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반기 '고정점'과 '사랑의 조리법' 업데이트 이후 정말 오랜만에 '소녀전선'에 복각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이벤트, '라이칸의 성역'이 찾아왔다.
'소녀전선' 스토리는 크게 투 트랙으로 나뉘어져 있다. 어느 새부터 전술 인형들보다 나이가 지긋한 권력자들의 암투가 핵심이 된 메인 스토리, 지휘관과 카리나 그리고 전술 인형들의 가벼운 좌충우돌 스토리를 즐겨볼 수 있는 외전 격 이벤트가 바로 그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메인 스토리는 여름과 겨울에 한 차례씩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공백이 매우 길다. 또 외전 이벤트의 경우 체감상 복각이 매우 잦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외전 이벤트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고, 복귀하거나 새로 시작한 지휘관들에게는 복각이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다. 다만 새로운 스토리를 원하는 지휘관들에게는 '또 복각이냐', '블랙카드 한 장 이득'이라는 평을 듣게 되기도 한다.
선본의 업데이트 주기에 대한 고민 담긴 '라이칸의 성역'
반면 이번에 업데이트 된 '라이칸의 성역'은 그 기획이 다분히 복각과 다양한 스토리의 제공, 그리고 지휘관들의 경쟁심 자극을 통한 게임 내외부의 활성화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벤트로 느껴졌다. '라이칸의 성역'에는 스토리가 메인이 되는 게임의 쫓기는 업데이트 일정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외전 이벤트들은 한 차례 스토리를 즐기고 난 뒤 다시 읽어볼 필요가 없어지고 만다. 유저 입장에서도 외전 이벤트의 복각이 이루어지면 스토리는 모두 스킵 하고 각종 보상을 얻는 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스토리라는 것은 제 아무리 가볍고 분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특히나 기승전결과 재미를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고, 개발팀 입장에서는 업데이트 일정도 촉박할 것이다.
심지어 '사랑의 조리법'처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다면 각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말투 그리고 호칭 등 사소한 것들 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한마디로 적은 시간 내에 양질의 스토리를 쓰기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의 외전 이벤트와 달리 '라이칸의 성역'은 그 구조가 여러 차례의 복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예상해 본다.
선본 입장에서는 '라이칸의 성역' 게임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등장하는 전술 인형들을 바꿔 가며 조금씩 스토리에 변화를 주기만 하면 된다. 혹은 인기 투표 1위를 차지한 캐릭터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놔둘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기존 라인업은 유지하되 인기 투표 1위가 다르게 선택되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향후 복각 시에 선본이 어떤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할 지 지켜봐야 하겠다. 만약 예상과 다르게 타 외전 이벤트와 같이 별다른 스토리의 변화 없이 복각이 이루어진다면 상당히 실망감이 클 것 같다. 캐릭터들의 매력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루트와 탄탄한 콘텐츠들이 보다 자주, 많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이칸의 성역' 영광의 한국 서버 인기 투표 1위는 'G36'
한편, 각 서버 별 지휘관들이 열심히 재화를 파밍해 전술 인형에게 투표하고, 여기서 1위를 차지한 전술 인형이 핵심이 되는 엔딩을 제공한다는 기획은 꽤나 인상적이다.
'소녀전선'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수집형 모바일게임이기 때문에 유저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가 있기 마련이다. 투표를 열심히 하면 자신의 '최애'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와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앞서 게임의 내외적 활성화라는 말을 썼다. 게임 내적으로는 당연히 투표를 위한 재화 파밍에 지휘관들이 열을 올리면서 DAU 등의 지표가 상승하는 효과를 봤을 것이다. 또 게임 외적으로는 마치 과거 국지전 정찰과 같이 투표 독려나 견제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외적 활성화도 이루어졌다. 전반적으로 선본이 생각한 이벤트의 기획 의도가 잘 작동한 것 같다.
이 때문에 많은 지휘관들이 투표 재화 파밍에 열을 올렸을 것 같은데, 아이러니 하게도 국내와 중국 그리고 대만 각 서버 별로 투표 1위를 차지한 전술 인형이 모두 달라 나름 해피 엔딩(?)이 된 것 같다. 특히나 한국 서버의 오픈 당시 사전 예약 보상으로 주어진 'G36'이 1150만 표로 1위를 차지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외에 'WA-2000'이나 '스프링필드' 등 인기 투표 상위권 캐릭터들이 대부분 '소녀전선'의 론칭 초창기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들이라, 세월이 지나도 지휘관들의 애정에는 큰 변함이 없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렇게 초창기 캐릭터들에게 표가 몰렸다는 것은 몇몇 인기 전술 인형 외에는 투표 라인업이 영 시원치 않았거나, 혹은 그 이후 등장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부족하고 성능 테스트만 거친 채 쉽게 잊혀져 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된다.
'소녀전선'에는 수백여 종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캐릭터들을 스토리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은데도, 이번 투표 라인업을 보면 선본에서 한계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유도한 느낌이다.
물론 외전이라고는 해도 스토리와 연계시켜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투표가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성하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모나', '류 소총', 'VSK-94', '웨블리 리볼버', '콜리브리', '데저트 이글' 등등 유저들 사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인기 캐릭터들만 해도 이미 한가득이니 말이다.
준수한 완성도의 외전 이벤트, 그리고 약간의 아쉬운 점
전술 인형들의 지휘관을 향한 사랑(?)과 그녀들의 '치정 싸움 스토리'를 감상하고, 각종 클리어 보상을 얻거나 한정 전술 인형을 파밍 하는 등 기본적인 틀은 같다. 여기에 더해 기존보다 더 힘을 준 미니게임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그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다.
사실 전략 시뮬레이션 성격의 게임인 만큼, 이번 '라이칸의 성역' 이전부터도 미니게임의 룰을 만들어 내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게임의 기본 룰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칸의 성역'에서는 수박 깨기를 비롯해 다양한 미니 게임들이 준비됐다. 일부 게임에서는 운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거나 공략 없이 풀기에 상당히 난해한 경우가 있어 공략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수박 깨기는 언제나처럼 이상한 조작감과 판정이 아쉬웠고, '노을 미궁'은 퍼즐 부분만 놓고 보면 랭킹전 만큼이나 난해했다.
스토리의 완성도도 준수한 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소녀전선' 다운 스토리였다는 느낌이다. 비록 메인 스토리에서는 한창 고생하고 있는 지휘관과 카리나이지만, 외전 이벤트에서 만큼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카리나의 수영복 테마 의상도 상당히 예쁘게 잘 그려졌고, 언제나처럼 전술 인형들의 애정 공세에 쩔쩔 매는 지휘관의 모습도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상 '소녀전선'은 게임으로서도, 게임 내 스토리 측면에서도 황혼기인 상황이다. 모든 것이 마무리 되고 나면 전술 인형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만이 남게 될 텐데, 후속작들의 배경이나 설정을 뒷받침 하는 '레거시' 성격의 타이틀로 그 명맥이 잘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이미 각종 개선점이 적용된 '소녀전선 3.0' 업데이트가 발표됐고, '소녀전선: 뉴럴 클라우드'의 사전 예약도 한창 진행 중이다. 비로소 최종장에 접어드는 '소녀전선'의 이야기를 포함한 신규 시즌 이벤트 '세로변형'에도 늘 그랬듯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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