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의 타임 테이블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콜라보 이벤트 '몽중극'에 이어, 이번에는 다소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편극광'과 13전역의 스토리를 잇는 대규모 스토리 업데이트 '이중난수'가 찾아왔다.
팔디스키 기지에서의 대규모 총력전이 다뤄진 '편극광',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행복 콜라보 이벤트 '몽중극' 다음으로 업데이트된 이번 '이중난수'는 전역 숫자나 이벤트 기간 등 규모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편극광'과 비슷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 한 템포 쉬어가는 비교적 가벼운 느낌을 주는 이벤트였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서는 지휘관과 '안젤리아'의 투 트랙 스토리라인으로 '윌리엄'과 '페러데우스' 그리고 '철혈'에 대한 스토리와 각종 '떡밥'들을 뿌린데 이어, 주인공 격인 '안티레인'과 '404' 그리고 '리벨리온' 소대들의 활약상 그리고 예상 외의 반전과 신규 캐릭터들의 인상적인 모습들도 돋보였다.
오랜 만에 돌아온 5차 국지전이 예고된 가운데, '이중난수'의 일정 끝자락에서 이벤트를 즐겨본 체험기를 풀어본다.
*아래 체험기에는 '이중난수'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중 맵과 포탈 시스템, 턴제 전략게임 특유의 재미 ↑
우선 이번 '이중난수'에서는 한 전역에서 층을 나눠 오가는 다중 맵과 멀리 떨어진 발판으로 이동시켜 주는 '포탈', '토끼굴'과 레이더 회전 등이 추가되었는데,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들을 통해 전략성이 한층 더 강조된 것은 칭찬하고 싶다.
특히 다중 맵의 경우 일반 전역에서부터 랭킹전까지 두루 적재적소에 사용되면서 전략의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후에 선보여질 각종 전역에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턴제 전략게임 특유의 천천히 고민하는 재미를 높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한정 인형 파밍을 위한 별도의 전역이 마련되어 있는 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기존에는 클리어 하던 도중 등장하는 특정 전역에서 파밍을 해야 했는데,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손이 상당히 많이 가고 전역이 많아 공략 자체가 파편화되어 상당히 번거로웠다.
하지만 이번 '이중난수'에서는 상자 파밍과 인형 파밍이 딱딱 정해져 있는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맵 구조도 계획 이동을 몇 번만 클릭해 두면 알아서 클리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적들의 스펙도 그리 높지 않아 부담이 적다. 천장을 위한 훈장 파밍도 자연스럽게 되므로 일석이조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절한 난이도 또한 '편극광'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인형과 요정, 철혈을 꾸준히 육성해온 지휘관이라면 EX 난이도도 큰 무리 없이 클리어 하는 것이 가능하다. 43만 전투력의 '우로보로스' 정도가 걸림돌이긴 하나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지난 이벤트에서 추가된 한정 인형 파밍에 이어, 아래에서 언급할 랜덤 맵 등 소소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시스템 측면에서는 잘 다듬어졌다는 평을 하고 싶다. 이미 수 차례 콜라보 이벤트와 대규모 스토리 이벤트를 통해 쌓인 개발 경험이 점차 빛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쭉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규모 총력전 이후 쉬어가는 '쉼표'격 스토리
스토리 또한 이렇다 할 단점이 딱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벤트의 이름 '이중난수'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스토리는 지휘관과 안젤리아 두 인물의 시점으로 '윌리엄'과 '페러데우스', 그리고 '철혈' 보스들과 연관되는 스토리가 얽히고 설키며 전개된다.
지휘관 사이드에서는 '편극광' 말미에서 사라져 버린 'M4A1'을 찾기 위해 조사해야 하는 저택이 등장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안티레인' 소대와 '404' 소대 각각의 임무들이 세심하게 표현되는 한편, '몬드라곤'을 메인으로 한 소대의 이야기와 '카리나'와의 '꽁냥거림'도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리더인 'M4A1'의 실종에 따른 'RO635'의 정신적인 성숙과 그들에 대한 지휘관의 절대적인 믿음이 표현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또 '편극광' 당시 대규모로 총력전 이후 '그리폰'의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만큼, 직접적인 전면전 보다는 각 소대들의 조사와 이를 통해 예고되는 '떡밥'들이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 스토리에 대한 밑밥과 '윌리엄' 그리고 '페러데우스' 및 철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지휘관 사이드와 함께, '안젤리아' 파트에서는 이전까지의 스토리에서 보여진 활약 이상의 '안젤리아'와 '리벨리온' 소대의 활약상이 다뤄진다. 특히 이번 '이중난수'에서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추리력, 그리고 판단력이 가장 큰 무기인 '안젤리아'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
'안젤리아' 파트는 지휘관과 정규군의 대규모 전면전과 같이 극단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전투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 초기부터 보여지는 조사 과정에서의 나름 치밀하게 깔린 복선과 반전이 어우러진 스토리, 그리고 '리벨리온' 소대원 각각의 매력과 강력함이 제대로 표현된 스토리였다.
개인적으로는 'RPK-16'이 '리오니'를 심문하는 장면에서 상당히 섬뜩함을 느꼈는데, 전술 인형 임에도 불구하고 'AK-12'나 'UMP-45' 이상의 말솜씨와 여유가 한껏 담긴 음험한 대사들이 새삼 'RPK16'의 스킬명 '교활한 은여우'를 떠오르게 한다.
비단 'RPK-16' 뿐만 아니라 '리벨리온' 소대원 모두가 '404'나 '안티레인' 만큼이나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갖춰 나가고 있는 만큼 이후 스토리에서의 활약도 상당히 기대된다.
크게 모난 곳 없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이번 '이중난수'는 모난 곳 없이 완성도가 높은 업데이트라고 평할 수 있겠으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여전히 남는다.
우선 전역 선택의 불편함과 랜덤 맵 시스템이 아쉽다. 각 챕터들을 열기 위해 '정보 개방' 포인트를 채워야 하는데 이전에 직관적이었던 것과 달리 상당히 헷갈리고, EX 난이도를 처음부터 미는 것이 아니라면 조건에 맞는 맵이 등장할 때까지 노멀 난이도를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과 비주얼 업그레이드도 좋지만 헷갈릴 수 있는 시스템은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5지역에서 즐겨볼 수 있는 미니게임 '옥상 도약'에 대해서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겠다. 콜라보 이벤트나 스토리 업데이트 때마다 각종 미니게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 '이중난수'의 미니게임은 다름 아닌 플랫포머다. '안젤리아'가 '몰리도'를 안고 도주하는 장면을 미니게임으로 옮긴 것인데, 굉장히 짠 착지 판정과 악랄한 맵 구성이 극한의 고통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노멀 난이도로 그냥 적당히 하고 치울 수도 있지만, 80초 내에 악몽 난이도를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는 히든 업적이 존재해 수집에 목숨을 거는 유저들에게 고통을 선사한다. 오죽하면 유저들 사이에서 가늠자 이미지와 매크로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나 또한 200회 가량 악몽 난이도를 도전하다 포기해버렸다. 89초를 기록한 카페 운영자 '카리나'를 비웃은 것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비밀의 소용돌이(랭킹전 1)'의 '스케어크로우' 관련 버그다. 버그가 발견된 이후 빠르게 해당 이슈를 공지하고 형평성을 위해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또 '스케어크로우'는 무조건 얻을 수 있는 철혈 보스인 만큼 큰 문제 없이 일단락 되기는 했다. 다만 이벤트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옥에 티' 같다는 느낌을 준다.
날을 잡고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10시간 이상까지도 내다보는 랭킹전의 부담을 줄이고자 턴 수를 줄이고 세개의 전역으로 나눈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고 실제로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점수에 영향을 주는 '스케어크로우' 버그가 애초에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스토리 기대감 불러일으키는 '이중난수'
'이중난수'에서의 스토리가 이전 대규모 이벤트인 '편극광'에 비해 스토리 상 스케일 측면에서 크지는 않다. 다만 기간이나 밀어야 하는 전역 숫자도 만만치 않고 3개로 나뉘어진 랭킹전에 더해 5차 국지전도 예고되어 있다.
앞서 서두에서는 사실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작중 지휘관이나 '안젤리아'나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나 완전히 늘어져 쉬는 느낌은 아니다. 거의 절멸 상태에 이른 그리폰이지만 복구 작업과 '윌리엄'과 '페러데우스'에 대한 조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한편, '크루거'와 '헬리안' 그리고 '페르시카'까지 모처럼 제자리를 찾았다. 아마도 앞으로가 더욱 바빠질 것 같다.
작중 지휘관과 '카리나'의 꽁냥거림과 'K'와 'AN-94'의 마지막 대화처럼 종종 보여지는 우스운 장면들이 가뭄에 단비처럼 유쾌하게 느껴지는, 그리고 다음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중난수'였다고 평하고 싶다. 과연 '윌리엄'의 꼬리는 언제쯤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휘관의 독백은 정말 사실이 될까? 다음 이벤트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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