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하지현 교수 "ICD-11 게임 질병 코드 등재 피할 수 없어, 게임 업계 대비해야"

등록일 2018년04월17일 17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게임미디어협회가 17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4월 기자클럽 행사'를 개최하고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초청, '인터넷 중독은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연을 진행한 하지현 교수는 ICD-11에 등재될 게임 중독 관련 진단 조건에 대해 조명하는 한편, 자가 보고 형태로 이루어진 기존 게임 중독 관련 설문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 게임 중독의 유형을 경쟁적인 성격, 도피성 게임 중독, 관계 지향형, 반사회적 게임 중독 네 가지로 구분하고 유형에 따라 다른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특히 하지현 교수는 게임 중독으로 인해 드러나는 현상 아래에는 더 큰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 게임 중독이 단순히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 중독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내에서 게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래는 하지현 교수와의 일문일답

게임의 중독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는건가
중독성이라는 성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 강제라도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담배다. 그러나 게임은 경우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게임이 어느 정도의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게임 업계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은 게임의 중독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 것 일지도 모른다.

 

게임 중독 관련 연구가 대체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독이라는 것이 모든 연령대에 해당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건강 관련 연구에서 10대의 흡연이나 음주 문제를 집중하듯이 게임 중독 역시 대부분 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게임 장애의 경우 다른 정신질환이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다른 질환이 원인인데도 게임 중독에만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중요한 이야기다.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 전문의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가지고 있는 별도의 질환을 진단하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들을 사용해야 한다. 오히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숨어있던 환자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중독 물질의 경우 금단증상이 동반된다. 게임도 그런가
게임의 경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금단증상이 없다. 하지만 금단증상이 없다고 해서 게임을 중독 물질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게임을 한다면 중독으로 볼 수도 있다.

 

중독 증상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내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
내성이라는 것은 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 필요한 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으로도 볼 수 있다.

 

게임 중독의 질병화를 시작으로 게임과 관련된 다른 규제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업계는 단순히 게임 산업의 규모나 중요성, 기능성을 제시하는 것과는 다른 반대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중독 해결을 위해 게임 업계에서 보이고 있는 노력들을 강조하면 좋을 듯 하다.

 

게임 중독의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약물과 심리 상담 치료를 병행한다. 중독을 의지만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물 치료는 약을 통해 중독 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중독 환자들은 중독 물질의 빈자리를 채울 수단을 제공해줘야 한다. 우울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우울한 감정을 변화시켜 게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중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이 많은데 왜 유독 게임 중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년 동안 인터넷 상에서 가능한 활동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 게임이다. 향후 상황이 달라지고 자료들이 모이면 다른 현상들도 중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가능한 활동이 워낙 많기 때문에 현재 ICD-11에서는 게임으로 대상을 한정지은 것이다.

 

ICD-11은 단순한 권고사항인건가
ICD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공통 질병 분류 코드이다. 그렇기 때문에 IDC-11에 게임 질병 코드가 등재됨에 따라 기존에는 게임을 문제로 여기지 않던 국가에서도 게임 중독과 관련된 이슈들이 조명될 것이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지금보다 이슈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논문들이 국제 사회에서도 중요한 연구 자료로 거론되고 있나
그렇다. 한국에서 진행한 연구들은 질도 높을 뿐더러 국가 기관에서 진행한 내용들도 많다. 국내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게임 중독 분야의 주요 국가처럼 여겨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정신병과 관련된 인식이 좋지 못하다. 이 때문에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을 것 같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해서는 안된다. 변화하려면 정말 큰 각오가 필요하다. 보통 절실한 사람들이 변하더라. 짧아도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중독 치료과정을 따라올 만큼 절실한 사람들이 큰 결심을 하고 병원을 찾았으면 좋겠다. 정신병과 관련된 편견이 없을 수는 없지만 변화하려는 마음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중독의 해결에는 질병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과 문화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병 차원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약물과 심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며, 문화적인 차원의 경우 금연 교육이나 성교육 처럼 게임 중독에 이르는 경우를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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