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게임 개발사 레이아크가 자사의 대표 리듬게임 '디모(Deemo)'의 후속작 '디모 2(Deemo II)'를 13일 정식 출시했다.
'디모'는 감동적인 스토리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악곡, 그리고 라인 구분이 없는 독특한 리듬 게임 등의 요소가 결합된 레이아크의 대표 타이틀이다. 2013년 첫 출시 이후 특유의 감성과 스토리 그리고 수준 높은 수록곡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1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식 후속작 '디모 2'가 무려 9년 만에 돌아왔다. '디모 2'는 '사이터스' 시리즈, '보이즈' 등 리듬게임과 수집형 RPG '스도리카'로 국내외에 많은 팬을 보유한 레이아크가 자사의 설립 10주년을 기념한 타이틀이다. 게임은 시리즈의 인기를 증명하듯 마니악한 장르로 분류되는 리듬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전 예약자 10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녀'와 '디모'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1편과는 별개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담아냈다.
맞으면 하얀 꽃으로 변해 사라지고 마는 '공허의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세계에서, 이 비를 피해 기차역에 머물게 된 '에코'와 마법사가 남긴 중앙 기차역의 수호령 '디모'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계에서는 음악의 힘만이 빗줄기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어, '에코'와 '디모'는 기차역을 돌아다니며 악보를 찾고 '공허의 비'에 얽힌 비밀을 풀어 나가게 된다.
'디모 2'는 2022년 1월 13일 정식으로 출시됐다. 대학생 시절 패드로 강의실 구석에 숨어 '사이터스'와 '디모'를 즐기던 게이머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임을 즐겨본 소감을 정리했다.
비주얼과 감성은 10점 만점에 10점, 수집 및 업적 볼륨도 늘어
우선 비주얼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좋다. '디모'와 '스도리카' 등의 게임에서 보여줬던 레이아크 특유의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컷씬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더해 연출과 성우들의 열연도 몰입에 도움을 준다.
또 스쳐 지나가는 NPC 하나하나에도 모두 이름이 붙어있고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는 점이 스토리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가늠케 한다. 1편만큼이나 감동적이고 깔끔한 스토리를 선보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번 '디모 2'에서는 1편의 리메이크에 해당하는 '디모 -리본-'보다도 더욱 어드벤처 및 수집, 업적 요소가 강화됐다. '에코'와 '디모'의 코스튬부터 리듬게임 파트에서의 '테마'(기어 및 노트) 그리고 맵을 돌아다니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수집 요소들까지 '콜렉션' 측면에서 크게 볼륨이 늘었다.
'디모 -리본-' 당시에도 이러한 측면에서 평가가 좋지 못했는데, '디모 2'에서 전작 보다 강화된 리듬게임 파트를 원했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물론 홀드 노트(롱노트)와 변속이 추가되는 등 약간의 추가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디모' 시리즈에 없었던 것일 뿐 다른 리듬게임에서는 기본 중에 기본인 요소일 뿐이다.
스토리와 특유의 감성이 '디모'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임은 맞다. 하지만 리듬게임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레이아크는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감성과 비주얼에 조금 더(약 6대4 정도로)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만, 리듬게임과 스토리의 연계, 그리고 스토리를 모두 감상하고 난 뒤에도 꾸준히 리듬게임 파트에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 등을 보면 그동안 레이아크가 게임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십분 발휘됐다는 느낌을 준다. '디모'나 '사이터스'를 처음 즐겼을 때 느낀 바와 같이 '트랜드세터'라는 느낌이다.
특히 '사이터스 2'에서 만개한 레이아크의 기획력은 '디모 2'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리듬게임 중에서는 이러한 콘텐츠 간의 조합, 그리고 이를 다루는 노련함은 독보적이라고 생각된다.
흔히 리듬게임에서는 각 곡의 BGA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간단한 설정 그리고 옴니버스식의 스토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토리와 리듬게임의 조합은 '디모' 시리즈 그리고 레이아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된다. 키와 쓰리 사이즈, 생일과 취미 설정 정도만 해둔 채 적당히 예쁘게 그려진 캐릭터를 가챠로 파는 일부 모바일 리듬게임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나 감성보다 리듬게임 그 자체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다만 이렇게 칭찬한 스토리나 어드벤처, 수집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세계관에 몰입하고 이야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라다면 이러한 요소들에 호평하겠지만, 단순히 '리듬게임'을 하고자 한다면 초반 부분부터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다.
우선 '에코'를 조작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악보를 찾거나 스토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지도에서 빠른 이동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1편에서 가볍게 포인트 앤 클릭으로 진행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어드벤처에 익숙하지 않다면 피로도가 약간 있는 편이다. 애초에 리듬게임을 하기 위해 '디모 2'를 기다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불호' 요소일 것이다.
리듬게임 파트는 '디모 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지로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확하게 노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패드류 기기를 사용해 바닥에 놔둔 채 하는 것이 권장된다. 리듬게임에 흔히 들어가는 판정 조절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이 판정 조절 기능은 곡 플레이 도중 일시정지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 등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딜레이 문제로 인해 권장되지 않는다. 일부 게임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다.
론칭 시점에서 준비된 수록곡은 모든 DLC를 합해 약 100곡 가량이다. 매우 오랜 시간 기다린 것 치고는 적긴 하지만 꾸준히 업데이트 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또한 언제나 그랬듯 수록된 음악들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은 편이며, '피아노'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악기와 장르를 포괄하려는 기조도 엿보인다.
난이도 또한 '아직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다. 소위 모바일 리듬게임에서 '엄지고로시'라 불리우는, 엄지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패턴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여전히 다지(多指)를 활용한 패드 플레이가 권장되는 것은 사실이다.
리듬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음원의 경우, 5곡에 7500원 가격 정책(곡당 1500원)은 사람에 따라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츄니즘'과 같은 아케이드 리듬게임을 할 때 들어가는 금액에 비하면야 매우 싼 편이긴 하다. 이 외에 일종의 '패스' BM인 '에코의 티켓'이 준비되어 있는데 티켓 전용 20곡과 리듬 게임 파트의 테마, 코스튬, 각종 재화들을 얻을 수 있다.
레이아크 전통의(?) 최적화와 프레임 드랍, 발열 문제는 '디모 2'에서도 그대로여서 아쉬움을 남긴다. 무거워진 어드벤처 모드와 게임의 정체성 중 하나인 리듬 모드를 한데 엮은데다, 감성과 비주얼을 위해 최적화를 다소 희생한 느낌을 준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오고 있는 안드로이드에서의 최적화 문제 외에도, 기자가 플레이 할때 사용한 아이폰 X에서도 UI를 오가다 보면 버벅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배터리 '광탈'과 발열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레이아크 특유의 감성은 더욱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 아련한 빗소리와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옅은 회색 톤의 기차역 그리고 주인공 '에코'와 '디모'를 보고 있자면 코 끝이 찡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레이아크 사의 고질병인 최적화 문제와 호오(好惡)가 갈릴 수 있는 스토리 및 어드벤처-리듬게임 간의 간극이 그것이다. 어드벤처나 수집, 업적 달성 등에 거부감이 없다면 상관 없겠지만, 가볍게 리듬게임만을 하고 싶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겠다.
사전 예약자 100만 명을 모을 정도로 리듬게임 팬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정식 론칭한 '디모 2'. 레이아크가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리듬게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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