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가 아니라 건담이다! 건담!” 키덜트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메카닉물 프랜차이즈 '건담'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각종 서브컬쳐에 큰 영향력을 과시하던 과거에 비하면 최근에는 신작들에 대한 평가가 하락한 것이 사실이지만, 내부에서 변화를 거듭하며 40년간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건담'의 40번째 생일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팬들 사이에서 '건담'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퍼스트 건담'을 시작으로 한 '우주세기' 시리즈와 별개의 세계관으로 구성된 '비우주세기'가 그 주인공. 특히 전쟁의 참극이나 주인공들의 고뇌 같은 무거운 주제들과 나름대로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우주세기'와 달리 '비우주세기'는 보다 '슈퍼로봇물'에 가까운 방향성으로 '건담' 프랜차이즈의 저변을 확대해준 일등공신이다. 다만 '비우주세기' 소속의 '건담' 작품들은 그동안 게임에서 주역보다는 크로스 오버 이벤트 정도로만 소모되고 있었다.
'건담'의 40주년을 기념해 드디어 '비우주세기' 만을 위한 단독 작품이 등장했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11월 28일 발매한 시뮬레이션 게임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가 그 주인공. 게임은 '신기동전기 건담 W 시리즈'부터 가장 최근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등 거의 모든 비우주세기 소속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기동무투전 G건담'이나 '기동신세기 건담X'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참전작들의 극장판을 전부 수록하는 등의 빵빵한 볼륨 덕분에 '비우주세기'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인 상황.
'우주세기'보다는 '비우주세기'와 좀더 친한 기자가 'SD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를 플레이했다. 신작을 잘 밀어주기로 유명한 시리즈인 만큼,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시나리오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비우주세기' 팬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물건이다. 단 기기 최적화 문제가 있으니 닌텐도 스위치 버전보다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한 연출과 방대한 스토리 분량도 만족, '철혈'만 챙겨준 것은 아니다
이번 작품의 참전작 수는 약 30종 가량으로, 이중에서 시나리오가 수록된 작품은 13종이다. 여러 작품이 동시에 참전하는 게임에서는 보통 시나리오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는 참전작들의 방대한 시나리오를 전부 게임 안에 담아냈다.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전부 다루다 보니 스테이지의 길이도 길어져 자연스럽게 플레이 타임도 상당한 편이다. 각을 잡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상은 자연스럽게 하루에 하나 정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감각으로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최근의 출시되는 타 게임과 비교해도 콘텐츠 분량이 상당하다는 느낌이다.
시나리오의 분량 뿐만 아니라 원작의 재현도 역시 팬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다. 기자가 주로 플레이한 '철혈의 오펀스'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1쿨 최종 보스와의 전투 장면을 컷 신으로 보여주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 물론 신작을 밀어주기로 유명한 'SD 건담 G 제네레이션즈' 시리즈이지만, '쳘혈의 오펀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참전작들의 연출 퀄리티는 준수한 편이다.
이에 팬의 입장에서도 게임을 이리저리 만져가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비우주세기'에 등장했던 기체와 파일럿을 플레이어가 임의대로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원작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팬 서비스가 가득하다. '건덕후'로 유명한 '그라함 에이커'를 건담에 태우거나 '철혈의 오펀스'의 주인공 '미카즈키'를 자신의 2세의 이름과 같은 '아카츠키'에 탑승 시켰을 때의 특수 대사 등 팬들을 위한 숨은 요소들이 가득하다.
단 연출과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원작을 아는 입장에서의 이야기로,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를 통해 '비우주세기' 작품에 입문하기에는 부족하다. 원작의 장면들이 생략된 경우도 있으며 대사만으로는 시나리오 상의 상황이나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 되도록 가볍게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게임으로 되새김질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전함보다는 유격 부대로
전투 시스템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작품에서는 '전함'을 중심으로 공격대를 편성하고 유닛의 회복이나 출격 등을 전함에서만 진행할 수 있던 것과 달리,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에서는 유닛 만으로 구성된 '유격 부대'를 편성할 수 있게 된 것. 매 턴마다 자체 회복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광역 공격인 '유격 연계'를 이용할 수 있어 사실 전함 부대보다는 유격 부대를 주로 운영하게 된다.
유격 부대의 등장으로 인해 전체적인 게임의 난이도가 쉬워진 것도 시리즈 초심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구성원의 위치와 관계 없이 아군의 전체 범위 내라면 광역 공격을 사용할 수 있어 연계 공격의 난이도가 쉬워진 것은 물론, 체력과 EN의 회복도 용이해지면서 유닛의 운용도 보다 쉬워진 것이 특징.
여기에 전함 부대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격 부대로 전환할 수 있어 게임 상에서의 특별한 제약도 없는 편이다. 시나리오마다 출격 가능한 유격 부대원의 수가 들쭉날쭉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유격 부대의 등장으로 게임이 좀더 편해졌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라이트 유저도 부담없이 '파고들자'
시뮬레이션 게임은 타 장르에 비해 '야리코미(파고들기)' 요소가 강한 편이다. 'SD 건담 G 제네레이션' 역시 마찬가지인데, 게임 내 다양한 편의성들 덕분에 라이트 유저도 쉽게 게임의 엔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작품에서 추가된 '그룹 파견'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 '그룹 파견'은 흡사 모바일 게임의 파견 콘텐츠와 유사한데, 그룹을 편성하고 일정 시간 파견을 보내면 경험치와 게임 내 재화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경험치와 재화의 양이 생각보다 풍성해 게임을 오래 즐기지 않아도 그룹 파견만으로도 그럴듯한 유닛으로 부대를 꾸려나갈 수 있다.
재화의 수급이 원활해진 것은 물론 유닛의 육성에 필요한 부담도 적은 편이다. 레벨을 올리는 것 이외에도 재화를 투자해 캐릭터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것. 여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파견을 통해 재화의 수급이 보다 원활해진 만큼, 하루에 한시간 정도만 게임을 즐기더라도 꾸준히 그룹 파견을 보내면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 라이트 유저들에게 큰 매력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 스위치의 최적화 문제는 아쉬워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는 '비우주세기' 팬들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지만 플랫폼을 선택할 때는 조금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기기에서는 없는 프레임 드랍이나 튕김 현상 등 최적화와 관련된 문제가 닌텐도 스위치 기기에서만 발생하는 것. 게임이 발매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해당 문제에 대한 개선 계획이 없어 닌텐도 유저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 역시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특히 튕김 현상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한 화면에 많은 유닛이 나오거나 연출이 화려한 유닛이 등장하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소프트웨어가 강제 종료된다. 특히 이번 작품은 하나의 턴을 진행하는 시간이 긴 것은 물론, 자동 세이브 기능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종료 현상이 큰 불편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닌텐도 스위치 기기에서는 에디트 BGM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구매 전에 참고해야 할 부분. 프리미엄 사운드 에디션을 별도로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에디트 BGM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닌텐도 스위치 보다는 플레이스테이션4와 PC 플랫폼으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길고 시스템들이 휴대용 기기에 알맞은 터라 최적화와 관련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비우주세기' 팬들을 위한 좋은 선물
'건담' 프랜차이즈의 4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SD 건담 G 제네레이션 크로스 레이즈'는 '비우주세기' 작품 팬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게임이다.
원작의 시나리오를 게임에 맞춰 그대로 구현한 것은 물론, 팬들 만이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들도 많은 편. 연출 역시 기존 작품들에 비해 강화되었으며 새로 생긴 '유격 부대'나 '그룹 파견' 등의 편의 기능들도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들이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 기기를 한정으로 발생하는 최적화 관련 문제들은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시스템이나 콘텐츠가 휴대용 기기와 어울리는 만큼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강제 종료 현상에 대한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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