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성장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와 학계, 업계가 다시 한 번 국회에서 만났다.
새누리당 강은희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 게임학회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위기의 게임산업 대안은 있는가?’ 토론회가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앙대 위정현 교수가 좌장으로 참석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최성희 과장,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 김정삼 과장,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유양지 과장, 한국게임학회 이재홍 회장,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김성곤 사무국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여해 게임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절대강자였던 한국 게임산업의 위치가 닥쳤다.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한국 게임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규제의 여파까지 더해져 사업이 많이 위축됐다. 놀이의 하나로 건전하게 즐길 수 있으며 한국인들이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게임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게임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정부의 산업진층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규모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에 나선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교수는 한국의 게임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겪게 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실효성 없는 규제와 진흥정책의 부재를 꼽았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거의 모든 ICT기업들이 한국의 게임사와 협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규제가 이들의 접근을 가로막고 중국 정부의 게임 진흥 정책과 맞물리면서 이제는 국내 게임사들이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의 중국 거대 기업들의 자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설명한 위정현 교수는 중국 시장의 90%를 차지했던 한국 게임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교수는 현재의 라이프사이클상 현재의 게임산업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중 쇠퇴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더 이상의 게임산업은 성장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위정현 교수는 이와 같은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부와 기업,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세계 최고의 산업 종주국이 된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공사례를 예로 든 위정현 교수는 진흥정책은 민간의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시킬지에 중점을 갖고 진행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그것이 적절한 정책인지 어떤 대상에게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며 정부 규제와 민간 자율 규제를 혼합해 효율적인 규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창조산업의 대표적인 산업인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기구의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과 김정삼 과장은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선 기존 게임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차세대 기술과 게임을 접목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차세대 게임 개발 및 시범적용을 위한 체험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판교에 위치한 주요 게임사들과 글로벌게임허브센터, SW융합클러스터, 문화창조융합센터 등 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차세대 게임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게임과 가상현실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VR, 스마트 TV, AI활용 등 차세대 기술과 게임을 융합해 초기시장을 선도하는 다양한 시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삼 과장은 “게임은 우리의 대표적인 ICT 산업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과거의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잘했든, 그렇지 못했든 간에 경쟁 당사국인 중국의 자본 침투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고사 직전인 중소게임사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중소게임사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주문했다.
황성익 회장은 과거와 달라진 모바일 게임 시장의 변화를 지적했다. 중국 시장이 세계에서 주목하는 가장 큰 시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이 퍼블리싱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쉽게 조성되고 있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이 시장에 진출해도 곧바로 중국 시장에 유사 게임 및 동일한 게임이 출시돼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해도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미흡해 손쓸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황성익 회장은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엔 국내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들의 양극화가 아니라 대형 개발사와 중국 개발사간의 대결 구도로 갈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허리가 될 중소게임사들이 게임시장에서 사라져버린다면 국내 게임시장에서 더 이상 창의성을 가진 게임이 탄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위정현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역대 게임학회장4인을 포함한 13인의 전문가가 참여한 평가점수를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는 R&D 기술정책을 보건복지부는 규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진흥정책 부분에서 48.7점을 규제정책에서는 43점을 받았으며 미래창조과학부는 49.2점을 받았다. 끝으로 보건복지부는 36.2점을 받았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경우 4명의 평가 위원이 다른 부처의 평가와는 다르게 학부모와 청소년 보호를 기준으로 정책을 만드는 부처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장 높은 평점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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