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IT업계 출신이지만 천만명에 가까운 학부모 유권자들의 엄청난 표밭을 버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1일 439쪽에 달하는 대선 정책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을 발표했다.
많은 게임인들로부터 대표적인 친게임업계 후보로 인정받아 온 안철수 후보이기에 최근 셧다운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는 이번 공약집에 담긴 게임산업 관련 내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11일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과 문화 수출품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인 '지스타 2012'가 폐막한 날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철수 후보의 게임에 대한 생각은 '현 정권 혹은 여권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였다. 아니 오히려 한 발 더 앞서나간 느낌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공약집의 '아동, 청소년을 위한 건강한 미디어 환경 조성 약속' 부분을 통해 "게임 중독 청소년의 뇌는 마약 중독 상태와 같으며, 폭력성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아동, 청소년 대상 인터넷 게임의 폭력성 및 선정성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규제를 통해 '건강한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어 아동, 청소년의 미디어 중독으로 인한 피해가 감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현재 게임업계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한 여가부의 인식과 본인의 인식이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게임 중독 청소년의 뇌는 마약 중독 상태와 같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및 일부 학자들의 의견을 무작정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현 여가부의 입장보다 부정적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지난 9월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을 하자 일부 게임업계에서는 IT업계 출신인 그의 행적과 과거 발언 등을 이유로 그가 당선되면 게임산업을 옥죄던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게임산업을 더 발전시켜줄 것으로 기대하며 반겼다.
특히, 18대 국회에서 게임 셧다운제를 끝까지 반대했던 김성식 전 한나라당의원이 안철수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게임업계의 이런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공약집 발표로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했던 게임업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철수 후보진영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공식 트위터 계정인 @AhnTomorrow를 통해 "국제표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게임산업에 위협을 가져온다"며, '셧다운제 폐지에 관한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