보여주기 위해 게임의 극히 일부에 VR을 적용한 게임들에 실망이 컸던 기자의 마음에 딱 드는 내용이었다.

블루사이드는 건그레이브 VR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출시일, 국가별 출시 순서, 가격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 이기몹과 블루사이드는 건그레이브 VR을 '제대로 된' 게임으로 선보이기 위해 완성도를 더 높이고 콘텐츠를 최대한 추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민수 이사는 "기본적으로 짧은 볼륨을 생각하고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VR보다는 게임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충분한 볼륨을 갖추면서도 VR 경험의 피로도, 멀미 같은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멀미나 지나치게 넓은 공간 사용을 강요하는 디자인은 인터랙션을 너무 의식해 몸을 움직이게 하려는 데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이기몹은 건그레이브 VR을 만들며 몸을 너무 많이 쓰지 않도록 디자인하려 애를 썼다.

"한국은 물론 일본도 룸 스케일로 게임을 할 공간을 갖춘 게이머가 많지 않다. 소니부터가 PS VR을 앉아서 간단히 체험할 수 있는 VR이라고 선전한다. 덜 움직이되 현장감과 몰입감을 높이는 VR 게임이 우리의 지향점이었다"

김민수 이사의 말이다.

여기까지 들으니 일본 IP로 게임을 만들 때 다들 겪는 제작상의 어려움을 이기몹은 얼마나 겪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김민수 이사나 김준호 PD가 원작의 열렬한 팬이고 레드 엔터테인먼트가 비교적 원활하게 협력했다지만 일본 IP이니 쉽진 않았을 터.

김 이사는 "초반 계약 단계부터 합리적으로 설득을 했고 검수를 깐깐하게 하는 것이 게임 제작 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레드 측에서도 동의를 해 줬다"며 "개발진이 기본적으로 원작 팬으로 건그레이브를 현대에 부활시키는 데에 보람을 느꼈다는 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준호 PD도 "저도 정말 팬이다. 건그레이브의 내용이 지금 보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정과 의리에 대한 로망을 담고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스토리라는 점은 변함없다"라며 "계속 기억에 남아있던 작품이고 그 작품을 우리 손으로 살려낸다는 것에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보람이 더 컸다. 건그레이브라는 IP의 독창적인 감성과 유사한 것은 요즘 나오는 것들 중에도 찾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건그레이브 VR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의가 진행중이지만 원작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스토리도 이어지게 될 예정이다. 실제 플레이해 본 결과 비욘드 더 그레이브는 물론 미카 등 등장 캐릭터들의 모습은 옛 기억 그대로 구현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카의 오퍼레이션 목소리도 그대로인 것 같다고 느꼈는데 이건 기자의 기억이 조금 섞인 것이었다.

원작 팬인 김민수 이사와 김준호 PD가 원작의 핵심 요소를 계승하려고 공을 들였고 성우도 원작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소녀혁명 우테나'의 우테나 역 등 애니메이션은 물론 건그레이브를 포함해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 '그로우랜서2', '슈퍼로봇대전Z', '전국바사라2' 등으로 게이머들에게도 사랑받은 미카 역의 카와카미 토모코씨는 지난 2011년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개발진에게 시연 버전에는 임시로 녹음한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정식 출시 때에 미카의 목소리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버전의 성우를 기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중이라고.

이기몹은 30명 규모의 개발진을 투입해 VR 타이틀이 짧고 간단한 게임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비욘드 더 그레이브의 스타일리쉬한 '멋'을 그대로 살려낸 것에 대해서는 레드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매우 만족했다는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레이브의 멋을 제대로 구현해야한다는 점은 레드가 꼭 지켜야 하는 점으로 제시한 것이었다고 한다.

퍼블리셔인 블루사이드에서는 건그레이브를 일본, 한국은 물론 북미, 유럽 게이머들에게도 선보일 계획이다. "같은 팬 입장에서 실망하지 않을 기대해도 좋을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인 김준호 PD의 말을 믿어 보고싶다.

SIEK 하라 나오키 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이기몹 김준호 PD(왼쪽 첫번째), 김민수 이사(가운데 앉은), 블루사이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기자는 게임을 직접 시연해보고 나오다 유나이트 서울 2017 행사장을 찾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하라 나오키 부장과 만났다. 하라 부장은 소니에 합류해 건그레이브 출시 실무를 맡았던 사람.

하라 부장은 "건그레이브는 저에게 감회가 큰 타이틀"이라고 운을 뗀 뒤 "건그레이브 VR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라며 "예전 건그레이브 느낌이 그대로 잘 살아있다. 건그레이브가 부활해 최신 기종으로 다시 나오는 걸 볼 수 있어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건그레이브 게임은 물론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 기자도 큰 기대가 된다. 연내 나올 건그레이브 VR을 꾸준히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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