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년째 개최되고 있는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BIC 시작부터 10년 동안 조직위원회를 이끌어 온 서태건 위원장이 물러나고 실무를 담당해 온 주성필 위원장이 BIC를 맡게된 것.
주성필 신임 조직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BIC의 연계 행사로 컨퍼런스를 개최해 단순 전시, 시상 행사에서 BIC를 더욱 확장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몇년 전 기자와 만났을 때 행사 이름에 '게임'이 아닌 '인디'가 들어가 있는 만큼 외연을 확장해 종합 인디행사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혀 기자를 놀래킨 바 있다.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해 BIC를 지휘하게 된 현재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BIC 현장에서 주성필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주 조직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계에서 갖는 위상 정도로 BIC의 위상을 키우고 싶다며, BIC의 인지도와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주성필 신임 BIC 조직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옮겨 본다.
전시 기능 강화하며 새로운 영역 확대에도 힘쓸 것
이혁진 기자: 조직위원장으로 BIC를 처음 맞이한 소감과, 향후 BIC를 어떤 행사로 키워가고 싶은가에 대해 먼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취임하고 처음 하는 BIC라고 하셨지만 저는 BIC가 11년 동안 진행되며 처음 행사를 준비할 때부터 같이 만들어 해 왔습니다. 그러니 소감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를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BIC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회원, 인디개발자들, 다양한 게임업계의 도움으로 현재까지 이어지며 다행스럽게도 인디게임 분야에서 사랑받는 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BIC가 현재 상태 그대로만 나아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조금 갖고 있습니다.
BIC에서 지원하는 내용이 어워즈와 작품 전시가 주요 기능인데, 2025년에는 컨퍼런스도 했죠. 크게 어워즈, 전시와 나머지로 나눠 말씀드리면 될 텐데, 먼저 어워즈와 전시는 BIC의 글로벌 권위를 키우는 데 포커싱하고 있습니다. 기존 작업의 강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더 확장할 부분을 검토중입니다. 어워즈와 전시 외에도 실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다른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보고, 그렇게 피드백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무국이 모든 부분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인디 개발자들이 원하는 마케팅 등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직접 지원은 못해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은 가능하지 않을까, 국내외에서 그런 부분을 더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검토중인 상황입니다.
아직 잠정적이지만 'BIC X'라는 콘셉트에서 인디게임을 메인으로 하지만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이니 다른 부문과 X로 연결될 수 있는 방향도 모색중입니다. 완전히 상관없는 장르는 힘들겠지만 web3도 가능할 테고, 무엇이건 인디게임, 인디 문화를 즐기는 유저에게 필요한 부분을 연결할 수 있다면 함께할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2025년 BIC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조직위원장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주성필 조직위원장: 먼저 BIC의 기능 면에서 컨퍼런스를 '인디 웨이브'라는 형태로 살려 치뤘다는 점입니다. 게임 컨퍼런스나 게임 기술 세미나는 굉장히 많은데, 국내나 해외를 봐도 인디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예산은 들지만 힘내서 좋은 분들을 모시고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컨퍼런스를 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인디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BIC에 컨퍼런스가 없을 때 개발자들에게서 꾸준히 니즈는 있었고, 그 니즈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전시장, 퍼블릭 전시 쪽도 작년보다 강화가 됐습니다.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데 어워즈, 경쟁작 중심이라 그런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가능한 한 대학, 기관 등과 연계해 더 많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포커싱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41개국에서 592작품이 접수됐고 32개국 작품이 선정돼 전시됐습니다. BIC가 앞으로 지속 성장해 갈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글로벌 인지도로, BIC의 브랜드 권위를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BIC는 영화제 모델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경쟁작이 심사를 통해 선정되므로 글로벌에서 얼마나 많은 접수작이 있는가, 그를 통해 얼마나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가가 중요합니다. 다행히 2024년 이후 글로벌, 아시아권에서는 네트워크가 강해 승부가 됐고, 2025년에는 리투아니아나 아르헨티나에서도 출품해 선정된 작품이 있는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아시아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아메리카, 서구권 인디 작품들까지 BIC를 기꺼이 찾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컨퍼런스는 상설 행사로 이어갈 생각인가요, 올해는 컨퍼런스는 해운대, 본 행사는 벡스코에서 열렸는데 이렇게 유지할지도 궁금합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컨퍼런스는 상설화할 생각입니다만, 장소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지, 기간도 행사중에 해야 할지 이번처럼 행사 전날 하는 것이 나을지, 규모를 더 키워야할지 등을 올해 참석한 분들의 만족도나 피드백을 받아보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인지도와 브랜드 이야기를 하셨는데, 향후 서구권, 글로벌 파트너십이나 인지도를 높이려는 실행 계획이 있을까요
주성필 조직위원장: 구체적 실행 계획이라고 하면 아직은 없습니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늘려나갈 구체적인 계획이 있느냐고 하셨는데, 동아시아권은 어느 정도 세팅이 되었다 자부하지만 서구권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파트너라면 비트서밋, 중국, 게임스컴 아시아, 싱가폴까지 다양한 조직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인디게임만으로 BIC처럼 행사를 하는 조직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전시 행사는 돈을 잘 버는 산업에서 하는 것인데 인디 대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의미죠. 인디게임만을 파트너로 발굴하는 것은 찾기 힘듭니다. 대신 게임스컴 안에도 인디 부문이 있듯 인디게임을 다루는 행사는 많습니다. BIC는 지스타 사무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있고, 지스타 사무국이 가진 라인을 통해 인디 라인을 확보할 계획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지스타 입장에서도 인디산업 활성화에 의지도 있고 기여도 하고 있어 좋게 생각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태계 다양성 담보되어야 지속 성장 가능, 게임산업 다양성은 인디에서 나온다
BIC가 인디게임 개발자 위한 행사이자 인디게임을 사랑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한데 관람객 위한 서비스 면에서는 어떤 부분에 신경쓰셨나요
주성필 조직위원장: 지난해까지 BIC는 평일에는 BTB, 주말에는 BTC로 운영됐습니다. 2025년부터는 첫날부터 바로 BTC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개발자들의 니즈가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고 싶은데 이틀로는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저들 입장에서도 전시된 작품이 많은데 충분히 즐기긴 시간이 부족했죠. 더구나 올해는 작년보다 출품작이 더 늘었습니다. 그 많은 작품들을 충분히, 특히 BIC는 특정 작품의 팬보다는 많은 작품을 경험하려는 분이 많은데, 이틀에 다 해보기 힘드니 이 부분에서 문의가 많았습니다.
물론 BTB로 운영하는 것에도 의의가 있었습니다만 개발자와 유저들의 니즈를 받아 보니 BTC로 경험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개발자와 유저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 BTC를 하루 늘려 진행하게 됐습니다.
행사장을 더 편하게 관람하고 둘러볼 수 있게 티케팅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하고 있고, 구글에서 초대권을 확보해서 구글플레이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도 하고 있는 등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BTC가 하루 늘었지만 오전이 아닌 1시 오픈이라 아쉽습니다. 당일 오전에 부스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가능한 한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해 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지스타와 비교하면 BIC는 상업적인 전시회가 아니라 부스를 할지 않고, 벡스코 전시공간도 빌리고 부스도 지어주고 숙박도 제공하는 행사입니다. 행사가 잘 되면 수입이 늘어나 행사에 자금을 더 투입하는 재정구조가 아니라 어디까지느 참가사를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어서 최소한으로 공간을 빌려 세팅하고 오후에 바로 시작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제공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사가 더 잘되고 재정이 확보되면 그런 부분에 대한 서비스도 늘리는 쪽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또 하나 지난해와의 차이점은, 지난해에는 참가 분야 별로 부스를 배치했는데 올해는 작품 장르를 기준으로 부스를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성필 조직위원장: 장르로 하면 개발자들이 비슷한 장르를 만드는 개발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장르 중심으로 그룹을 구성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도 게임을 하나하나 미리 알지느 못해도 취향 장르는 있을테니 한번에 몰아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네트워킹과 유저 편의성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전시작들의 장르나 플랫폼 등에서 트렌드 변화를 좀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트렌드 변화에서 제가 느끼는 부분은 AI의 활용이 앞으로, 당장 오늘의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에 굉장한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개발 허들에 대한 부분에서 특히 사운드 쪽은 대부분 게임이 AI로 사운드를 만들고있는 상황인데, 단기에서는 AI 활용이 개발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쪽으로 활용되겠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AI 활용이 인디게임의 독창성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AI 활용이 개발의 허들을 낮춰서 개발자 풀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개발된 인디게임 작품 수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접수작 규모가 규모도 커질 것이고, 글로벌에서 AI 활용으로 대작 수가 많아진다기보다 인디게임같이 작은 분야에서 작품과 개발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것입니다. 콘텐츠 업계 자체가 더 빨라지고 투자도 많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BIC 조직위원장으로 인디게임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견해를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이런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만, 생태계를 위해서입니다. 게임 생태계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생태계, 자연 생태계까지 포함해 생태계가 건강하게 영위되려면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게임산업에서 모두 지켜보셨듯 특정 장르로 쏠리고 특정 플랫폼으로 모두 가는 식으로 장르나 디바이스 측면에서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가 더 간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그 다양성의 핵심은 인디게임이라 생각합니다. BIC만이 아니라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라면 다양성과 인디게임, 개발자들에 관심있게 보고 지원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전임 조직위원장님이 BIC를 부산국제영화제만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마무리 못하고 떠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포부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주성필 조직위원장: 전임 위원장님이 너무 부담되는 말을 하셨는데, 구체적인 타깃, 규모로 말히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실무 입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만큼 외형 규모를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계에서 갖는 권위 정도의 수준으로 BIC의 권위를 올리는 쪽으로 타깃을 잡고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조직, 행사가 만들어진 취지, 원론적 부분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조직과 행사가 오랫동안 영위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BIC와 조직위는 대한민국 게임산업 생태계, 게임산업 성장을 위해 시작됐고 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뭐냐는 고민에서 인디게임을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BIC를 개최해 쭉 이어온 것입니다.
이제 BIC가 10년 정도 지났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게 갈지는 몰라도 처음 취지 그대로, 외연은 넓히더라도 만들어진 취지는 잊지 않고 사무국, 회원사들과 계속 같은 방향 생각해 간다면 부산국제영화제만큼은 안되어도 이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아직 작고 힘들도 부족하지만 이 행사를 왜 하고 있는지, 조직이 왜 존재하고 개발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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