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마니아들의 희망 '애니플러스'

장재호 부사장 "어렵지만 좋은 컨텐츠로 보답하겠다"

등록일 2012년11월21일 10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터넷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플러스. 불법 다운로드를 통하지 않고도 일본 최신 애니메이션을 현지와 큰 시차 없이 볼 수 있게 해 줘 한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업체다.

애니플러스는 인터넷 방송사업 뿐만 아니라 최신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극장 상영 및 관련 상품 판매 등 사업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동대문 메가박스를 대관해 진행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하 마마마) 상영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운집해 동대문 메가박스 관계자들을 깜짝 놀래켰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한국, 일본 양국에서 모두 큰 인기를 누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게임포커스에서는 앞으로의 사업 방향, 그리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인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로 인한 문제들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애니플러스를 찾아 장재호 부사장과 만났다.

그는 애니플러스의 사업 방향과 함께 아청법으로 인한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상영 이벤트 지방으로 확대, 애니메이션 영화 정식 수입도 확대
게임포커스: 먼저 애니플러스의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어떻게 잡고 계신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장재호 부사장: 일단 기본적으로는 영화 사업,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할 예정이다. 한국의 시장 상황을 보면 우리가 방송하는 고연령 대상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고 마니아성 짙은 작품들이다. 많은 고민 끝에 이벤트성 기획으로 '페이트 제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상영을 하게 된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내년부터는 와이드 릴리즈도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에 다녀왔는데 방송하는 작품만이 아니라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몇 가지 봤고 검토 중이다.

게임포커스: 와이드 릴리즈 첫 타이틀을 공개하셔도 된다면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장재호 부사장: 올해 5월 칸느에서 구매한 작품이 겨울에 개봉할 예정이다. '야크'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기존 프로그램과는 타겟이 좀 다른 아동 대상 작품으로 배급사를 선정하는 중이다.

극장 배급을 제대로 하는 와이드 릴리즈 작품을 내년까지 4작품 정도 할 생각이다. 북미, 유럽 작품들로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올라서 개발도상국에선 만들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야크는 프리 프로덕션은 미국에서 진행해 실제 프로덕션은 태국에서 해 태국 작품으로 나온다.

게임포커스: 일본 작품은 생각하지 않고 있나?
장재호 부사장: D사 등 기존 재패니메이션 배급라인이 탄탄해서 뚫기가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늑대아이' 같은 작품은 좀 타겟이 너무 좁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에서 마니아성 짙은 작품을 개봉하기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일본 쪽은 기회를 보고 있지만 작품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 들어선 한일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아 영화 외적인 면도 고려해야 해 더욱 어렵다.

게임포커스: 일본 작품들의 이벤트성 상영은 계속 하실 생각인가?
장재호 부사장: 이벤트성 극장 상영은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애니플렉스와는 관계가 돈독해서 관련 작품을 꾸준히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본에서 하는 기획을 한국에서도 동시에 하는 것인데 애니플렉스에서 그런 행사를 계속 할 예정이고 우리도 함께 할 생각이다.

물론 다른 회사하고도 비슷한 행사를 하기 위한 접촉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작품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로드쇼 형식으로 지방에서도 상영해 지방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 관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다. 각 도별로 한다거나 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다.

게임포커스: 다음 작품으로 확정된 작품이 있다면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장재호 부사장: 아직 확정된 작품은 없다. 정보를 드리자면 '누라리횬의 손자' 극장판을 고려 중이다.

게임포커스: 머천다이징 관련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장재호 부사장: 워낙 한국 시장이 작다 보니 일단 온라인으로 추진 중이다. 오프라인 상점은 한계가 있어 온라인 상점을 기획 중이다. 국내 제작은 힘들고 수입을 해야 하는데 수요 예측이 힘든 면이 있다. 일본의 완성품을 수입해 홈페이지 판매하는 쪽으로 계획 중이다.

마마마 상영회, 대성공
게임포커스: 마마마 상영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장재호 부사장: 티켓 가격이 높아 우려했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놀랐다. 유료 관객만 1000여명이 오셨고 머천다이징 상품도 상당히 많이 팔려 시장성 판단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판단소재가 됐다. 상품이 모자라 구매하지 못한 분들이 있을 정도였다. 애니플렉스 관계자가 내한해 보고 갔는데 만족하고 돌아가더라.

덕분에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가격도 절충해 낮추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티켓 가격도 높았는데 두 개 제품 3시간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도 좀 낮추도록 노력 중이다. 마마마 건은 급하게 추진이 되어서 준비기간이 짧아 준비가 조금 미흡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상영회 물품 판매대. 시작하자마자 대부분 물품이 팔려나가 텅 빈 모습이다.

게임포커스: 뜨거운 반응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
장재호 부사장: 일발성 기획이라 한 번뿐인 기회라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와 주신 분들은 가격이 5만원, 10만원이라도 볼 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낮은 가격에, 적정가에 보실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사실 이번에 판매한 상품도 비싸다고 판단했는데 잘 팔렸고 그런 분들을 이용한 고가정책이 되지 않도록 반성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게임포커스: 마마마 상영 행사의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장재호 부사장: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손해를 크게 볼 각오를 하고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실제 해보니 반응이 너무 뜨거워 놀랐다. 먼저 예약을 받고 극장을 잡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극장 잡는 게 더 힘들었다. 1000여장이나 팔릴 줄은 몰랐다. 당초 계획은 상영관 1개로 진행하는 거였다. 다행히 동대문 메가박스 대관이 잘 되어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상영 횟수도 복수로 하고 지방에서도 하는 쪽으로 기획 중이다. 이번 행사에 지방에서 보러 올라오시는 분들을 보고 이분들이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포커스: 행사 당일 극장 앞 음식점들의 재료가 떨어져 점심을 먹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장재호 부사장: 동대문 메가박스 쪽 매니저가 사람이 너무 많이 와 놀라더라. 동대문 메가박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건 처음 봤다고 한 게 생각난다.

아청법 영향 크다, 방영 못하는 작품 늘 듯
게임포커스: 요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의 최대 화제는 역시 아청법이다. 상황이 어떤가?
장재호 부사장: 근래 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트러블 다크니스'는 아청법 때문에 방영 못한 게 사실이다. 방통위에서 제재를 하는 기준이 좀 모호해 어떻게 해야할지 곤란해하는 상황이다. 애니플러스에서도 편성 담당자가 세번 불려가서 경위서 제출하고 문제가 된 바 있다. '가난뱅이 신이' 같은 작품도 문제가 됐다.

게임포커스: 그건 문제가 될 작품같지 않은데, 대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나?
장재호 부사장: 기준이 애매한데 일단 등장 인물이 교복을 입고 야한 포즈를 취하거나 하면 걸린다. 아무래도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은데 가슴골이 묘사됐다고 걸리고 교복을 입은 상태에서 그런 뉘앙스를 표현하는 대사도 안 된다. 직접묘사 뿐만 아니라 간접묘사도 안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방영 자체는 트러블 다크니스만 문제가 됐는데 차기 구매작에서는 구매작 선정에 문제가 되고 있다. 10월 신작도 그래서 구매 안한 작품도 있고 1월 작품도 구매 보류해야 할 작품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애매한 부분이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지만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이다.

게임포커스: 트러블 다크니스는 영영 방영을 못 하는 건가?
장재호 부사장: 트러블 다크니스는 방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 할 수 있을지 확실치가 않다. 트러블 다크니스가 현재로선 가장 이슈다.

게임포커스: '사이코패스', '마기' 모자이크는 왜 들어간 건가?
장재호 부사장: 아청법 때문에 우리가 넣은 것이다.

소드아트온라인 기대 이상, 빙과는 기대 이하
게임포커스: 지금까지 수입한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어느 것인가?
장재호 부사장: 소드아트온라인이 가장 인기 있었다.

소설판, 애니메이션판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드아트온라인'

게임포커스: 기대에 비해 잘 된 작품과 안 된 작품을 꼽는다면?
장재호 부사장: 시청률보다는 VOD 매출이 더 잘 눈에 띈다. 사실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게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해 차이가 나더라도 인상적인 부분이 아니고 표시날 정도가 아니다. VOD는 바로 확인이 되고 차이도 확연하다.

소드아트온라인의 경우 트러블 다크니스나 '코드 브레이커'가 더 잘 될거라 기대했는데 소드아트온라인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페이트 제로보다도 더 잘 되었다. 다른 프로그램의 세 배 정도 매출을 냈다.

기대 이하였던 건 블루레이 사업이다. 블루레이 사업을 시작은 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진 않다. 블루레이에서도 드라마나 영화는 방영 직후 매출이 확 오르지만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팔리는 정도로 매출이 눈에 띄게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판매한 페이트 제로와 '나는 친구가 적다'는 아직 수익 분기점을 못 넘겼다. 12월 발매 예정인 '가짜이야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판권을 사 둔채 발매 대기 중인 게 꽤 된다. 빙과도 블루레이 판권은 가져왔는데 발매를 할지 안할지는 좀 더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빙과는 일본에 비해 좀 기대 이하였다. 구매할 때 상당한 기대를 건 작품이었는데 실제 매출은 그저 그런 수준 밖에 안 나왔다. VOD 매출과 시청률, 일반적 인지도가 비례하진 않는다. VOD 매출은 역시 에로코드, 자극적인 면이 좀 있어야 나오는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기대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는 '오빠지만 사랑만 있으면 상관없잖아'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이돌 마스터, 후속작 나오면 블루레이 고려
게임포커스: '아이돌 마스터' 블루레이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장재호 부사장: 지금 와서 블루레이 판권을 협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프로그램 판권을 살 때 같이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따로 판권료를 책정하기엔 시간도 지나 힘들다. 아이돌 마스터의 후속편이 나온다면 가능성이 있다.

블루레이는 마진률이 낮은데 시장도 작아서 힘들다. 마진률이 낮아도 발매 수량이 많으면 많이 할 텐데 페이트 제로마저도 수익 분기점을 못 넘을 정도이니 쉽지 않다.

게임포커스: 미리 예약 받아서 수량을 맞춰 내는 방식은 안 되나?
장재호 부사장: 발매 대기가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힘들다. 역수입 때문이다. 6개월 뒤에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사 줄까 하는 문제가 생긴다. 페이트 제로의 경우 가격을 10만원대로 기획하다가 일본에서 가격 조건을 걸어서 빠른 출시에 그 가격이 됐다. 실제 역보따리상이 극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임포커스: 요금을 더 올릴 생각은 없나?
장재호 부사장: 가격이 좀 더 오르더라도 보던 분들이 안 볼거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최대한 적정가에 시청 가능하게 해드리고 싶다. 예정에 없다.

게임포커스: 애니메이션 관련 음반에 대해선 어떤가?
장재호 부사장: 블루레이보다 더 힘들다. 정말 힘든 부분이다. 시장도 작다.

게임포커스: 최근 자막에서 사투리 번역이 구수해지고 있다는 평이 많더라.
장재호 부사장: 자막 제작자의 역량에 맡기고 있다. 자막 제작자가 좀 바뀌었고 검수 직원도 최근 바뀌어서 억양, 사투리 등이 조금 바뀌었을 수도 있다.

애니플러스 장재호 부사장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캐릭터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게임포커스: 성우 내한 이벤트 등은 추진할 생각이 없나?
장재호 부사장: 대표님의 로망이고 정말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얼마 전 모 인기 성우 겸 가수의 내한 기획이 큰 손실이 나는 걸 보고 당분간 꿈도 꾸지 말라고 설득 중이다.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장재호 부사장: 저희 애니플러스를 사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저희는 현재 채널에 대한 정체성을 고연령 타겟의 방송으로 그대로 고수해야할지 시장 상황에 따라 저연령 타겟으로 조금 내릴지 고민 중인 상황이다. 앞으로 낮시간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쪽으로 주력하고 저녁 시간 이후에는 마니아층을 위한 작품들 위주로 할 예정이다.

애니플러스는 방송 쪽으로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컨셉의 채널이다. 방송은 광고를 기반으로 해야하는데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그리 광고를 싣기에 쉬운 매체가 아니다. 마니아성이 너무 짙고 컨셉 잡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과 콘텐츠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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