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지투온 리부트 : R' X '오투잼' DLC, 정성스럽게 잘 포장된 '추억 보따리'

등록일 2022년07월12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타임 트래블러', '프레스티지 패스'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지투온 리부트:R(이하 이지투온)'이 이번에는 '오투잼(O2Jam)'을 품었다.

 



 

네오노비스, 그리고 스퀘어픽셀즈는 6월 28일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인 '오투잼' DLC를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된 '오투잼' DLC에는 'Like this', 'Cross Time', 'Identity Part 2', 'End of Fight', 'The Queen', 'Feel the O2Jam', '꿈속의 신부', '아시나요', '잘가라' 등 '오투잼' 하면 떠오르는 인기 오리지널 음원 20곡이 담겼다. 제목만 봐서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리듬게임을 깊게 해봤다면 모두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제법 유명한 곡들이다.

 

 

새로운 곡들이 추가되고 볼륨이 커지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내가 몰랐던 곡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패턴을 플레이 해보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실제로 좋은 곡들을 많이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다만 처음 '오투잼'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우선 어린 시절 '오투잼'을 해본 적이 없기에 별다른 추억이 없었다. 물론 정말 유명한 곡들은 들어봤거나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보기는 했지만, 게임을 직접 해볼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오투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으레 리듬게임들이 거쳐가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소위 '콜라보가 쉬운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오투잼'의 음원들이 거쳐간 작품들만 해도 상당히 많다. '탭소닉 볼드'나 '벨루시티' 등 PC 리듬게임은 물론이고, '펌프 잇 업!'이나 '칼파', 'EZ2AC' 등 여러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동안은 제공된 음원들이 각 게임마다 매우 심하게 파편화 되어있기에 한 번 팔고 마는 1회성 DLC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투잼'의 오리지널 음원들을 '추억'이라는 미명 아래 판매할 뿐, 그 이상을 보여준 케이스가 드물었던 것이다.

 



 

'오투잼'의 현황도 썩 좋지는 않다. 추억 보정과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작품과 음원의 인지도는 높지만, 정작 PC 버전은 이미 10년 전인 2012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도 '오투잼 – 뮤직 & 게임' 단 하나로, 이 게임은 밸로프에서 운영하고 오투잼컴퍼니에서 개발하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 현재 게임의 불법 사설 서버 운영, 난이도 인플레이션과 패턴 수정, 타 게임에 수록되거나 계약되지 않은 음원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저작권 침해 행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는 이미 리듬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여러 이유로 인해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에 '오투잼' 음원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정도의 감상을 받곤 했다. 실제로 기자는 '탭소닉 볼드'나 '칼파'를 플레이 하면서 '오투잼' 팩을 따로 구매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기대감이 높지 않았었고, '이지투온'과 '오투잼'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자칫 잘못하면 한 번 팔고 마는 '추억팔이'에 그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오투잼' DLC는 앞서 언급한 감상과 생각들을 단숨에 날려줬다. 플레이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진국인 콜라보레이션 DLC였다.

 

 

'오투잼'의 시대를 아우르는 수록곡과 완성도 높은 비주얼

우선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보자. 초보자들의 친구 'Like This', 높은 난이도로 유명세를 떨친 'End of Fight', '오투잼' 하면 떠오르는 곡 중 하나이자 '헉' 노트의 주인공 'Identity Part 2' 등 총 20곡이 이번 DLC를 통해 '이지투온'에 수록됐다.

 

첫 공개 당시 '오투잼' DLC가 화제를 모은 것은 단순히 숫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투잼'의 전 시대,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곡들이 골고루 수록된 것이 역시 주요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20곡이라는 곡 숫자의 한계가 아쉽지만, 추후 수록되지 못한 곡들까지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투잼'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서비스되면서 여기저기 플랫폼을 옮겨 다녔고 신곡들도 다수 추가됐다. 유저들이 기억하는 '오투잼'의 모습과 인기 음악들이 워낙 제각각인 이유다.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선곡을 위해 상당히 어려움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았는데 적절하게 잘 조율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오투잼'을 즐겨본 적이 없기에 'End of Fight'와 같이 매우 유명한 곡이 아니고서는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었다. 다소 옛스러운 스타일의 음악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전반적으로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일단 '잘가라'를 처음 플레이 하면서는 2010년대 특유의 음악 스타일과 가사가 반가워 웃음이 나왔다. 'Start On 〈RED〉'와 'The Power of Light'는 개인적으로 유로비트를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Headless Chicken'은 r300k 작곡가의 강렬한 스타일을 선호해서 자주 플레이 하게 될 것 같다. M2U 작곡가의 팬이라 'The Queen'도 마찬가지다.

 



 

비주얼 또한 '오투잼' 특유의 컬러 감각과 디자인을 잘 계승한 모습이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로고와 메뉴 선택 화면의 디자인도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동글동글한 감성을 잘 살려 만들어졌다. 기어와 노트 그리고 판정 스킨 또한 실제 '오투잼'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완성도이며, 공용 BGA의 마스코트 '오투모'와 미묘한 거리에서 서 있는 특유의 감성도 왠지 모를 웃음을 유발한다.

 



 

'헉'노트부터 7키 코스 모드까지, '이지투온' 개발진은 고증에 진심인 편

이 외에도 '이지투온' 개발진이 얼마나 '고증'에 진심인지는 '코스 모드'를 해보면 느낄 수 있다. 이번 '오투잼' DLC를 즐기면서 가장 놀랐던 것이 바로 이 '코스 모드'였다.

 

마구 비벼가며 클리어
 

이번 '오투잼' DLC의 코스 모드에서는 기존 '이지투온'에는 없는 7키로 플레이 하게 된다. 'SDF 스페이스바 JKL'로 지정된 키만 사용 가능하고, 초심자 코스와 숙련자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만약 나처럼 7키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해도 '베이직' 모드의 게이지가 적용되어 있으므로 잘 비빈다면(?) 클리어 자체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헉!
 

이 코스 모드에서는 그 유명한 'Identity Part 2'의 '헉' 노트와 '오투잼' 특유의 극악무도한 '국수 롱노트' 패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단순히 특정 패턴 한 구간만 구현한 것이 아니라, 옛 '오투잼'의 패턴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혹시나 싶어 유튜브 등에 업로드 되어 있는 '오투잼'의 패턴과 현재 'Brain Stretch'의 일부 곡 패턴을 비교해봤는데 완벽하게 똑같았다. 소름이 돋았다.

 

이런걸 대체 어떻게 치는거죠
 

또 'Brain Stretch'의 아이캐치 이미지 '두뇌체조 음악게임'은 '오투잼'이 현역이던 시절(?) 홍보용 이미지에 활용된 문장을 그대로 넣은 것으로, 해당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웃음을 참지 못했을 것 같다. 게임을 시작할 때와 종료할 때 나오는 음성도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다.

 



 

이번 '오투잼' DLC의 수록곡들은 패턴 마저도 '고증'을 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PUPA' 등 일부 곡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됐던 기믹성 변속이 이전보다 적극 쓰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고증을 충실히 따랐다'와 '플레이 하는데 있어 피곤하고 불쾌하다'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 같다.

 

나 또한 'Cross Time'과 같이 변속이 심한 곡들은 손이 잘 안가는 편이긴 하다. 다만 이 또한 '오투잼' DLC만의 특색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변속에 대한 호불호가 있음을 개발진이 확인했을 것이므로, 추후에는 조금 더 신경 써서 패턴을 제작해 주지 않을까 싶다.

 





 

직접 즐겨본 '이지투온'과 '오투잼'의 콜라보 DLC는 '오투잼' 음원 추가라는 단순한 콘텐츠 볼륨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원작의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가 매우 돋보이며, 개발진의 시리즈에 대한 존중과 애정도 느껴진다. '프레스티지 패스'가 모든 리듬게임 유저들을 위한 선물이었다면 이번 DLC는 '오투잼'을 사랑하는 유저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포장된 '추억 보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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