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항아리게임 '리아의 고리' 개발자 포실, "플레이어가 고통 받을때 보람 느껴"

등록일 2018년04월20일 10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유저 적대적'인 게임들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출시되어 화제를 부른 통칭 '항아리 게임'인 'Getting Over It with Benett Foddy'이 흥행하자 게임 내의 온갖 장치들을 활용하여 유저를 괴롭히는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 저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목적지까지 도달해야하는 게임의 목표, 불편한 조작감과 한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야하는 게임 설계 등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게임 문화가 변화하면서 게임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BJ나 스트리머의 도전을 응원하는 한편,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고통을 즐길 수 있는 '항아리 류' 게임들이 인터넷 방송의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인 개발 게임인 '리아의 고리'가 4월 초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스트리머 '얍얍'의 플레이를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주인공 리아가 되어 누군가를 찾아가기 위해 높은 절벽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미끄러운 바닥, 불편한 조작감,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임의 시스템으로 인해 절벽의 꼭대기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많은 않다. 국내 인터넷 방송에서 이슈가 된 뒤 많은 스트리머와 BJ들이 이 게임에 도전해 고통을 느끼고 도전 의식을 불태웠던 바. 게임포커스가 '리아의 고리'를 만든 개발자 '포실'과 만나 '리아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게임 개발자(진) '포실'입니다. 현재는 서울로 왕복하며 학원을 다니는 24살의 남학생입니다.

'리아의 고리'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게임의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항아리 류' 게임들이 그렇듯 도전 욕구가 강한 유저들에게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서였다.


'리아의 고리'를 만들면서 참고했던 게임들이 혹시 있나
사실 갈고리를 사용하는 게임을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다. 친구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아이비'라는 게임을 만든 적이 있는데, '아이비'의 핵심 요소가 '리아의 고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Getting Over It' 등 통칭 '항아리 류'라고 불리는 게임들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최근 '항아리 류' 게임들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의 고통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항아리 류'의 게임들은 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트위치 스트리머 '얍얍'의 스트리밍을 통해 게임이 유명세를 탔다
처음에는 지인으로부터 "야, 니 게임으로 유명한 스트리머가 하고 있는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믿지 않았다. 심지어 방송을 보기 전에는 '얍얍'이라는 스트리머가 있는지도 몰랐다.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스트리밍 도중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반영한 패치 노트에 '땡큐 얍얍(스트리머)'이라고 적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임을 출시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버그들을 발견했다. 특히 '얍얍' 님의 스트리밍을 보면서 게임 진행에 필요한 방향 표시가 없었던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개발자로서 이런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면 빨리 수정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곧바로 해당 내용을 수정했다.

게임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게 해준 '얍얍' 님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어서 패치 노트에 '땡큐 얍얍'이라는 말을 적었다. 진지한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남겼는데 사람들이 예상외로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서 기뻤다.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입장과 자신이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개발자의 입장이 다를 것 같다
많이 다르다. 게임의 개발자이다 보니 괜히 트위치나 유튜브에 리아의 고리를 검색하게 되더라. 게임이 뭐 같네, 제작자가 뭐 같네 하는 욕을 해도 마냥 기쁘다.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로 개발자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성의 경우 무작위 성이 높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무작위로 나타나 밧줄을 끊는 유성 시스템에 밸런스 적인 결함이 많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유성의 생성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을 하기도 했다. 유성이 떨어지는 위치나 시간을 설정해서 사람들이 패턴을 익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했지만 게임의 성취감을 위해 관두기로 했다. 유성까지 극복해야 완벽한 실력에 더불어 행운까지 타고난 유저가 될 수 있다.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기존의 게임들과 달리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낮아 난이도가 높을 뿐이라는 이야기들도 많다
흔히 이야기하는 불편한 조작감과 미끄러운 바닥은 게임에 적응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의도한 점이다. 슈퍼마리오처럼 조작감이 좋고 미끄러지지 않는 발판이 있었다면 게임이 훨씬 쉬웠겠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유저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게임 자체가 미완성 단계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난이도는 지금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모바일 버전에서 등장하는 광고 괴물이 PC판에서도 등장했다. 광고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기절을 걸었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들에 대해 흔히들 개발자는 정말 이 게임을 클리어했냐는 이야기들을 한다
클리어하기 어려운 게임을 만들었지만 절대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든 것은 아니다. 레벨 디자인을 위해 수도 없이 게임을 시도했으며, 당연히 게임을 클리어 해보고 출시 했다. 제작자도 클리어 하지 못하는 게임을 출시할 수는 없다.


'리아의 고리'에서 리아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암벽을 오른다. 후속작에서 리아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나
대부분의 유저들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크다. 우주관부터 시작해서 여러 연대기를 가지고 있다. 게임 내에 복선도 하나 있다. 게임을 뜯어보면 여러 스토리적 요소도 넣을 계획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아리 류' 게임의 특성상 스토리보다는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스토리 적인 요소는 게임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리아는 당연히 후속작에서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혹은 그녀가 사용했던 유품이 대신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무작위로 등장하는 광고 괴물이 게임의 흐름을 끊는다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광고 괴물은 무작위가 아니라 10분마다 출몰하지만, 기절할수록 그 시간이 짧아진다. 일단은 광고괴물에게 갈고리를 2번 던져 광고 괴물을 물리칠 수 있다. 모바일 버전의 광고 괴물은 차후에 맵 개편과 함께 한꺼번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리아의 고리'에 도전했다. 가장 인상깊게 본 스트리머의 방송이 있는지
'코렛트' 님의 플레이가 가장 인상 깊었다. 비록 게임을 클리어하지는 못했지만,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게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게임이 이렇게까지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인가 하는 의구심과 내가 만든 게임을 누군가가 해준다는 기쁨, 나락으로 떨어질 때 함께 나눈 슬픔과 희열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다.

게임을 만든 사람으로서 '항아리 류'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의 고통을 바라보는 행복이다.

'리아의 고리'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리아의 고리'를 출시한 데에는 사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스펙을 쌓는다'라는 목적이 강했다. 목표치는 수익으로 따지자면 '게임을 출시할 때 낸 보증금을 돌려받는 정도'였다. 물론 아예 기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발자로서 전혀 기대가 없었다면 이건 거짓말이다(웃음). 그런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서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이뤄냈다. 리아의 고리를 사랑해주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과 달리 '키리아'는 리아의 친구가 아니라고...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였나
누군가 내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물론 '리아의 고리'를 플레이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도 보람이 있었다.

게임이 이슈가 되면서 매운맛(게임이 어려운 데서 느껴지는 고통)을 호소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메시지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고통을 호소한 유저들도 많았을 것 같다
"좋은 게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나 "후속작을 만들 건가요?" 같은 질문과 호평들을 개인 메시지를 통해 많이 받았다. 물론 "야 이 악마 같은 X아" 등의 말들을 더 많이 들었다.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의견을 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갈고리' 게임의 개발자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초보 개발자에게 선뜻 인터뷰를 요청해 준 기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리아의 고리를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에는 어떤 장르로 찾아 올지는 모르겠지만 후속작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 하나는 약속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게임을 환불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아 참, "우리 리아 귀엽죠?"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게임포커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24. 4.10일 실시되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선거 운동기간(24. 3.28일 - 4.9일) 중 모든 기사에 대하여 댓글을 차단합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