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전 블루홀)의 대표 PC MMORPG '테라'는 그 인기에 걸맞게 여러 차례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된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중 장기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단순히 '엘린'이라는 게임의 대표 캐릭터로는 원작을 즐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실패에서 얻은 교훈일 듯 싶다.
'테라'가 다시 한번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레드사하라가 모바일 신작 게임 '테라 히어로'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것. 모바일 MMORPG를 고수하던 기존 작품과 달리 '테라 히어로'는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게임으로 노선을 바꾼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유저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MMORPG 장르 특유의 파티 플레이 요소를 적절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테라 히어로'의 매력이다.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보니 오픈 첫날에는 여느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생각하고 찾아온 게이머들이 적잖이 당황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혁신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다만 론칭 버전을 기준으로 캐릭터의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각 캐릭터의 스킬 간 시너지를 생각해 최적의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지만 게임에서 제공하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 여기에 자동 사냥의 효율이 떨어지고 3인의 캐릭터를 한번에 조작하는 난이도가 높다는 점도 아쉽다.
캐릭터 뽑기는 NO, 이용자 부담 최소화했다
'테라 히어로'의 가장 큰 특징은 여느 캐릭터 수집형 게임과 달리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인 시나리오의 특정 스테이지를 돌파할 때마다 캐릭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영입권'을 제공하는데, 캐릭터간 등급 구분도 없기 때문에 스킬을 찬찬히 둘러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다.
캐릭터 뽑기가 없는 대신 대부분의 BM이 스킨과 장비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용자의 부담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제작 재료를 모아서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할 수도 있으며,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클리어하며 장비를 획득할 수도 있다. 물론 스테이지에 별도의 제한 없이 입장할 수 있어 장비의 획득 확률이 꽤 낮은 편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타 모바일 게임에 비해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
특히 이 같은 반복 플레이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테라 히어로'에서는 접속 중 반복 전투를 수행하는 것 이외에도 게임을 종료한 상태에서 반복 전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배터리 소모와 플레이어의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물론 무접속 플레이의 경우 권장 전투력보다 한참 높은 스펙을 갖춰야 하지만, 단순 파밍 작업에서 오는 불편을 최소화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외형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지만 본질은 '테라'
원작 IP가 있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원작을 얼마나 잘 재해석했는가”다. 한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PC 온라인 게임 IP를 재해석하는 열풍이 불었지만 많은 게임들이 단순히 세계관과 이름만을 빌려오거나 원작의 요소들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해 혹평을 받기도 했다.
'테라 히어로'는 그런 측면에서 원작의 요소들을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 잘 녹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지만 세부적인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MMORPG과 닮은 점이 많다.
장비의 등급이나 강화 시스템은 MMORPG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는 장비의 강화에 확률 요소가 없는 반면, '테라 히어로'는 장비에 강화 확률을 부여했다. 특히 같은 장비라도 '명품'과 '진명품' 등 레어도를 나누는 기준이 하나 더 있다는 점도 여느 MMORPG와 유사한 부분. 캐릭터의 성능 대부분이 장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역시 MMORPG에서 주요 시스템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전투에서는 원작 '테라' 특유의 파티 플레이 요소를 강화했다.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탱커, 딜러, 힐러 세 가지 클래스의 캐릭터를 갖추고 각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효율적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권장 전투력과 비슷한 수준의 스펙이라면 세 가지 클래스 중 하나만 없더라도 금세 파티의 균형이 무너지는 등 여러모로 캐릭터간 협력 요소가 강조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보스 몬스터의 패턴도 '테라'와 상당히 유사해 원작을 즐긴 사람이라면 좀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원작 '테라'의 핵심 시스템들을 녹여내다 보니 '테라 히어로'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보다는 모바일 MMORPG와 비슷한 감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의 클래스를 선택하고 파티원을 모집하는 과정을 제외하면 장비를 획득하기 위해 던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거나 고등급의 장비를 획득하고 강화하는 등 일련의 플레이 과정이 MMORPG와 유사하다.
시너지 강조했지만 부족한 선택지, AI 성능도 조금 아쉽다
캐릭터 수집의 부담을 덜어준 점이 '테라 히어로'의 매력이지만, 막상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종류가 적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캐릭터 스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대부분의 캐릭터 스킬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아직 캐릭터의 종류가 많지 않다 보니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 외면 받는 경우도 있다.
AI 자체의 성능도 미묘한 편이다. 자동 사냥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AI에게 전투를 맡길 경우 스킬을 조금 느리게 사용하거나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본격적인 장비 파밍을 위해서는 권장 전투력을 한참 넘어서는 스펙을 갖춰야 하는데, 초심자들이 처음 게임에 접하고 어느정도 성장 궤도에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단조롭게 느껴진다.
모바일 게임에서 초반 성장 과정이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만큼, '테라 히어로' 역시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인 장비 파밍이 가능해지기까지의 시간을 줄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보스 레이드는 여느 PC MMORPG 못지 않는 재미를 제공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유저가 얼마나 있을지가 조금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원작 매력 잘 살린 '테라 히어로', '테라' IP의 새로운 가능성 보여줄까
레드사하라가 개발한 '테라 히어로'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틀에 MMORPG 특유의 게임성을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캐릭터 뽑기 시스템을 없애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플레이어의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한편, 장비 파밍에 대부분의 콘텐츠를 할애해 MMORPG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게임의 매력.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선호하는 이용자 층 이외에도 기존에 MMORPG를 주로 즐기는 게이머들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론칭 버전을 기준으로 캐릭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론칭 기준 18종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 버려지는 캐릭터도 있는 등 아직은 미흡한 모습이다. 특히 AI의 성능이 낮아 자동 전투를 위해 스펙을 올려야 하는 지루한 구간이 생기는 등의 문제들도 아직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레드사하라를 통해 탄생한 세 번째 '테라' 모바일 게임 '테라 히어로'가 같은 IP를 활용한 전작들의 아픈 사례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테라 히어로'의 출시 초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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