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후네 케이지, 그가 말하는 세계 게임시장의 미래

"콘솔 시장에서 일본이 뒤쳐질 수도 있다"

등록일 2013년10월08일 11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개발자 중 하나인 이나후네 케이지 콤셉트 대표가 게임포커스를 통해 아시아 시장과 게임 개발의 미래, 그리고 차세대 콘솔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콘솔게임 시장이 아니던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서 콘솔게임이 팔리기 시작했고 일본이 콘솔에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차세대 콘솔에 대해서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Xbox One과 닌텐도 Wii U에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이나후네 케이지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게임포커스: 향후 일본과 한국, 세계 게임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라 전망하나.
이나후네 케이지: 먼저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안 팔린다고 했던 콘솔게임이 아시아에서도 팔리기 시작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같은 경우는 아시아에서 상당한 판매량이 나왔고 특히 중국에서 반응이 좋았다. 어쩌면 일본이 콘솔게임에서도 뒤쳐지는 날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화두는 역시 프리투플레이(F2P)다. 콘솔 쪽에서 플레이스테이션4 같은 경우 큰 사이즈의 게임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인디게임도 다운로드 전용 콘텐츠 형태로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코어 게이머들은 F2P 방식을 바라지 않는다. F2P로 게임을 만들면 기존에 없던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코어 게이머들에겐 나쁜 게임이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은 앞으로도 F2P가 아닌 기존 형태의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

코어 게이머가 아닌 게이머들을 위해서는 한국의 '카카오톡 게임'같은 가벼운 F2P 게임을 내면 된다. 결국 각 기호에 맞춘 게임을 내서 모두가 원하는 게임을 하게 해 주면 되는 거다. 하나의 거대한 마켓이라는 건 이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입한 큰 타이틀도 있지만 간단한 게임, 적은 비용을 들여 만든 게임도 공존할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같은 콘솔로는 둘 다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휴대폰 밖에 없더라도 '윈드러너'같은 게임을 하면 된다.

미래의 게임산업은 다종다양한 취미를 각각 만족시키는 게임을 제공하는, 그런 모습으로 되어갈 거라고 본다. 게임 개발사라면 전부 하면 된다. 게임 개발자라면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우리는 AAA급 게임만 만들고 모바일 게임은 안 할 거야!'같은 건 불가능할 것이다.

게임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큰 게임, 작은 게임 모두 성장할 것이다.

게임포커스: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을 접한 이들이 코어 게이머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나후네 케이지: 말도 안 된다. '라인팝'을 하는 게이머가 코어 게이머가 될까? 안 된다. 시간 때우는 게임을 하던 이가 코어 게이머로 나아가진 않는다. 그걸 하면서 이보다 더 어려운 게임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단순하게 평가할 순 없지만 게임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는 사람은 더 늘 거라 본다. 공짜라서 게임을 하는 이들이 5~6만원을 내고 패키지 게임을 사진 않겠지만, 만원짜리 다운로드 콘텐츠라면 흥미를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과금 측면에서는 만원 정도를 내고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 게임이라면 한 번 해볼까 하는 흐름이 조금은 올 거라 생각한다.

모바일부터 시작해서 코어 게이머가 되는 게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시작해 모바일과 콘솔 게이머로 분화해 가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그러니 모바일 공짜게임과 콘솔의 중간 지대가 중요하고 앞으로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나 한다. 다운로드 전용 게임들 말이다. 그런 게임들은 대개 속편이 아니라 오리지널 작품이 많다. 크리에이터들이 '이런 캐릭터,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걸 시험할 수도 있고 킥스타터 등도 가능하다. 인디 개발사가 활약할 장소도 여기다. 인디 개발사들이 돈을 좀 벌고 유명해지면 대작을 만들 가능성도 생기지 않겠나.

게임포커스: 차세대 콘솔 경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이나후네 케이지: 개발사들에게 좋은 건 삼국분립 형태겠지만 현재로서는 소니가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니가 간단하게 이기진 못할 거라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닌텐도도 좋은 게임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로서는 하나의 플랫폼에 편중되지 않으려 한다. 솔직히 지금은 소니와 친한 편이라 편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러면 안되지 않겠나.(웃음)

게임포커스: 이나후네 케이지 하면 일본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크리에이터라는 인상이 강하다. 일본 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도 있나?
이나후네 케이지: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이런 건 일본 게이머들도 좋아하겠다 싶어서 만드는 건 있지만 딱 일본 게이머만을 위한 건 없다. 일본 게이머들에게 좀 더 사랑받을 법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임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난 언제나 일본의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세계의 게이머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게임을 만든다. 쉽게 가려면 일본만 생각하면 되겠지만 편한 길 중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없다. 난 언제나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일본보다 아시아를 많이 신경쓰고 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 같은 경우 '세계 시장에서 몬스터헌터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자!'는 목표로 만든 타이틀이다. 몬스터헌터 스타일의 게임은 북미 시장에선 힘을 좀 못 쓴다는 걸 아니까 북미에서도 통할 것 같은 요소를 넣으면서 아시아에도 팔아 보자는 생각을 했고 기대했던 대로의 판매량이 나왔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아시아 판매량이 전체의 70% 정도로 나왔고, 북미에서도 몬스터헌터 보다는 잘 팔리는 게임이 되었다. 하나의 나라에서만 잘 팔리고 나머지 세계에서 그 10%도 안 팔리는 장르의 한계에서 조금은 벗어났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유지할 생각이다. 사실 한국에서 배운 부분이 많다.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하는 한국 게임업체들에서 많은 걸 배웠다. 한국에 와 보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더라.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나도 한국 크리에이터들에게 지지 말자고 다짐했다.(웃음)

게임포커스: 지난 번 소울 새크리파이스 행사를 위해 내한했을 때 국내 팬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
이나후네 케이지: 한국 팬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다른 지역 중에서는 남미 쪽이 대단했다. 한국에서는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달려오고 좋아들 해 주시지만 우는 분은 없었다. 남미에 가니 팬들이 날 보고 감격해서 막 우는데 마치 아이돌 가수가 된 느낌이었다.

한류스타가 되어 하네다 공항에 내린 기분이었다. 라틴계답게 감정 표현이 적극적이었고 여성 팬도 많았다. 사실 평소에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는 편으로 90% 이상이 남성 팬인데 남미에는 30%가 여성이라 허그도 엄청 당했다.(웃음) 내가 게임업계의 동방신기가 된 느낌이었다. 동방신기가 팬들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멕시코나 브라질 등에서는 어떤 게임이 잘 팔리나 궁금해 가봤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중동 쪽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이제 아프리카 외에는 어딜 가도 팬들이 잔뜩 있어 유명 개발자가 된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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