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핑거팁스가 '카와이 헌터'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퍼블리싱 했던 '붕괴 2'는 업데이트 이후 계정 초기화 유저에 대해 환불을 진행하지 않는 등의 미숙한 운영으로 처참한 실패를 맞이했다. 그리고 3년만에 다시 등장한 붕괴 시리즈의 차기작은 전작의 실패와 달리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붕괴 2'의 후속작인 '붕괴 3rd'가 '소녀전선'의 흥행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X.D. Global Limited'의 퍼블리싱을 통해 '소녀전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붕괴 3rd'는 이미 국내 출시 이전에도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국내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은 게임이다. 이런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을 입증하 듯 국내 출시 1주일이 지난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5위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경직되어 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시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붕괴 3rd'를 직접 체험해봤다.
화려한 외형과 콘솔급 액션
'붕괴 3rd'와의 첫 만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그래픽이었다. 과거에는 중국 게임이라 하면 조잡한 그래픽이나 저품질 애니메이션을 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게임들도 웬만한 대형 게임사들 못지 않은 수준높은 그래픽을 자랑하고 있다. '붕괴 3rd'를 통해 발전한 중국의 게임 제작 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풀 3D로 구현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은 상당히 깔끔하고 매끄럽게 이루어져있다. 최적화의 상태도 훌륭하여 많은 적들이 나오거나 복잡한 이펙트가 구현되는 와중에도 게임 화면이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콘솔 급의 액션을 구현했다는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콘솔 액션게임의 재미 중 하나는 4개 정도의 버튼을 조합해가면서 다양한 액션을 즐기는 것이다. '붕괴 3rd' 역시 최소화된 버튼으로 최대한 다양한 액션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분기 공격 시스템의 경우, 공격 버튼을 어떤 방법으로 누르냐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킬 버튼 하나로 액션을 구사하던 기존 모바일 게임보다 액션의 즐거움을 잘 살렸다. 공격, 회피, 필살기, 무기스킬 4가지의 버튼 조합을 통해서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 캐릭터 교대를 통해서도 추가적인 콤보 액션이 가능하다.
특히, '붕괴 3rd'는 게임 내 핵심적인 기술인 회피를 통해 액션을 더했다. 물론 기존의 모바일 게임들도 회피 버튼을 구현해 놓았지만, 회피보다는 강력한 공격을 하거나 방어력을 높여 버티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붕괴 3rd'의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회피를 성공하면 '시공단열'을 통해 적들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여 적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방어와 공격을 매끄럽게 연결시켜 공수 전환이 부드러운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도 콘솔 액션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했던 사람이라면 '붕괴 3rd'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한계
액션과 그래픽 부분에서는 기존의 모바일 게임보다 향상된 수준을 보여준 '붕괴 3rd'이지만 모바일 게임이기에 느껴지는 문제점들도 있었다.
우선 그래픽 자체에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게임에서 사용되는 모델링이 다양하지 않아 금세 단조로움을 느꼈다. 용량 문제로 모바일게임에서 팔레트를 재활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붕괴 3rd'의 경우 적의 패턴이나 속성 역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지나 월드가 바뀌어도 크게 새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속성과 패턴이 모두 같기 때문에 공략법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카메라 시점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오래 게임을 잡고 플레이하다 보면 카메라 무빙이 너무 잦고 어지러워서 금세 눈이 피곤해진다. 캐릭터의 공격 방향으로 시점이 이동하기 때문에 여러 명의 적이 몰려있는 경우에는 화면이 너무 빠르게 전환된다. 또한 일부 스테이지를 제외하고는 캐릭터 가까이로 화면이 클로즈 업 되기 때문에 다수의 적이 몰려있을 경우 등 뒤에서 어떤 공격이 날아오는지 바로바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모바일 기기의 한계상 한 화면에 모든 것을 깔끔하게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줌 인, 줌 아웃 기능을 통해 적들이 많이 몰려있는 상황에서는 전황을 파악하기가 쉽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조작체계에서도 모바일 기기의 한계를 느꼈다. 모바일 기기 특성상 터치 패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조작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외부 입력 기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기자가 실제로 앱플레이어를 통해 키보드로 조작해본 결과, 터치 패드로 진행할 때보다 더 매끄럽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하기 위해 외부 입력 기기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붕괴 3rd'의 조작 체계가 과연 모바일 게임에 최적화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외부입력 기기를 사용하는 콘솔이나 휴대용 게임기의 경우 '붕괴 3rd'보다 더 나은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모바일 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만큼, 외부의 기기 없이 가상 터치패드로도 충분히 편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붕괴 3rd'는 자동 전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붕괴 3rd'에는 자동 전투가 없다. 따라서 모든 전투를 수동으로 조작하는데, 여기에서 오는 유저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의 강화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반복적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액션이 아무리 뛰어나도 같은 동작만 반복하게 되면 쉽게 질릴 수밖에 없다. '붕괴 3rd'를 플레이하면서 모바일 게임과 자동 사냥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스테이지 반복 플레이 시 자동 전투가 지원되거나 소탕권을 부여했으면 훨씬 게임이 편했을 것이다.
어딘가 익숙한 액션 스타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어디에선가 본 듯한 연출들이 많이 있었다. 게임의 주인공인 키아나(B급)의 경우, 유명 콘솔 액션 게임인 '베요네타' 시리즈의 주인공 베요네타와 모션이 많이 닮았다. 공격 방식이 거대한 손과 발을 사용한다는 점과, 적절한 타이밍에 회피를 사용할 시 발동되는 '시공 단열'도 '베요네타'의 '위치 타임'과 많이 닮아있다.
3D 액션 게임에서 사용하는 연출이 어느정도 비슷한 것은 장르의 유사성에서 오는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비교되는 게임을 플레이했던 사람이 익숙함을 느낀다면, 분명 장르가 같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태도를 사용하는 캐릭터 '메이'나 대검을 사용하는 '히메코'의 경우에도 콘솔 액션 게임인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액션과 닮았다는 이야기들이 유저들 사이에서 나오는 만큼, 단순한 우연이라 말할 수는 없다.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은 붕괴 3rd, 그러나 다시 한번 디바이스의 한계에 부딪히다
'붕괴 3rd'는 중국의 발전된 모바일 게임 제작 능력을 잘 보여주는 게임이다. 현재 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깔끔한 최적화를 갖추고 있으며, 액션의 경우에도 모바일에서 콘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수준급의 그래픽과 최적화와 액션을 통해 자동 전투로 점철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붕괴 3rd'는 분명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모바일 게임에서 콘솔 액션의 재미를 가져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반복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모바일게임에서 기자는 물론 대부분의 유저들이 조작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모바일이라는 기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가상 패드에 최적화된 조작 체계를 찾기 위해 많은 게임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어보인다.
이외에도 수준급의 그래픽을 보여주지만 한번 사용한 적의 디자인과 패턴을 계속해서 돌려쓰는 등 게임의 깊이가 다소 얕게 느껴졌다. 또한 게임 내 액션 스타일의 유사성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중국 특유의 희미한 저작권 인식도 개선점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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