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이번에도 겨울방학 시즌을 맞이해 대형 업데이트 'DESTINY'(이하 데스티니)와 함께 돌아왔다.
이번 업데이트는 방학 시즌마다 진행하는 각종 코인을 이용한 코인샵 이벤트가 별빛 심포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고, 지난 레드 업데이트 이후 약 8년 6개월 만에 모험가 직업군의 리마스터가 이루어졌으며, 신규 보스와 장비 세트 추가, VOM(Voice Of Mapler) VOM 프로젝트(이하 봄봄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지 편의성 개편이 이루어지는 등 상당한 양의 패치 내용이 포함되었다.
수많은 패치 내용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약 8년 6개월 만에 이루어진 모험가 직업군의 리마스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직업인 패스파인더를 제외한 14종의 모험가 직업에 대한 리마스터가 이루어졌다.
모험가 직업군은 리마스터를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가 보완되었고, 스킬들의 리마스터와 이펙트 변경이 이루어졌으며, 직업별 컨셉이 강화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더해 모험가 전용 이벤트도 개최되어 사실상 이번 'DESTINY' 업데이트는 모험가를 위한 패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봄봄 프로젝트를 통해서 길라잡이 개선 및 5차 전직 관련 개선 등 신규 유저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성 개선이 이루어졌고, 키세팅과 링크스킬 프리셋, V코어 일괄 선택 기능 추가 등 기존 유저들을 위한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위해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의미한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모험가 리마스터가 12월 말 데스티니 쇼케이스 직후가 아닌 1월 27일부터 한달 여 늦게 진행되면서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또한, 밸런스 패치 문제와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 여전히 많은 논란거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유저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이어지고 운영진은 이를 수용하며 계속해서 변화 중인 현재의 메이플스토리. 아래에는 약 2달하고 3주 간 진행된 메이플스토리 데스티니 업데이트를 직접 체험해보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들은 생각과 후기를 정리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모험가 리마스터, 결과는 성공적?
우선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인 모험가 리마스터는 스킬과 컨셉 면에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12월 23일 진행한 데스티니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리마스터의 방향성은 크게 3가지로 직업 고유의 캐릭터성 강화, 전투 패턴 최신화, 스킬 성장 경험 강화다. 따라서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 저차수의 스킬도 모두 개편되어 미흡했던 직업의 컨셉이 재정립되었고, 캐릭터성이 확립되었다.
특히, 이번 모험가 리마스터를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바이퍼는 기존의 초인 컨셉을 배제하고 수룡의 힘을 다루는 격투가의 컨셉을 강화하여 컨셉과 재미, 사냥까지 잡았다.
바이퍼 뿐만 아니라 난잡했던 이펙트를 통일하여 속사와 추가타로 컨셉을 굳힌 보우마스터와 속성 관련 스킬을 모두 삭제하고 신성과 망치 관련 스킬을 추가해 중장갑 성전사 컨셉을 강화한 팔라딘 등 14개의 직업 모두 캐릭터성을 확고하게 잡았다는 평가다.
또, 각 직업들의 스킬 간 쿨타임 주기를 맞추고, 신궁의 거리 조절 매커니즘이나 모험가 마법사의 '언스태이블 메모라이즈' 랜덤 스킬 발동 등 불합리한 스킬 구조도 개편하여 전체적으로 운영 난이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스킬뿐만 아니라 스토리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기존 모험의 서를 통해 100레벨까지 진행해야 했던 스토리가 30레벨로 대폭 압축됐다.
다만, 이로 인해 기존에도 부족하다고 느꼈던 스토리의 개연성이 더욱 줄어들었다. 주인공은 단풍나무 밑에서 슈가라는 캐릭터와 만나서 모험을 시작하고, 모험가 동료들을 만난 후 직업을 정하게 된다. 그 후 주인공이 봉인석이라는 돌을 구해 검은 마법사의 봉인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풀려난 검은 마법사를 저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꽤나 많은 분량이 필요해 보이는 해당 스토리는 겨우 30분 정도의 분량이다.
봉인석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고,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직 때마다 짧게 언급될 뿐이라 200레벨을 넘긴 시점에서도 동료와의 유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모험가가 된 계기가 부족하다. 주인공은 그저 운명에 휘말릴 뿐 계속해서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주어 매우 아쉬웠다.
많은 유저가 이번 모험가 리마스터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직업의 성능이 대폭 상향된 것이 중요하지, 초반에나 잠깐 만나는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MMORPG이다. 롤플레잉 게임은 자신이 해당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화려한 스킬과 예쁜 코디, 캐릭터 컨셉 모두 중요하지만, 해당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사라고 생각한다.
기존 유저들은 이미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신의 캐릭터에 충분한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 유입될 신규 유저들이 모험가를 선택했을 때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이 스토리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업데이트는 기존 모험가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성공적일지 모르나 나중에 유입될 신규 유저들까지 생각한다면 아직 보완할 영역이 존재하는 리마스터라고 평가하고 싶다.
충실한 패치 내용, 봄봄 프로젝트와 신규 아이템 그리고 이벤트
이번 업데이트는 편의성 개선에 가장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특히 지역 이동 프리셋을 제공하는 길라잡이가 매우 유용했는데 이제는 레벨 대에 맞는 인기 사냥터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편리함과 함께 경험치 쿠폰 시간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상당히 만족스럽다.
또, 5차 전직 퀘스트와 진행 과정이 개선되었고, 보스와 아케인리버 선행퀘스트 스킵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알림 시스템과 키세팅, 링크스킬 프리셋 등 많은 편의성 업데이트가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검은 마법사 연습 모드와 진 힐라 미궁 던전을 삭제하고, 파티원 수에 따른 제단 입력 횟수를 조정하는 등 상위권 유저들을 위한 편의성 개편도 놓치지 않았다.
편의성 개선 측면 외에도 새롭게 추가된 것들도 상당히 많았다. 여명의 보스 장신구 세트가 추가되고, 보스 난이도를 다양화하여 유저들에게 상위보스 트라이 동기부여를 매우 강하게 제공하게 되었다.
에테르넬 장비 세트의 경우 초기에는 일곱 부위를 추가한다고 밝혀 가치하락에 대한 문제 때문에 큰 반발이 있었으나 추후에 오랜 기간 최종세트를 유지했던 모자, 상의, 하의 부위만 먼저 출시해 평가가 상승했고, 신규 보스 칼로스의 경우 현재 아무도 클리어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주목도가 낮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코인샵 이벤트 맵 자체는 이례적으로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맵은 시간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고, 앉으면 자체 BGM이 흐르는 의자도 출시했다. 특히 이벤트의 마지막 날에는 NPC가 끝을 암시하는 특수대사를 하여 많은 유저가 호평했다.
이처럼 편의성 개선부터 신규 장비와 신규 보스, 공들인 이벤트 등 데스티니 업데이트에서는 풍성한 패치 내용을 보여주었다. 다만, 에테르넬 장비나 칼로스의 경우 일반 유저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앞선 아이템과 보스라는 생각이 든다.
추가로 보스 매칭 시스템이나 넥슨 나우 개인별 로그, 두손 모션 개선 등 아직 굵직한 개선 사항이 남아있으므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시로 급변하는 여론, 유저와 운영진 간의 소통
이번 업데이트는 긴 메이플스토리 역사 속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여론 변화가 심했던 업데이트였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유저와 운영진 간의 소통이 있었다.
이번 데스티니 업데이트는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패치 내용을 가지고 왔다. 그럼에도 12월 23일에 있었던 데스티니 쇼케이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은 모험가 리마스터가 쇼케이스 발표부터 1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적용된다는 점과 스페셜 썬데이 이벤트나 봄봄 프로젝트 등 이후의 이벤트와 업데이트 사항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없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다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1월 5일에 진행된 'MapleStory DESTINY Live Talk'(이하 라이브 토크)을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고, 테스트 서버에서 직업 밸런스 문제로 좋지 않았던 여론이 점차 완화된 것도 계속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소통을 이어 나갔기 때문이다.
이미 메이플스토리 운영진들은 유저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2021년 4월에 있었던 간담회에서 유저들과의 소통을 약속한 뒤로 건의 사항들을 꾸준히 적용해왔고, 여름방학 업데이트의 내용이 부족한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운영진이 데스티니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것이 소통을 포기했서가 아니라 소통의 방식이 달랐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도 이제 운영진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제대로 터득한 것 같다. 이는 라이브 토크 방송을 통해서 한차례 증명했고, 밸런스 패치에 대해 지속해서 피드백을 수용했으며, 4~5월로 2차 고객 간담회까지 약속했다.
분명 이번 데스티니 업데이트는 완벽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운영진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신규 모험가들을 위한 이벤트를 추가하고, 추가 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 데스티니 업데이트 관련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후속 패치를 진행했다. 결국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의 데스티니 업데이트는 정말 많은 유저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꾸준한 발전과 개선을 약속한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메이플스토리는 밸런스 패치부터 스타포스, 큐브, 환생의 불꽃 등의 확률형 아이템이나 코어 강화, 모험가 리마스터 스토리, 넥슨 나우 등 아직도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업데이트를 지켜보며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이 계속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유저들과 운영진들 모두 이번 데스티니 업데이트에 진심이었고, 양 측 모두 최선을 다해 게임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 운영진은 수많은 패치 내용을 준비했고, 유저들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빠르고 수용했고, 유저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테스트 서버를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시했다.
그 덕분에 이번에 마주한 데스티니 업데이트는 최악으로 시작해서 결국엔 많은 유저가 만족하는 좋은 업데이트로 끝을 맺게 되었다.
데스티니 업데이트는 이름 그대로 메이플스토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업데이트였다. 일단은 성공적인 끝맺음을 보여준 메이플스토리가 앞으로 어떤 운명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을 품고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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