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그 전신이 PS4 버전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이하 리스펙트)'다. PS4 플랫폼에 맞춰 개발된 만큼 게임에 수록된 패턴들은 듀얼쇼크(패드)로 플레이 하는 것을 상정해 제작되었다.
이를테면 1번 3번 라인의 동시 치기 패턴이나, 1번 롱노트와 3번 일반 노트가 동시에 등장하지 않는 식이다. 듀얼쇼크 구조상 배치를 바꾸지 않는 한 정확하게 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PC 버전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이하 리스펙트 V)'에서는 키보드로 플레이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 SC 패턴이 추가되면서 난이도 체계가 확장되기는 했지만, 듀얼쇼크 기반의 NM, HD, MX 패턴들은 PC 버전에도 그대로 수록됐다.
이후에는 키보드 전용 패턴인 SC 패턴이 PC 버전에 주기적으로 추가되었지만 유저들의 SC 패턴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상당히 부족했던 모양이다. 유저들의 주된 요구 사항은 역시나 다양한 곡과 패턴의 추가였고 특히 그 중에서도 SC 패턴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
각 시리즈를 모은 DLC나 콜라보 DLC가 판매 되거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화두에 오른 것은 어떤 곡이 추가되는지, 그리고 SC 패턴의 개수가 몇 개인지 였을 정도다. 당연히 있을 법한 인기 곡에 SC 패턴이 없었을 때 '아쉽다'는 반응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상위 레벨의 SC 패턴 추가 외에도, SC 패턴의 진입장벽 해소를 위한 중~저 레벨대의 SC 패턴 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피드백도 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5레벨이라는 제한된 난이도 체계에서 일어나는 '불렙', '물렙' 이슈 또한 로키 스튜디오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로키 스튜디오에게 남은 숙제,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인 'DPC 2022'
SC 패턴 추가에 대한 요구, 난이도 체계 개편 등은 그동안 로키 스튜디오에게 방학 숙제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숙제들의 해답은 지난 온라인 방송에서 들을 수 있었다. 시즌 별로 추가되는 SC 패턴 양의 증가, 전곡 전 버튼 SC 패턴 추가, SC 패턴 난이도 체계 개편, 유저 대상 패턴 공모전 'DPC 2022' 개최 등의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시즌 6이 시작되면서 SC 패턴이 버튼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로 추가되었고 SC 패턴에 대한 난이도 체계 개편도 적용됐다. 예고되었던 패턴 공모전 'DPC 2022'도 개최됐다.
이중 'DPC 2022'는 기존 유저 뿐만 아니라 타 리듬게임 유저들, 그리고 일부 업계인과 전문가 까지도 관심을 보인 공모전이다. 공모전인 만큼 로키 스튜디오는 상금을 내걸고 패턴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패턴 공모전은 SC 패턴의 부족함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기획 및 진행된 공모전이다. '2022'와 같이 연도를 뒤에 붙여, 향후에도 정통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해당 공모전을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PC 2022'는 누구나 패턴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패턴을 제작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후하게 책정된 상금과 실제 게임 수록이라는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나 패턴 제작 또한 게임 개발의 한 축이기에,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곡으로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 본다는 이색적인 경험이 가능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나 또한 꾸준히 플레이 하고 있는 게임의 패턴을 직접 제작해보고, 이를 공모전에 제출한다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당연히 체험해 보기로 했다. 아래 패턴 공모전 'DPC 2022'에 참여한 과정과 그 후기를 전한다. 물론 제작한 패턴을 출품하지는 않았지만, 새삼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노하우가 필요한지 깨닫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곡 선정부터 버튼 수 지정까지, 나의 실력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
패턴 공모전 시작 당일인 6월 2일, 유저들의 많은 관심 속에 과제 곡과 패턴 디자인에 필요한 제작 툴이 함께 배포됐다.
공모전은 A, B, C로 나뉘어진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해, 과제 곡에 걸맞는 SC 패턴을 총 6개 제작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A 그룹은 'Heavenly', '비상 ~Stay With Me~', 'XLASHER', B 그룹은 'WHY', 'My Jealousy', 'Right Back', C그룹은 '아침형 인간', 'Ladymade Star', 'Grave Consequence'로 구성됐다.
곡 당 최소 1개 이상의 패턴이 제작되어야 했고, 버튼 별 최소 1개씩은 패턴이 있어야 했다. 즉, 4~8버튼 패턴을 하나씩 제작하고 나면 나머지 2개는 자유 제작이다. 또 각 그룹 별로 이미 존재하는 SC 패턴은 제작할 필요가 없었다. 각 그룹 별로 'XLASHER' 5버튼, 'Right Back' 8버튼, 'Grave Consequence' 6버튼이 이에 해당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가 주로 플레이 하는 버튼은 6버튼이고, 8버튼은 플레이 카운트가 200단위에 그쳐 5버튼과 8버튼을 재미있게 짤 자신이 없었다. 때문에 A 또는 B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A 그룹에는 괴상한 박자와 넓은 장르 스펙트럼으로 유명한 작곡가 Makou의 'Heavenly'와 호소에 신지의 'XLASHER'가 버티고 있었다. B 그룹에는 많이 플레이 해보지 않은 'WHY'와 'My Jealousy'가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무난한 정박곡 '아침형 인간'과 'Ladymade Star'가 있는 C 그룹을 선택했다. 물론 'Grave Consequence'도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할 것 같았지만, 4버튼으로 제작하면 될 것이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는 최소 패턴 개수 조건, 버튼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몇 버튼으로 짤지 고민했다. '아침형 인간'은 이미 8버튼 HD 패턴이 상당히 재미있게(?) 짜여 있기에 이보다 더 잘 짤 자신이 없었다.
고민한 결과 '아침형 인간'에 4버튼과 6버튼을 할당하기로 했다. 'Ladymade Star'는 중간 정도의 난이도를 지향해 6버튼과 8버튼을 짜고, 마지막으로 'Grave Consequence'를 높은 난이도 지향의 4버튼과 5버튼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5버튼은 거의 플레이 해보지 않았지만 타 게임에서 플레이 해본 감각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정말 되돌리기 기능이 없어요? 패턴 제작 툴의 '올드함'과 개발팀의 고충에 대하여
배포된 패턴 제작 툴과 설명서 PDF, 그리고 키음을 내려 받아 쭉 둘러보니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우선 패턴 제작 툴, '패턴 시퀀서'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PDF에 자세히 설명이 적혀 있었지만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역시 '되돌리기(Undo)' 기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측에 배치된 키음을 좌측으로 옮겨 실제 게임 내에서 치게 되는 패턴화(노트화) 시키는 것이 주된 작업 방법인데, 잘못 배치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 되돌리기가 불가능해 상당히 불편했다. 잘못 놓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고 저장도 수시로 해야 했다. 한번은 중간 정도까지 패턴 제작을 해놓았는데, 오류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한 적도 있다.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이 패턴 시퀀서 프로그램의 저작권 표기 연도는 2004~2008년인데, 이는 펜타비전이 설립 후 '메트로 프로젝트' 이전까지 포터블 시리즈를 개발하던 시기다. 알려진 바로는 '디제이맥스 테크니카'의 패턴 또한 패턴 시퀀서로 제작되었기에 연식이 상당히 오래된 프로그램인 것이다.
실제로 이 툴을 현재까지도 로키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새삼 이러한 고전 툴(?)로 패턴을 만들고 있을 패턴 디자이너들의 고충이 이해가 됐다. 과거에 좋아하는 곡의 패턴이 없다고 불평했던 것을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혹자는 이 배포된 패턴 시퀀서 외에 내부에서 보다 개선된 툴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이전까지 패턴 추가가 느렸던 이유가 툴의 불편함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진실은 어디까지나 로키 스튜디오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치는 맛과 적절한 난이도가 공존하는 패턴 제작의 어려움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참가자는 쪼개져 있는 우측의 키음을 좌측의 실제 노트가 나오는 플레이 라인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냥 무작정 어렵게 만들기는 정말 쉽다. 유저들이 힘들어하는 연타 등의 패턴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집어 넣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패턴을 구성하면 치는 '손맛'이 없어지고 패턴의 완성도도 떨어진다. 납득이 가능한 선에서, 음악과 어우러지게 패턴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턴을 옮겨 놓은 뒤에는 구성된 노트와 패턴이 음악과 어울리는지, 또 본인이 생각하는 레벨 대비 너무 쉽거나 어렵게 구성된 것은 아닌지, 심지어 왼손과 오른손 어느 손가락에 어떤 키음을 넣을지 까지 고려해서 계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어느 정도 패턴을 만든 후에는 메모장 등을 켜놓고 따라 치는 일명 '흙디맥'을 하며 실제로 괜찮은 지도 체크했다.
실제 패턴 작업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패턴을 계속해서 다듬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오래 된 툴의 불편함에서 오는 문제라기 보다는, 패턴을 만드는 사람의 리듬게임 실력과 센스 그리고 감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4버튼의 경우에는 과하게 불필요한 키음까지 노트화 하면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고, 5버튼은 가변을 고려한 손 배치까지 생각해야 했다. 6버튼은 겹계단이나 동시 치기가 너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편이 좋았다. 8버튼은 트리거를 지나치게 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적절하며 동시에 플레이 하기에도 재미있는, 잘 만든 깔끔한 패턴은 정말 만들기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했듯 패턴 디자이너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저 별 생각 없이 매일 플레이 하는 패턴들이지만 한땀한땀 그들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다는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개발팀 모두에게 진심으로 '리스펙트'를 보낸다.
다만 주말에도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열심히 제작한 패턴은, 내가 보더라도 그 완성도가 너무 처참해 공모전에 제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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