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테헤란로 게임 전성기, 판교 시대 열린다

엔씨, 넥슨, 한게임 등 대규모 게임사 모두 판교로 이주 준비

등록일 2013년03월20일 1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10여 년 간 IT산업의 중심지로 불렸던 강남 테헤란로 시대가 막을 내리고 IT 판교시대 개막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그간 IT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다수의 IT업체가 밀집한 강남 테헤란로는 2000년대 초 벤처기업 열풍과 함께 삼성SDS, GS건설 등 굴지의 대기업들과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를 대표하는 메이저 게임업계들이 자리를 잡으며 우리나라 IT산업의 수도로 불리며 다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IT업계의 높은 성장세와는 달리 몇 년 간 장기화되고 있는 사회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높아만 가는 임대료 등의 악조건과 구로 디지털단지 등 테헤란로를 대체할 만한 지역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몇 년 전부터 게임업체를 포함한 IT업체들의 테헤란로 이탈이 시작됐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IT 장려정책으로 인해 경기도 판교에 대규모 테크노밸리가  건설되며, 일찌감치 판교는 테헤란로를 대체할 제2의 IT 수도로 지목되어 왔다.

지난 2006년 건설이 시작된 판교 테크노밸리는 광교테크노밸리, 분당 IT밸리, 파주 LCD단지 등 인접 클러스터와의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특히, 서울과의 왕래가 편해 입주하는 IT기업들에게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판교 테크노밸리의 건설과 함께 국내 대부분의 게임업체들도 판교에 사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지난 해 부터 하나둘 사옥들이 완공되면서 게임업체들의 입주도 시작됐다.

이미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나우콤 등 다수의 게임 업체들이 일찌감치 판교에 둥지를 틀었으며, 올해 중으로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넥슨, 엑스엘게임즈, 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게임업체들 거의 대부분이 판교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 올해 내로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판교로 이전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업체 외에도 안철수 연구소, 한국파스퇴르 연구소, 삼성테크원 등 다양한 분야의 IT업체가 밀집해 있고 SM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한 다양한 기업이 판교에 대규모 한류단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판교가 IT와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산업의 수도로 주목받고 있다.

IT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도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가 한몫했다. 특히 본격적인 IT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판교에 입주하는 게임사들에게 취등록세, 재산세 감면 등의 정부 혜택과 다양한 지자체 지원을 약속하면서 판교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게임업체들이 판교로 속속 모이면서 가까워진 업체들 사이의 긍정적인 효과 역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게임밸리’로 불리는 분당구 삼평동으로 이주를 완료한 게임 개발사들 간의 거리는 약 200m 내외로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개발사, 특히 개발자들이 중심이 되는 소통 극대화를 통해 업계 역시 이를 활용한 다양한 협조 체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구로디지털단지 될 수 있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필요
한편, 업계는 판교가 진정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태어나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관심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초창기 각종 지원 혜택에도 불구하고 현재 높아진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구로 디지털단지를 예로 들며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의 정책으로 끝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직원들의 각종 복지 역시 업계가 풀어야 될 숙제 중 하나다. 비교적 서울과 왕래가 편한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신 분당선 노선 구간 사이에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서울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천이나 일산 등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직원들이 겪는 출퇴근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 역시 셔틀버스와 교통비 추가 지급 등 직원들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로 사정에 따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장거리 버스의 한계와 야근이 잦은 일의 특성,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적절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IT기업의 입주가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 주변 지역의 임대주택 및 오피스텔의 전세가 역시 2천만원 이상 가격이 상승해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상권 역시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프렌차이즈 음식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높은 가격에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음식점들의 경우 점심시간엔 30분 이상 줄을 서서 먹어야 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자는 “자장면 한 그릇에 8천원, 닭갈비 1인 분에 만원 이상 하기 때문에 솔직히 밖에서 점심을 먹기가 겁이 난다. 가격이 싼 곳이 일부 있지만 점심시간 보다 앞서 미리 줄 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구내식당만을 이용해야 된다”며, “임대 주택 가격도 많이 오르고 먹을 것도 쉽게 먹을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오히려 서울보다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IT 수도로서의 판교테크노밸리의 미래는 긍정적인 편이다.
 
최근 판교에 입주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판교테크노밸리의 모습이 완전히 다 갖춰져 있지 못해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그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판교로의 이전은 꽤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판교로 이전한 회사의 직원들 사이에 동호회나 친목 모임 등도 많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활동을 통해 회사는 물론 직원들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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