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인터렉티브가 3월에 한국어화 출시한 턴제 RPG '디사이플스: 리버레이션'을 클리어했다.
전투의 재미에 집중한 게임으로, 턴제 전투의 전략성을 간만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턴제 RPG 하면 전투는 거들뿐인 스토리 중심 게임도 많은데, '디사이플스: 리버레이션'(이하 디사이플스)의 경우 온전히 전투에 집중한 게임으로 파티를 잘 구성해 강한 적을 물리치는 재미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최상의 선택이 될 것 같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첫인상
리뷰어는 디럭스 에디션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으로 플레이하였으며, 3월 25일에 나온 DLC도 바로 적용했다.
서구식 턴제 RPG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킹스 바운티' 시리즈는 대개 플레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디사이플스는 '킹스 바운티' 시리즈와 베이스는 비슷하고 세부적으로는 다른 면이 많은 게임이었는데, '킹스 바운티' 류의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좋은 경험)이 있다면 추천할만한 게임이지만 그런 경험이 없다면 쉽게 권하긴 어려운 게임, 장르이다.
유닛들로 필드를 탐색하고 적과 조우 시 전투를 진행하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턴제 전략 RPG'는 기자와 리뷰어에게는 선호 장르이고, 디사이플스가 '다크 판타지'를 표방한 게임으로 잔인한 묘사나 연애 묘사도 등장하는 점도 장점으로 느꼈다.
플레이스테이션5로 플레이했지만 진동 기능은 활용하지 않는 게임이며, 콘솔 버전이라 특별히 느껴지는 장점은 없었다. 하지만 콘솔로 플레이해도 크게 느껴지는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는 것은 장점으로 언급해 둬도 될 것 같다. 해상도는 4K를 지원하는데, 자막 크기 등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이 게임을 구입해 플레이한다면 디럭스 에디션은 꽤 좋은 선택으로 추천할만하다. '경험치 10% 추가' 파편과 추가 스킬포인트가 코드로 제공되는데, 특히 경험치 10% 추가 파편은 매우 큰 도움이 되며, 후열 캐릭터가 들고 있어도 효과가 적용된다.
전투에만 집중하도록 디자인된 시스템
디사이플스에서 유닛은 자체 스테이터스를 가지지만 '숫자'로 스택되었던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에서는 단일 개체로 존재한다. 플레이어와 동료 2명을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는데, 이들은 전투에서 사망해도 사망처리되지 않으며 일반 유닛보다 훨씬 강력하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전열과 그렇지 않은 후열로 나눠 유닛을 배치해야 하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주인공의 지도력에 따라 유닛을 전방에 배치하고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으며, 후열에는 지도력과 상관없이 유닛 3개를 배치 가능하고 고유의 '후열' 스킬이 발동된다.
유닛의 행동에 사용하는 AP(액션 포인트)가 세분화되어 있는 점도 특징으로 꼽아야할 것 같다. 이동만 가능한 파란색, 공격만 가능한 빨간색, 둘 다 가능한 황금색 3종으로 나뉜다. 빨강+황금 AP를 가진 유닛이라면 이동하지 않는 경우 공격 커맨드를 2번 실행 할 수 있는 식이다.
필드에서는 마을 포털을 언제든 열 수 있는데, 지도상 특정 위치에 거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메뉴' 로 존재하는 방식이다. 유닛 소집이나 자원 회수 등 귀찮은 행동들을 모두 마을에 모아뒀기 때문에 퀘스트와 전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일본식 턴제 RPG에서 유닛 별 직업이 고정되고 승급하는 방식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디사이플스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고정되지 않고 리셋 가능하다. 큰 틀 자체는 전사, 성기사, 마법사 로 나뉘고 중간에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데, 마을에서 스킬트리를 리셋하면서 직업도 리셋되는 방식이다.
게임 내에서 진영은 4개로, 인간, 엘프, 언데드, 악마로 나뉜다. 스토리 진행 중 각 진영 별 '우호도'가 가감되며 고급 유닛을 얻기 위해서는 그 진영의 우호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원하는 진영에 맞춰 대화 선택지를 고르는 진행이 강제되는 편이다.
장점은 전투의 재미, 단점은...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전투의 재미'이다. 턴제 RPG 장르에서 '전투의 재미'라고 하면 '사기치는것' 을 가리키는데,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것이 '재미' 인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료, 직업, 스킬트리와 유닛을 조합해서 레벨 차이를 찍어누르면서 무손실 승리를 반복하면 시간이 순삭된다. 특히 후열 스킬을 조합하는 것이 백미이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전투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장르가 취향에 맞느냐에 달린 것.
전투 외 대부분을 자동화해 둔 편의성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전반적 시스템이 디자인된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는 전투에만 집중해 플레이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필드에서 자유롭게 마을 포털을 열 수 있지만 던전에서는 마을 포털을 열 수 없기 때문에 전투 중 손실된 유닛을 미리 뽑아두지 않았다면 보충할 수 없고, 장비 업그레이드도 할 수 없다는 점만 주의하면 될 것 같다.
앞서 전투에만 집중된 게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래서 전투 외 부분은 그대로 단점으로 작용한다.
먼저 대화 로그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은데, 퀘스트에 대화 선택지가 중요한 게임인데 로그 기능이 없다. 대화 흐름을 놓쳤다면 로드해야 한다.
그리고 연출이 너무 느리다. 전투 속도를 100%에서 300%까지 조절 가능한데 300%가 '정상적인 속도' 로 보이는 수준이다. 100% 로 하면 좀 심각하게 느리다. 스킵 기능도 없어서 플레이하며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수준이다.
필드 이동 속도도 조금 느린데 달리기 기능이 없다. 익숙한 속도의 80% 정도로 달리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패치를 좀 해 주면 좋겠다.
유니티로 제작된 장편 콘솔게임에서 버그를 꽤 자주 보게 되는데, 디사이플스가 바로 유니티로 제작된 장편 콘솔게임이다. 버그를 열심히 잡고있는 것 같지만 완전히 잡아내진 못한 상태이며, UI나 그래픽도 최신 리얼타임 RPG에 익숙하다면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플레이해야 하는 부분이다.
장르를 잘 살린 게임, 장르 팬이라면 강력 추천
리뷰어는 '킹스바운티' 시리즈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진입장벽은 없었다. 미묘하게 다른 부분 몇가지에 적응한 이후에는 익숙한 무손실 플레이를 이어갔다. 그래서 평가에 약간 장르 친화성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장단점을 열거한 것은 '전투만 재미있고 나머지는 대충 만든 게임'이라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 물론 못 만든 부분도 있지만 시스템 전반이 '전투만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인 의도대로 전투에 집중한다면 나머지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로 갖춰뒀다고 느꼈다.
이런 '전략적 전투 게임'을 추천할 때 필요한 '플레이 경험'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게임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잘 삭제되는가'이고 이 게임은 그 부분에서 꽤 준수한 완성도를 갖췄다고 본다. 미묘하게 느린 연출이 한 몫 한다 치더라도, 적 구성에 맞춰 배치를 조절하고 동료를 바꾸고, 후열에 넣을 유닛을 고르고, 전투 중 손실이 발생하면 로드하고... 몇시간 뚝딱 지나가는 게임이었다.
'이 장르'는 원래 그렇다는 반론이 나올 것 같긴 한데, 그렇다. 디사이플스는 '장르를 잘 살린 게임'인 것이다.
리뷰어의 게임에 대한 평가는 플레이한 첫날 B-에서 C+사이 어딘가였는데 디사이플스 때문에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서 계속 상향되다가 한참 플레이한 지금은 '이 정도면 추천작으로 문제없는 것 아닐까?' 의 B+까지 올라온 상태이다. 밤늦게까지 '한 전투만 더' 하다가 꿈 속에서도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킹스바운티를 재미있게 한 유저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해 보길 강력 추천한다. 적어도 다크사이드는 아니다.
킹스 바운티를 해 보지 않았지만 턴제 전략 RPG 카테고리의 게임을 해봤다면, 혹은 북미 RPG에 친숙하다면 한번쯤 해볼만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아니라면 추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무슨 재미로 전투를 하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을 수 있다.
점수를 매기자면 78점 정도로 매겨야할 텐데, 장르 팬으로서는 점수 대신 B+ 학점을 주고 싶다.
매월 수십, 수백개의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디사이플스는 주목할만한 게임이 분명하지만, 평이나 공략이 올라오는 곳도 거의 없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느낌이라 아쉽다. 구매를 고민했던 -그렇다면 분명 턴제 RPG의 팬일- 게이머라면 과감하게 돌격해도 될듯 하니 리뷰를 믿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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