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와 릴리스 게임즈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각각 1,2위와 3,4위를 견고하게 지켜내며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을 양분하고 있다. 양사 모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VIP 고객인 20대 이상 성인 남성 게이머를 공략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각자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사, 그 중에서도 릴리스 게임즈(Lilith Games)의 공세가 매섭다.
릴리스 게임즈가 2019년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장기간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방치형 RPG 'AFK 아레나' 또한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3월 14일 현재 'AFK 아레나'는 구글 플레이 매출 3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매출 4위를 기록하며 릴리스 게임즈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 내에 자사 게임 2종을 정착시키는데 성공한 상황.
다만 아직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와 2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형제가 지켜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출시 이후 꾸준히 매출 순위 1위와 2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두고 펼쳐질 양사의 맞대결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3040 이용자 집중하는 엔씨소프트, 폭 넓은 이용자 층 공략하는 릴리스 게임즈
흥미로운 점은 두 게임사가 주로 공략하는 이용자 층과 지향하는 게임의 방향성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핵심 소비자인 3040 게이머가 선호하는 MMORPG 장르에 주력해 매출을 견인하는 반면, 릴리스 게임즈는 2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이용자 층을 공략하며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와이즈앱이 제공하는 '구글 최고 매출 게임 사용자 동향'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핵심 이용자 층은 3040 게이머에게 집중되어 있다. 특히 '리니지2M'에서 40대 남성 게이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49.7%인 반면, 20대 남성 게이머는 2.7%에 불과하다.
반면 릴리스 게임즈는 보다 폭넓은 이용자 층을 공략하고 있다. 2019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30대 남성 게이머 35.8%, 20대 남성 게이머 15%, 10대 남성 게이머 15.4%로 비교적 고른 사용자 분포를 보여주고 있으며, 올해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AFK 아레나' 역시 20대 남성 게이머 27.9% 이외에도 대부분의 연령 층에서 10% 이상의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략하는 이용자 층이 다른 만큼 양사가 주력하는 게임의 장르도 차이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3040 게이머가 선호하는 MMORPG 장르를 통해 장시간 게임에 접속하도록 하는 반면, 릴리스 게임즈는 짧은 시간 게임을 즐기더라도 좀더 자주 게임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 와이즈앱의 조사에서도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장시간 게임에 접속하는 코어 게이머가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릴리스 게임즈의 게임은 짧은 시간동안 자주 게임에 접속하는 라이트 게이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상의 대부분을 업무 등 경제 활동에 사용하는 3040 게이머와 달리 모바일 이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젊은 층 게이머가 점차 캐주얼하고 가벼운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040 게이머는 경제 활동 중에도 자동으로 성장하고 재화를 수집하는 MMORPG 장르를 중심 게임으로 즐기지만, 젊은 층 이용자들은 모바일 게임을 PC나 콘솔 게임을 즐기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느낌으로 접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헤비 과금러가 매출 견인하는 엔씨소프트, 십시일반 릴리스 게임즈
한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소수의 '헤비 과금러'가 시장 전체의 매출을 견인하는 형태다.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헤비 과금러'의 1인 지출 금액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평균 결제 금액은 감소하고 있어 이용자 간 지출액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가 추구하는 BM 전략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국산 모바일 게임이 주로 보여주던 "소수의 헤비 과금러에게 상품을 집중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출시 이후 약 3년 동안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리니지M'에서는 변신 등 게임 내 핵심 콘텐츠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형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2019년 출시된 '리니지2M' 역시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직업을 확률형 상품을 통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해 중소과금 이용자들의 불만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투자한 금액 대비 차별화된 이득을 제공해 핵심 이용자 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릴리스 게임즈는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확정형 보상 및 패키지 상품을 BM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는 각각 특정 시간 동안만 구매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게임 내 캐릭터나 재화를 획득할 수 있으며, 누적 충전액에 따라 VIP 등급을 나누고 게임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보다 영구적이고 확정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에 필수적인 혜택을 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얻을 수 있는 만큼 기존에 무과금 이용자들도 자연스럽게 중소과금 이용자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 릴리스 게임즈의 핵심 전략이다.
결국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 이용자의 연령에 따른 지출액이 역삼각형 형태인 반면, 릴리스 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에서는 보다 적은 금액의 매출이 전연령층에 고루 분포한 타원 형태일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가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우량 고객에게 집중한 BM과 다수의 이용자 층의 평균 매출을 끌어올리는 서로 다른 BM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비슷한 효과를 거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도 이어질 韓-中 모바일 게임 경쟁, 치열한 맞대결에도 관심 집중
국내 모바일 게이머를 둔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2020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형제 이외에도 자사의 인기 PC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 & 소울'과 '아이온'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를 준비 중이다. 두 게임 모두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장 전성기에 많은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던 만큼, 모바일 MMORPG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형제 못지 않은 흥행작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인지 역시 관심사다.
엔씨소프트의 공성전에 맞서 릴리스 게임즈가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릴리스 게임즈는 국내에 이미 서비스 중인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 이외에도 'Art of Conquest', 'Abi', 'Isoland 2', 'Soul Hunters' 등의 게임을 해외에서 서비스 중이다. 이들 게임 역시 국내에서 인기 장르로 평가받는 전략 시뮬레이션, 실시간 대전형 게임인 만큼 향후 릴리스 게임즈가 국내에 어떤 신작들을 선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서로 다른 이용자 층을 포착해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릴리스 게임즈, 과연 두 회사의 차기작 성적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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