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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게임,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다"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의 믿음
뉴스일자 : 2017년10월24일 16시50분


미국, 일본 등 게임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시작된 한국의 게임산업은 인터넷과 PC방, 모바일 하드웨어 등 발달된 인프라를 토대로 짧은 시간동안 급속한 발전을 해왔다. 특히,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한국 게임은 이미 영화와 음악을 넘어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수출 상품이다.

이렇게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한 국내 게임산업이지만 여전히 한국의 게임은 일부에게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진다. 여전히 게임을 도박과 음주와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게임산업을 규제하려는 정부와 막연히 게임을 나쁜 것으로만 판단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부정적 시간이 게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가장 유망한 산업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발전된 게임산업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이를 교육할만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의 게임산업을 위해 학생들의 올바른 게임교육에 매진하며 열정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아현산업정보학교다.

게임포커스는 창간 7주년을 맞아 미래의 게임 꿈나무를 키우는 아현산업정보학교(이하 아현정보고)를 찾았다. 3회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번 창간 특집인터뷰 첫 번째 시간으로 이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방승호 교장을 만나 방교장이 생각하는 게임산업과 게임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B급 교장선생님이 만들어낸 새로운 게임 학교
“학교가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승호 교장은 1980년대 후반 본격적인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올해로 31년째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아현정보고등학교 교감,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에 이어 아현산업정보학교의 교장이 됐다.

방승호 교장은 교육자라는 이력 외에 특이하게 7번째 싱글앨범을 준비 중인 가수로서의 이력도 갖고 있다. 스스로를 ‘B급 교장’, ‘B급 가수’가 목표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B급’의 의미는 ‘A급’보다 떨어진다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하는 의미에서의 ‘B’다.

 

인터뷰 중간에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장실을 드나들었다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아현정보고의 색다른 모습은 학교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다른 학교들과 달리 아현정보고의 교장실은 항상 활짝 열려있다.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싶어 하는 방승호 교장의 의지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장실에 들어와 이야기를 하고 먹을 것을 먹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자의 학창시절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교장 선생님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곳. 아현정보고의 모든 변화는 교장실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딱딱한 공부는 ‘NO’, 스스로 배울 것을 찾아 나서는 학생들
방승호 교장은 아현정보고를 ‘고등학교에서 최소 5시간 이상 엎어져 잘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오는 학교’라고 말한다. 국어, 수학, 과학 등 인문계열의 수업 보다는 다른 것을 배우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인 아현정보고는 미용, 제빵, 패션, 요리 등 다양한 교육을 가르치는 특성화된 직업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 고등학교다. 서울시 소재의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으로 3학년 진급 예정자만 입학할 수 있으며, 현재 약 750여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직업고등학교라는 곳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과연 직업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방승호 교장은 대학 진학이 목표였던 이전까지의 교육적 목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모든 사람들이 대학을 가는 것이 부모와 아이들의 소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을 나와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많아 경쟁률이 매우 높다. 개별적으로 상담할 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걸 알 수 있고 또 부모님과 아이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간다는 인식이 많이 무뎌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현정보고는 학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용음악과가 5대 1, 게임제작과는 약 3~4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 방승호 교장 역시 어린 나이에 한 곳에 몰입할 수 있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학교에서 꿈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에 시작된 고민, 그리고 고민의 해결책 '게임제작과'
아현정보고와 방승호 교장과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감으로 최초 부임했던 아현정보고의 첫 인상에 대해 방승호 교장은 “지금은 학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는데 처음 부임해서 왔을 때 정말로 힘든 아이들이 많이 오는 학교였다. 흡연과 음주에 빠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몇몇 빼고는 정말로 졸업만 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많았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현재의 게임제작과(구 e스포츠과)는 평소 모험상담가로 활동하는 방승호 교장이 당시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그는 “지금 직책은 교장이지만 예전부터 모험상담가 일도 함께 해오고 있다. 부임 이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명씩 상담을 하다 보니 정말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 가정적으로도 힘든 학생, 학업에 대한 고민, 가정폭력 등등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본 것 같은 고민에서부터 정말로 난해한 고민들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부모님에게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게임’이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상담 인원 중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추려내어 별도의 학과를 만들어내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는 방승호 교장의 계획은 처음부터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에 사회적으로 팽배했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동료 교사들의 회의적인 시선, 전문인력이 전무하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새로운 학과의 설립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방승호 교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을 설득해 학교에 PC방을 만들고 교육청 장학사 시절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학과 설립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설립된 학과의 최초 입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의지를 갖고 도와준 타 학교의 도움과 당시 e스포츠 팀 감독, 열정을 갖고 교육에 임한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물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것.

방승호 교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학과 개설 후 6개월 되는 기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게임에 빠져 사는 학생들이라 애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아 학교에 등교하면 다 비실비실했다. 또 누군가에게 통제 받는걸 굉장히 싫어했는데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세상 얌전해 보인 학생도 말을 함부로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통제 받고 억압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공격적으로 변해 선생님도, 아이들도 상처를 참 많이 입었다. ‘네가 가르치는게 대체 뭐냐?’ 소리를 들었을 땐 상담가 일을 하는 나도 상처가 컸다.

 

"그런데 교육이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공격적이었던 아이들의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핍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진짜 꿈이 실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나 마음가짐, 행동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변하는 만큼 많은 것이 바뀐다. 물론 100이면 100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다. 스스로 무엇을 할지도 몰라 방황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나"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는 학생들이 많다고

 

'놀이 상담'을 통한 게임과몰입 해소 "효과요? 직접 보시면 깜짝 놀랍니다"
방승호 교장은 자신이 교장 선생님보다는 가수, 모험상담가로 활동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놀이를 하면서 상담을 해 미국에서 크게 화제가 된 모험 상담 기법을 응용한 방승호 교장만의 모험 놀이 상담 기법은 일반적인 대면 상담기법보다 높은 효과를 보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전교생 상담만큼은 놓치지 않는 그가 지금까지 모험상담으로 상담한 학생도 수천 명이다.

 

방승호 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과에 상관없이 중학생 시절부터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져든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과몰입을 해소하고 교육 효과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프로 게임단 감독을 섭외하고 마포구청과 협의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으며 상담사가 직접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기록하도록 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몰입 예방 프로그램이지만 효과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중독 관리 프로그램보다 탁월한 편이라고 방승호 교장은 설명했다.

 

다양한 교육이 함께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선은 무작정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글로 풀어내며 또 게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영어 단어들을 일상 생활에서 쓰는 회화와 접목해 교육한다. 여기에 게임에 인문학을 연계한 게임특화 교육과 방승호 교장의 주특기인 모험 상담을 함이 접목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게임을 영어와 접목한 수업도 진행한다

 

방승호 교장은 "무작정 게임이 좋다고 공부를 등지고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이 교육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게 된다. 교육을 통해서 실제로 게임 과몰입 고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상당히 개선됐다. 예전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아이들과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 중요한 것은 낮과 밤이 바뀐 아이들에게 말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면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 게임 교육, 게임업체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현재 아현정보고의 게임제작과는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컴퓨터 게임 기획’, ‘멀티미디어’, ‘컴퓨터 게임 그래픽’, ‘방송 시스템’, ‘전문교과’ 등 6개의 수업 과정을 가지고 있다. 일반 학교와 달리 1인 1컴퓨터를 기본으로 등교부터 하교까지 한 교실에서 다양한 수업을 한 번에 받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의 내용 역시 기본적인 이론에서부터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토론 수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업의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방승호 교장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라고 밝혔다.

방승호 교장은 “작년에 게임제작과 학생이 모드게임을 만들어 독일에 출장을 다녀왔다. 업체와 정식으로 계약해 보드 게임을 출시하고 취직까지 이어졌는데 취직 이후 약 두 달 여 만에 그만둔다고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더라. 좋아하는 것과 기본역량은 다르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닫고 올해는 글쓰는 능력이나 영어,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더욱 신경 써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일반적인 교장실과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것이 교육에 대한 방승호 교장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방승호 교장은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배우는 학생들이 업계에 진출해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게임업계의 관심을 주문했다. 아이들이 졸업 후 잘 적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무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방승호 교장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 하면서도 지식에 목말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고.

 

아현정보고가 게임학과를 만든 지도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현정보고의 게임 학과는 아직은 풍족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많다. 방승호 교장은 학과의 양질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보다는 ‘재미’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방승호 교장은 다음과 같은 바람을 나타냈다.

“게임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접촉면을 늘려야 된다. 게임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교육과 잘 연계시켜 아이들의 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과학고가 하는 과학영재 프로그램과 같은 개념으로 게임에 대한 영재센터를 만들어 자기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잘하는 것이 뭘까?’하며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게임교육에 관심이 있는 게임업계나 관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많이 발굴해 세상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인터뷰가 끝난 기자에 손에 쥐어진 수제 빵, 상당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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