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일 만에 900만 관객 돌파. 천 만 관객까지는 80만 명 정도 남은,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베테랑'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통쾌하다.
어느덧 아홉 번째 장편영화를 찍어낸 '베테랑' 감독 류승완은 관객들에게 그들이 바랐을 만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형사 나부랭이가 감히 재벌 3세와 맞서 싸운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이는 이 막막한 대결, 관객들은 서도철(황정민)의 편에 서서 조태오(유아인)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베테랑'은 해봐야 안 될 싸움을 기어이 해볼만한 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베테랑 형사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 서도철 형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베테랑>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집에서 사고뭉치라고 구박 받지만 항상 내 편이었던 삼촌 같은 그런 존재 함께 응원하고 싶어지는 그들의 시원하고 통쾌한 활약을 즐기시길 바란다." (류승완 감독)
돈과 권력 앞에 고개 숙인 무기력한 동료를 향해 "우리(경찰)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다그치는 서도철은 강철중의 계보를 잇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의 표본이다.
캐릭터에 대한 취향을 두고 비교를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굳이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면 황정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이유는 황정민의 그것에는 범접할 수 없는 리듬감이 느껴지기 때문인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베테랑'은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07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경호원과 조폭을 끌고 가 술집 종업원들을 위협하고 (권투로) 보복폭행한 사건이나 2010년 최철원 M&M 전 대표가 탱크로리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구타했던 '맷값 폭행' 사건은 '베테랑'의 주요 사건으로 녹아들었다. 이는 '베테랑'이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띤 영화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류승완 감독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베테랑'을 향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만큼 부조리한 현실과 부정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였다는 것 아닐까?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주고, 답답했던 곳을 '베테랑'이 제대로 긁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이런 문제들은 '정치'를 통해 '사회적인 틀' 속에서 풀어내야겠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마비된 지 오래 아니던가? 그 어떤 해법도 도출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회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 아니던가?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 요즘 시대엔 도리어 판타지가 아니냐고 하지만, 실제로 서도철 같은 사람이 존재해요. 재벌의 폭행사건을 파헤친 형사가 있었고, 권력이 감추려는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는 기자들이 있고, 양심에 따라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도 있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응원하는 거라고 봐요."
* 기사제공: 애니포스트 / 본 리뷰는 게임포커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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