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몰입감 높은 스토리와 연출, 완벽한 그래픽 묘사와 게임성을 골고루 갖춰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처럼 성공적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제작사 너티 독의 수평적 조직체계의 공이 컸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메인 캐릭터 및 여러 주요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너티 독의 남형택 디자이너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캐릭터의 개발과 너티독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너티독의 문화와 그들이 추구하는 철학을 밝혔다.
일반적인 회사의 팀 구성의 경우 프로듀서를 맨 위에 둔 피라미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단계적, 순차적 승인 과정에서 빛나는 아이디어나 설정들이 묻혀버린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너티 독은 유기적인 체제를 이루고 있다. 남형택 디자이너에 따르면 너티 독에는 별도의프로듀서가 없이 수평적인 구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별도의 승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회사 내에 갖춰진 내부 시스템, 즉 채팅 프로그램이나 메일을 이용하거나 직접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캐릭터인 '클리커'를 제작하는 과정을 예로 들며, “클리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수용해서 만들었던 캐릭터다. 파트너로 일하는 다른 컨셉 디자이너와 아이디어를 공유함은 물론 애니메이션, 3D 팀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다양한 아이디어와 자료들을 보내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보고 '아이디어의 고삐가 풀렸다'라고 일컫는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클리커의 행태를 연구하고자 데스크 직원부터 라이팅(lighting) 담당까지 모두 모여서 온갖 행동을 취하기도 했으며 급기야는 단편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자신의 일, 회사의 일을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들 덕분에 게임의 배경과 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회사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부정적이기만 한 비판은 없다', '모두가 게임 디자이너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크게 말하라'라는 너티 독의 세가지 철학이 자연스럽게 살아 숨쉴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너티 독이 게임을 만드는 데 가장 핵심으로 꼽는 3가지 요소를 밝혔다. 바로 '스토리'와 '비주얼' 그리고 '게임 플레이'다. 아무리 컨셉이 잘 짜여 있어도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 재미가 없어 막바지에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를 조화롭게 균형 잡는 것이 관건이며 너티 독의 게임이 무비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유라는 것이다.
특히 영화의 스토리가 중요하듯, 게임도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중요하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게임 스토리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가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설명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인공들, 조엘과 엘리의 컨셉 디자인 초기에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지만 두 캐릭터들의 연관성이나 인간적인 스토리가 연상되지 않았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한 차례 논의를 거친 후 방향을 바꿔 이번에는 완성된 디자인 시안이 아닌 내러티브를 갖춘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각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그림들을 그리는 것에 집중했고 이는 캐릭터들이 중심 이야기와 연출에 어우러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캐릭터의 내면을 끌어내야 하는 일러스트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하고 힘든 작업이며 도전적인 작업이기도 하지만 무척 즐거웠다” 며 “캐릭터가 주는 화려함보다도 인물의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기에 플레이어와 공감을 형성하고 플레이어의 인상에 강렬하게 남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남형택 디자이너는 “누군가에게 감동과 철학을 전해주는 것은 과거 영화나 책이 했던 역할이다. 이제는 게임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도 무언가를 전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았나 싶다”라며 앞으로 게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도 젊고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이 나와서 세계적인 무대를 위해 멋지고 감동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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